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스터디 가이드

2012. 10. 9. 08:12UI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디자인 씽킹)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큰 유행을 탄 용어이며, IDEO = Design Thinking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IDEO를 대표하는 혁신 방법이다. 미국에선 이제 유행이 지나가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많지만, 우리의 상황에선 아직도 많은 생각을 주는 반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용어라 회를 나누어 설명해 보려 한다. 이 글은 전문 디자인 연구자를 위한 글이며, 대중적인 요약본은 디자인 사고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스터디 가이드는 글을 먼저 끝까지 읽고 난 다음, 다시 글을 읽어 가면서, 각 주에 붙은 링크들을 따라서 하나씩 원문을 읽어 보면 디자인 사고의 대략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참고 문헌의 짧은 요약을 제공하였으므로 판단에 따라 건너 뛰어도 될 것이다. (피엑스디 구성원들에게는 모든 영문 자료를 번역한 PDF가 있으므로 참고바람. 저희에게 저작권이 없는 문서는 외부로 배포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자... 비즈니스 위크가 2009년에 특집 기사를 실었고,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패스트 컴퍼니 등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2012년에 매일 경제에서 특집으로 다루었다. 또 2011년 5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의 임직원이 가져야 할 철학이자 정신은 고객마인드, 브랜드 차별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며 이 세 가지가 '이마트 웨이(way)'라고 강조하는 등 국내 기업가, 정치인, 교육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디자인 사고는 무엇인가?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란?
디자인 사고는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갖고 있는데, 먼저 이해를 위해 그것이 속한 상위 범주에 대한 주장 중, 공통적인 것을 추려보면,

1. 디자인 사고는 생각하는 방법, 즉 사고 방식이다.
2. 디자인 사고는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론 혹은 프로세스이다.
3. 디자인 사고는 새로운 교육과 경영 패러다임이다.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1]

1. 디자인 사고는 생각하는 방법이다.
아이디오IDEO의 CEO 팀 브라운 Tim Brown은 "디자인적 사고란 소비자들이 가치 있게 평가하고 시장의 기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작업방식을 이용하는 사고 방식이다"라고 설명한다.[2]

그런데 이렇게 하면, '디자인 사고란 디자이너가 사고하는 방식이다'라는 다소, 동어반복적인 정의가 되기 때문에 과연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사고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방법이나 도구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는 이 사고 방법은 1. 집중적 사고와 확산적 사고, 2. 분석과 통합, 3. 실험 허용, 4. 낙관적 문화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4]

반면, 디자인 씽킹(The Design of Business)의 저자 로저 마틴(Roger Martin)은 이러한 사고 방식은 미국 실용주의 철학에 근거하고 있으며, 기존의 분석적 사고의 중심이 연역과 귀납인데 반해 혁신을 위한 사고법은 귀추논리(abductive reasoning)를 따르고, 분석적 사고의 숙련과 직관적 사고의 창조성이 역동적으로 균형을 이룬 것이 디자인 사고라는 주장이다.[5][6]

2. 디자인 사고는 방법론이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사고 방법이라면, 디자인만 있는게 아니라, 역사학적 사고도 있고 서예적 사고도 있는데 굳이 디자인 사고가 중요한 이유가 뭔가? 더군다나 디자인 사고의 방법 중 많은 부분이 민족지학 ethnography등 사회/인문 과학에서 빌려온 것인데? 이렇게 피터 머홀츠Peter Merholz은 질문한다.[7]

이에 대해 팀 브라운은 구체적인 방법론 설명을 추가한다. 1. Inspiration (관찰, 공감, 협력하여 영감을 얻음) 2. Ideation (통합적 사고-확산과 수렴-를 통해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음) 3. Implementation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실패하고 개선하는 것을 반복하여 최선의 답을 얻음)[8]

또 마크 치어스크 Mark Dziersk 같은 사람은 디자인 사고를 새로운 것이 아닌, 이미 완벽하게 검증된 방법론으로 생각한다. 그는 1. (관점,관찰을 통해)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2. 많은 선택 가능성들을 탐구하며(확산적 사고와 다수의 프로토타이핑) 3. 선택된 방향을 정교화하고 (수렴적 사고와 테스트) 이 과정에서 실패를 반복하면, 4. 최종 결론을 실행하는 프로세스로서,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성공이 보장된, 검증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9]

3. 디자인 사고는 경영/교육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 가능한 명쾌한 논리적 귀결은 디자인 사고가 아닐 수 있다. 척 존스Chuck Jones를 인용한 사라 베크만Sara Beckman의 글에서는 Six Sigma의 지지자들을 포함하여 기존 기업의 사람들은 뉴튼 물리학자처럼 잘 정의된 측정을 이루면 개선 혹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디자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양자 물리학자들처럼 상상 속에서 무엇이든 가능한 것을 만들어낸다고 비유한다. 그래서 오늘날 뉴튼의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이 동시에 필요하듯이, Six Sigma 같은 기존 경영의 패러다임과 디자인 사고와 같은 불확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의 패러다임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10][11]

GE에서는 만화책을 보게 하고, 자신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만화로 표현하는 것부터 디자인 연수를 시작한다. 2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적 상상력'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디자인 활동을 확대시킨 기업들이 5년 동안 다른 기업에 비해 매출이 평균 40% 늘어났다고 한다. P&G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촉진자 facilitator에 의해서 반나절에서 2주 이상의 워크샵을 진행한다.[12]

이에 반해 디자인 사고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돌아선 부루스 누스바움Bruce Nussbaum은 디자인 사고는 실패한 실험이라면서, 디자인 컨설턴시들은 이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문제는 몇몇 성공 사례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이 프로세스를 적용했을 때, 성공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면서, 차라리 '디자인'으로 포장하지 말고, '창조성(Creative Quotient)'으로 광범위하게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고 말한다.[15]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누스바움의 지적대로 우리가 대체로 말하려는 바는 '창조성'인데, 그 창조성을 맨날 추상적으로 창조성이라고만 말하니까 별다른 발전이 없다가, 디자인 분야의 방법을 빌려오는 순간 매우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 사고'의 효용성이 여전히 있다는 쪽이다.

예를 들어 '창조성' 교육이 고등학교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복잡한 생각할 것 없이, 진정한 디자인 수업(입시 미술 말고!)을 실행한다면, 즉 사람들을 관찰하고 불편에 공감하며, 시각적인 해결책을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테스트와 실패를 거쳐 다듬는 훈련을 시킨다면, 다수의 창조성 교육이 훨씬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19]. 실제로 미국에선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결합 교육[13]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수준에서도 이러한 디자인 사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14] 기업 경영에서도 두루뭉실하게 시도하는 것 보다는, 지금의 디자이너들이 하는 것을 차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기업 경영의 경우 분석적 사고가 과도하게 중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 논점을 이어서, 왜 디자인 사고가 부상했고 필요해졌는지를 좀 더 설명해 보겠다.


왜 디자인 사고가 필요한가? 그리고 디자인 사고의 역사
2000년대 초반 피엑스디를 설립하고 컨설팅을 하러 대기업에 가면 늘 받게되는 질문이, 작은 수의 사람들을 관찰 조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었다. 기존 경영이 데이터와 통계에 근거한 분석적 사고를 요구했기에, 필요한 건 언제나 '신뢰성'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하려는 것은 항상 관찰을 통해 작은 신호(weak signal)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인해 펼쳐 나갈 수 있는 '타당한' 혁신적인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과거나 현재로부터 증명가능하다면 그것은 혁신은 커녕, 새로운 것도 아닌데, 경영진들은 이 부분을 깨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적 사고는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과학적 사고'와도 연결된다. 세상이 주먹구구라면 필요한 건 과학적 사고다. 경영이 주먹구구라면 필요한건 측정과 자료 분석에 의한 판단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어른들과 경영자들은 정해진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다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한다. '이것이 최선인가?'라고 질문하지만 실은 '최적인가?'라는 질문, 즉 신뢰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디자인 사고는, 답은 여러 개일 수 있으며(타당성) 자신의 전략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므로 최선이면 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시간을 계속 주면 계속 최선을 찾기 때문에 꼭 '마감 시간'이 필요하다고 팀 브라운은 말한다(ㅎㅎㅎ).

IDEO도 그랬던 것 같다. 90년대부터 디자인에서 이렇게 답을 찾는 방식이 다른 사업 영역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되자 IDEO에서는 이러한 디자인을 소문자 디자인("design with a small d")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그림 그리는 디자인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스탠포드 디자인 대학도 d.school이다) 그러다가 뒤에 "thinking"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8] 물론 IDEO와 무관하게 동시에 이루어진 흐름도 많다.[1]

그런데 왜 pxd와 같은 UX 컨설턴시가 이러한 방법을 차용하여 혁신을 이루었을까? 왜 IDEO에서 전통적인 디자인 문제보다 다른 디자인 문제를 더 많이 의뢰받게 되었을까? 바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변하고, 그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기업 즉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왜 디자인 사고가 필요한가를 문헌들로 정리해보면,
1. 혁신을 위해서 명확하게 정의 되지 않은 문제(wicked or ill defined problem)를 풀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기존의 분석적 사고로는 힘들다.
2. 소비자가 변했다. 더 이상 생산만 하면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없으며, "똑똑한 대중" 혹은 "참여 군중"은 기업이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 공감에 기반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것을 요구한다.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디자인 사고 찬반 토론
가장 많은 비판은 기존 '디자인'과 무엇이 다르냐?일 것이다. (아래 박스 한마디 참고) 차이점이 없다면서 부정하는 입장도 있지만, 디자인 사고라는 용어에 찬성하는 사람도 이것이 기존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9] 반복하여 실행 가능하고, 이렇게 할 경우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검증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비판자들은 디자인 사고라는 방법에 의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극단적으로 디자인 사고라는 지난 10년간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있다[15]

물론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디자인 사고를 유일한 대안으로 간주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대부분 비즈니스 사고(Business Thinking) 혹은 다른 이름의 논리적 사고와 병행해서 사용해야 하는데[7], 그 이유는 각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디자인 업계는 늘 경영의 중심에 서고 싶은 욕망을 다양한 용어로 표현했는데, 1970년대의 디자인 경영에서부터 시작해서 UX, 디자인 사고, 그리고 서비스 디자인까지 그러한 역할을 하려고 애썼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히 성공한 것이 없다는 비판 또한 가슴 아프긴 하지만 받아들여야겠다.


디자인 사고의 정의
결론적으로 디자인 사고란,
1. 디자인 분야에서 시작된 혁신 프로세스와 사고 방법으로서,
2. 인간을 관찰하고 공감하며 소비자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3. 통합적 사고(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의 반복) 및 프로토타입과 테스트의 실패를 반복하여 최선의 답을 찾는,
4.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의 구체적 형태이며 이를 교육과 경영의 전 범위에 도입하려는 패러다임이다.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참고한 글들은 다음 몇 회에 나눠서 요약해 보겠다.

[전문가 한마디: 전수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
저도 design thinking에 대해 관심 있어서 2010년에 리차드 뷰캐넌 교수가 주관했던 managing + designing이란 국제워크샵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가지 토픽에 대해 얘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이미 "design thinking is dead" 또는 design thinking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는 IDEO가 design thinking을 design process, design methods, design toolkit 이런 식으로 너무 상업화시켜 버렸다는 비평에서 시작해서, design methods나 design process를 적용하면 전부 다 design thinking인가? (사실 이 부분은 현재 서비스 디자인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너무 흡사) 등이었습니다. http://convergence.case.edu/ 웹사이트 안에 position statements에 들어가면 참석자들이 각각 1페이지 정도로 제출한 다양한 statements들도 pdf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상당한 내공의 참석자들이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뷰캐넌 교수의 정의: "Design is the human power of conceiving, planning, and making products that serve human beings in the accomplishment of any individual or collective purpose."에 따르면 디자인은 이미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고 디자인에서 사고를 따로 분리할 수는 없는데, thinking이라는 말을 더함으로써 어떤 면에서는 디자인을 다시 아트/기술로 격하시킨 느낌도 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designing thinking이 너무 상업적으로 (아무래도 용어 자체를 만들어서 전파시킨 사람들이 business, management쪽 사람들이다 보니) 과대 포장되면서 design principle, values, ethics 같은 근원적인 문제들이 과연 현재 design thinking에서 얘기하고 있는 범주들에 들어가나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design thinking이라는 말보다는 design이라는 개념으로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하는게 맞는 방향인 것 같은데...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계속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또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고...UI, UX, 서비스 디자인까지 전부 다 그런 느낌인 것 같은게 전체적인 제 생각입니다



[참고##디자인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