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교육사업팀 이야기 1/2 - 팀이 하는 디자인씽킹

2015. 5. 18. 07:50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년 1월 29일 디자인씽킹 워크샵, 교육사업팀에서 제작한 도구를 받아본 워크샵 참가자분이 '우와'하며 놀라워했습니다. 교육담당자 한 분은 여분의 도구를 살펴보다가 문구 하나를 손으로 짚으며 질문을 합니다. “pxd에 교육사업팀이 있었어요?”

제가 교육사업팀과 관련해서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입니다.

교육사업팀은 2014년 9월에 만들어져 2015년 1월까지 5개월동안 초등학교 교사, 교육, 디자인씽킹, 워크샵, 교구에 대해서 배우고 응용하는 기간을 가졌습니다(한 단계 매듭을 지은 시기를 1월로 보기 때문에 글에서는 이 때까지의 일만을 다루고자 합니다). 재미있게도 교육사업팀이 거쳐온 과정은 팀이 교육으로써 전달하고 싶었던 디자인씽킹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교육사업팀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소재는 디자인씽킹을 거쳐가며 만들어진 팀의 문화라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이 기간 동안 디자인씽킹이 무엇인지, 디자인씽킹을 언제 활용하면 좋은지, 디자인씽킹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문화와 사고방식 중심으로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UX를 전공했지만 지식으로만 UX를 이해했던 UX초심자가 디자인씽킹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가 교육사업팀을 통해 이해하는 관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론에서 혹은 실무에서 디자인씽킹을 해석하는 방향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2편으로 나누어 글을 썼습니다.

1편: 팀이 하는 디자인씽킹
2편: 사람이 하는 디자인씽킹


사고방식들 중 하나

우리는 살면서 일을 하고 평가하고 결정을 합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무슨 음식을 만들까 결정하고, 방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글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참고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단계를 미리 계획하기도 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시작할 때도 있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잘 되리라는 법이 없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보완하여 다시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할 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 만들었던 결과를 수정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그 결과를 무시하고 다시 새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도전하면서 이번 결과가 완벽하지 않을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을 다시 해볼 생각이라면 지금 디자인씽킹을 맛보고 계십니다.

디자인씽킹은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방식 중에 하나입니다. 무언가 목표가 정해졌을 때 그 문제를 UX디자인을 하는 사람 관점으로 혹은 그 외 다른 직군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서는 디자인씽킹이 다른 방법보다 적절할 수 있고, 디자인씽킹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익히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인에 관한 것이나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하는 새로운 소양이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종종 하곤 하는 ‘더 바람직한 상태를 만들기 위한 학습방식’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기준이 필요합니다.


기준을 설정한다

팀에게 질문하기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가 문제해결에 적절할까요? 다룰 가치가 있는 문제일까요?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그 주제가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정했을 것입니다. 디자인씽킹은 적절한 문제를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교육사업팀에서의 첫 발걸음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 동기를 찾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내가 잘하고 오랫동안 즐겁게 할 일인가?
-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인가?


두 가지 질문을 통해 팀의 동기를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경험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교육 서비스의 장을 열고 싶다.’로 구체화하였습니다. 다음 과정은 우리의 콘텐츠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 고객군을 분석했습니다.


- 현재 시장: UX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UX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 대기업 및 기업설립 아카데미 위주의 B2B UX 교육
- 2차 시장: UX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UX 종사자를 위한 B2C 교육
- 3차 시장: 디자인씽킹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습득하고 싶어한다. IT업계 종사자 및 교사, 강사 등의 비UX 종사자를 위한 B2C 교육


실현가능성, 확실하게 입증된 역량이나 처해있는 환경과 같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했을 때, 도전하기에 적합한 시장은 현재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미 진행중인 사업으로 교육사업팀에서 앞으로 지향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서비스에 대한 고민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 순간 결정하는 목표가 앞으로의 교육사업팀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기준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팀의 동기를 고려하여 3차 시장인 디자인씽킹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습득하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교사를 위한 B2C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저희는 교사라고 하는 직업에 대해서 공감하여 필요한 교육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교사에 대한 데스크 리서치, 파일럿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교사들이 디자인씽킹 교육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디자인씽킹을 수업에서 원활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계획을 짜는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아야겠다라고 여겨졌습니다. ‘교사들은 창의적/실험적인 교육을 하고 싶어하지만,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잡무 및 행정이나 조직문화로 인해 수업계획을 짜는 과정의 어려움/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을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과정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주제를 정했고, 프레임과 인터뷰를 수업설계 중심으로 설계하였습니다.


대상자에게 공감하기

 

팀은 책, 논문, 다큐멘터리, 주변 교사와의 짧은 인터뷰 결과를 빠르게 훑었고, 교사라고 하는 직업에 대해서 몰입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교사와 교사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나서 저희는 수업계획 과정이 교사의 일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초등학교에서의 디자인씽킹 교육의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 결과는 혼란으로 다가왔습니다. 10년 이상 근무한 교사들은 수업 진행을 위한 노하우가 충분히 있었고, 수업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수업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인터뷰한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강의 중심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행동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교사의 열정과 재량에 따라 수업 외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거워하였으며, 관심사와 배운 내용을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에 적용하였습니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행동하는 것,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더 흥미로운 수업을 만드는 것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록 인터뷰 대상들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사생활에 대해 충분히 익숙해질 기간을 거쳤다 하더라도, 다양한 목표를 가진 교사들이 모두 수업설계에 대해 아무런 문제나 불편을 겪지 않았다는 결과는 팀의 가설이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설과 대상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설이 맞는 대상을 찾아 10년 차 이하의 교사들을 인터뷰하여, 이를 어려워하는 교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신에 팀은 2주간 진행했고 2주간 열중해왔던 주제를 버리고 새로운 주제를 찾기로 했습니다. 인터뷰한 교사들은 특별한 수업을 담당하는 반에서 일반적인 수업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특별한 부가적인 수업을 만들고 그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저희의 관심사는 교사의 수업계획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찾아낸 문제가 과연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책상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논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용자로부터 드러났습니다. 현실에서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에게 공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정말 사용자처럼 생각할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대상과 주제에 대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그들에게 무엇이 진짜 문제이고 무엇이 가치가 없는 문제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현재 바라보고 있는 사용자가 정말 우리의 목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인지까지도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기준 잃지 않기

작업을 하는 내내 퍼소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는 어떻게 그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지에 대해 적어놓고 팀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습니다. 이 내용은 결과물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수시로 알려주는 기준이 되었고, 기준을 통해서 현재의 작업이 적합한지 재어보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몰입하여 작업하다 보면 종종 이런 주제나 기준을 잊어버리고 쉽게 현재의 작업에 깊이 빠지기 때문에, 이런 메모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기준이 눈에 보이지 않을 경우, 사용자에게 가치가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더 전문적으로, 더 잘 하기 위해서 주제나 기준과 관계없는 다른 길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더 좋지 않은 경우는 기준을 각자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공론화시키지 않을 때입니다. 겉으로 나오지 않고 혼자 생각한 기준은 막연하거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거나, 무의식 중에 바뀔 수 있습니다. 기준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드러내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관점 뒤엎기

“우리가 하는 작업에 대해 지난 밤 생각을 좀 했는데요….”
“환경이 변했습니다.”
교육사업팀 내에서 뒤엎기(iteration, pivot)가 진행될 것임을 알리는 여러 가지 신호 중 하나였습니다. 또 다른 신호로는 '공감'이 있었지요. 인터뷰나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나면 여지없이 프로젝트는 엎어졌습니다. 컨셉을 잡고 컨셉에 맞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면 물론 프로젝트를 뒤엎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향이 시간 내 해결이 어렵거나, 새로운 일정이 잡혀 집중할 수 없게 되면 그 때는 위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뒤엎기를 해야 함을 깨달았을 때는 암담했습니다.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했구나.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의미가 없었구나. 교육사업팀에 익숙해지자 뒤엎기를 할 때가 오면 정신적으로 박수를 치게 되었습니다. 와,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은 이런 거였구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방향이 보이는 걸. 이걸 알기 위해서 그 과정을 거쳤던 거지! 이거 안 했으면 몰랐어! 자, 다음 과정 합시다.

솔직히 iteration이 마냥 행복하고 즐겁지는 않습니다. 다시 머리를 짜내야 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하는데, 심지어 짧은 시간을 들일수록 좋으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지난 5개월 동안 퍼소나와 목표가 바뀌는 것을 기준으로 8번의 iteration이 있었습니다. iteration 단위는 짧게는 이틀, 길게는 대략 2주일을 사용했습니다(실질적으로 더 걸린 경우도 있었으나, 휴일은 세지 않고 일주일을 5일로 따졌을 때의 결과입니다). Empathy, ideation, prototype/test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디자인씽킹 iteration 단위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적으로 2~3일 정도가 걸렸으니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관점을 뒤엎어야 할 때가 왔음을 알게 되면 팀은 그간 진행했던 작업을 정리하여 기록해두고, 새로운 과제에 돌입했습니다. 새로운 과제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주제는 무엇인가.’, ‘왜 이것을 하고자 하는가.’, ‘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다시 고민합니다.

 

이른바 달릴 때와 멈출 때를 구별하는 과정입니다. 뒤엎었으면 새로운 단계이니 멈추어야 합니다. 멈추고 앞으로의 기준과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한 번 목표가 정해지면 달립니다. 이 때 달리는 방향은 디테일을 잡는 방향보다는 현재의 방향이 맞는 지 확인할 수 있도록 컨셉 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지 않으면 진행과정을 가지고 평가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학생의 배움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을 물색하다가 초등학교에서 디자인씽킹을 접목한 수업을 직접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때문에 이전의 과정을 데스크리서치, 파일럿 테스트, 프레임 형성, 인터뷰 준비, 인터뷰의 순서로 진행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새로운 수업을 위한 프로그램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을 추가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역시나 가설은 물론이고 프로토타입까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역량이 있는 교사는 디자인씽킹에 대한 교육 없이도 강의형식이나 주입식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시 지금까지의 우리의 관점을 뒤엎을 시기가 왔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국면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교육사업팀의 방향을 배움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교사를 위한 디자인씽킹 플랫폼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가능한 교사와 함께 디자인씽킹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새로운 수업을 프로젝트로 구성하고,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것인가? 신기하게도 이 시점에서 디자인씽킹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과 접촉하게 되었습니다. 팀은 위와 같은 활동을 교사 모임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들의 진행속도에 따라 유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편을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교육사업팀에서 프로젝트를 어떻게 구상하고 진행하는지를 교육사업팀 초반 2.5개월동안의 사례와 함께 다루어보았습니다. 공감을 기반으로 같은 단계를 반복해서 밟아나가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와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교육사업팀의 방식이 형식화되고 구성원이 이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 걸린 시간도 2.5개월 정도였습니다. 2편에서는 이 과정에서 교육사업팀원이 내재화하게 된 규칙, 형성된 문화,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이후 2.5개월의 과정과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