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38] Lean UX와 Agile UX - UX디자이너 김수영씨와의 대담

2013. 11. 28. 18:08pxd talks
알 수 없는 사용자

10월 초에 한빛미디어에서 Lean UX를 한국어로 번역해 펴냈습니다. 번역자는 현직 UX디자이너인 김수영 씨인데요. 현재 엔씨소프트에서 실제로 Lean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수영 씨와 함께 Lean UX에 대한 대담을 가져 보았습니다.

참고로 Cooper에서는 5월에 Lean UX의 저자인 제프 고델프(Jeff Gothelf), 조시 세이던(Josh Seiden)과 대담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pxd :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수영 : 학부 전공은 영문학이고, 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공부했다. 핀란드 UIAH의 New Media Lab에서 교환학기를 보내면서 Experimental interaction 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05년 초부터 3년 정도 팀인터페이스에서 UX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고, KTH에서 UX팀을 5년 정도 맡았다. KTH 멤버 일부와 함께 팀을 구성해 NC소프트로 옮겨와 현재 Lean 방식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Agile & UX


pxd : 애자일(Agile) 방법론을 접하게 된 계기는?
김수영 : 개발 방법론으로서 애자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되었는데, 결정적으로 이터레이션 방식 등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계기는 2010년 Adaptive path의 UX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이다. 이 때 기존의 랩 테스팅(Lab testing) 기반의 유저빌리티 테스트로는 부족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이를 UX개선의 시작점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후 회사의 기존 프로세스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정리해보고 재정의해보는 작업을 했다.

pxd : 애자일과 UX의 공통점은?
김수영 : '만들고-써보게 하고(물어보고)-고치고'의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다만 UX는 그 과정이 좀 많이 길고, 애자일은 짧을 뿐. 이 때문에 기존의 UX 프로세스대로 진행하면, 자잘한 것 말고는 나중에 가서 고치기가 어렵다. 이런 한계에 부딪혔을 때 다른 방법을 알아보았고, 그 때 눈에 들어온 게 애자일이었다. 애자일과 UX의 프로세스를 결합하면 훨씬 나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xd : KTH에서도 원래 애자일하게 작업하고 있었나?
김수영 : 개인적으로 시도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는 있으나 조직적으로, 전반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았다. 워터폴 프로세스(Waterfall process)에 최적화 되어있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부의 반발이 있었다. 처음 시도한 변화는 두 가지였다.
1) 첫 번째는 파워포인트로 화면을 그리지 말고, 설계 툴을 쓰자는 것
- 파워포인트로 열심히 화면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고 다시 또 문서를 고치고 하는 작업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2)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도입
-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UI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 두 가지만 해도 기존 방법을 뒤흔드는 것이라 전혀 반길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했어도 힘든 변화였을텐데, 지금 돌이켜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폭탄을 투하한 급이었을 것이다.

pxd : 파워포인트를 대체할 툴은 어떤 걸 사용했나?
김수영 : 파워포인트를 대체할 툴로는 NHN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골랐다. 여러 가지 툴을 검토했는데, 기본으로 고려한 것이 설계 안이 프로토타입으로 퍼블리싱(publishing)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비용이나 보안, 언어 등의 이슈로 디자인스튜디오를 선택했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코드는 아니고, 다시 마크업을 해야 한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유용한 기능이 많았는데 그때문에 학습 시간도 오래 걸렸다. 분명 파워포인트 문서를 보면서 일일히 리뷰하는 시간이 줄어, UX 조직의 업무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툴에 대한 학습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로 인해 업무과정을 빠르게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던 중 모바일로 회사 서비스의 무게 중심이 넘어가면서, 디자인 스튜디오 사용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모바일은 웹에 비해 단순한 편이라 바로 스케치하자고 했다. 지금 그렇게 일하고 있다.

pxd : KTH에서 UX는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변화를 주도했나?
김수영 : UX는 지원 조직이었다. 화면 설계는 기획쪽에서 했고, UX는 주로 서비스의 검증과 개선 관련 일을 했다. 처음 시도한 2011년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2012년에는 방법을 좀 바꿔서 개발팀장들과 함께 비공식 그룹을 만들었다. 개발 팀장들과 함께 기존업무 방식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했고, 2012년 초에 파일럿으로 애자일 방식을 적용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이터레이션을 돌고, 회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서비스 런칭 후 금방 접게 되어 성공 사례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구성원의 몰입도와 만족도, 유대감이 정말 높았다.

pxd : 방식 적용 초기에 반발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김수영 : 초기에는 서로 생각을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초반부터 개발, 기획, 디자인이 함께 모여서 의논하는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회고'를 계기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회고는 2주 간격으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회고에서 서로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갭을 깨달는 시간이었다. 책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기획자는 어떤 책을 만들까를 생각할 때, 개발자는 일단 몇 페이지인지 파악해서 어떻게 제본을 할 지 고민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바라보는 수준이 달랐던 거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함께 느끼고, 목표를 싱크해가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점점 높아졌다. 마지막 회고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내가 주체가 되어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확실히 고정된 것에서 작업하기를 바란다. 겉보기에는 약간의 변화라도, 그걸 고치려면 구조를 다 바꿔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꾸지 못하는 구조라면 그 자체가 애자일에 맞지 않다. 너무 깊이, 열심히 만들면 절대 못 버린다. 쉽게 버리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애쓰지 말아야 한다.

pxd : MVP와 연결하여, 시장에 내놓는 최소 수준을 어느 정도로 잡을지가 굉장히 어렵다. 욕심이 계속 올라간다. 이것만 더 고치자, 이것만 더 잘하자…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최근 pxd 내부에서 날씨 앱을 만들 때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다'라는 가치가 구현되었을 때 바로 내놓았어야 되는데, '타 제품과 비교했을 때 최소한의 기능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늦춰졌던 것 같다.
김수영 : 사용자를 끌어들여서 써보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바로 배포해야 된다. 앱 스토어에 등록하는 수준은 이 서비스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MVP는 써보게 할 정도면 된다. 그 때부터 사용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그 것을 기준으로 더하고 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조금만 더 잘하자’가 정말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만드는 사람의 욕심인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pxd : 속도(Speed)를 강조하는 애자일과 품질(Quality)을 강조하는 UX가 어울릴 수 있을까?
김수영 : 애자일 방법론은 이상적 UX 프로세스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애자일에 매력을 느꼈던 계기는 개발자가 직접 프로토타이핑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크게는 같은 걸 이야기하고 있다고 본다. 아직은 두 지점이 만나지지 않은 듯하지만. 요즘은 애자일 개발 조직들도, 디자인과 UX를 어떻게 끌어들일지 고민하고 있다.



LEAN UX


pxd : Lean을 접하게 된 계기는?
김수영 : 애자일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던 중 Lean UX를 알게 되었다.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을 정말 공감하며 읽었다. 이전의 애자일 UX에서 시도하던 개발-디자인이 교차되는 이터레이션에 비해, '동일한 이터레이션에서 동일한 일을 한다'는 린 UX의 개념이 더 나은 협업의 형태라 생각되었다.

다함께 목표를 공유하는 건 참 어렵다. 맞춘다고 맞췄는데도 각자 자기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다. 제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 조금씩 해소된다. 초반에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는 리스트를 활용해 백로그에 다 적어둔다. 심지어 '백로그 위시리스트'라는 것도 만들어, 백로그에 들어갈만하지 않은 아이디어도 일단 다 적어둔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안심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언젠가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시기를 함께 견디다 보면, 점점 쓸데없는 이야기가 확 줄어든다.

pxd : 정성적 조사와 정량적 조사를 어떤 식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는가?
김수영 : 정성적인 부분은 사용자를 만나 의견을 듣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에 대해 고민하고, 실제로 쓰고 있는 걸 보면서 진짜 수정해야 되는 부분을 결정한다. 바꾼 다음에 다시 사용해보게 하면서 바뀐 점이 있나 보고.
팀 내부에서 의견이 갈릴 때는 내부 논쟁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의문점으로 모아두었다가, UX담당자가 실제로 사용자를 만나러 갈 때 알아볼 것들에 반영한다. 공유 문서를 통해 사용자에게 물어볼 것들을 함께 수렴하려 한다.

pxd : 사용자의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바꾸면 사용자가 좀 더 편할거야’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을 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Not data-driven, but data-informed). 데이터를 무시하고, 고치지 않고 그냥 놔둔 경우도 있나?
김수영 : 데이터를 이기긴 힘들다. 숫자보다 강력한 건 없으니까. 특정한 데이터가 나왔을 때, UX 쪽에서 의심이 간다면 이를 검증할 만한 다른 데이터를 찾아본다. 이런 방식으로 일종의 인사이트와 데이터를 교차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은 반영해 고치고, 어떤 점은 넘어가야 할지 결정한다. 이렇게 데이터를 읽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공을 들였다. 물론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때는 반영시키지 않겠지만, 애매할 때는, 검증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데이터를 믿고 받아들여야 한다.

pxd : 그렇지만 미시적인 데이터 수치만 따르다보면 Local Optimization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김수영 : 데이터랑 싸울 때의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인 것 같다. UX 담당자의 경험이나 인사이트도 중요하고, 그때그때 나오는 수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목적을 향해 가면서 가시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버틸 수 있게 UX 조직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pxd : 정말 학습 싸이클을 여러 번 도는 게 도움이 될까? 시험을 많이 친다고 공부를 잘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김수영 : 실제로 궁금하고 검증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팀이 함께 가설을 세운다. 유저 스토리로 이터레이션 목표를 정하고 세부 가설을 적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예상과 다른 가설이 나올때 이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싸이클을 여러 번 돌다 보면,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는 걸 확실히 체감하게 된다. 현실을 좀 더 빨리 직시하게 된다. 이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간혹 UX 리서처(Researcher)이면서도 인터뷰 후에 사용자를 믿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다(ex. 우리 타겟이 아닌 것 같아).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한다. 사용자들로부터 배울 거리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진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역량일 것이다.

pxd : Lean UX 방식이 UX 디자이너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까? 보통의 UX 디자이너가 잘 성장하지 못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결정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피드백을 빨리, 많이 못 받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린 UX 방식을 하면 그런 부분이 해소되나?
김수영 : 일종의 다른 트랙의 성장인 것 같다. Lean 방식의 경우 중간에 공부할 여유는 없는 편이다. 평소에 많이 봐두고, 큰 흐름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빨리 설계하고, 실행하면서 아름다운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굉장히 소모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역할의 사람들과 협업하면서도, 같은 역할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는 기회가 전문분야에 대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각 부분별로 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래와 같이 대답해 주었다.
개발 :
이 업무방식에서는 쉽게 바꿀 수 있게 코드를 짜야 하는 것 같은 반면, 구조적으로 코드를 짤 수 없는 것이 문제. 처음에는 각기 다른 화면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비슷한 것이 보임.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걸 해놓고 만들었으면 훨씬 잘 만들텐데 하는 아쉬움. 이제 그 작업(공통부분에 대한)을 다시 해야 함. 만들면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계속 받게 되는데, 들으면서 어떻게 구현해야할 지 생각하게 되고,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우회방법을 찾아내고 여기서 분명히 학습이 일어난다고 생각.
디자인 :
개인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디테일하게 팔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개개인이)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 예를 들어 UX 디자이너와 어떻게 할지 화면을 가지고 의논하는데 (서로 수준이 안맞아서) 잘 이해 못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을 것. 개발 역시예전에 정말 디테일을 파고 또 파는 걸 해봤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됨.
UX :
일단 스케치 능력이 향상된 듯. 많이 그리고, 버리고 또 그리다보니. 큰 범위로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길러지는 것이 장점인 반면, 어쩔 수 없이 디테일을 포기해야하는 아쉬움도 있음.

pxd : 소모되는 것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몰입해서, 열심히 했을 때 되는 것 같다. 현재 pxd는 부업처럼 Lean UX 실험을 하고 있어 몰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에서 린 조직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김수영 : 우리는 처음부터 사내의 스타트업처럼 만들어졌다. 기존 대기업 방식과는 무척 다르다. 인원 문제만 해도 원래 방식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해도 10명, 20명을 모아서 시작하는데 우리는 겨우 5-6명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직무별로 구조화된 기존 조직에 퍼지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변화로 느껴질 것이다.
현재 6개월 안에 앱 스토어 등록과 서비스 런칭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소모적이라기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분명 리스크도 있다. 만약 이 방식으로 하다 실패했을 경우 경력에 무의미할 수도 있고, 다시 기존의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부담을 느끼는 팀원도 있었는데, 우리의 미션은 ‘뭐든 만들어보자’이고 처음에 하는 건 다 실패한다- 고 설득하며 빨리 빨리 만들어 보자고 했다. 예상치도 못하게 첫 번째 아이디어가 엎어지지 않고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는데, 좋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초반에 작게 여러 번 실패해보면서, 그 과정에서 방법들을 많이 축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중간에 엎거나 실패하는 경험 없이 상용화를 했다가 잘 안되었을 경우의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도 된다.

pxd : Lean UX 방식에서 앞으로 UX 디자이너의 역할은?
김수영 :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UX 디자이너가 제일 잘할 것 같다.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목표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 다른 역할의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목표에서 멀어질 때 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Project Manager의 개념보다는 Project Facilitator에 가깝다. 애자일의 스크럼 마스터와 비슷한 면도 있고.

pxd : 해주고 싶던 이야기나 pxd에 궁금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김수영 : 에이전시에게 린 방식을 가지는 게 뜻밖이다. 기업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만, 에이전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학습하고 대기업과 일할 때 적용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pxd : 현재 우리 방식(waterfall)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무척 공감은 하고 있다. 대안이 애자일이나 린일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건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시장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지 않았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너무 어렵다. 대기업도 신규 사업에서 많이 실패하고 있다. 원래 해오던 대로, 이렇게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시도 한 뒤에 시장에서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구현하는 과정(더블 다이아몬드에서 나오는 Develop-Deliver부분)은 Lean 방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수치적인 데이터를 관찰하면서 자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앞부분인 Discover-Define 관련된 부분, 예를 들면 핵심 가설을 설정하는 과정은 Lean UX 방식도 크게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사용자에 공감하는 시간은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pxd : 마지막으로 린 UX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수영 : 개인적인 관심으로 번역한 책이다. "Lean UX를 경험한 사람이 쓴 첫번째 책"이라고 생각한다. 린 UX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지만, 이것도 그저 시작일 뿐이다. 시작할 때 가이드로는 쓸만하지만,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현재는 UX for Lean Startups를 번역하고 있다.

긴 시간동안 솔직한 경험을 공유해 주신 김수영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수영은?
마음으로 문학을 배우고, 몸으로 Digital Media Design을 익혔다. 운이 좋아 교환학생으로 간 핀란드에서 실험적 인터랙션(Experimental Interaction)과 HCI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다행히 재능이 좀 있었는지 팀인터페이스에서 유저 리서처로 국내외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5년 가량 KTH에서 UX팀을 맡아 인하우스 UX 조직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적 일을 시도했다. 현재는 엔씨소프트에서 린 팀을 표방하여 만든 작은 팀의 리더로, 게임이 아닌 ‘뭔가 멋진 것’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 출처 : 린 UX 책날개



[참고##Lean UX##]

[참고##pxd tal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