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다이어리 & 소소한 이야기

pxd 에코백 Ver. 1.618 제작 이야기

Limho 2020. 1. 22. 10:57

첫 번째 에코백 이야기

2년 전, 사내 행사 기념품으로 에코백을 처음 만들었다. 목표는 ‘회사 사람들이 자주 들고 다닐 만한 에코백 만들기’였다. 막연한 목표였지만 ‘집안 한구석에서 다른 에코백들과 함께 묵혀지는 에코백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면 소재나 캔버스 천보다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야, 개인이 가진 많은 에코백 중 한 번이라도 더 선택받는 에코백이 되리라 생각했고, pxd 아이덴티티 컬러 중 하나인 그레이 컬러의 워싱 처리가 된 원단을 선택하여 에코백을 제작했다.

문제는 인쇄할 내용이었는데, 회사 로고를 넣어 인쇄하자니 조금 망설여졌다. 기업 로고가 인쇄된 에코백들을 필자도 선호하지 않는 데다, 아무리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로고라 하더라도 일종의 패션 아이템인 가방에 기업 로고가 인쇄되어 있다면 회사 사람들이 들고 다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사내 행사 기념품인데 회사의 이미지를 배제할 순 없어서 아래와 같이 ‘황금비율을 적용한 pxd 로고타입 작도법’을 넣어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그런 걱정들을 덜었다.

 

pxd 에코백 Ver. 1.0
pxd 로고타입 모션 -고유정 선임연구원

 

 

두 번째 에코백 이야기

신입사원 웰컴 킷의 일부로도 활용한 pxd 첫 에코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진되었다. 기존 가방 그대로 추가 제작을 하려다, 이왕 만드는 김에 첫 에코백에 대한 pxd연구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여 만들기로 했다.

“휴대폰이나 지갑, 노트북 부속품을 따로 넣을 수 있는 속주머니가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원단이지만 얇아서 노트북처럼 무거운 물건을 넣고 다니기엔 불편해요.”
“가방 입구 중간에 작은 벨크로를 부착해서 물건을 넣었을 때 가방 입구가 덜 벌어지게 하면 좋겠어요.”

등의 주요 피드백을 수용하고 pxd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세웠다.

가방 디자인 구상 과정 중에 피드백을 줄 만한 사람들이 필요했다. 예산을 만든 실질적인 제작자이며, 첫 번째 에코백 제작을 주도했던 경영지원팀 팀장과 평소 에코백을 자기 몸처럼 애용하는 LeanUX 연구소 소장(필명 무이)을 섭외했다. 관련자, 관심자를 만족시키는 것도 제작 목표로 삼았는데, 위 두 사람을 만족시키면 구성원 대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속주머니 만들기

사람들의 요구대로 아이폰 플러스 시리즈, 갤럭시 노트 플러스 시리즈와 같은 대화면 휴대폰도 들어갈 수 있게 적절한 폭과 깊이를 정했다.

 

임시 봉인 방법 및 원단 선택하기

에코백 입구 부분을 지퍼, 벨크로, 스냅 버튼 같은 것들로 임시 봉인한다면 가방 안이 덜 보이거나 물건을 쏟을 염려는 줄어들겠지만, 그런 재료들은 썩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로 봉인을 한다면 진정한 에코백이라 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봉인 방식을 찾다가 에코백 입구 자체를 한 번 접는 ‘폴드 오버 가방’ 방식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러 폴드 오버 가방 중 몰스킨 토트백의 폴딩 방식이 이번 에코백 제작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폴드 오버는 복원력이 좋은 가죽으로 만드는 가방에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에코백 원단으로도 폴딩이 가능한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봐야 했다. 첫 번째 에코백처럼 얇고 워싱 처리가 된 원단보다는 두꺼운 원단으로 제작해야 안정적인 폴딩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고, 두꺼운 원단으로 만들게 되면 무거운 물건도 부담 없이 넣고 다닐 수 있게 되어 고려해야 할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가방 크기와 비례 정하기

pxd 로고타입에 황금비율이 적용되어 있기도 하여 직원 사용 목적으로 만든 pxd 물품들 대부분에 황금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 스케줄러: pxd 위클리 데스크 스케줄러 v1.618 (210mm*130mm)
- 애뉴얼 리포트: pxd 애뉴얼 에세이 2014 (210mm*130mm)
- 참고서: GUX 디자인 (210mm*130mm)

새로 만드는 '에코백도 황금비율을 적용해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스케치해보니 아래 그림과 같이 가방이 너무 작거나 길었다. 긴 가방의 비례를 유지하면서 상단을 접는 폴드 오버 방식으로 가방 높이를 적당히 줄이다 손잡이 끈이 연결되는 위치를 의도적으로 더 아래쪽으로 내려 황금비율을 적용해 봤다. 접히는 폭이 넓어짐에 따라 그 부분이 아래로 처질 가능성이 커졌다.

손잡이 끈 길이를 가방 밑단까지의 길이로 맞추면 폴딩 되는 부분을 펼쳤을 때도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접었을 때는 어깨에 멜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겼다.

 

프로토타입 만들기

어떻게 만들지 계획을 확정한 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제대로 가방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광목천을 사다가 가위로 재단하고 미싱 작업 대신 글루건으로 접합하여 프로토타입 가방을 만들었다. 원단 특성상 폴딩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한쪽 끈의 절반을 고정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제작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펼친 상태 / 폴딩된 상태 / 뒷쪽 끈 고정 

고정할 손잡이 끈의 각도는 직각이 아닌, 가방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삼각형 각도에 어느 정도는 맞춰 고정해야 반대편의 고정되지 않은 손잡이 끈을 어색하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제작자인 경영지원팀 팀장에게 디자인의 방향과 의도를 설명하고 전문 업체에 의한 샘플 제작을 승인받았다. 양산 전에 샘플을 만들어 양산품의 기준으로 삼아야 했다.

 

양산 샘플 만들기

가방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인 스튜디오BG의 최봉수 실장님을 찾아가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설명했더니, '원단을 이중으로 덧대는 방식으로 에코백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리스크가 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유니크한 가방이 될 것 같다'며 흔쾌히 제작에 응해주었다.

이때는 프린트를 기존 에코백의 것보다 좀 더 간단히 할 계획만 있었는데 그렇게 나온 1차 샘플은 다음과 같았다.

1차 샘플 제작

1차 샘플을 만져 보고 물건도 이것저것 넣어 보면서 전반적인 크기, 손잡이 끈의 폭, 길이 등을 세부 조정하여 2차 샘플 제작을 다시 의뢰했다. 색상도 pxd 아이덴티티 컬러인 그린, 화이트, 그레이 3색 중 화이트와 그레이 2가지 색상으로 만들기로 확정하고 1차 샘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원단을 선택하여 2차 샘플을 제작했다.

프린트할 내용과 위치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는데, 기존의 인쇄된 로고 작도법에 관한 그래픽보다는 가볍고 단순한 것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필자도 이에 공감했다. 고민 끝에 패치나 뱃지처럼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부착 여부와 위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정하고 인쇄를 하지 않기로 했다.

2차 샘플 제작 (양산용 샘플 완성)

이로써, 필자를 포함한 제작 관련자 모두 만족스러운 샘플을 확인하고 가방 제작 업체에 양산을 의뢰했다.

 

뱃지 만들기

에코백 1개당 pxd 로고타입 뱃지, 그린 심볼 뱃지, 흰색 무지 뱃지 총 3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인조가죽 재질로 만들어 에코백 원단과의 이질감을 줄였다. 흰색 무지 뱃지는 가방 사용자가 그림을 직접 그려 넣거나, 싸인 등 개인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게 제공했다. 사이즈는 2가지로 지름 32mm와 50mm로 제작했는데 이 역시 황금비율을 적용한 사이즈다. 콜록.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뱃지 부착 여부와 위치는 사용자가 정하도록 했는데 사용자가 부착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한 상황이라면 뱃지를 떼고 사용하면 되고, pxd를 퇴사했더라도 붙여 사용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되고, 원단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어도 되고, 하고 싶은 대로 사용하면 되는 에코백이다.

pxd 에코백 Ver. 1.618

위와 같이 두 번째로 만든 pxd 에코백 Ver. 1.618 제작하여 사내 배포하였다. 황금비로 점철된 이 가방을 가끔 들고 다니면서, 새로운 20년대를 자기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하면 의미를 너무 뻥튀기한 것 같겠지만, 하여튼 그런 마음이 있었다 :)

 

감사 인사

이 세상에 없는 에코백을 만들기 위해, 바쁜 일정 중에도 두 차례 샘플 제작과 양산을 맡아 주신 스튜디오BG의 최봉수 실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디자인 과정 중 적절한 피드백으로 도움을 주신 pxd LeanUX 연구소 한상택 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제작 예산을 마련하고 최종 양산품의 마감을 꼼꼼히 체크해 주신 경영지원팀 이욱희 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족함이 있는 에코백을 잘 사용해 주고 계신 임직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추가한 글) 끝으로, 안내의 말씀 드립니다.

가방에 인쇄가 되어 있지 않아 pxd를 졸업하신 분들(pxd alumni)도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으니, 가방을 보내 드리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pxd 경영지원팀에서 pxd alumni분들에게 연락을 드릴텐데요, 혹 전화번호 등 연락처가 변경되어 안내를 못 받으신 분들은 이 글에 대한 비공개 댓글로 개인정보(성함, 휴대폰번호, 주소)를 남겨주시거나 경영지원팀으로 연락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