피엑스디 블로그 - 그 천 번째 이야기

2015. 3. 16. 14:20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이 재용

피엑스디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어언 4년이 넘었고, 이 글이 1000번째 포스팅이다. 이 기회에 피엑스디 블로그를 되돌아 보려고 한다.



역사

피엑스디에서는 2008년쯤부터, 블로그나 뉴스레터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는데, 2009년부터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민하여 결국 티스토리로 블로그 운영 툴을 결정하고 마침내 처음으로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1번 글은 두 권의 책에 관한 글이었다.


2009/07/13 - [리뷰] - [독후감] 실전 UX 디자인 & 사용자 경험에 미쳐라


지금 읽어 보면,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블로그" 특유의 막던지는 스타일이 좀 쑥스럽게 느껴진다.


2009년 pxd 포스팅

2009년 7월에 4개의 글을 썼는데, 7월 방문 기록은 26명. 당시 피엑스디 직원은 20명 정도였으니까 사실상 우리 회사 사람들도 잘 읽지 않는 블로그였다.

이러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잘 이어지지 않아서, 8월에 2건, 10월에 하나, 12월에 2건 등 한 달에 채 한 건이 안 되는 글을 올렸다. 매월 방문자 수도 5명-20명 사이에 그쳤다.



2010년 pxd 포스팅

2010년 1월에 다시 각성하고(! 혹은 '바빠서 못 쓰겠다는 사람들'과 한 판 싸우고!!!) 2월부터 조금 더 자주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 1월에 단 7명이었던 월간 방문자가 2월에는 165명(!), 3월에는 857명(!!)으로 늘었지만 실상은, 3월에는 하루에 7명이 동시에 글을 올린 날도 있는 등, 3월 한 달에만 40개의 글을 올린 결과였다. 여전히 1개의 글당 독자수는 대략 20명. ㅠㅠ


2010년 3월에 트위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트위터 홍보를 열심히 한 결과, 4월에는 3863명의 방문자를 얻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이 시기에 하늘이 도왔는지, UX SNS계의 스타 uxdragon이 입사했는데, 그가 운영하는 SNS가 회사 블로그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우선 블로그를 쓰고 발행해도 아무도 안 읽기 때문에, uxdragon에게 가서 (굽신굽신) 미투데이로 한 번 메시지 날려달라고 부탁하면, 방문자가 늘어났다.


2010년 8월에는 처음으로 월간 방문자가 10000명을 넘었다(다시 떨어지긴 했다). 2010년에는 글도 많이 쓰고 (총 202건), 방문자도 획기적으로 증가한 시기다. 회사 블로그가 점차 알려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인기 필진도 나타났다. 시리즈로 글을 쓰는 사람도 생기고, 블로그 글 주제도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블로그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조금씩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때마다 힘이 났다. 그러다가 본격적인 성장을 하게 된 것은 2011년이다.



2011년 pxd 포스팅

2011년 4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2008년부터 써 왔지만 이 즈음부터 한국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시점이었고, 한국에서 페이스북이 마케팅 채널로서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2011년 4월에 다시 월간 방문자가 10000명을 넘어 그 이후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했고, 2011년 12월에는 26,874명이 방문했다.



2012년 pxd Story 인기글 모음(혹은 전체 글모음)

2012년 4월에는 페이스북 유료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때부터 시작해서 '페이스북에 너무 피엑스디 글이 많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2012년 12월) 광고를 통해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 글을 마케팅했다. 이 기간에는 로켓 성장을 했는데, 연초에 2만명 수준이던 월간 방문자가 4월에 5만명, 10월에 10만명을 돌파하였다. (아래 그래프 참고)



2013 pxd story 인기글 모음(혹은 전체 글모음)

2014 pxd story 인기글 모음(혹은 전체 글모음)

2013년부터는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는 하지 않고, 포스팅 광고만 조금씩하고 있는데 2013년 말에는 월간 방문자가 20만명 수준이 되었고, 2014년 현재는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월 월간 방문자 30만명)





왜 블로그를 하게 되었는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아마 별다른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에이전시를 하다보면, 맨날 가격 깎이는 것이 일이니까, 우리가 좀 더 유명해지면 덜 깎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해외 에이전시들을 보니 그들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았고. 그렇지만 늘 현실적인 시간에 쫓기다보면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포기하기를 반복하다가, 위의 글에 썼듯이, 어느 날 더 이상은 이렇게 악순환을 반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생긴 것 같다. 팀원들을 몰아 세워서 글을 쓰게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크게 느끼지 못 했던 다른 회사 블로그들과 '작은 차이'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개인이 성장하는 도구로서 블로그.

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회사들은 단순히 '회사를 홍보하는 도구'로서 블로그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글을 쓰는 각 개인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서 잘 되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해서 띄우기는 힘드니까, (마치 아이돌그룹이 모여서 그룹 활동하다가 개별 활동하는 것처럼) 모여서 팀 블로깅을 하고, 잘 되어서 각자 유명한 디자이너로 성장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생각은 사실 블로깅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평소 신념과도 관련이 있는데, 80년대 강요당했던 '협동 정신, 공동체 정신'에 대한 강한 반발심 때문에, 철저한 집단주의를 싫어하던 일부 멤버들의 영향이었을 것 같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이기적+합리적으로 추구하면 공동체도 발전한다는 신념이랄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주인의식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ㅎㅎㅎ 내가 살아야 회사가 산다)


따라서 자연히 네이버 블로그 등, 팀블로깅을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이 약한 도구는 모두 배제해 버렸고, 그러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 티스토리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그리고 개인 필자가 잘 들어나도록 많은 장치(개인 사진, 개인 프로필, 개인별 글모음, 개인 페이스북 홍보 등)들을 개발해 붙였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 독자들은 피엑스디의 개별 필자의 존재를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 (아주 일부의 저자들만 인지되는 형편) 즉 목적대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한국의 많은 에이전시들이 '뉴스레터'형식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사실 그 당시 관점에선 약간 낡은 스타일로 보였다. 이메일이 주요 매체이던 시절의 산물이니까. (사실 잘 모르고 내린 결정이었다. ㅎㅎ 조금 여유가 생기면 피엑스디도 뉴스레터를 시작해 볼 예정이다). 사실 이상한 이유로 뉴스레터가 아닌 블로그로 결정했지만, 이건 또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블로그로 작성하면 이전에 작성한 글이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유입이 많은데, 아마 뉴스레터라면 어려웠을 것 같다. UX 관련 분야의 글은 2-3년 지난 글도 의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날짜에 묶여 있는 글이라면 설령 검색 가능한 뉴스레터 형식이라고 하더라도 좀 시간이 지나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작성 시점을 완전 가리자는 의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작성한 시점이 독자에게 중요한 정보라는 다수의 의견에 밀려 시행되지 않았다.


개인 블로그라면 여기 저기 퍼온 글로 운영해도 되는데, 회사 블로그이다보니 이런 부분이 더 엄격하게 운영되었다. 아주 초기부터 가끔 우리가 다른 글을 퍼오면 바로 항의가 들어왔다! 덕분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생각해 낸 것만 적을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처음 목표는 시시한 수다도 떠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워낙 보는 눈이 많아서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낀다. 중간에 "어떻게 하면 시시한 이야기도 부담스럽게 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몇 차례 장치를 만들었으나, 썩 성공하지는 못 했다. 하여간 이래저래 자의와 타의가 섞여 블로그의 색깔이 정해져 버렸다.


UX에 관한 진지하거나 시시한 수다의 장

by pxd UX Lab.


피엑스디 팀블로그는 UI / UX, 서비스, 디자인 등에 대한 피엑스디 사람들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는 곳입니다.

회사 홍보 보다는 지식 공유를, 빨리 퍼나르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해낸 것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영

처음에는 딱히 운영 담당자라는 것이 없이, 각자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 올리는 식이었다. 컨텐트 홍보 등은 주로 위승용이 고민하고, 기술적으로는 이재용, 한상택 등이 생각날 때마다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 붙였다. (지금도 여전히 각자가 만든 도구 부분은 각자가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티스토리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자동 발행되는 기능이 매우 불편하다. (제대로 된 도구가 없다) 또한 각각의 매체는 고유의 특징이 있어서 자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보였다.

항상 새로운 블로그 홍보 방법을 고민하던 이재용 대표가 트위터 계정도 만들어 운영해 보고, 미투데이 계정도 만들어 운영해 보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 운영하다가, 페이스북 페이지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이후 첫번째 '공식적인' 블로그 운영 담당자가 되었다.


트위터는 2010년 3월 23일에 pxd_UX_Lab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2011년 경에 pxdstory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으나, 팔로워가 1270명 정도이다. 사실 트위터에는 많이 늦게 들어간 편이라 처음부터 큰 인기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시간을 많이 써서 운영하지 못 했다. 더군다나 트위터가 한국에서 유료 프로모션을 지원한다고 선언한 것이 2014년인데 아직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미투데이는 2010년 5월 9일에 uxdragon이 "pxdux"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서 운영하였다가, 2011년 경에 pxdstory로 이름을 변경하고, 이재용이 통합관리 하였다. (2013년 5월 9일에 미투데이친구 400명 돌파)


페이스북은 2011년 4월 22일에 'pxd'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었다. 2010년부터 만들려고 했지만, 계속 pxd (소문자로 시작하는 세 자짜리 이름)는 만들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못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해졌다.

https://www.facebook.com/pxdstory/posts/150293021703355


페이스북 페이지에 블로그 글을 노출시키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무슨 요일 무슨 시간대에 어떤 제목으로 올려야 사람들이 많이 보는지를 직접 테스트해 보면서 글을 올렸다. 아울러, 글의 성격에 따라 발행될 날짜를 미리 정하여 2-3주 전에 계획을 세우고 발행하였고, 개별 글이 올라오면 맞춤법을 교정하거나, 글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다. 외국에서 인기를 끈 영문 블로그가 있으면 그걸 사내에 번역할 사람을 찾아서 올리도록 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pxdstory라는 이름으로 핀터레스트, 슬라이드셰어, 비메오, 유투브 등의 채널을 운영하였다. 외에 운영하다가 실패/포기한 미디어는 더 많다. 사실 제일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미투데이였는데, 없어져 버렸다.


2013년 7월-2014년 6월까지 김선기가 관리하였다. 매우 감성적인 글과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한 김선기는 블로그 관리하면서 디자인상도 함께 운영했다. 


2014년 3월, 인트라넷 내부에서 모든 블로그 관련 통계를 집계해 볼 수 있는 화면을 이재용이 만들었다.


2014년 7월부터 임호가 관리하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것

회사 홍보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도구를 처음부터 지향할 수 밖에 없던 이야기를 했다. 결국 그 당시에 우리가 기초적으로 블로그에서 이루려던 것은 아래 세 가지를 기대했다.


- 자기 생각 정리 + 내부 교육 (생각 쓰기 > 퍼오기)

- 전문가로 성장 (개인 홍보 > 회사 홍보)

- 대4 ~ 직2 타겟


자기 생각 정리와 글쓰기 교육

글을 쓰는 것은 개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걸 남들에게 이야기하려면 이것 저것 자료도 찾아봐야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도 해야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스스로의 생각이 더 정리가 되고, 사실 블로그는 글을 쓴 사람이 제일 많이 배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을 요약하고, 그 중에 내가 기억해야할 것을 메모로 남기고, 그것을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배운 것을 정리하는 방법으로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전시회를 다녀와서 기억해 두고 싶은 것을 블로그로 쓰기도 한다. 최근 디자인(디지털) 에이전시의 해외 사례나 새로운 방향을 연초에 정리하면서, 우리 회사의 나아가야할 비전을 정리하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회사에 인턴이나 신입 사원으로 들어오면 주로 회사 내에서 이루어지는 초청 강연을 정리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듣게 되고, 초안으로 작성한 것을 발표하신 초청 연사에게 보내어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발표자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런 부분으로 글을 쓰면 좋겠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이 들거나, 권유 받았을 때, 글을 쓴 후 블로그로 공유하기 전에 회사 사람들에게 전체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많이 배운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원 포인트 레슨(?) 같은 것이, 초급의 글을 중급의 글로 격상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블로그 글 쓰기는 모든 글 쓰기가 그렇듯이 글 쓰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내부 교육

이렇게 한 사람이 어렵게 정리한 것이나,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들은 교육은 내부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회사로서의 공동체가 같은 생각을 갖도록 하는 방법은, 누군가(대개 대표이사나 상사)의 생각을 강제로 주입시키기 보단, 사람들이 서로 서로 영향을 받아 결국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되는 집단이 더 강한 결속력을 갖게 된다고 믿고 있다. 한 명의 리더의 비전을 주입식으로 받은 생각은 리더가 사라지면 곧 함께 사라지지만, 집단이 함께 만든 문화는 유전자가 되어 후세에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공유를 이루는 것이 회사내 전체 메일과 블로그이다. 아울러 초청 교육에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 한 사람들도 블로그 글을 통해 간접 교육을 받게 된다. 


특히 블로그 글쓰기의 톤앤매너를, "내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을 공유하기"라는 점으로 잡은 것은 우리 블로그 필자 대다수가 아직 주니어 레벨이기도 한 점도 있다. 의외로 UX 계의 무림 고수들이 (우리의 타겟 퍼소나와는 다른 사람들) 많이 읽고 있는 블로그에서 자기가 처음 알았다고 해서 남들도 처음 알았을거라고 생각하는 잘난체는 금방 밑바닥을 들어내기 십상이다. 따라서 항상 "너희들은 이거 몰랐지?"가 아니라,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직접 해 보니 이렇습디다" 톤으로 바꾸어 정리하는 것을 교육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블로그는 우선 제1목표는 저자의 생각 정리. 경험 정리. 그리고 그것을 내부 공유. 이 과정에서 외부 분들이 읽어 주시는 건 덤이다.


전문가로 성장

처음부터 개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가 보니까, 팀블로깅이 가장 쉬운 도구를 찾았고, 그래서 티스토리로 시작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다행히 티스토리는 다양한 툴을 개발해서 붙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다음에서 더 이상 지원을 안 하기 때문에 혹은 이상한 방향으로만 지원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괴로운 측면도 있다. 워드프레스나 다른 것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공사도 크고 팀블로깅도 원활하지 않아 매일매일 갈등중이다. 제일 큰 고충은 디자인 회사에 어울리는 블로그 모습을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페이스북 등 최근 소셜 미디어 지원을 전혀 안 해 준다는 점. 반쯤 내팽겨쳐진 신/구 텍스트 에디터 형제 등이다. 그래도 내부 연구를 통해, 네이버 검색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극복했고, 페이스북/트위터를 완벽 지원은 못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및 공유'는 되는 것처럼 만드는 흉내까지는 낼 수 있었다.(이 글을 보시는 티스토리 관계자가 있다면 제발 페이스북용 메타 태그 좀 지원해 주시길 ㅠㅠ)


팀블로깅은 각 글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는 점이 핵심이다. 물론 같은 회사를 다니다보니 전혀 눈치를 안 볼 순 없지만, 최소한 다른 기업 블로그처럼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거나 아니면 홍보 담당자만 글을 쓴다거나, 돌아가면서 강제로 써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그냥 쓰고 싶은 사람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쓰고 싶을 때 쓴다.


명시적인 규칙은 없지만 독자 수가 많고, 인기 글이 많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이 무언의 압력을 느끼는 것은 사실인데, 이 부부은 지속적으로 탈피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매번 실패했지만)


개개인이 전문가로서 성장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UX 디자이너고, 피엑스디라는 직장에 충성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엑스디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소규모 에이전시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자신의 '커리어 혹은 경력'을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회사가 당장 없어지더라도, 개인들은 더 좋은 직장으로 갈 수 있다. 당장 월급을 많이 받는 좋은 '직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 먹고 살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피엑스디에서는 항상 개개인이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꽤 강하게 요구한다. 물론 자신의 인생관이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회사에 남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고 노력하지만, 에이전시의 사업 구조상 생각만큼 쉽게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블로그는 각 개인이 좀 더 '유명한' UX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홍보 수단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 회사도, 디자이너도 제일 중요한 건 우선 자신의 작업 성과로 유명해져야 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언젠가는 다들 내 실력을 알아주겠지'라는 정책 보다는 적절히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여 영향력을 높이는 홍보/마케팅이 회사에게나 개인에게나 필요하다. 피엑스디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더 유명해지기를 바랬다.



대4-직2 타겟

아주 초기부터 우리는 블로그의 독자 퍼소나를 만들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맨날 하는 일이니까!) UX 직장 취업을 원하는 대학교 4학년과, 이제 막 직장을 잡은 UX 직장인 1-2년차까지를 우리의 주요한 타겟 독자로 생각하고 글을 편집한다.


이 시기에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욕구가 많고 의욕을 가질 때이고, 새로 직장을 찾거나 아직 자리를 못 잡은 상황이므로 더욱 이러한 욕구가 배가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이렇게 쓰면 굉장히 용의주도한 것으로 보일 순 있는데, 현실은 우리 블로그 작성자들의 신입들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의 글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이러다보니 무엇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피엑스디 블로그 독자의 대략 40%가 학생이다. UI/UX 관련 분야 종사자도 대략 40-50% 정도 되고, 다소 놀란 것은 UI/UX 분야와 무관한 일반인이 16%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복수응답)


2012년 피엑스디 블로그 독자 설문 조사


특히 UI/UX 전문성에 관한 질문에서, 전문가(9.6%), 꽤 알고 있다(38.4%), 초보자(38.7%), 모르는 분야(13.2%)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타겟은 대략 6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핵심은 무엇인지?

어느 회사 블로그나 같은 고민은 (홍보 담당자들이 만들어내는 블로그가 아니라면) 회사 사람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블로그 글을 쓰게 하느냐?인데 한 번 블로그를 써 보면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느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피엑스디 블로그는 글을 쓰는 사람을 교육하는 도구이고, 그 사람이 UX 전문가로 성장하는 무대이다. 그런데 늘 그게 잘 안 된다.


뭔가 대단한 핵심!을 쓰고 싶었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별 거 안 나와서 이상하게 서둘러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잡생각으로 돌려본다.



나머지 잡생각

1. 에이전시를 하다보면, '내 재산'이 남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프로젝트와 이 과정에서 나온 지적재산권(발명)은 모두 고객 소유가 되고, 열심히 교육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떠나가고. 자체 사업을 몇 가지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그런데 이제는 피엑스디 블로그가 피엑스디의 유일한 자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오래가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 블로그도 몇 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회사 블로그는 대부분 아주 길어야 2년을 못 가더라. 결국 누군가 열심히 하던 사람이 회사를 떠나거나, 조직이 바뀌면 블로그도 없어지니까. 그러니 대기업 블로그는 애초에 오래가기가 힘들고, 에이전시 블로그도 오래가기 힘든데, 유일한 방법은 대표가 중심이 되어 하는 것이다.(왜냐하면 잘 안 나가니까) ㅎㅎㅎ 그래야 오래가지 않을까?


3. 이제 6년째 운영중인 피엑스디 블로그 시즌 2는 무엇일까? 간간히 내부에서 이런 고민을 하지만 아직은 딱히 답이 없는 상태이다. UX 전문 뉴스레터 (프리미엄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 중 하나인데, 적절한 필자와 독자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꽤 어려운 사업이 될 것이다. 물론 전제는 편리한 메일 마케팅 솔루션이 있어야 하는데, MailChimp와 같은 훌륭한 솔루션이 한국에도 나왔으면, 또 메일침프와 유료 구독이 결합된 모델이 한국에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Flipboard 처럼 블로그 전용 앱을 만들거나, 플립보드 내에 구독모델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 봤지만 생각보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듯 하다.

[참고##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