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스펙트럼 Monthly Conference: Car UX 후기

2019. 3. 14. 07:50UI 가벼운 이야기
박재현 (Jaehyun Park)

CES 2019에서 Mercedes Benz의 MBUX

들어가며

지난 2월 23일, 디자인 스펙트럼에서 주최하는 Car UX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주행 상황에서의 UX 등 차량 UX 관련 풍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렌터카 플랫폼에서 UX 디자인하기 - 이재구 디자이너 / 카플랫

올해가 모빌리티 업계에서 대격돌의 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강연을 열어 주셨는데요. 올해 리프트, 우버, 디디추싱 등 굵직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벤처 캐피털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트남, 태국에서 서비스 중인 Grab Tuktuk, Grab Bike

모빌리티 플랫폼이 지역, 문화 특성에 맞게 로컬화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요. 그랩은 오토바이, 툭툭이 중요 교통수단인 동남아에서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인 ‘GrabBike’, 툭툭 호출 서비스 ‘GrabTukTuk’를 출시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 시행 예정인 헬리콥터 모빌리티 서비스 Fly Blade

히말라야산맥이 있는 인도에서는 우버가 헬리콥터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모빌리티 서비스 예상 사용자가 상류층이기 때문에 교통이 혼잡한 도시에서 이동 시간을 90%로 절약해 준다면 가격 대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MaaS (Mobility as a Service)란? 

들어가기에 앞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 라는 컨셉을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사용자가 A에서 B로 이동하려는 니즈에 기반해서 경로 탐색, 교통수단 조합, 결제까지 걸쳐 (end-to-end journey planning) 최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차량을 소유하는 단일 제품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대중교통, 택시, 차량 공유를 자유롭게 조합합니다. 사용자의 이동성에 가장 큰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 이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Transport as a Service가 있습니다. 수송, 차량 이동, 운송 수단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4가지 모빌리티 서비스

1. 차량 호출 서비스 (Car Hailing):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타다, 카카오 택시, 우버, 그랩 등이 있습니다.

2. 차량 공유 서비스 (Car Sharing): 한 대의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는 것으로, 근처 차량 보관소에서 차를 빌려 쓰고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는 형식입니다. 대표적으로 딜카, 쏘카, 미국의 Zipcar 등이 있습니다. 

3. 마이크로 모빌리티 (Micro Mobility): 자동차로 가기 애매한 경우, 1~2인용으로 설계된 모빌리티 컨셉입니다. 자전거 공유 서비스 Sbike,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Kickgoing, 그리고 서울시 따릉이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속합니다. 

4. 대중교통 수단 (Public Transport): 지하철, 기차 등 교통수단입니다. 개인 사업자가 단독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정부 기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칭형 vs 검색형 서비스

1. 매칭형 서비스: 타다, 우버 

운전자와 탑승자를 1:1로 매칭하는 Uber 

매칭형은 1:1로 운전자와 사용자를 매칭해 주는 것입니다. 즉시성과 가격에 민감한 것이 특징인데요. 즉시성 즉 ‘당장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UX 역시 탑승자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탈 수 있는 차를 빠르게 연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용자 만족도는 즉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 시간이 10분 넘어가면 사용자가 이탈하기 때문에 카카오택시에서 스마트 호출을 도입했던 것인데요. 쿠팡, 위메프 등 소셜 커머스 서비스와 같이 가격에 민감한 면이 있습니다. 멀티 헤일링 사용자라고도 부르는데요. 다양한 서비스를 호출하고 가격, 시간을 비교하고 빠르게 이탈합니다. 따라서 프로모션도 많이 진행하고, 콘텐츠 마케팅도 잘 먹히지 않는 면이 있다고 합니다. 


2. 검색형 서비스: 카플랫, 에어 비앤비, 직빵

검색을 통해 상품을 고르는 에어비앤비

반면, 검색형 서비스는 사용자의 니즈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매칭을 위해 다양한 상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를 예약할 때는 주인 성격이 어떤지, 교통은 어떤지, 부엌, 마트 등 주변 시설 등 다양한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즉시 예약하는 것보다 2~3달 전에 예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방 역시 검색형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고려하는 위치, 전세인지 월세인지, 보증금 등을 고려해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매칭이 가능합니다. 

렌터카 역시 단기 렌터카는 여행 목적이 크기 때문에 니즈가 복합적입니다. 여행지에서 럭셔리 카에 대한 니즈가 있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 카시트가 있어야 하는 등입니다. 이런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며, 필터가 중요합니다. UX를 구성하는 데 있어 사용자가 물건을 고르는 생각의 순서를 따라간다고 합니다. 즉시 형은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검색형은 1~2년에 한 번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여행 정보를 주는 등 콘텐츠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카플랫, 렌터카 업계를 디지털화하다

카플랫 홈페이지 화면

렌터카는 크게 단기, 중기, 장기 렌터카가 있는데요. 중기는 월 단위 계약으로 시장이 있는지 확인이 안 된 상황이었고, 장기 렌터카는 대기업이 주 고객이고 가장 큰 시장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카플랫은 단기 렌터카에 집중하였는데요. 단기 렌터카는 주로 여행 사업과 연계된 중소 렌터카에서 오프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프라인으로 굳어진 시장일수록 서비스 마인드가 업체 중심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서비스 초반에 업체와 사용자 간에 갈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옵션 정리가 안 되어 있었기에 업체별 같은 자동차 가격이 왜 다른지 설명도 어렵고, 아반떼를 골랐는데 그랜저로 배달해주는 등 사용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그랜저가 더 좋은 자동차인데 싫어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아반떼를 예약한 입장에서는 큰 차를 모는 것이 부담스러워 시킨 것인데 말이지요. CS, 분쟁을 카플랫이 중재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렌터카 현황을 작성하는 화이트보드

또, 사용자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그날 대여되는 차량을 화이트보드에 직접 기록하고 저녁에는 화이트보드를 지워 버렸기 때문에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업체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제휴사를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이트보드를 대체하고, 자동차 엔진 오일 갈 때가 되면 업체에 알림을 주는 서비스 등입니다. 전국 렌터카 업체 70%가 db에 등록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카시트, 공기청정기 등 차량 옵션에 대한 정보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느낀 점

Citymapper Pass, Citymapper 스마트버스

영국에 Citymapper라는 지도 플랫폼이 있습니다.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에 가장 근접하게 가고 있는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버스, 지하철, 지상철, 자전거 공유, 차량 공유를 아울러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존 런던 교통국에서 발행하던 Travel Pass(교통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행량이 많은 구간에서 Citymapper 스마트버스를 운행했던 것처럼 재미있는 행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차량 공유, 자전거,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합하는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기대됩니다. 


In Car UX 디자인 - 강환철 디자이너 / Lucid Motors

Lucid Motors Vehicle UI/UX

연사님은 현재 전기차 스타트업인 Lucid Motors에서 시니어 UX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계시고, 기존에 Nuance라는 음성 비서 개발 회사, Byton이라는 전기차 회사에서 근무 경험이 있으셨습니다. 현재 양산 차나 컨셉 카에 들어가는 UI/UX를 담당하고 계시고, 주행 보조 기술 (ADAS) 컨셉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보안이 철저하다는 언급을 해주셨습니다. 하나의 제품 개발에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엄청난 자금, 시간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제품 관련 기밀이 나가면 개발 사이클이 짧은 제품에 비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Lucid Motors는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Audi, BMW, Tesla와 차별화되는 ‘Future Luxury’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Lucid Motors는 럭셔리를 ‘사용자 경험'으로 정의하며 UX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Use Case, 사용자 시나리오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 트렌드

1. Electrification: 전기차 개발로 자동차에 공간이 많아졌고, 모듈러 플랫폼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자율 주행도 가속화되면서 자동차가 이동뿐 아니라 사용자 여정에서 경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2. Ride Sharing: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많은데, 차량 제조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 플랫폼,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융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 예측하셨는데요. GM Canvas, Care by Volvo, Audi Select 등 차량 구독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Amazon Alexa 음성 비서가 탑재된 전기차 Audi Etron

차량용 빅스비를 탑재한 삼성-하만 디지털 콕핏

3. Connected Technology: CES 2019에서 Audi Etron에 아마존 알렉사가 탑재된 것을 선보였는데요. 알렉사와 같은 음성비서는 다양한 디바이스와 시스템으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IoT 에코시스템에 차량이 들어오면서, 내비게이션 혹은 가전 기기와 연결성도 고민하는 시점입니다. 이와 같은 에코 시스템에 사용자 데이터, 정보가 쌓이면서 한 번 종속되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고민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벤츠에 타서 사용자가 "알렉사, 창문 내려줘"하는 것이 브랜드 측면에서도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입니다. 

사용자 감정을 인식하여 차내 환경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KIA R.E.A.D. 컨셉 (CES 2019)

차량 내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서 얼마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관심사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신체, 체온, 감정을 분석하여 음악, 차량 환경을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에서의 UX/UI 프로세스

제가 궁금했던 부분인데, 자동차 회사이기 때문에 특수해지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테크 회사와 다를 게 크게 없다고 합니다.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실리콘 밸리에 R&D 센터를 짓기 시작했고, 유입되는 디자이너들이 실리콘 밸리 테크 회사에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차량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과정에 UX 디자이너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ADAS 컨셉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가능한 컨셉인지 확인하고, 모듈을 지금까지 임베디드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지, 인테리어적으로 일관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이기 때문에 강조되는 부분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정보 설계 뼈대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 Bone Structure)

지금 디자인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스크린이 4개이고, 공조, 내비게이션, ADAS 등 기능이 다양합니다. 이런 합의가 없이 여러 디자이너가 기능을 찢어 가질 경우, 마지막에 인터랙션이 안 맞는 등 크게 수정할 부분이 생깁니다. 따라서 반드시 정보를 구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터랙션을 나누어 설계한다고 합니다. 

2. 안전

차량 UX를 설계하면서 잘못된 설계가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다른 모바일 서비스는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탈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 자동차에서는 오히려 스크린에 너무 집중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계속 전방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UX는 필요한 태스크를 완료하고 2, 3초 이내에 운전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사용성 평가 시에도 디자인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집중을 방해하는지(Distraction)에 대해서도 유의한다고 합니다. 

3. 국가별 제약

ISO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 심볼

국제 협약 기준에 의해 디바이스별로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ISO에 차량 안전에 관련된 섹션이 있고 거기에 맞춰 계속 수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비상등 아이콘도 정해진 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Validation Team이 각 나라 법 조항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하나씩 검토한다고 합니다. 중국과 미국에서 차량 UX 디자인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내비게이션 디자인이라고 하셨는데요. 미국의 쭉 뻗은 도로를 달릴 때, 중국이나 아시아 국가에서 혼잡한 도로를 달릴 때, 또 중국어를 내비게이션에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운전 방향이 좌우가 다른 경우, 일본과 영국 같은 경우가 있는데요. 첫 발매 국가에 맞추어 디자인하고 타 국가에 맞춰 수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자동차 UX 프로토타이핑

프로토타입 목적이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프로모션 행사 때 컨셉카를 위한 것입니다. 컨셉카에서는 기능 일부를 프로토타이핑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주행과 비슷한 환경에서 프로토타입 테스팅, VR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도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사용성 검증 목적입니다.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테스트를 한다고 합니다. 스크린이 4개나 되기 때문에 상호 어떤 식으로 연동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한 화면에서 인풋을 하고, 다른 화면에서 아웃풋이 나오는 멀티스크린 인터랙션이 가능합니다. 모션이 인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모션그래픽도 미리 확인해 본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소프트웨어 팀, 의사 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 용도인데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사용하게 하면서 옆에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인풋으로 버튼과 터치스크린

버튼보다 스크린이 인풋 방식으로 더 나은 이유가 있는지에 질문이 있었는데요.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려고 하다 보면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튼보다 터치스크린이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버튼 하나하나를 연결하는 것이 비용입니다. 스크린으로 전체를 대체해 버리면 단가가 저렴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기존에 운전 중 많이 사용하는 공조 등의 기능은 버튼으로 남겨 놓기로 했다고 합니다. 안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기능만 스크린으로 대체를 하고요. 


느낀 점

자율 주행, 전기차, 인공 지능 비서 등 자동차를 둘러싼 컨텍스트가 변화하는 시점입니다. 국가별 정책과 안전성,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라는 다양한 제약 조건 아래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인풋/아웃풋에 대해 고민할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에 도움을 주신 GUI 박나영 주임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박재현 모니카의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