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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8.04.09 [독후감] 날마다, 브랜드 by 이 재용
  2. 2018.01.22 [독후감]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 (The productivity project) by 위승용 (uxdragon)
  3. 2017.10.26 [독후감]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 by 위승용 (uxdragon)
  4. 2017.08.24 카카오 뱅크는 사용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 잡았을까? by KAHYUN.
  5. 2015.10.13 귀와 입만 사용하는 UX: 아마존 에코 (2) by 오진욱
  6. 2015.06.25 Facebook Origami 리뷰 by 문현석
  7. 2015.03.03 사랑스러운 로봇에 관한 영화, 빅 히어로(Big Hero 6)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이야기 by 신유민
  8. 2013.11.07 [리뷰] Leap Motion 사용경험 (1) by iron_castle
2018.04.09 07:50

[독후감] 날마다, 브랜드

날마다, 브랜드

우리나라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리드하는 플러스엑스의 수석 기획자가 전하는 내밀한 브랜드 이야기
임태수 지음


교보문고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예술 분야 순위에 들어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사두고 한참 못 보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에 집어 들어 단숨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지는 않는다. 물론 꼼꼼히 읽어 보면 저자가 오랫동안 경험한 여러 가지 숨은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 그것을 나열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이라면 한 마디로, '임태수'라는 브랜드를 책을 통해서 경험했구나- 라는 것이었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수필집을 읽은 것 같은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책은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답게 매우 꼼꼼하게 독자가 어떤 경험을 할지를 치밀하게 설계해 두었다. 그러나 그 치밀한 설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겉으로는 '뭘 가져가든지 말든지'하는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그의 주장대로, '좋은 브랜드는 싸우지 않는다' 경쟁 브랜드와 싸우지도 않지만, 독자들과도 싸우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어 볼 수 있게 비워 놓은 페이지라든지, 큰 글씨로 천천히 읽게 만들어 놓은 페이지, 또 가끔 나오는 저자의 솔직한 목소리가 초등학교 문제집 퀴즈 답안처럼 페이지 하단에 거꾸로 씌어 있는 것이나, 전체 차례의 구성 등이 모두 세밀하게 '임태수'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장치된 책이다. 보통의 '추천사'가 있는 자리에 책에 대한 추천이라기보단,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브랜드에 대한 '동의'를 담은 것도 특이하다. 서체의 선택이나 편집 디자인, 그리고 삽화까지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꼭 무언가의 '주장'이나 '결론'을 기대하기보단, 그냥 '임태수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에 대해 작은 공간에서 독자 서너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다. 그는 항상 모임은 네 명 이하로만 하려고 한다 하니, 나는 두 번째나 세 번째 참여 독자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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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2 07:50

[독후감]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 (The productivity project)

그들이 어떻게 해내는지 나는 안다 (The productivity project)

크리스 베일리 지음 | 황숙혜 역


왜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맨날 야근할까?


pxd에서 다양한 업무를 빡빡하게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업무 효율성, 생산성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해당 책은 크리스 베일리라는 사람이 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여러 가지 생산성 실험을 한 결과에 관하여 기술한 책이다. 이론 중심의 책이 아닌 경험담(혹은 무용담?)에 대해 다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서 기술하는 생산성의 세 가지 요소는 (1) 시간, (2) 에너지, (3) 주의력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시간을 얼마나 지혜롭게 사용하고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가?

‘에너지’ 얼마나 많은 추진력과 동기, 에너지를 가졌는가?

‘주의력’ 무엇에 집중했으며 얼마나 깊이 집중했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였으며, 주제에 따라 일곱 가지 카테고리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다 지킬 수는 없을 것이며,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과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오래 가기 위해서는 생산성이라는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쪼록 Work life balance가 있는 삶으로 조금은 나아가길 기대하며…


이 책의 챕터는 다음과 같다.

1.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가

2. 시간을 갉아먹는 유혹의 씨앗

3. 오래 일하지 마라

4. 사유의 공간 비우기

5. 마음의 고요 찾기

6. 주의력 근육 단련하기

7. 에너지 재충전하기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 및 주요 구절은 다음과 같다.

1.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의 경중을 따져 우선으로 수행할 3가지의 일을 골라 처리하고, 하루 혹은 한 주를 마칠 때 3가지 성취가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 업무를 할 때는 급한 업무를 우선 처리해야 하므로 중요한 일보다 이런 업무들을 우선으로 쳐내기 바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목표를 생각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할 때에도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가 실험한 ‘아침형 인간’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이 시간이나 주의력, 에너지 가운데 어느 것 한 가지를 더 잘 관리하는 문제에 직결되더라는 것이다. (p24)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은 수도승과 주식 트레이더 사이에서 적정한 속도로 일한다.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속도를 갖춘 동시에 일의 경중을 따져 신중하고 의식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느긋하다. (p22)

업무량이 많아진 만큼 최선의 출발점은 보다 생산적이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업무가 무엇인가를 먼저 따져보지 않으면 시간과 주의력과 에너지를 통제하는 데 쏟은 노력은 아무런 결실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p26)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족 사이에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도 발견했다. 사람들의 생체 리듬은 제각각 다르고, 어느 한 가지 일상이 다른 것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다. (p33)

일의 경중을 따지는 법 (p52)

1. 직장에서 맡은 모든 업무의 목록을 작성하라

2. 목록 작성 후 그 목록 가운데 매일, 하루 종일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어느 업무를 처리하겠는가?

3. 목록 가운데 하루 종일 두 가지 일을 더 할 수 있다면 동일한 시간 안에 성취도를 가장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하루가 다 지나갈 때 성취하고 싶은 세 가지 일이 무엇인가? 그러고는 결정한 내용을 적어둔다. 주간 단위로도 매주 초에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하루 중 각각의 업무를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하루 동안 처리하고 싶은 그 밖의 사소한 업무들을 골라보자. 하루 혹은 한 주를 마칠 때 세 가지 성취가 얼마나 현실적이었는가를 점검해보라. (p56, 63)

하루 일과 중 에너지가 어떻게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가를 관찰하면 가장 영향력 있는 업무를 생물학적 황금 시간대, 즉 최고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대에 처리할 수 있다. (p69)

단순함으로 인해 복잡함을 보다 쉽게 다루고 쇄신하고 전개할 수 있다. (p61)


2. 시간을 갉아먹는 유혹의 씨앗

우선순위를 정한다 하더라도 일을 미루게 되면 생산성이 저하된다. 일하기 싫은 수많은 이유로 일을 미루게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업무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고 일을 수행해야 한다. 때로는 미루기 목록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을 미루게 하는 업무 특성은 무척 간단명료하다. 성격을 제쳐놓고 업무나 프로젝트가 흥미롭지 않을수록 뒤로 미룰 여지가 높다. 상대적으로 미루게 할 여지가 높은 여섯 가지 업무 성향이 있다. (p84)

"지루하다"

"짜증 난다"

"어렵다"

"체계적이지 못하거나 모호하다"

"개인적인 의미가 부족하다"

"업무 자체의 보상이 부족하다"

미루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미루기 목록을 만들고, 미루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열거해보고 무조건 일을 시작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가장 생산적이게 하는 업무는 가장 골치 아픈 업무다. (p98)

인터넷은 흥미롭고 자극적이지만 거의 매번 가장 영향력 있는 업무 처리에서 손을 떼도록 유혹한다. (p112)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 보내기. 미래의 기억 만들기를 통해 미래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일치시켜야 한다. (p105)


3. 오래 일하지 마라

당연하겠지만 일단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을 오래 해서는 안 된다. 저자의 극단적인 생산성 실험에서 주 90시간 일한 것과 주 20시간 일한 것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러 가지 내/외부의 영향에 따라 야근을 하게 된다. 이럴 때에도 마감 시간을 설정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등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보조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자잘한 할 일들은 목록을 작성해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한 주씩 90시간과 20시간 근무를 묵묵히 버텨낸 뒤 실험 일지를 들여다봤을 때 나는 숨 막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 90시간 일했을 때 성취한 것이 20시간 일했을 때보다 고작 쥐꼬리만큼 많을 뿐이라는 점이다. (p129)

연구 결과에서는 주 35~40시간 이후부터 한계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134)

생산성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매일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는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얼마나 바쁜가를 보는 것으로 생산성의 정도를 손쉽게 판단하지만, 이는 즉흥적이고 교묘하며 대개 부정확하다. (p131)

중요한 일에 사용할 시간을 제한할 때 다음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별도의 마감 시간을 정하게 된다. 일을 해치울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해 다급해진다. 일을 미루게 하는 요인 중 일부를 떨쳐낸다. (p132)

어떤 일을 처리하는 시간을 제한할 때 내가 선호하는 방법은 업무 처리에 예상되는 시간의 절반가량 지나는 시점에 휴대전화 알람에 설정하는 것이다. (p136)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목록을 작성해 다음 일요일 아침에 한꺼번에 처리했다. 역시 효과가 있었다. 나는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냈다. 이후 나는 계속 이 같은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이걸 대청소 날이라 부른다. 나의 대청소 날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순하고 효과적이다. 장보기부터 손톱 깎는 일까지 성과가 낮은 잡일들을 모두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이 전부다. (p152)


4. 사유의 공간 비우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업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업무도 분명 존재한다. 이러한 보조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일 처리에 대한 시간, 주의력, 에너지를 축소해야 한다. 해당 업무를 줄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없애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메일 확인 같은 업무들도 미리 시간을 정해두고 처리하여 하루에 집중하는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허드렛일과 마찬가지로 이런 성과가 낮은 일을 처리하는 최적의 방법은 더 빨리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터무니없이 오랜 시간 일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애초에 일 처리에 소모하는 시간과 주의력과 에너지를 얼마나 축소하는가가 관건이다. (p164)

잡일을 처리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성취도를 떨어뜨린다. (p169)

모든 보조 업무는 예외 없이 줄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심지어 완전히 없애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상당한 시간과 주의력이 소모되는 일이 있다. 지극히 제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영향력이 낮은 일들은 특별하게 대응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좋다. (p170, 183)

이와 별개로 진행된 보다 과학적인 조사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약 15분마다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이 중요한 보조 업무일 수 있지만, 하루에 32번이나 확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메일과 같은 보조 업무가 시간과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하루 동안 이 일에 집중하는 빈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나는 이메일 알람을 아예 꺼버리고 아침, 점심시간 전 그리고 업무를 마치는 시간 등 구체적인 시간대를 정해 하루에 몇 번만 확인한다. 이메일과 같은 보조업무는 발생할 때마다 혹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시간을 정해두고 처리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p172-174)

더 나은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시간대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종종 이득을 가져다준다. 도우미를 채용할 때는 항상 추천인을 확인해야 한다. (p185)

닥치는 일을 모두 떠안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없는 일에 ‘노’를 선언하려 애쓴 결과 나는 엄청난 양의 시간을 절약했다. (p186)

자신의 책무와 의무를 파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영향력이 낮은 일을 점검한 뒤 그 일을 하는데 어떤 자원의 투입이 필요한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p189)


5. 마음의 고요 찾기

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다면 업무를 목록으로 정리해 표면화시킨다던가, 달력에 기록하여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산책이나 명상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하나의 목록으로 정리해 표면화시킨다. 약속이나 회의를 달력에 기록해두면 이후에는 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적정 시점에 관련 사안들을 상기할 수도 있다. 쇼핑 목록도 표면화할 수 있다. (p197)

생산성 프로젝트에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도전 과제가 작을수록, 특히 삶과 업무 방식에 변화를 일으켰을 때 성공적으로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만약 운동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하루 운동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해보라. (p214)

이 책을 쓰는 지금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방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있으며 그 결과 책에 소개할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p235)

내가 즐겨 쓰는 방식은 펜과 노트를 가지고 산만해지거나 방해받지 않을 장소에 가서 타이머로 15분을 맞춰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p239)


6. 주의력 근육 단련하기

일을 수행할 때에는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새로운 이메일, SNS 알림 등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장치를 제거하여 집중력이 깨지지 않게 해야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게 핸드폰을 끄고 대화 상대에 집중하면 좀 더 대화가 즐거워질 것이다.

새로운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 트위터나 페이스북 알림이 들어올 때마다 주의력이 떨어진다. 이건 매우 큰 생산성 손실이다. 특히 복잡한 이메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일수록 생산성 손실이 크다. (p250)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면 실수가 잦게 마련이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한편 여러 업무를 오가는 사이에 시간과 주의력을 소모하는 탓에 업무 처리가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p264)

뽀모도로 기반으로 일하라. 누군가와 만날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휴대전화를 완전히 끄고, 눈앞의 대화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p267)

지금 이 순간에 더 많은 주의력 공간을 만들어 처리 중인 일에 전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마음 챙김이다. (p273)


7. 에너지 재충전하기

생산성은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카페인 제한 실험이 흥미로웠다. (필자는 아마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 카페인을 섭취한 이후에는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기 전에는 카페인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숙면을 위해서 잠들기 전에도 가급적 카페인을 제한해야 한다. 이 외에도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겠다. 필자는 작년부터 수영을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수영을 하고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확실히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험을 했다. 또한, 큰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본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등의 보상을 하면 생산성에 투자하는 과정에서의 습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을 섭취한 뒤 8~14시간이 지나면 신체는 이를 시스템 바깥으로 배출하는 대사 작용을 하는데 이 때문에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p308)

설탕이나 알코올이 첨가된 카페인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기 전에 카페인 섭취를 주의한다. 잠들기 전 8~14시간 이내에는 가급적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생산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면 오전 9시 30분에서 11시 30분 사이에 카페인을 섭취한다. 좀 더 나은 카페인 공급원을 찾는다. (녹차나 말차 등),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p312)

물은 명상과 유사하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너무도 순수하고 강력하다. 한 연구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물을 마시면 신진대사가 24%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314)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운동은 뇌가 더욱 생산적이고 통제된 형태로 스트레스와 싸우도록 한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운동은 뇌로 유입되는 혈류량을 늘려 정신적 성과와 창의성을 향상시킨다. (p322)

밤 시간 수면을 위해 청색 빛의 노출을 줄여야 한다. (p337)


정리하며

사실 생산성 관련된 실험들은 직접 수행해보기 전까지는 나에게 맞는 것인지 맞지 않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에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해보고 나에게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하길 바란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해당 과정들은 자칫하면 나 자신을 몰아세워 생산성을 저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내가 행복할수록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때로는 쉬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감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험난한 이 업계에서 롱런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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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07:50

[독후감]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

에리카 홀 저, 김기성, 이윤솔 역


에리카 홀의 이 책은 '리서치'의 종류 및 방법에 대해서 저자의 경험 및 사례를 세세하게 다룬 책이다. 이에 리서치를 앞두고 있거나 직접 리서치를 해야 하는 현업의 주니어 & 시니어들이 전과(全課)처럼 해당 챕터를 읽어보고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다.

관련해서 '컨텍스트를 생각하는 디자인'이나 '인간 중심 UX 디자인' 같은 유사한 유형의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을 경우에는 생각보다 새로운 인사이트가 적을 수도 있다. 결국, 해당 업계의 저자들 경험이나 노하우들이 비슷비슷한 것 같다.


이 책의 인상 깊은 부분은 다음과 같다.


p7. 현실 세계에서 예산은 제한적이고, 일정은 터무니없다. 그리고 무엇이 가치 있는 리서치를 이루는지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내부적인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 더더욱 리서치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리서치를 수행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어 후속 업무를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p22~23. 리서치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는 것이 아니다. 리서치는 정치적인 도구가 아니다. 응용 리서치는 과학이 아니다.

때로는 인터뷰 대상자 수를 마케팅에서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정량평가 수준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설득이 굉장히 어렵다. 이 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정성평가를 통해 유용한 통찰력을 뽑는데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p60~61.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질문을 확인해보자.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만한 만족스러운 '찰칵' 소리가 들릴 때까지 리서치를 수행하라.

리서치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풀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에 집중하여 진행해야 한다. 조사자는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문제 해결의 확신이 들어야 한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문득 이런 확신이 들어야 하는데, 확신이 안 들거나 팀원들끼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김없이 프로젝트가 어려워졌다.


p70. 스크리너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도움되지 않는 참여자를 섭외했을 경우 빨리 인터뷰를 종료하라.

스크리닝을 엄격하게 하면 할수록, 조건에 맞는 사용자를 찾기가 어렵다. 반면 스크리닝을 포괄적으로 하면 조사 관점에 어긋난 사용자를 찾을 확률이 커진다. 프로젝트에서 보상금을 노린 '가짜 사용자(Cheater)'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이때도 스크리닝 기준이 매우 엄격했었다.


p93. 스테이크홀더 인터뷰. 프로젝트 성공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모두 조사대상에 포함한다. 실무자, 경영진, 관리자, 분야별 전문가가 이에 포함된다. p110. 스테이크홀더 인터뷰 분석 보고서에는 프로젝트의 문제, 목표, 성공 척도, 완료 기준, 범위를 포함하여야 한다.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하거나(주로 대규모의 조직) 프로젝트의 목표가 불분명한 경우 스테이크홀더 인터뷰는 매우 유용하다. 프로젝트의 범위와 완료 기준 및 범위를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실무자와 의사결정권자의 목표가 다른 때도 있었는데 스테이크홀더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다.


p130. 인터뷰. 질문 목록은 대본이라기보다는 체크리스트로 봐야 한다.

해당 책에서는 에스노그라피에 기반을 둔 인터뷰 스킬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해당 책을 참고 바란다. 그중에서도 인터뷰 질문 목록을 '체크리스트'로 봐야 한다는 관점은 오랜 경험을 수행한 저자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또한, 사용자의 컨텍스트를 왜곡하기 때문에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불필요함을 기술하고 있다.


p142. 경쟁자 리서치. 사용자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제품이나 서비스,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업체 중 리더라고 생각하는 곳을 비교 대상에 추가하라. p144. 경쟁자 분석뿐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도 상세히 살펴야 한다.

해당 챕터가 인터뷰 다음에 나온다는 점이 일단 신기했다. pxd에서는 대부분 경쟁자 리서치를 프로젝트 초반(인터뷰 수행 전)에 수행한다. 해당 챕터가 뒤로 간 이유는 추측건대 사용자 조사를 통해 사용자 입장의 직/간접적인 '핵심' 경쟁사를 파악하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SWOT 분석을 하기에 일정 데이터가 수집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154. 휴리스틱 평가(전문가 평가). 휴리스틱 분석의 장점은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잠재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문제점을 모두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자가 다르면 찾아내는 문제들도 달라진다.


p165~166. 사용성 테스트. 사용성 테스트를 수행할 때 관찰자는 참여자의 반응, 과제 완성 시간, 실패, 장애물이 된 용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사용성 테스트의 목적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용성 테스트 대상 섭외 시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퍼소나 혹은 목표 사용자 유형별로 섭외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테스트의 기록을 위해 영상보다는 음성 녹음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기록된 자료를 볼 수 있는 편의성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테스트 보고서에 실제 유저의 멘트나 멘트 영상을 첨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사용성 테스트를 A-B 테스트 같은 정량 조사의 형태로도 진행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분석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퍼소나, 멘탈모델 다이어그램, 과제 분석 (Task analysis) 등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자세히 기술되어있으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추가로 이 책에 대한 이재용 님의 의견을 덧붙인다.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세 가지인데,

1. 우선 41쪽, 리서치를 하려고 할 때 다른 부서에서 반대하는 경우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대 의견 뒤에 숨겨진 진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실제로 회사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이와 같은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해 반대할 때 '이성적인 이유'를 내세우지만 많은 경우 그 뒤에는 감정적인 이유가 버티고 있다. 대개 귀찮음 혹은 두려움이 대표적인 감정들이다. 잘못될까 봐 혹은 잘못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거나, 자기가 하게 될 일이 많아지거나 복잡해질 것을 귀찮아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을 설득할 때,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감정에 그대로 부딪힌다면 해결하기 어렵다. 감정에 대해서 이해하면서 그것이 해소될 것 같은,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보여서 그럴 듯해 보이는 퇴로를 만들어 주면 설득되는 경우가 많다.

2. 49쪽에는 애자일 개발 방식과 사용자 리서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 있다. 저자는 제프 패튼의 논문을 인용하여,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사용자들에 집중하여 자료를 얻고 즉시 처리하며 분석 과정에 팀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라면 해 볼 만하다.

3. 마지막으로 50쪽 사용자 연구에서 간혹 '엄밀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기업으로 옮겼거나, 에이전시/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이런 성향으로 느껴진다. 중요한 편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것을 적절히 제거하는 정도로 염두에 두고, 엄밀성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참고##조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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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11:30

카카오 뱅크는 사용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 잡았을까?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xhTe6fqERTU


카카오 뱅크가 출범 된 후 UX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인터넷 뱅크 후발 주자이지만 최단시간에 100만 계좌 개설을 달성할 정도로 성공했는데요. 언론에서는 카카오 뱅크의 성공 원인 중 한가지로 'UX'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의 성공 원인으로서 'UX'가 언급 되는 이유는, 카카오 뱅크의 기능들이 시중 은행 앱과 기능은 같지만 더 쉽고 간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 1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 시중 은행 앱과 카카오 뱅크의 사용 경험 비교를 통해 UX 관점에서 카카오 뱅크가 어떻게 풀어냈는지 이야기해보려합니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상품 안내

저는 카카오 뱅크가 나오기 전부터 케이뱅크를 보조 거래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를 가입 하기 전에는 케이뱅크 통장을 개설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광고에서는 입출금 은행 금리가 적금 계좌 금리만큼 우대해 준다고 했는데, 앱의 상품 안내 화면으로는 시중 은행의 통장보다 무슨 이점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영업점이 있는 시중 은행과 달리 인터넷 은행은 친절한 상품 안내를 도와주는 은행원이 없습니다. 영업점이 없어 좋은 조건으로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만큼 사용자도 스스로 상품이 좋은지 판단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케이뱅크의 경우, 사용자가 금융 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1:1 상담원 채팅을 유도합니다. ‘고객센터’를 고정 탭 메뉴에서도 해당 메뉴로 진입 가능하고, 상품 안내 화면에서도 [상담하기] 버튼과 [가입하기] 버튼을 동일한 비율의 버튼으로 제공합니다. 이것도 모자라 상품 안내 화면에서 스크롤하면 플로팅 버튼으로 크게 상담원 아이콘을 “잘”보이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금융 상품 안내를 읽어도 해당 상품을 이해하기 어렵다.’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일반인이 읽기 어려운 금융 상품 안내’ 입니다. 카카오 뱅크의 상품 안내를 보면 금융 상품을 요약한 슬로건과 3가지의 요약정보로 금융 상품의 특징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상품 안내 화면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지고 스크롤시의 화면 인터랙션도 상품 안내에 몰입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케이뱅크 상품 안내 화면]

줄글로 이루어진 설명과 추상적인 기능 설명으로 상품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 상품 안내 화면]

기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지와 특징을 요약한 슬로건으로 금융 상품 이해가 쉽습니다.



심플한 계좌 개설 프로세스

타 금융사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화면 상단에 짧게는 5, 길게는 8로 표시된 숫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숫자는 계좌 개설에 필요한 단계를 안내해주는 정보입니다. 앞으로 무슨 단계가 남았는지 설명되지 않은채 숫자로만 표시되어 있으니 계좌 개설 과정이 막연하게 길고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카카오 뱅크의 경우에도 계좌 개설 단계는 실명 인증 > 인증 수단 등록 > 개인 정보 입력 > 본인 확인 > 계좌 정보 입력 > 신분증 확인으로 총 6단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6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계좌 개설 진행시에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실명 확인 후 문자로 인증하는 휴대폰 본인인증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본인인증을 하고 나면 계좌 개설 프로세스가 시작됩니다. 케이뱅크의 경우 본인인증 방식을 ARS 인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전화를 자주 하지 않다보니 ARS 인증 과정이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케이뱅크 입출금 통장 가입 시작시 제공되는 ARS 휴대폰 인증 화면]

/ [카카오 뱅크 입출금 통장 가입시 제공되는 본인인증, 문자 휴대폰 인증 화면]

케이뱅크의 경우 첫 진입시 ARS인증을 요구하여 진입장벽이 느껴지는 반면, 카카오 뱅크는 실명 인증 후 휴대폰으로 본인확인을 요청합니다.


카카오 뱅크의 계좌 개설 프로세스는 정회원으로 전환하는 단계, 계좌 생성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본인인증, 인증 수단 등록으로 진행되는 정회원 전환 과정은 한 번 하고나면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나중에 다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회원이 언제든 다시 계좌를 개설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정보입력’ 단계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카카오 뱅크 인증 수단 등록 안내 화면] / [계좌 생성에 필요한 정보 입력 안내 화면]

인증 수단을 먼저 등록하고 계좌 개설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합니다.


카카오 뱅크는 사용자가 중복으로 입력해야 하는 부분은 최대한 한 번으로 끝낼 수 있게 프로세스를 개선했습니다. 본인 확인 절차에서도 요즘 사용자에게 가장 익숙한 ‘휴대폰 인증’만 제공하여 심플한 UI를 제공하고 실명 확인을 먼저 진행하여 개인 정보 입력시 해야 하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입력 과정을 다시 진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문 이름을 한글의 표기법에 맞체 자동 표시해주는 것을 보고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입력 과정을 줄이려 노력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절한 레이블 & 소소한 재미 요소들

타 금융사의 계좌 개설 과정은 기존에 영업점에서 작성하던 서류들을 모바일에 그대로 옮긴 느낌이 들었다면, 카카오 뱅크는 진짜 사이버 은행에 ‘내 계좌’를 만드는 느낌입니다. 비대면 계좌를 만들면 실제 손에 쥐어지는 통장 없이 ‘완료되었습니다.’로 통장 개설이 끝납니다. 2~3일 뒤에 배송되는 보안카드나 OTP를 받고 나서야 이제야 통장을 개설한 것이 실감납니다.

카카오 뱅크의 경우 ‘계좌 개설하기’의 노란 박스가 ‘000님의 통장’으로 바뀐 것을 보니 진짜 내가 통장을 만들었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란 박스에 표시된 ‘000님의 통장’ 레이블은 카카오의 계좌 개설에 부여한 ‘사이버 통장’을 만드는 컨셉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영업점에서 복잡한 서류를 완성하고 마지막에 통장 비밀번호를 부여하는 느낌이랄까요.

보통 입금 내역을 확인할 때 이름(한글)으로 확인하다보니 타행 계좌를 통한 실명 확인시 ‘한글 + 숫자 세자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타행 계좌 실명 확인에서 사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입금 내역 확인에 더 어울리는 한글 4자리를 통해 실명 확인을 진행합니다.


[카카오 뱅크 개인 정보 입력 화면] / [타 은행의 거래내역 화면] / [입금자명 입력 화면]

입금 내역에 표시되는 한글을 입력하면 실명 확인이 완료 됩니다.


익숙한 앱 진입 과정

계좌 개설 전에는 SNS 로그인을 통해 제공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훑어보고 계좌를 개설하면 인증 수단 로그인으로 전환하여 계좌 중심으로 기능을 제공합니다. 지문, 패턴 인식 로그인을 앱 진입 과정에서 제공해 앱을 진입하면 바로 계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문이나 패턴 인식 로그인은 휴대폰을 켤 때 자주 사용하기 때문인지 앱 진입 과정에서 인증 로그인 절차를 제공해도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앱에서 제공하는 모든 업무가 인증 로그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앱 진입시 로그인 과정을 가장 간편하게 제공한 후 앱을 자유롭게 탐색하는것이 앱 탐색 흐름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 뱅크 설치 후 첫 진입 화면] / [인증 수단 등록 후 앱 진입 화면] / [인증 수단 로그인 후 메인 화면]

앱 설치시에는 카톡으로 로그인하여 바로 시작하고 계좌를 개설하면 지문 / 패턴 인증으로 로그인 후 통장 잔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고려한 메뉴 배치

요새는 현금을 주고 받는 일보다 계좌 이체를 통해 더치페이를 하다보니 은행 앱에서 제공하는 간편 이체 기능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체를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의 행동 변화에 맞추어 은행 앱도 보안카드, OTP 없이 바로 소액 이체 하는 ‘퀵송금’, ‘간편이체’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편리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른 기능들과 동일한 레벨로 제공되어 해당 기능을 찾기 어렵거나, 같은듯 다른 비슷한 기능들을 옆에 있어 해당 기능을 인지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카카오 뱅크의 경우 ‘이체' 기능을 플로팅 버튼으로 제공해 앱의 어디서나 이체 기능을 사용 할 수 있고, 해당 기능이 어디있는지 인지하기 쉽습니다.


[기업 은행 / 케이뱅크 / 카카오 뱅크 메인 화면]

기업은행과 케이뱅크 이체 기능을 다른 기능들과 동일한 레벨로, 카카오 뱅크는 이체 기능을 플로팅 버튼으로 강조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UI

적금 만기일 전에는 이자가 얼마나 붙는지 통장에서 확인할 수가 없어 네이버에서 직접 ‘적금 계좌 계산 법’을 검색해 이자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세금을 뗀 이자 금액이 지급되는 되는 것도 네이버에서 직접 계산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저와 같이 이자가 궁금한 사용자를 위해 적금 가입시에 만기시 지급되는 이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금을 가입하고 나면 만기일자만 앱에 표시 되어 어림짐작으로 적금 만기 D-day를 계산했습니다. 카카오 뱅크는 적금 계좌에서는 D-day가 얼마 남았는지 시각적으로 제공해 D-day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금 만기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저로써는 해당 UI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중 은행 적금 조회 화면] / [카카오 뱅크 적금 개설 화면] / [카카오 뱅크 적금 조회 화면]

적금 가입 전에 만기 예상액을 계산하고, 가입하면 D-Day를 통해 앞으로 만기일 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금 계좌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적금 내역 화면에서 ‘이체’기능으로 제공하던 플로팅 버튼이 ‘추가 납입’ 기능으로 변화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적금 계좌로써의 이체’를 생각하면 동일한 기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 납입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해당 기능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MY 화면에서는 ‘이체’ 기능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기능의 일관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론

카카오톡을 통해 돈을 바로 보내고, 유명한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다른 인터넷 은행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춘 점, 익숙한 브랜드 네임…’카카오’ 뱅크 이기 때문에 단시간 성공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카오 뱅크를 사용하다보면 다른 서비스의 후광때문이 아니라 사용자를 많이 고민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존 금융 서비스의 문제점을 개선하려 노력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금융 서비스를 기획하다보면 규제도 많고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사용자는 점점 잊혀지고 운영의 입장과 규제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카카오 뱅크의 사례처럼 사용자의 중심에 서서 기존 금융 서비스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좀 더 나은 UX를 고민하다보면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금융 서비스에서 쉽고 간편한 금융 서비스로 변화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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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07:50

귀와 입만 사용하는 UX: 아마존 에코


에코는 아마존(Amazon)이 2014년 11월에 발표한 음성 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거치형 스피커로서, 쉽게 말해 프링글스만한 스피커 안에 시리(Siri)같은 걸 집어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시리같은 음성비서 서비스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하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비해 훨씬 크고, 무겁고, 전원 코드도 꽂아야 해서 들고다닐 수도 없고, 전화/문자도 안되고, 화면도 없는 그런 기기를 아마존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뒤늦은 시점에 내놓았느냐 입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제품’만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감은 ‘제품을 둘러싼 맥락’을 함께 볼 때 이해되는 것들이기 마련입니다. 이번 글에선 일단 먼저 ‘제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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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귀와 입만 사용하는 UX’를 통해 우리는 ‘화면이 없다'와 ‘움직일 수 없다'가 왜 아마존에 의해 다분히 의도된 에코의 포지셔닝 키워드인지 일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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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뭐가 다른가?


이미 시리와 같은 음성비서 서비스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제품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나누기 보단 좀 더 핵심적인 차이점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에코 역시 시리와 같은 음성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로서 소프트웨어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에코 역시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있고 어플 내부적으로도 계속해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능적 확장성이 보장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적 차이를 이야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땐 하드웨어에서 생기는 차이점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바로 에코는 화면이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핵심 차이 1: 화면이 없다



<왼쪽: 마이크를 끌 때, 오른쪽: 알람을 끌 때, 아랫쪽 원형부분이 볼륨 조절 휠>
딱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에코는 애초에 손으로 만지면서 쓰라고 만든 기기가 아닙니다. 외부 물리 버튼이라곤 마이크를 끌 때(전원 버튼과 같은 것으로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알람을 끌 때(음성으로도 끌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2개의 버튼과 볼륨 조절 휠, 그리고 리모콘이 전부입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비슷한 구성이지만 화면을 통해 풍부한 인터랙션을 제공한다는 걸 생각해볼 때, 비슷한 구성에 화면 조차 없는 에코는 모든 인터랙션을 오로지 음성에만 집중하도록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핵심 차이 2: 움직일 수 없다



<pxd 로비에 고정되어 있는 에코>

손에서 자유로워짐은 곧 사용자와의 물리적인 거리 제한에서 자유로워짐을 뜻합니다. 때문에 에코는 들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을 훌훌 털고 전원 코드를 꼽아야만 동작하는 '거치형' 기기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모바일이라는 상위 선택지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당당히 거치형을 택했다는 점에서 우린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바로 '제품을 둘러싼 맥락' 즉,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스마트홈 허브 경쟁을 함께 고려했을 때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그것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일단 '제품' 관점에서 두번째 핵심 특징으로 기억합니다.


귀와 입만 사용하는 UX


결국에 두 가지 핵심 차이를 묶어내면 한 자리에 고정해둔채 주로 음성을 통해 입/출력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하드웨어적으로 에코가 가지는 핵심적인 포인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고정된 자리에서 눈과 손을 쓰지 않고 귀와 입만으로 인터랙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러한 UX가 사용자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 양상을 만드는지 이야기 나누어봅니다.


2. 어떻게 다른가?


기계에서 인격체로


<대화 경험은 기계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아이폰 안에 시리가 살 듯이, 에코 안엔 알렉사가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령을 내릴 때 ‘Echo,’라고 부르지 않고 ‘Alexa,’라고 부르게 됩니다. 명령을 내릴 때마다 입으로 알렉사를 부르기 때문에 실제로 반복해서 알렉사를 부르다보면 머릿 속에서 점차 에코는 희미해지고 그 자리에 알렉사가 자리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대화 경험이 사용 경험 전반을 이끌다보니 자연스럽게 알렉사를 점점 하나의 기계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게 됩니다. 애플이 시리가 시리 자신에 대한 질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MS도 코타나(Cortana)가 18가지 UI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영화 ‘HER’에서 가상 비서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등장하는 것은 대화가 이끄는 UX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특히 알렉사의 경우 오로지 대화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격체로서의 인식 경험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비슷한 예로 PC보다 아이패드를 통해 쇼핑하는 사람이 화면 터치가 만드는 소유효과로 인해 제품을 좀 더 높은 가치로 인식했다는 연구도 있었는데, 인터랙션 형태에 따라 제품과의 애착 관계 형성 양상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은 UX적으로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스마트폰은 터치하고 에코에겐 말을 걸고



<운전하면서 라디오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화면을 아예 제거하고 음성으로만 인터랙션 창구를 열어놓다보니, 한 자리에서 스마트폰과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됩니다. 오히려 에코가 화면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치 아이패드가 뻔히 옆에 있는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애매한 상황이 되었을 텐데, 애초에 화면 자체가 없다보니 인터페이스가 겹치지 않아 둘의 공존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생활하다가 알렉사가 필요할 때 주저없이 불러서 일을 처리하면 됩니다. 이렇게 에코는 스마트폰을 어설프게 대체하기보단 함께 공존하는 길을 택합니다.


입출력 수단으로서 소리의 한계: 간섭



<에코와 리모콘 Image via CNET.com>
입출력 수단으로서 소리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는 음성 비서 서비스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만, 특히 음성 입/출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에코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내용이 됩니다. 먼저 기본적으로 소리를 통해 입출력이 이루어지는 에코의 특성상 소리의 간섭으로 인해 생기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주변 소음 수준이 높은 상황에선 명령을 내리는 것, 답변을 듣는 것 모두 어려워집니다. 에코의 경우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단에 무려 7개의 마이크를 원형으로 배치하여 잘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원통의 크기의 대부분을 스피커에 할애하여 잘 들릴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또한 마이크를 통해 원격으로 음성 입력이 가능하도록 배려하여 소리가 도달가능한 범위가 가지는 한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실제 사용해본 결과 음악이 흐르거나 알람이 울리는 도중에도 알렉사라고 부르는 것에 잘 응답하고(같은 상황에서 시리는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스피커는 최대 볼륨의 경우 일반적인 거실 크기 정도는 꽉 채울 만큼의 큰 소리가 출력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입출력 수단으로서 소리의 한계: 발음



<거리를 부피로 바꿔달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발음 탓에 gallon을 kilo로 알아들은 에코>
발음을 잘못 알아듣는 것은 음성 입력 수단의 고질적인 문제점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불편함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음성 인터랙션에 있어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건 오작동을 한 눈에 확인하고 만약의 경우 취소 및 돌아가기 과정이 터치 한 번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화면 인터랙션에 비해, 음성 인터랙션은 오작동 여부를 판단하고, 취소 및 돌아가기 과정을 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높은 주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예 첫 대면에서부터 인터페이스가 오작동한다는 것은 UX에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한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좀 불편하더라도 더 익숙하고 확실한 구세대의 인터페이스를 여전히 선호하게 됩니다. 따라서 사실 음성 입력은 오히려 터치 입력보다도 더 높은 정확도를 지녀야 하는 것입니다.


입출력 수단으로서 소리의 한계: 사용법 숙지



<주인님, 이렇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나아가 발음과 관련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었다하더라도 음성 입력 수단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바로 사용법 숙지의 장벽입니다. 시각적으로 뭘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되고가 명확히 보이는 화면 입력과 달리 음성 입력의 경우 뭘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되고를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그냥 말만 하면 될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또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용법 자체를 통째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 음성 인터랙션은 오히려 화면 인터랙션보다 더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입출력 수단으로서 소리의 한계: 입출력 정보 형태의 한계



<말씀하신 '우유' 관련 제품이 정확히 이백십칠만사천삼백구입육개있습니다. 첫번째 제품의 이름은..>
음성으로 취급하기에 적합한 정보 형태가 가지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음성 입력의 경우 명령문의 종류와 이에 필요한 몇 가지 파라미터로 구성된 문장 형태를 취하는 것이 현재 수준이기 때문에 '단순 명령, 정보 확인'보다 높은 차원의 정보 입력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음성 출력의 경우에도 아직 맥락에 따라 정보를 가공하는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단순 정보 확인 및 보고' 이상의 정보 출력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가장 적합한 공간: 주방에서의 쓰임새



<에코 소개 영상에도 주방 씬이>

집 안에서 눈과 손을 쓰지 않고 귀와 입만으로 이루어지는 UX가 놓이기 가장 적합한 공간은 어디일까요? 거실에선 TV가 눈과 귀를 점유할 것이고, 각자의 방에선 PC와 스마트폰, 이어폰 등의 다양한 도구들이 최소한 눈과 손, 귀 정도는 점유할 것입니다. 결국에, 눈과 손의 점유권을 내어주고 귀와 입만으로 인터랙션을 만들어나가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은 주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요리와 식사는 눈과 손을 점유하되, 귀와 입을 점유하지 않는 대표적인 행동들입니다.

<멀티 타이머 기능>
그래서인지 에코엔 주방에 좀 더 적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몇 가지 담겨 있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타이머와 달리 멀티 타이머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나의 타이머를 설정해두고 다시 타이머를 한 번 더 설정하면 자연스럽게 ‘두번째 타이머를 설정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동시에 두 개의 타이머를 진행시킵니다. 요리를 하다보면 하나를 올려두고, 또 다른 하나를 진행하다 이전 것을 잊거나,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런 면에서 알렉사는 손쉽게 여러 요리를 빠짐없이 시간을 체크하며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정도는 기본>
계량 단위 변환 역시 지원합니다. 단위 변환 뿐만 아니라 단순 내용 검색 기능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속 레시피를 바라보며 요리하다가 간단히 검색해볼만한 내용이 생겼을 때 곧바로 에코에게 말로 물어보고 귀로 답을 들으며 요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화면을 전환해서 시리에게 물어보거나 검색어를 손으로 입력했다가 다시 레시피 화면으로 돌아오는 것에 비해 훨씬 쾌적한 경험입니다.

<쇼핑리스트. 일부 품목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바로 재구매 가능>
쇼핑리스트 관리는 요리를 위해 특화된 기능은 아니지만, 나름 편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 목록을 준비하거나, 요리하다 중간에 떨어진 재료를 발견했을 때 음성으로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손으로 재료를 정리하다말고 그때마다 스마트폰을 오가는 것에 비해 훨씬 손쉬우며, 일부 품목의 경우 아마존과 연계하여 바로 재구매할 수도 있어 편리합니다.

<냉장고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스마트폰/패드로 내부 모습 관찰 By Siemens, Image via reviewed.com>

<냉장고 문의 일부를 유리로 처리하여 직접 관찰 By Haier, Image via CNET Korea blog>
최근 IFA 2015에 등장한 냉장고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냉장고안 식자재 파악/관리에 대한 니즈 대응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화두는 '뭘 넣었는지 어떻게 알거냐'입니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장착한 스마트 냉장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으로 냉장고를 드나드는 식품 정보를 입력하도록 한다면 그 자체로도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넣는 손과 터치스크린에 정보를 입력하는 손의 점유가 겹치면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에코가 항상 주방에 상주하며 냉장고 안에 유통기한 등의 관리가 필요한 무언가를 넣거나 꺼낼 때 음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록할 수 있게 한다면 인터페이스 수단이 겹쳐서 생기는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Image via obrella.com>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홈 환경이 구축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에코가 가진 주방에서의 잠재력이 충분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눈과 손, 귀와 입과 같이 각각이 독립된 입출력 채널들의 공존은 곧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에코에게 있어 스마트홈 환경은 집 안에서 이러한 멀티태스킹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충분 조건입니다. 요리하다말고 밀가루 묻은 손을 씻고 현관까지 가서 문 열어주고 다시 돌아와서 가스레인지 불 줄이고 세탁기 다 돌았는지 확인하러 다시 나갈것이 아니라 바로 그냥 선 자리에서 입으로 주방과 온 집안을 통제하고 귀로 상황을 보고 받는 것입니다. 눈과 손은 여전히 요리에 집중한 채로 말이죠.


3. 현재의 ’제품'만으론 아직 갸우뚱, ’제품을 둘러싼 맥락’으로 미래를 함께 봐야


음성 비서 기능이 포함된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 자체로만 봤을 때 디자인, 마감, 설치/이용 UX도 훌륭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능적으로 음성 비서 기능과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은 각각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 조합으로도 충분히 이용가능하므로 스마트폰이 이미 있는 사람에겐 가격적으로 불리한 선택이(에코는 180$이며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 절반인 90$ 이하로도 선택가능한 좋은 제품이 많습니다.)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선 아마존의 서비스를 완전히 제공받을 수 없으니 불리함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만 놓고 보았을 땐 아직까지 구매하기에 갸우뚱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에코를 속단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비교하자면 지금의 에코는 아이팟(iPod), 곧 다가올 미래의 에코는 아이폰(iPhone)과 같습니다. 앱을 언급하지 않고 아이폰 리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없는 것인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에코를 둘러싼 맥락', 즉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스마트홈 허브로서의 포지셔닝을 함께 이야기해야 에코 역시 그것의 가치를 제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선 이러한 부분을 배제하고 순수 ‘제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다룬 만큼 아이팟 리뷰를 보며 아이폰이 만들 미래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이번 글을 통해 ‘귀와 입만 사용하는 UX’가 사용자 관점에서 어떻게 다른 양상을 만드는지 이해하는데 있어 작은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에코를 둘러싼 맥락'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합니다.


[참고##서비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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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08:29

Facebook Origami 리뷰

지난 몇달 동안 프로토타이핑 툴에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지인분들로부터 괜찮은 툴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간혹 들었습니다. 프로로타입 제작 목적에 따라 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비용 부담이 있다보니 무료이면서,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Facebook Origami로 결론이 나더군요. 하지만 Origami는 훌륭한 툴이지만 몇가지 단점도 있습니다.


첫째. Mac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많은 툴들이 웹 플랫폼으로 개발되어 OS와 관계없이 어느 플랫폼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반면, Origami는 Apple에서 제공하고 있는 Quartz composer 라는 툴에서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MAC OS X 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Windows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단점입니다.

둘째. 고사양을 요구한다.
Quartz composer는 비주얼 개발 툴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무거운 편입니다. 저사양 디바이스에서 편집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셋째. 어렵다.
Origami는 툴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기능을 구현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학습을 요구합니다. 특히 제가 어려웠던 부분은 오리가미에서 많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그 외에 기능을 구현하려면 기존의 것들을 응용하여, 우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어느정도 구현하고 나면 이런 복잡한 화면을 꼭 보게 됩니다.
제가 첫번째, 두번째 문제는 해결해 드릴 순 없지만 :)
학습했던 내용들을 공유하며, Origami에 관심이 있으나 세번째와 같은 이유로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배움을 시작할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내용이 적지 않은 관계로 연재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이번 글에서는 시작하기에 앞서 Origami의 인터페이스와 앞으로 학습에 필요다고 생각하는 몇가지를 적으려 합니다.


Patch

Patch는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말하는 객체, 함수 같은 역할로, 각각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박스입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신체부위마다 제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듯, Patch 또한 서로 독립적인 기능을 가지며, 이것들을 선으로 연결하여 Patch간의 인터렉션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집다. Patch는 아래와 같이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3가지 색으로 구분이 됩니다.


1. Provider Patch (보라색)

: Scroll이나 Swipe등 특정 이벤트 발생시키는 기능.

Swipe Patch

2. Consumer Patch (파란색)

: Photoshop의 Layer와 같이 화면상에 오브젝트를 표현.

Layer patch & Button patch

3. Processor Patch (검은색)

주로 보라색과 파란색 사이에 위치하며, 그 안에서 수치값(value)을 조절.
Transition Patch를 이용한 값 변화


Patch의 왼쪽 포인트는 값을 전달 받는 'Input'을 오른쪽 포인트는 값을 전달하는 'Output'의 역할을 합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같은 것끼리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Output은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수 있지만, Input은 하나의 값 밖에 전달 받지 못하며, 일반적으로는 연관성 있어 보이는 단어끼리 연결시키면 됩니다. Patch는 Origami의 핵심이기 때문에 종류를 많이 알고, 이해할수록 다양한 Prototype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인터페이스

실제 작업을 하면서 쓰는 인터페이스라고 한다면 크게 4가지인데요.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 간단하게 정리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1. Editor

Patch를 편집하는 화면입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이 접근하는 화면입니다.

2. Patch Library

사용할 Patch들이 나열되어 있는 화면입니다. 상단 선택창에서 Origami를 선택하면 Origami에서 제공하는 Patch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니다.

3. Parametors & Patch inspactor

Patch 안의 파라메터들을 변경할 수 있는 창입니다. Patch에서 바로 수정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이 창을 이용하면 좀더 편하게 수정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큰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에 화면이 작은 디바이스에서 쓰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4. Viewer

작업한 내용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고의 순서

일전에 Origami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2~3시간 분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부분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내용을 전달해야, 강의가 끝난 뒤에도 참여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고,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특정 오브젝트에 대해 표현의 순서를 바꾸고, 그 순서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유도' 하는 것 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화면을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이죠.

"위,아래로 움직이는 원형 오브젝트? 원형 오브젝트에 위,아래 움직임을 준 것?"



말장난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됩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이 프로그램을 구현할 때 애니메이션부터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 오브젝트를 만들고 나서, 화면상에 잘 나타는지를 확인하고, 애니메이션 효과를 만들어 동작유무를 확인한 다음, 이동할 방향, 속도 값을 입력할 것입니다. 이런 흐름의 사고를 가져간다면,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접근성이 매우 좋아집니다. Origami 또한 마찬가지죠.
(이 부분은 다음 번 글에서 예제를 만들며,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다음 글부터는 예제를 통해서 Origami를 실습해보고, 여기서 사용되는 Patch 하나하나를 알아 보겠습니다.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 서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Oragami를 설치 페이지가 나옵니다.
http://facebook.github.io/origami/download/
오리가미 사이트 링크 오류로 Quartz composer는 아래 링크로 접속하셔서 Graphics tools를 다운로드하면 내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s://developer.apple.com/downloads/

[참고##프로토타이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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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07:50

사랑스러운 로봇에 관한 영화, 빅 히어로(Big Hero 6)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이야기

2014년 11월, 미국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빅 히어로(원제: Big Hero 6). 캐릭터, 스토리, 기술, 창의성, 게다가 유머까지... 그 어떤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디즈니의 5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 1월 한국에서 개봉했다. 디즈니와 마블의 첫 만남으로 유명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흥미로운 비하인드 이야기들이 있어 정리해보았다.



디즈니와 마블의 첫 만남


먼저 이 작품은 디즈니와 마블의 시너지가 처음으로 발휘된 작품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2009년, 아이언 맨, 토르, 어벤져스 등으로 유명한 마블은 디즈니에 인수되었고, 이후 CEO인 밥 아이거의 권유로 디즈니에서는 마블 작품 중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각색이 가능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작품이 없는지 조사하였다.

당시 곰돌이 푸의 공동 감독이었던 Don Hall은 마블의 시리즈 물을 살펴 보던 중 덜 알려졌지만 아주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빅 히어로에 꽂혔다고 한다. 2011년,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작품으로 빅 히어로를 포함한 5개의 컨셉을 존 라세터에게 피칭하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빅 히어로였다. 이렇게 디즈니는 처음으로 마블 시리즈의 첫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컨펌한다.
Don Hall 감독

빅 히어로 원작
재미있는 것은 최대한 새로움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스토리 담당이었던 Paul Briggs는 빅 히어로 만화 시리즈 중 몇 권밖에 읽어보지 않았고, 각본을 담당한 Robert Baird는 이 만화를 전혀 보지 않았다는 점...
이렇게 탄생한 빅 히어로는 원작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는데, 원작의 배이맥스 캐릭터와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만 보아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원작에서의 베이맥스 캐릭터

디즈니에서 재탄생한 베이맥스
당시 디즈니는 공식 제작 발표에서 "마블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코믹 북 스타일의 액션을 최대한 강조하였고 관객들이 디즈니에 기대하는 감동과 유머를 담고자 노력하였다"고 작품을 소개했는데, 아마도 영화를 봤다면 마블의 느낌과 디즈니의 느낌이 어떻게 잘 조화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로봇, 배이맥스의 탄생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로봇의 모습은 뭔가 딱딱하고 차가운 로봇인 경우가 많다. 그 동안 수없이 봐온 애니메이션에서의 로봇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빅 히어로의 제작팀은 로봇에 대한 접근을 차갑거나 딱딱한 느낌과 다르게 뭔가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배이맥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배이맥스의 탄생은 단순히 제작진의 창조물이 아니라 철저한 리서치에 기반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초기에 로봇 테크놀로지에 관해 상당히 많은 리서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특히 배이맥스에 영감을 준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이 리서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제작 초기에 로봇 연구의 성지,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한 제작팀은 이곳에서 시험 연구 중인 팽창식 비닐을 적용한 의료용 소프트 로보틱스를 발견하였고, 이것이 결국 베이맥스 캐릭터의 제작에 가장 큰 영감을 주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프트 로보틱스의 연구팀에 한국인 박용래씨가 있다고 한다).

카네기 멜론의 소프트 로보틱스
이러한 소프트 로보틱스의 과학적 지식에 제작팀의 상상력이 더해졌고 그 동안 봐온 로봇과는 확연히 다른,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배이맥스가 탄생하게 된다(롤리팝을 들고 있는 이 모습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로봇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인형같은 느낌인데, 이 캐릭터를 디자인한 Jin Kim은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에 대한 오마주로 배이맥스와 주인공 히로를 넣은 아트웍을 텀블러에 최근에 공개했다. 이런 맥락을 보면 아마도 캐릭터 디자인을 하면서 기존의 로봇 보다는 오히려 토토로와 같은 포근한 느낌을 더욱 살려서 탄생한 것이 베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영화 전반속에 흐르는 geeky한 컨텐츠(3D 프린터, 히로가 다루는 터치 인터페이스, 프로토타이핑 등)들은 지금의 기술 문화에 대한 러브레터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영화에 나온 마이크로봇의 아이디어도 제작진이 MIT의 로보틱스 랩을 방문하면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탄생했다고 알려져있다.


빛의 표현을 해결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디테일해진다. 라푼젤의 머릿결이 그랬고, 겨울왕국에서의 눈이 그랬다. 이번에 나온 빅 히어로는 자세히 알고 보면 그 동안 보여준 기술 이상으로 진일보한 디즈니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사실 우리같은 일반 관객들은 참 디테일하고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기술의 비하인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디즈니의 기술력은 이미 학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는데 컴퓨터 그래픽과 관련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학회인 SIGGRAPH에서 항상 디즈니는 그 해의 애니메이션에 적용된 기술을 발표해왔다.

이번 빅 히어로에서 쓰인 기술은 '빛의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빛이라 함은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을 기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아주 기초적으로 접근해보자면(사실 아는게 이게 전부다...) 빛에는 광원이 있다. 빛은 물체에 반사되고 반사된 빛은 또 다른 물체에 반사되면서 상호작용이 계속 이루어지며 동시에 그림자도 발생한다. 각도, 밝기, 그림자, 반사 등 이러한 작용이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에서는 거의 무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빅 히어로에서는 이 무한대에 가까운 빛의 표현을 Global Illumination이라는 이름으로 기술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한다!

Global Illumination에 관한 디즈니 CTO, Andy Hendrickson의 발표장면

빅 히어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빛의 표현 문제를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이것을 푼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게 저 많은 현상을 동시에 처리해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렌더링하기 위해 디즈니는 소프트웨어 '하이페리온'을 개발했다 (월트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시작한 창고의 위치 이름, Hyperion Ave에서 따왔다).

디즈니의 입장에서도 처음으로 시도하는 어려운 기술인지라 성공을 다짐할 수 없어서 항상 플랜B로 겨울왕국에서 썼던 것을 그대로 쓰는 것도 고려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2년의 시간을 들여 전세계 75번째 슈퍼컴퓨터에 등재된, 겨울왕국보다는 4배로 복잡한 기술 문제를 해결한 하이페리온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전 작품들과의 렌더링 시간 비교

하이페리온은 100억개의 광선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Aㅏ....) 자세히 뜯어 보면 100억개의 광선이 각각 가지는 조도, 방향, 그림자, 그리고 무한대로 반사되는 현상까지 모두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물과 물체들과의 상호작용도 있으니...어마어마하다...). 하이페리온을 위해 데이터 센터가 필요했던 디즈니는 LA와 샌프란시스코에 데이터 센터를 만들어 렌더링 하는 동안 수많은 데이터들이 통신할 수 있게 했다고...

결국 이 하이페리온을 통해 빅 히어로는 각 장면에서 그 동안의 애니메이션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아주 디테일하고 깊이를 더한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비닐로 이루어진 배이맥스에 투영되는 빛과 은은한 반사는 하이페리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한다 (결국 배이멕스가 풍기는 포근한 아우라 뒤에는 어마어마한 기술적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ㅜㅜ!)

빅 히어로의 기술적 대단함은 빛의 표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배경인 '샌프란소쿄'에서도 드러나는데 이게 그냥 대충 만든 도시가 아니다(...) 제대로 알고보면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고려해 완전히 하나의 도시를 재창조한 것이다.

샌프란소쿄의 모습

디즈니는 이 도시를 위해 실제 샌프란시스코 및 자치구의 세무서 자료를 구입하여 참고하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데니즌'을 이용해 700명이 넘는 캐릭터들을 만들고, 8만개가 넘는 빌딩과 26만개의 나무들, 그리고 21만개의 가로수 등(각각 다른 스타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겉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디테일도 가득가득 채웠다는 점인데, 각 빌딩 혹은 가정집 안에 있는 거실이나 사무실 등 모두 작업하여 채워넣었다고... 이유는 히로와 배이맥스가 도시를 완전 날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어쨌든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단순히 겉모습으로 도시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살린 것에서 디즈니의 디테일함이 느껴진다.

샌프란소쿄 작업 초반 모습

샌프란소쿄 작업 후반 모습

이쯤되면 디즈니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데 CTO인 Andy Hendrickson은 현재 하이페리온이 아주 많은 털(?)을 처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다음 애니메이션으로 동물들의 세계를 건설중이라고 한다(아마도 The Good Dinosaur가 아닐까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디테일을 살렸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빅히어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찾다가 Andy Hendrickson의 태도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이 대단한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지나치게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기준으로 복잡한 기술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는 것. 그런 태도로 디즈니는 지금까지 라푼젤, 겨울왕국, 그리고 빅 히어로 까지 수많은 기술적 문제들을 뛰어 넘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럼 마지막으로 귀여운 배이멕스로 마무리!


(이 글은 저의 개인블로그에서 이미 공개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https://minspirations.wordpress.com/2015/02/15/disney-big-hero-6-behind-storie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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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7 00:23

[리뷰] Leap Motion 사용경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등과 같은 디바이스를 통해 컨텐츠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과정 사이에는 디바이스와 사람의 관계를 잇는 인터랙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 예로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디바이스를 통해 문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곤 합니다.
이런 흐름속에서 디바이스와 사람의 관계를 잇는 접점을 최소화하고 디바이스와의 인터랙션을 제한되지 않는 수단으로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노력들이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동작인식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는데, 오늘은 동작인식과 관련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 동작인식에 관련된 많은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CG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션캡쳐, 게임컨텐츠 부분에서는 닌텐도 wii를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와 같은 컨텐츠 들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이런 게임, 영화 분야외에 우리 일상속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바이스인 PC를 동작인식을 이용하여 컨트롤 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 되었습니다. 바로 Leap Motion 입니다. 국내에도 얼마전 출시되어, 사용해보신분들도 있을겁니다.


키넥트와 Wii 같은 제품이 사람의 손짓 발짓등 비교적 큰 움직임을 감지하여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Leap Motion 손을 사용하여 화면을 보다 정밀하고 디테일하게 컨트롤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합니다. (키넥트의 200배 이상의 정밀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동작인식의 최대 장점은 별도의 디바이스 없이 대상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별도의 디바이스가 없기 때문에 시각적 컨트롤 가이드가 없고, 사용자가 학습된 기억을 바탕으로 컨트롤 해야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Leap Motion 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을지,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인 인터랙션을 구성했을지, 어느 정도 퀄리티의 사용감을 제공하는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Leap Motion 에서 제공하고 있는 컨텐츠들은 게임 관련 앱들이 다양하게 있지만, 크게 궁금하진 않았습니다. 키넥트와 같은 사용경험과 어떻게 다를지는 어느정도 예상되었기 때문이죠. 게임으로 하는 Gesture동작은 동영상으로 보면 충분히 감이 옵니다. 제가 궁금했던것은, Leap Motion에서 자랑하는 정교함의 정도는 제가 일반적으로 경험했던 키넥트와 달리 얼만큼의 정교한 컨트롤로 원하는 Task를 수행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손가락 Gesture를 이용해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는 Touchless 앱을 실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인 NUI 특성상, 먼저 화면내 시각적 컨트롤 가이드와 조작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사용전 인터랙션 방식을 학습하게 합니다.


먼저 컴퓨터에서 가장많이 사용하는 Click, Scroll, Drag 등의 컨트롤을 해봤습니다. 조작 방식은 X-Y축을 포인터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Click, Drag 와 같이 대상을 선택하는 동작은 Z축 방향으로 살짝 누르는 Gesture를 취하면 선택이 됩니다.


사용후 받은 느낌은 youtube 에서 본 여러 영상의 멋진 모습과는 달리 정말 쉽지 않은 사용감 이었습니다. 원하는 대상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재시도와, 사용감을 익히기 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매우빈번하게 발생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원하는 대상만 골라 빠르게 다음 Task를 수행하는 것이 컨트롤의 Goal인데, Leap motion 의 Touchless 에서는 원하는 대상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입력 Gesture가 아닌 불필요한 동작까지 입력 조작의 하나로 인지하여 원하지 않는 클릭 동작까지 되어버리는 오류가 많았던 겁니다. 단적인 예로, 화면 스크롤을 위해 두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 하는 Gesture를 취하고 나서 손가락을 책상에 내려놓는 동작까지 인식되어 하단에 있던 다른 창을 클릭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손가락에 엄청난 집중을 해야했습니다.

필요한 Gesture입력과 그렇지 않은, 컨트롤과 상관없는 Gesture를 오류없이 구분하는것이 '동작인식', 특히 세밀함을 궁극으로 하는 Leap Motion 과 같은 제품에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동작만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의 의도가 담긴 Gesture를 얼마나 잘 인식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밀도 있는 인식률을 자랑한다고 해도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대상을 선택했을 때의 당혹감과 그것을 취소, 재선택하게 하는 과정이 원할하지 않다면 좋은 인터페이스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사람의 손가락으로 제한된 화면을 세부적으로 컨트롤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상을 선택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인터페이스의 역할이기도 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 Leap Motion 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습니다. 새로운 초석으로서의 Leap Motion, 정밀한 컨트롤에 관한 현재 상태는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멋진 경험을 제공해줄 다음 모델을 기대해보면서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글..
2013/06/12 - [UI 가벼운 이야기] - Natural User Interface (NUI)
2010/05/24 - [UI 가벼운 이야기] - Touch Gesture Reference Guide (터치 제스쳐 가이드)
2010/03/14 - [UI 가벼운 이야기] - 웹사이트 마우스 제스쳐 비교 (크롬플러스, 네이버툴바, 파이어폭스)


Leap Motion 소개영상


참고영상
MYO - Wearable Gesture Control from Thalmic Labs
근육의 형태변화를 감지해 대상을 컨트를 하는 방식


[참고##review##]

[참고##N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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