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애자일 UX 디자인

2014. 11. 4. 01:00리뷰
이 재용

애자일 UX 디자인
지속적인 린 방식의 애자일 프로젝트 성공 가이드
린지 래트클리프,마크 맥닐 지음/ 최가인 옮김
Agile Experience Design: A Digital Designer's Guide to Agile, Lean, and Continuous 2011

사실 알고보면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것이 원래 디자인 사고(디자인 씽킹)이고, 린하고 애자일하다. 그러나 워낙 폭포수 방법(Waterfall Process)에 익숙하다보니 그것이 아닌 곳으로 디자인이 들어가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피엑스디에서도 2011년부터 애자일 UX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Agile과 UCD) 그 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Lean UX에 대한 스터디, Lean UX Lab. 설립, 내부 Lean 프로젝트 구동, 스타트업과의 Lean 방식 협업 등을 통해서 계속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나,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Lean UX에 대한 책도 수 차례 이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지만, 그 근간이 되는 Agile UX에 대한 안내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2011년에 나온 애자일 UX 디자인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1부에서 애자일을 소개한다. 그리고 UX 디자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를 돕는다. 2부에서는 프로젝트 절차에 따라 하나씩 설명하고, 맨 마지막에는 이 방법 과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을 실었다. 물론 최근 책이니만큼 애자일에 린 UX 개념을 섞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디자인 과정은 대형 디자인 대행사, 유형의 제품, 그리고 마감 시간으로 대표되는 낡은 인쇄술의 세상에 갇혀 있다. 최악의 경우, 자기중심적 엘리트주의와 집단 사고방식의 세계일 수도 있다. '디자인'이야말로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p24
흠... 사실 무얼 말하려는지 대충은 알겠는데 정확히 이해가 안 가서 영어를 찾아봤다.

The design process is stuck in the old world of print: a super conglomerate agency, tangible artefacts, and deadlines. At its worst, it can be a world of ego-driven elitism and tribal mentality. Design needs to be redesigned.

약간 의역을 해 보자면, 

디자인 프로세스는 인쇄물을 디자인하던 시절에 갖혀 있다. 유명 에이전시에 맡기고, 특정한 날짜까지 고정된 형태의 결과물을 받는 방식 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들만 잘났다는 집단적 엘리트 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야말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애자일 방식의 개발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디자이너의 태도도 바뀌어야만 한다. 통합적, 협력적이고 고객, 비즈니스, 기술적인 요구 사항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p29) 한 번에 멋진 디자인을 짜잔 하고 보여주는 것 보다는, 반복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제 디자이너가 이런 일을 감내하기는 어려웠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저항이 있지만, 피엑스디의 경험을 보면, 기존의 프로젝트에서는 탄탄한 리서치와 논리를 배경으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프레임웍을 그리고, 많은 인원이 최소 한 달 이상 디자인 시안을 반복하여 산출한 뒤, 고객에게 가장 엄선된 디자인을 보여 주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어떤 디자이너들은 팀 내부에서조차 미완성된 디자인을 보여주기 싫으니까 "조금만 더 다듬고 보여드릴께요"라고 하기도 했다.

사실 디자이너들이 이런 태도를 갖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남아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면, 대개 디자인 전공이 아닌 고객들은 이 디자인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니까, 우리가 생략한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한다. 그걸 구구절절이 설명하려면 피곤하니까, 군소리 안 나오도록 완벽한 디자인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애자일 혹은 Lean UX 과정에서는, 고객에게 하루 이틀 동안 그린 UI 와 GUI를 보여 주어야 한다. 애자일을 완전히 체화하지 못 한 상황에서는, "아니 이렇게 디자인이 횡할 수가?"라는 생각이 들고 실망한 고객의 얼굴을 본 우리 디자이너들도 창피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피엑스디가 갖고 있는 최고의 무기인 '사용자는 이렇다'라는 것에 대해 확신도 없는 상태니까, 결국 목소리 큰 사람 의견에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언제나 Lean 이나 Agile에서 디자이너의 태도에 대해 언급하지만 실제 디자이너가 해 보면 정말 피하고 싶은 프로세스로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방법은 정말 다 같이 한 팀이 되어 함께 고민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디자이너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 많이 설명해 놓고 있다.

나는 디자이너인데 왜 신경 써야 해?
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고 있으니 꼭 읽어 보아야 겠다.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들, 방법들이나 상황, 사례를 다루고 있는 점은 이 책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다. 많은 사례가 생생하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반면 책이 굉장히 어수선하다. 프로세스에 맞춰 체계를 잡아 썼기 때문에 목차만 보면 굉장히 짜임새가 있는데, 개별 내용을 읽어 보면 많이 혼란스럽다.

애자일을 모르는 디자이너를 위해 설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애자일의 핵심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애자일 방법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린 UX (Lean UX), 서비스 디자인 등은 각각을 따로 공부한 후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이 어수선한데는 사실 번역도 한 몫하고 있다. 되도록이면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노력은 높이 사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혼란이 너무 많다. 애자일/Lean UX의 기본 용어를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혼란스러운데 모르는 사람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용어에 대한 몇 가지 추가 생각


이 외에도 자세한 그림을 통한 설명 등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책이다. 하지만 Agile UX에 대한 책이 많지 않아서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Agile 프로세스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나 아직까지 저항이 심하지만,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하우스와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이 모두 Agile이나 Lean으로 옮겨 가 버리고 나면, Waterfall 밖에 할 줄 모르는 에이전시 디자이너들은 그대로 화석이나 유물이 되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참고##Lean 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