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X in car 3편 - 카플레이, 궁극의 드라이빙 파트너일까?

2017. 12. 18. 07:50UI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본론에 앞서...

긴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인턴사원으로 pxd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당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행복하게 프로젝트팀에 합류한 저에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차량을 운전하고, 주행 중에 카플레이를 사용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자동차에 관심은 많았지만, 차량 브랜드에 관한 기호와 흥미였을 뿐 자동차에 대한 전문지식은 깊지 못했던 터라 조금은 당황했었고, 더불어 운전 실력마저 그렇게 능숙하지 못했던 필자이기에 꽤나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았고, 함께 탄 팀원들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현장 리서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카플레이가 이 글의 제목처럼 궁극의 드라이빙 파트너가 맞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손쉽고 빠른 연결

아이폰 상에서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이, 이를 지원하는 차량이라면 손쉽게 아이폰과 연결하여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5와 그 이후 출시된 아이폰에서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아이폰의 설정 > 일반설정 메뉴에서 카플레이를 활성화하고, USB 케이블을 이용하여 유선으로 차량과 연결하면 됩니다. 블루투스를 통한 연결을 지원하는 차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무선 연결에 대한 부분도 기대해 볼 만한 이슈입니다. ('톰스 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BMW 5시리즈가 처음으로 카플레이 무선 연결을 지원한 차량이라고 합니다.)


차량과 아이폰의 연결을 통한 카플레이 실행 (출처: arstechnica.com)


아이폰과 연결이 되면, 차량 중앙 화면에 카플레이 홈 화면이 나타나며, 아이폰에서도 차량과 연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의 홈 화면에는 친숙한 아이폰 안의 앱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카플레이의 경우 주행이라는 context에 알맞게 UI가 큼직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리적으로 아이폰보다 넓은 카플레이의 홈 화면은 8개의 커다란 크기의 아이콘을 담을 수 있는데, 이는 주행 환경에서 사용자가 잘못 선택할 확률을 줄여줍니다. (아이폰과 비교하자면, 아이폰X의 경우 한 화면에 28개의 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차량과 아이폰의 연결 후에도 홈버튼을 눌러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의 기본적인 동작 방식은 미러링과 같아서 아이폰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태스크가 카플레이 환경에 그대로 이어져 실행되거나 중지되기 때문에 선택적인 제어가 필요합니다. 다만, 주행 중에 휴대폰을 탐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운전자의 행동이 아닐뿐더러, 도로 교통법에 저촉되어 6만 원 이상의 범칙금과 15점의 벌점을 받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말 잘 알아듣는 시리 x 카플레이

기본적으로 주행 환경을 고려한 카플레이는 시리를 앞세워 음성 인터랙션을 주요 채널로 가져갑니다. 시리를 통해서 기능을 실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리버튼(운전대의 물리버튼/차량 화면 또는 모바일 화면의 홈버튼 롱프레스)을 누르거나 모바일처럼 "시리야"로 시리를 호출하고, 음성인식 스탠바이를 알리는 사운드 피드백이 나오면 원하는 태스크에 대한 음성명령을 입력하면 됩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한 시리는 인식 완료에 대한 사운드 피드백을 주고 명령에 대한 음성 피드백과 같이 해당 태스크를 실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차량 내의 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리가 활성화된 카플레이 (출처: gearbrain.com)


카플레이의 시리는 모바일 환경의 시리와 많이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시각적인 정보들을 잘 활용해서 전달하는 아이폰의 시리와는 달리 카플레이의 시리는 최대한 음성 채널로 결과를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그 이유에는 주행 상황과 관련이 깊습니다. 주행 중에 차량에 설치된 화면을 주시하거나 직접 터치하는 것은 운전 부주의로 이어져 사고가 나는 위험천만한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플레이에서는 시리가 제공하는 음성 서비스의 예로 수신된 SMS를 읽어준다거나, 통화를 걸 때 수신자의 정보를 읽어주는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와 시리의 이러한 기능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 자세히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카플레이 속 다양한 서비스 기능들

카플레이가 제공하는 기능은 크게 내비게이션,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카플레이 홈화면 (출처: gearbrain.com)


카플레이의 앱 구성은 연결하는 사용자의 아이폰에 설치된 앱의 유무와 종류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지도 앱을 통해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전화/SMS 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주며, 음악/팟캐스트/라디오 앱을 통해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만 카플레이는 사용자의 모든 아이폰 속 앱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카플레이는 주행 중 시선을 고려해 오디오 청취를 목적으로 하는 꼭 필요한 앱들만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필요에 의한 작업은 연결된 아이폰을 통해서 이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기능

애플의 지도 앱을 기반으로 내비게이션은 생각보다 잘 작동하는 편입니다. (사실 잘 안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목적지를 검색하고 안내를 설정하면 차량 중앙 화면에 목적지까지 최적화된 경로가 나타나며 음성 안내를 시작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아닌 다른 기능을 실행 중이더라도 화면 상단의 토스트 팝업과 음성으로 경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기능 음성과 TTS 시나리오


하지만 카플레이의 내비게이션은 기존의 타 내비게이션 서비스(e.g. 티맵, 카카오 내비 등)에 비하면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최단 경로를 탐색하고 안내하는가?

2.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하여 사용자에게 잘 제공하는가?


카플레이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위의 2번째 사항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속카메라 안내와 과속 방지턱 안내, 차선 안내와 같은 세부적인 사항들도 빠져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이러한 정보들이 담겨있는 내비게이션에 익숙해진 한국 사용자들에게 좋은 이용 경험을 선사하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익숙한 애플의 인터페이스로 길 안내를 받으며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통화 기능

통화 기능은 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주행 상황에서 필요한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미 타 차량 브랜드에서도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서 제공되고 있는 부분(e.g. 차량 내 Hand-free 음성인식 통화 서비스)이지만 카플레이의 통화 기능은 시리를 통해서 보다 빠르고 주행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통화 수신의 경우에는 운전대의 물리 버튼을 누르거나 화면상의 통화 버튼을 누르면 바로 통화가 연결됩니다. (통화 수신음이 울릴 경우 "전화 받아줘" 와 같은 음성 제어는 불가능합니다)

통화 발신의 경우에는 연락하고자 하는 대상자를 탐색, 선정, 발신 3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물론 화면을 선택해서 연락처를 탐색하고 누르는 것도 가능하지만, 주행 상황을 방해받지 않으며(화면을 보지 않고도) "OOO에게 전화 걸어줘"와 같이 음성 제어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통화 기능 음성과 TTS 시나리오


위와 같이 일반적인 통화 발신의 상황도 있지만 예외의 상황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시리가 잘못된 연락처 명을 인식할 수도 있고, 사용자의 아이폰 연락처 상의 동명이인 또는 비슷한 이름에 대한 다수의 연락처 검색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시리가 발신 요청한 연락처를 재확인하거나 다수의 검색 결과들을 읽어주고 화면으로 나타내면서 사용자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럼에도 사용자는 자칫 잘못된 통화 연결을 실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색 결과를 확인하고 선택하거나 사전에 미리 아이폰 속 연락처명을 명확하게 저장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김민수'라는 동명이인들을 똑같은 '김민수'로 연락처에 저장해두었고 카플레이에서 해당 인물에게 발신하게 된다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SMS 기능

카플레이의 SMS 기능은 차량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기능 중 하나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화면으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리와의 음성 인터랙션으로 거의 모든 태스크를 수행하여야 합니다. 기존의 아이폰의 시리를 통해서 SMS를 수신 확인하고 답신했던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보다 수월하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SMS를 수신하는 경우에는 "메시지 확인해줘" 또는 "문자 읽어줘"와 같은 음성명령으로 실행할 수 있으며, 친절하게도 시리는 가장 오래된 수신 문자 순으로 날짜, 발신자, SMS 전문을 순차적으로 읽어줍니다. 만약 특정 대상에 대한 수신 문자만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는 "OOO에게 온 문자 읽어줘" 와 같이 명령하면 됩니다. 종종 장문의 광고성 문자의 전문을 그대로 읽어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다음 명령을 입력하거나 중단시키면 그만입니다.


SMS 수신/답신 기능 음성과 TTS 시나리오


SMS를 새로 작성하거나 발송하는 경우도 위와 같은 맥락으로 "(특정 대상) 메시지 작성"처럼 음성명령을 넣으면 됩니다.

아쉽게도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앱들은 카플레이에서 지원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카플레이 역시 카카오톡을 지원하게 된다면, 마치 '카카오 미니'에서의 경험을 차 안으로 그대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카오에서 출시한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의 경우 음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신하고 작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엔터테인먼트 기능 (오디오앱)

사용자가 아이폰에서 추가했던 미디어 콘텐츠들 역시 카플레이 환경에서 그대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iTunes'를 통해 아이폰의 음악 보관함에 풍부한 음악을 채워 놓은 사용자라면 꽤나 유용하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시리를 통해서 기능들을 실행시키거나 콘텐츠를 선택하고 제어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또한 카플레이에서는 '지금 재생 중(Now Playing)'이라는 별도의 앱을 통해서 현재 사용 중인 오디오 콘텐츠로의 진입을 빠르게 도와줍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카플레이는 주로 오디오 청취를 목적으로 하는 3rd-Party 앱들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으로 팟캐스트와 라디오 앱이 있습니다.

음악 및 미디어콘텐츠 기능 음성과 TTS 시나리오


멜론과 벅스, 네이버 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앱의 경우도 카플레이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앱들은 각각의 음악 콘텐츠들을 음성으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화면을 통해 콘텐츠를 제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제가 사용한 카플레이는 주행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비교적 나쁘지 않은 사용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저와 같이 운전에 미숙한 사람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를 지원하는 것이 큰 이점이었습니다. 화면을 보지 않고 음성 안내를 받으며 기능들을 실행&제어할 수 있었기에 더욱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고 마치 비서가 옆에서 대신 기능들을 수행하는 기분까지 들게 해주었습니다. 또 차량 내의 소음이 있을 때도 저의 음성을 잘 인식하고 해당 기능들을 수행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궁극의 드라이빙 파트너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원하는 모든 기능들을 완벽하게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불가능한 기능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내 아이폰에 설치된 앱의 수는 100개가 넘지만 카플레이에서는 '멜론'을 포함한 고작 몇 개의 3rd-Party 앱만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였습니다. 시리의 음성인식 기능 역시 오류 상황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고, 알아들을 수 있는 명령어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기능 수행에 대한 명령어를 학습해야 할 필요성까지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아직 한국어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이전", "다음", "꺼줘", "경로 안내해줘" 등과 같은 기본적인 명령어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은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알고 쓰면 유용한 드라이빙 파트너가 적절한 표현이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타사의 서비스를 사용해보지 못했기에 다른 서비스들과 좀 더 면밀하게 비교 분석하진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다만,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애플의 카플레이에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시장의 판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물론 네이버의 어웨이,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되는 카카오 아이, 티맵 등 다양한 음성인식 기반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상용화에 도전 중입니다. 카플레이 역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고 있습니다. 3rd-Party 애플리케이션의 증가, 음성 인식률에 대한 이슈는 시간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한 건 다가오는 스마트 시대에는 운전자 중심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카를 넘어 자율 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이고, 그 스마트카의 중심에서 시리와 카플레이가 중요한 Hub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참고##음성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