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서점인 TSUTAYA(츠타야)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케오 시의 시립 도서관을 운영했으며, 포인트 서비스인 ‘T포인트’ 등 온오프라인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했다.
이 책은 회사 운영에 있어 ‘지적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TSUTAYA 서점과 다케오 시의 시립도서관 등을 운영할 때 어떤 철학을 갖고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지적자본론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기존의 ‘재무자본’에서 ‘지적자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A는 B다’와 같이 ‘지적자본은 무엇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진 않아서 이 책을 읽고 난 생각을 토대로 정리했다.
‘지적 자본’은 ‘지적인 인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지적인 인재가 되기 위한 자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1. 디자인 감각을 지녀야 한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 감각'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업은 모두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p.41) 실제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디자인 감각을 지녀야 할 것이다.
2. 큐레이팅 기술을 가져야 한다.
지적인 인재는 선택하는 기술을 가진 인재이다.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p.49)
- 소비 사회의 첫 단계, '퍼스트 스테이지'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다. 상품 자체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다.
- '세컨드 스테이지'는 가치의 축은 상품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인 효과적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 '서드 스테이지'는 플랫폼이 인터넷상으로 확장된 것을 의미한다. (p.47)
3. 사명감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p.148)
저자는 이러한 개인의 창조성을 키우기 위해 불필요한 보고-연락-상담 과정을 일절 금지했다. 창조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관리는 필요하지 않다. (p.17) 또한 직렬형 조직보다는 클라우드적 발상에 근거한 병렬형 조직 쪽이 앞으로는 보다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p.57)
몇 년 전부터 TSUTAYA의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을 봐왔었다.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실제 TSUTAYA 매장을 경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TSUTAYA 매장은 표면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 마스다 무네아키의 TSUTAYA 공간 운영 철학은 다음과 같다.
1. 지역성과 지역에 사는 사람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을 구성했다.
내가 봤던 도쿄 TSUTAYA 매장 구조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입점해 있고, 서점, 문구, 음반 등이 혼재되어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TSUTAYA 매장 구조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바로 지역에 따라 공간 디자인을 다르게 구성한 것이다.
도쿄 다이칸야마에서는 지적 탐구심이 왕성한 성인들을 핵심적인 방문객으로 가정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취미 성향과 지향성이 강한 상품을 제안해야겠다는 의식을 가졌다. 도쿄에 비해 가족이나 공동체적 결속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하코다테에서는 삼대를 타깃으로 하는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따라서 아동 서적이나 그림책 등은 하코다테 쪽에 더 충실히 꾸려져 있다. (p.89)
2. 단순 장르 구분이 아닌 말 그대로 주제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내가 TSUTAYA 서점을 갔을 때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순히 특정 주제를 잘 모아서 진열한 줄만 알았는데 아예 기존 분류방식을 버리고 주제를 제안했을 줄은 몰랐다. 주제를 제안하는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구역을 만들어야 한다면? 일단 어떤 제안이 고객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지, 어떤 제안이라면 고객의 욕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p.74)
‘영화를 즐긴다’. ‘집에서 생활의 여유를 맛본다’. ‘소통을 창출한다’. 주제별로 구분된 지역 안에서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실행하고 그 제안을 가능하게 하는 가전제품을 상품 분류 기준을 초월해 진열한다. (p.115)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방문해 보면 그곳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 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p.69)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기존의 십진분류법을 버리고 보다 현실 생활과 밀접한 ‘22종 분류법’을 채용해 장서를 관리하기로 했다. 그 책이 어떤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것인가 하는 점을 세밀하게 파악해 분류하는 방법이다. (p.85)
3.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서점은 책을 사기만 하는 공간이어야 할까? 서점에서 커피를 마시면 안 되나? 서점에서 CD를 팔면 안 되나? 책 분류는 십진분류법을 꼭 따라야 할까? 저자는 이러한 틀을 과감히 깬 공간을 구성했다. 이런 구성은 ‘서점은 책을 사는 공간이다’라고 정의하는 순간 그 이후에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 틀을 깨기 위해서는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서점에서 무엇을 원하나? 어떤 방식으로 책을 발견하나? 와 같은 질문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점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나?’로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요즘 한국에서도 TSUTAYA 서점과 비슷한 구성의 서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구성으로 봤을 때 정말 제대로 된 공간 디자인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각 지역의 TSUTAYA 서점의 구성이 다 제각각인 이유는 지역을 위한 공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4.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를 신중히 고려했다.
저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장단점을 다루며,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p.108)
- 즉시성 : 즉시 입수하지 못할 경우 가치가 줄어드는 상품은 인터넷에는 적합하지 않다.
- 직접성 : 막대한 서적을 직접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순수한 감동을 느끼게 해야 한다.
- 마음의 관점 : 편안함을 제공해야 한다. 편안한 시간과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은 지적자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과 현실의 진정한 시너지를 찾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볼 때 최고의 선택이라고 기술한다. (p.97)
책 제본도 세심하게 되어있었고, 책 읽기는 수월했다. 잘 이해되지 않는 용어나 문맥 때문인 지는 몰라도 전체 내용이 머릿속에서 얽혀 쉽게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굳이 정리해봤다. TSUTAYA 서점은 사람 중심의 지적 자본을 토대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을 구현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이 사람에게 진정성 있게 느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이 모든 일에는 사람이 중요하며, 사람을 중심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ux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