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91] Design in Sweden, Designer in Sweden

2019. 9. 5. 07:50pxd talks
한수영(sooyoung.Han)

지난 7월 23일,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 Above의 인터랙션 디자이너 이진재 님께서 'Design in Sweden, Designer in Sweden'이라는 주제로 pxd talk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방식과 문화,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겪는 경험에 관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미지출처: https://unsplash.com/)

 

들어가며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진재 연사님의 이력과 현재 근무 중인 Above 에이전시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연사님께서는 한국에서 디지털 프로듀서로 일을 하다 스웨덴 디자인 스쿨인 하이퍼 아일랜드로 유학을 가셨고, 그곳에서 인터랙션 디자인과 퍼실리테이션에 관한 공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프로덕트 디자인과 엔지 니어링으로 유명한 스웨덴 이노베이션 에이전시인 Above(https://www.above.se/)에서 인터랙션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스칸디나비안(북유럽) 디자인 에이전시에서의 경험

강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약 1년 5개월 동안 스웨덴 에이전시에서 일하며 경험했던 스웨덴의 업무 방식과 문화, 디자인 특징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그동안 알고 있던 북유럽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어떠한 사고방식과 프로세스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목차

  1. Scandinavian innovation agency
  2. Design + Tech & Physical + Digital
  3. Experience Prototyping
  4. Interaction Designer
  5. Working in Sweden

 

1. Scandinavian innovation agency

1) 모든 제품 디자인의 기본은 사람

북유럽 디자이너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스웨덴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그 무엇보다(심지어 비즈니스보다도)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디자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수많은 인터뷰와 사용자 테스트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수정합니다. 디자인이 끝나기까지, 작업을 진행하는 모든 프로세스상에서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2) 핵심적인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생략하기

공기청정기 Blueair (이미지출처: https://www.above.se/blue)

두 번째는 생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품을 디자인하며 사람들이 자주 쓰는 기능을 노출시키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남겨질 하나의 핵심 기능을 위해 디자인을 진행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지, 줄일 수 있을지, 제거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말이죠. 그 결과 제품의 외형은 기본적인 조형으로 돌아가지만, 핵심적인 기능 수행은 명료한 상태로 만들어집니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심플함을 느낄 수 있지만, 제품의 가장 중요한 기능 하나는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3) 다양한 디자인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추구

  • Locally Produced (현지 생산)
  • Durable & Reusable (튼튼한 & 재사용이 가능한)
  • Biodegradable Materials (분해 가능한 재료)
  • Carbon Emission (탄소 배출 여부)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 중 하나는 '지속성'입니다. Sustainability Manager라는 직함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연분해가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가능하면 스웨덴 안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합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출장을 다닐 때도 비행기보다 훨씬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2. Design + Tech & Physical + Digital

두 번째에서 네 번째 목차까지는 연사님께서 현재 근무 중이신 회사(https://www.above.se/)의 업무 방식과 인터랙션 디자이너의 업무 롤(Role)에 관하여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시간 동안은 어떤 구성원들과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1)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피지컬과 디지털을 풀 스택으로 서비스하는 에이전시

한국에서는 UX팀, 개발팀 등 대부분 팀 베이스로 업무를 진행하는 반면, 현재 근무 중인 회사는 각자 역할을 맡은 인원이 프로젝트 베이스로 팀을 이루어 진행합니다. 또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피지컬과 디지털을 풀 스택으로 진행하는 에이전시이기 때문에 '테크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를 중점적으로 뽑으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진행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디자인부터 실제로 제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개발까지 진행한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3. Experience Prototyping

제작한 프로토타입 모습 (이미지출처: 발표자료)

1) 사용자 경험과 엔지니어링을 초기에 검증하기 위한 프로토타이핑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사내에 함께 있다 보니 제작할 수 있는 프로토타이핑의 레벨이 매우 높습니다. 간단한 인터랙션이나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이 아닌, 제품이 가진 컨셉과 기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워킹 프로토타입을 제작합니다. 이러한 익스피리언스 프로토타이핑 과정을 통해 실제 사용 경험과 기능성, 실현 가능성 등을 컨셉 개발 단계부터 미리 검증을 할 수 있습니다. 제품 기능에 관한 검증은 프로젝트 초반에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후반에는 제품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제작된 워킹 프로토타입을 클라이언트들에게 제공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이 됩니다.

2) 디자인 테크놀로지스트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제작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는 디자인 테크놀로지스트(design Technologist)란 포지션이 있습니다. 디자인 테크놀로지스트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조금 더 엔지니어에 가까운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도가 모두 있기 때문에, 프로토타이핑 제작 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도우며 구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줍니다.

 

 

4. Interaction Designer

1) 사용자 리서치부터 컨셉 개발,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을 진행

스웨덴에서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보통 한국보다 더 넓은 업무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제품의 인터랙션 디자인과 프로토타입 제작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리서치부터 컨셉 개발, 디자인 등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초반에는 함께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하고 그 후로는 제품의 인터페이스를 설계합니다. 하이 피델리티의 인터랙션 디자인 또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해야 하는 시기에는, 초반에 진행했던 내용보다 조금 더 전문성 있게 업무에 몰입합니다. 결국 프로젝트에서 작은 요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사용자와 제품의 관계를 정의하고 전체적인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해야 합니다.

공기청정기를 위해 제작했던 모션그래픽 (이미지출처: 발표자료)

2) 제품의 동작 방식, 인터랙션, 느낌을 알기 위한 프로토타이핑 제작

프로토타입 제작은 프로젝트의 스테이지별로 목표가 달라집니다. 컨셉부터 생산까지 진행하는 프로세스 안에서 현재 단계가 컨셉에 해당한다면,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지 검증해보는 펑셔널리티(functionality) 테스트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합니다. 프로젝트 후반에 가까워지면,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제품의 상호 작용을 테스트하기 위해 LED 개수와 밝기, 반응 속도, 마이크로 인터랙션 등에 관련한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 프로토타입을 제작합니다.

 

 

5. Working in Sweden

마지막 목차에서는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경험했던 업무 문화에 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1) 디자이너, 개발자, 비즈니스 등이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일하는 문화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 1명, 인터랙션 디자이너 1명, 엔지니어 1명 등 각자의 역할을 가진 인원들로 프로젝트팀을 이루어 업무를 진행합니다. 대부분의 스웨덴 회사들은 이런 식으로 한 팀을 이루어 함께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직급 상관없이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본인 일은 본인이 책임지고 의사 결정 하는 문화

스웨덴에서는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동일한 발언권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를 진행할 때도 모두가 발언권을 가지고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합니다. 또한, 인턴들이 미팅에서 리뷰를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리드하기도 합니다. 이때 매니저와 디렉터가 의견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인턴이 책임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인턴이 생각했던 내용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연차에 관해서는 시니어는 좀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인물로, 주니어는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에 능숙한 인물로 생각합니다. 결국 개개인 한 명이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니어가 주니어에겐 업무를 주는 탑다운 방식이 아닌 주니어는 주니어가 커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니어는 시니어에게 적합한 프로젝트를 줍니다. 이렇듯,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는 자신의 의견을 위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모든 걸 혼자 책임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주니어와 시니어가 크는 방향이 모두 달라 어떤 것이 맞고 틀리는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3)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삶의 질에 가치를 더 두는 문화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과 삶을 철저히 분리하고 삶의 질에 가치는 더 두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어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일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 중심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내에 보안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거나 자료들이 많아도 직원들의 가족들은 회사에 별다른 출입제한이 없습니다. 방학 때가 되면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합니다. 아이들을 동반하여 함께 출근하는 것은 흔한 모습이며,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번 강연을 통해 북유럽에서 디자인된 제품들이 어떤 환경과 방식을 거쳐왔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일하는 업무방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내용을 발표해주신 연사분께 감사드리며 독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이상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