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서비스화'의 핵심,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에 관하여

2020. 10. 27. 07:50UI 가벼운 이야기
Jeongsub Lim

1. 개요

본 글에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라는 주제 안에서, 기술 수용 모형(TAM)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들인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을 살펴봅니다.

 

2. 제조업의 서비스화

2015년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해 ‘제4차 산업 혁명’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이미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예정인데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cizing 또는 Servitization)를 들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PSS(Product Service System)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며, 아직은 기존의 제품에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를 적용하는 단계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여겨집니다.

Tukker(2004)에 따르면,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분류하는 일반적인 관점 중 하나로, 다음의 세 가지 항목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1. 제품 지향적 서비스(Product-oriented Service)

기존의 제품 판매에서 서비스 기능을 추가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테슬라(Tesla)에서 제공하는 자체 보험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사고율을 줄여서 보험료를 낮추고, 자율주행 차량 탑승 시 사고가 났을 때 그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지 차량에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2-2. 사용 지향적 서비스(Use-oriented Service)

다수의 사용자가 하나의 제품을 사용하거나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공유경제 플랫폼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우버의 성공으로 자극을 받은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서로 합작하여 지난 2019년에 셰어 나우(Share Now)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설립하기도 하였으나, 비용 대비 수익이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사업을 대폭 축소하였습니다.

2-3. 성과 지향적 서비스(Result-oriented Service)

제품의 판매가 아니라 제품을 통해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렌털업계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홈케어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정수기, 에어컨, 청정기, 비데 등의 가전제품들을 비롯하여 매트리스, 보일러, 수도 배관 등의 실내 환경 전반에 이르기까지, 가전 및 가구 업체들을 중심으로 현재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저희는 최근 ‘제조업의 서비스화'의 일환으로,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센서를 부착하여,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제품이 활용되는 환경을 파악하고 사용자가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즉, 물리적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사용자의 활동 및 행동을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재현하는 서비스로, IoT 서비스 또는 일상 공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제품 지향적 서비스에서 출발하여 성과 지향적 서비스로 향하는 서비스 로드맵이 구축되었고, 로드맵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사용자 시나리오가 제안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해당 제품의 기존 사용자 층이 상대적으로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는 연령대에 주로 분포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단순히 해당 서비스가 유용할 것이라는 믿음만으로는 사용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기존 사용자 층도 부담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기술 수용 모형'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3. 기술 수용 모형(TAM)

한 논문으로부터 인용한 문장입니다.

“Understanding the mechanisms that shape the adoption and use of information technology is central to human-computer interaction.” (Hornbæk. K., & Hertzum. M., 2017)

여기서 말하는 ‘the mechanisms’를 설명하는 유용한 모형들 가운데 대표적으로 ‘기술 수용 모형(TAM)을 들 수 있습니다. TAM이란 Technology Acceptance Model의 줄임말로,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특히 ICT를 수용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모형입니다.

멀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가깝게는 IoT와 자율주행 차량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웹/앱 서비스들을 포함하여, 시장에서 새로운 정보기술을 접하게 되면 사용자는 우선 해당 기술에 대한 일종의 신념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은 기술에 대한 태도, 사용 의도, 그리고 실제 사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특정 정보기술에 대한 사용자의 신념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TAM을 최초로 제안한 연구자인 Fred D. Davis는 1989년의 논문 [Perceived Usefulness, Perceived Ease of Use, and User Acceptance of Information Technology]에서, 이미 논문의 제목에 나와있듯, 특정 정보기술에 대한 사용자의 신념 요인 중 핵심적인 두 요인으로 ‘지각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과 ‘지각된 사용 용이성(Perceived Ease of Use)’을 들고 있습니다. ‘지각된 유용성’이란 사용자가 정보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업무 성과가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 정도, 또는 작업 효율이 향상될 것이라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지각된 사용 용이성’이란 사용자가 정보기술을 사용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믿는 정도, 또는 정신적 노력이 적게 들 것이라고 지각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이후 정보기술 영역의 도메인이 다양해짐에 따라 사용자의 기술 수용에 미치는 요인들 또한 더욱 다양해지면서 TAM은 TAM-2, TAM-3, UTAUT 등의 모형으로 다양한 발전과 변형을 거듭하였으나 이 두 요인만큼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게 됩니다. TAM의 기본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4.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사용 용이성'

Davis는 ‘지각된 유용성’과 ‘지각된 사용 용이성’ 각각을 측정하는 항목으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제시하였습니다.

1989년 당시에는 새로웠을 정보기술인 전자우편(현재의 E-mail)을 예시로 든 측정 항목들입니다. 대체로 ‘지각된 유용성’ 항목들은 기술이 사용자의 업무 또는 일상에 제공하는 유용한 가치들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지각된 사용 용이성’ 항목들은 사용자가 해당 기술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흔히 UX/UI 분야에서 사용성 평가를 진행할 때 활용하는 측정 항목들 가운데 핵심 항목인 ‘유용성(Utility)'과 ‘사용성(Usability)'에 각각 대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지각된 유용성’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곧 그 자체가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용자의 관점에서는 '지각된 사용 용이성'이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TAM의 구조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Perceived Ease of Use와 Perceived Usefulness를 연결하는 화살표가 하나 보이는데요, 이는 사용자가 지각하는 사용 용이성이 곧 유용성을 지각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한데,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쉬울수록 이를 작동시키는 데에 드는 노력은 줄어들며, 따라서 사용자는 그 노력을 다른 활동에 쏟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업무 성과가 개선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Davis는 “All else being equal, we claim, an application perceived to be easier to use than another is more likely to be accepted by users.”라고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UX 실패 사례이자, TIME 선정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 50에 꼽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97의 '오피스 길잡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오피스 길잡이는 현재의 Siri나 Alexa, Cortana의 선조 뻘 되는 지능형 어시스턴트로, 오피스 사용자의 업무 활동에 유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대화형 인터페이스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사용하여 사용 용이성 또한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첨단 기술들이 모두 들어있는 기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실패를 하는데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이 기능이 효율성, 학습 용이성, 이해 용이성, 단순성, 유연성, 사용 자유도, 피드백 제공 등 사용 용이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항목들을 위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도로 개발된 기능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오피스 사용자들은 이 기능이 화면에 보이자마자 짜증을 내며 기능을 끌 방법(또는 영원히 제거할 방법)을 찾기에 바빴고, 이 기능이 제공하고자 했던 유용함을 누리는 데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각된 사용 용이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해당 시스템(또는 서비스)을 사용자가 유용하다고 지각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반대로 사용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기능이 들어있는 시스템(또는 서비스)이 제공된다면, 사용자는 기꺼이 사용의 어려움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상황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하여 기술 영역에서는 컴퓨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Mobile-First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터페이스 영역에서도 수많은 IT 회사들이 전통적인 입력장치에서 벗어나 터치스크린을 비롯한 보다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5. 결론

2020년 10월 13일에 진행된 Apple Event(iPhone 12와 HomePod Mini가 발표된 이벤트)의 도입부에서 팀 쿡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When we approach designing products for the home, we focus on three key attributes. First, they must be easy to use from the initial setup to the way you interact with it every day.”

‘제조업의 서비스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 애플은, 여전히 ‘easy to use’를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이미 20여 년 전, 스티브 잡스는 iPod을 개발하면서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라는 의지만큼이나 ‘사용자는 세 번의 클릭만으로도 원하는 노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의지를 강하게 반영하였습니다.

현대의 첨단 기술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은 자연어 처리, 사물 인식, 패턴 인식 등의 분야에서 사용 용이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용성과 사용 용이성 이외에도 UX 디자이너가 고려해야 하는 가치와 요인들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디지털화(Digitalization), 나아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측면에서 ‘제조업의 서비스화'의 핵심에는 ‘유용성'과 함께 ‘사용 용이성’이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6.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