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그로스 해킹 TALK 1: 혼자서는 할 수 없다
pxd talks는 여러 분야의 연사님을 초빙해 인사이트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pxd 구성원들이 더 넓은 시야로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그 경험은 [pxd talks] 아티클로 기록합니다. pxd 구성원들이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pxd story에 남아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 기획자, 디자이너, 리서처, 개발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밤낮으로 고생해 만든 제품이 있어요. 그리고 마침내 제품을 세상에 내놓죠. 그럼 끝인 걸까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 제품의 성패는 운명에 맡기면 되는 걸까요? 그럴 리가요!
사실 제품 출시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가까워요. 제품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고객과의 만남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제품을 만든 사람은 고객의 경험을 살피고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제품에 반영하며 꾸준히 성장해요. 이것이 바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죠.
그로스 해킹은 2010년 드롭박스의 마케터 션 엘리스(Sean Ellis)가 처음 만든 단어인데요. 이후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등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그로스 해킹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스타트업계 역시 그로스 해킹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지?" 그로스 해킹이 좋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정작 실천하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요. 그로스 해킹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요? 『그로스 해킹』 저자이자 데이터 분석가인 양승화 님의 강연과 함께 알아보죠.
그로스 해킹,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양승화 님은 “그로스 해킹이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또는 비즈니스가 마주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다양한 직군(Cross-functional)의 동료들이 모여,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실험을 통해 배움을 얻고 이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요. 양승화 님은 이러한 그로스 해킹을 위해 갖춰야 할 네 가지 조건-데이터 분석 환경, 지표, 프로세스, 문화–을 제시해요.
데이터 분석 환경
먼저, 데이터 분석을 위한 환경이 잘 구축돼야 해요. 데이터의 중요성을 아는 조직은 흔하지만, 실천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와 역량을 갖춘 조직은 드물죠. 데이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고 편하게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제 제품(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대해 데이터를 일부 팀이 독점하기보다는 모두가 탐구하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인 사내교육을 통해 구성원 전반의 데이터 역량을 높이는 등 조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죠. 데이터를 쌓고 가공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쁠 때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아닌, 중요한 업무의 일환으로서 받아들이는 인식 또한 중요해요. 막연히 ‘데이터'로 뭉뚱그리는 대신, 각 팀마다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하고 취합해 ‘모두가 함께 보는’ 대시보드를 만들어 갈 수도 있죠.
지표
지표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일도 중요해요. ‘결제 전환율을 개선하자'고 한다면, ‘전환율'을 어떻게 산정할 것이며 ‘개선'이란 어떤 상태 변화를 말하는지, 합의를 통해 정의된 명확한 개념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하죠. 또, 필요와 상황에 따라 적합한 지표를 세워야 하고요.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리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오류가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장에서 돌아온 전투기가 파손된 부분을 분석했는데요. 격추되지 않고 복귀한 아군 전투기는 주로 날개와 꼬리 부분을 공격받았어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면, ‘공격당하기 쉬운 날개와 꼬리를 보강하자'가 되겠죠.
여기서 잠깐, 이미 돌아온 전투기의 취약점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는 ‘왜 다른 전투기는 생존하지 못했는가'를 파악할 수 없어요. 관건은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에 있죠. 돌아온 전투기는 날개와 꼬리를 공격받았어도 살아남았지만, 몸통 부분을 공격받은 전투기는 돌아오지 못하고 추락했거든요. 생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추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날개와 꼬리가 아닌, 몸통을 보강해야 하는 것이죠. 즉, 데이터를 분석할 때는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자칫 누락될 수 있는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해요.
프로세스
마케터는 마케팅을 하고, 리서처는 리서치를 하죠. 하지만 양승화 님은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직무를 맡은 개인이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홀로 그로스 해킹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강조해요. 그로스 해킹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직무 담당자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해야 해요. 요컨대 함께 성장할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원이 결과를 달성하도록 돕는 체계적 과정이 뒷받침돼야 하죠.
조직, 그러니까 성장을 위한 공동체는 목표를 정하고 척도가 되는 핵심 지표를 정의, 측정해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실험을 반복하며 핵심 지표의 가시적인 개선을 이끌고요. 개선 상황은 모두에게 공유되며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이 되죠. “여기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고민과 성과를 이어가며 조금씩 성장해요.
문화
마지막으로, 체계뿐 아니라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문화가 갖춰져야 해요. 누구나 쉽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환경이 조성되려면, 보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내 문화와 이를 위한 경영이 동반돼야죠. 또, 일부 구성원이 데이터를 자산처럼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도 필요하고요.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양승화 님은 그로스 해킹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해요. ‘회사가 안정화된 다음에 하자’, ‘있는 알고리즘 쓰자’, ‘리소스가 너무 많이 든다’ 등 여러 이유로 업무보다 덜 중요한, 나중에 해도 되는 일로서 미뤄두기 십상이지만, 나중에 위기가 찾아와 정말 그로스 해킹이 절실해질 때는 이미 늦을 거라고요. 그로스 해킹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시작하는 거예요.
그로스 해킹 이야기는 「TALK 2: pxd에게 묻다 」에서 이어집니다.
글. 임현경 - UX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