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리서치 #3: 전문가 인터뷰 (Expert interview)

2022. 9. 8. 07:50카테고리 없음
Seungyoon Lee

들어가며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초대해 제각기 생각하는 또는 주장하는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2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국민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워할 때, 각종 미디어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 의견을 나누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예컨대 바이러스 전문가, 의료계 전문가, 방역 체계 전문가, 학교 선생님 등 인터뷰를 나누고 각자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미디어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인터뷰 내용을 보고 지식을 쌓고 각자의 대응 전략을 세워 나갔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 코로나19 세계 곳곳 확산세…대응방식은 제각각, KBS 뉴스9 2020. 3.14 

 

UX 리서치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반대로 제가 전문가가 되어 이야기를 나눠 드릴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할 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뼈 때리는 경험 

Case 1

B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A사가 고객을 위한 새로운 제품/서비스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사용자 조사보다는 B 기술과 관련이 있는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 교육 전문가, 스마트 홈 전문가 등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전문가의 지식, 그리고 B 기술과 해당 전문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검토해 보니 지식은 데스크 리서치로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고, 아이디어는 ‘20XX Future scenario’와 같은 검색어로 구글링 하면 금방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전문가 분들은 긴 시간 진심을 다해 답변해 주셨는데, 프로젝트가 넥스트 스텝으로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내용이었습니다. 리서치 설계의 어딘가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Case 2

새로운 사이트 론칭을 앞두고 있는 C사가 론칭 전 UX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마지막 개선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까지 얻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인터뷰 설계를 일반 사용자 UT처럼 진행한 것이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사이트의 기능과 메뉴 구조 등 사용성 관련된 의견을 물었는데, 섭외된 전문가들은 전문 지식보다는 저마다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버튼의 크기가 너무 작고, 어떤 사람은 아이콘의 가시성이 떨어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메뉴 구조 자체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얘기합니다. 데이터를 모아 보니 문제점이 너무 많이 수집되었습니다. 이 많은 문제를 다 개선할 수는 없는데 난감한 상황입니다. 

 

최근에 경험한 위 사례를 통해 제가 전문가 인터뷰를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회고해 보게 되었고, 전문가 인터뷰라는 방법의 목적과 언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지 생각해 본 내용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몰라! 전문가에게 이 분야가 어떤 분야인지 물어보자! 

➔ 목표는 지식 습득입니다. 

 의료 기관의 서비스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할 때, 클라이언트와 저희 팀 모두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재 의료기관에서 서비스디자인 업무를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 경험을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점이 중요한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등등에 대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들어 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가설을 세워봤어! 그런데 그게 맞는 방향일까?

 목표는 확신을 얻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분야의 UX는 아직은 모두에게 낯설고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희가 고민한 UX에 대한 가설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때 사용자의 의견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좀 더 가설에 대한 확인을 가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이미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하는 게 맞는 방향일까? 

 목표는 해결 방안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서 문제을 다각도로 파악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의견이 분분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해결 방향의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는 섭외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최대한 도움이 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 전문가 인터뷰는 언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전문가 인터뷰, 언제,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할까요? 

지식을 얻기 위한 경우 

1. 언제 물어봐야 하는가?

주로 discovery research에서 생소한 분야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 시나리오 등의 프로젝트를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2.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대부분 기본적인 지식은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어려운 전문 지식을 단기간에 쉽게 얻기 위함이므로 최대한 다양한 지식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질문을 구성합니다.  

3.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비슷한 분야의 전문가를 여럿 섭외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분야는 기초적인 지식, 즉 기반 지식입니다. 이 기반 지식은 사실 대부분의 동일한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라고 두루뭉술하게 섭외를 한다면 모두가 블록체인의 역사와 개념에 대해서 중복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에 전문 분야를 최대한 세분화하여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경우 

1. 언제 물어봐야 하는가?

Discovery research와 evaluative research 모두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2.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리서치 팀은 데스크 리서치 등을 통해서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고, 전문가는 이 가설을 자신의 렌즈로 필터링합니다. 이런 접근 방법은 전문가도 흥미롭고 재미있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 자신이 기존에 생각했던 아이디어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공감함으로써 스스로도 얻는 것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제시한 가설에 대한 긍정, 부정 의견을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는 것입니다. 팀은 가설에 대한 긍부정의 ‘왜'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설이 왜 타당한지, 왜 타당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 (사용자의 입장이 아닌) 전문가의 입장에서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파악하는 것이 전문가 인터뷰의 목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3.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이 경우에는 동일한 주제의 전문가의 의견을 2명 이상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성에 기반한 의견을 묻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인의 사상과 감성에 대한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 방안을 확인하기 위한 경우 

1. 언제 물어봐야 하는가?

앱이나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Evaluative research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2.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가? 

이때 전문가에게 얻어야 할 것은 해결 방안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 나온 상태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실제 사용할 사용자에게 물어봐도 충분합니다. 이 때는 사용자 조사로부터 문제를 도출한 후에 전문가에게 개선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3.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 

이때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UX 분야, UI/Interaction 분야, UX writing 분야 등 개선해야 할 분야의 전문가가 최적의 해결 방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대강 이렇게…

 



뼈 때리는 경험 회고하기 

Case 1을 위해서는 ‘가설 검증을 위한' 전문가 조사를 진행했었으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모르는 분야를 새롭게 파악한다기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연결성이 더 중요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사에서 만났던 전문가 분들이 생소한 분야가 아닌 어느 정도 익숙한 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지식보다는 의견을 얻기에 용이하기도 했었고 실제 팀도 회고를 통해 데스크 리서치를 통해 클라이언트와 팀이 생각하는 가설을 제시하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얻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Case 2를 위해서는 사용자 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이후에 전문가 조사를 진행하여 사용자의 의견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게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UX 분야도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UX 라이팅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의견을 묻는다던지, 시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의견을 물었더라면 좀 더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회고해 봅니다. 

 


 

 

마치며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것은 정말 귀한 경험입니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저명한 분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어려운 분야를 쉽게 설명해 주시는 분들, 연예인! 까지… 이런 분들과 1-2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받고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위해서 회고해 본 내용이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