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오만가지 접점에서 소비자와 만나야 하는 시대. 어느 비즈니스건 마케팅이 아닌 게 있을까 싶습니다. 당신의 일을, 당신의 자리에서, 당신이 더 잘하게 되는 데에 여기 제 이야기들이 알뜰하게 쓰였으면 하는 욕심, 부끄럽지만 그 욕심 하나로 썼습니다.
-지은이 서문 중-
이 책의 저자인 이원흥 님은 “광고 카피만 카피랴.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라고 주장하는 28년 차 카피라이터이다. <카피라이터>라는 타 직군의 업을 살펴보면서 UX/UI 직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자질을 배울 수 있었다.
카피라이터는 말 그대로 광고에 들어가는 카피를 만드는 일을 하는 직군이다. 좋은 카피를 만드는 게 중요한 업이다. 또한 설득하는 게 중요한 업이므로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이들 카피라이터는 쓰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쓰고자 마음먹는 순간, 카피는 결코 쓸 수 없는 것이 돼 버린다. (p.12)
아이디어는 설명되어야 하고, 카피는 왜 그 카피여야 하는지 설득되어야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지난한 과정이다. 잘 쓴다는 건 설득에 유능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설득력이 높은 카피는 톡톡 튀는 순발력이 아니라 놀라운 집중력, 즉 몰입에서 나온다. (p.22)
커뮤니케이션의 메시지는 두 가지 영역에서 결정된다. 무엇을 말할지가 반이고 어떻게 말할지가 나머지 반이다. 메시지가 옳더라도 그것으로 끝나게 되면 반만 한 것이다. 잘했다 한들 50점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그 메시지에 공감과 설득을 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대부분의 경우 어떻게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 (p.101)
이 책을 읽고 좋은 카피라이터의 자질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그중 인상 깊은 자질을 세 가지로 추려보았다.
첫째, 공감능력을 가져야 한다.
공감능력을 가진 카피라이터가 좋은 카피라이터이다. 이 책에서마저 공감능력이 언급될 줄은 사실 몰랐다. 카피라이터 직군의 특성상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일이 많으므로 동료 및 클라이언트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동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 경험으로서의 독서 습관을 강조한다. 맡은 종류의 도메인이 어떤 것일지 모르므로 공감능력에 기반한 유연한 사고가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한다. 또한 항상 ‘놀라움’을 가지는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 아무리 좋은 카피도, 목적 달성을 위한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도, 결국 다 하나의 의견이다. 의견은 사실에 대한 이해보다 선행될 수 없다. 언제나 사실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의견을 궁리하고 제시하는 건 그다음의 일이다. (p.30)
커뮤니케이션은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남의 삶을 간접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간접 경험으로서의 독서는 매우 중요하다. (p.70)
놀라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놀라움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과 놀랄 만한 대상에게조차도 심드렁한 사람의 성장 그래프는 시간이 갈수록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p.34)
둘째, 내면의 단단함을 가져야 한다.
좋은 카피라이터는 단단하다. 좋은 카피라이터는 꾸준하다. 좋은 습관이 있다. 좋은 습관을 가지기 위해 나 스스로의 루틴을 만들어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다. 앞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단순히 책만 많이 읽을게 아니라 나를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산책’과 같은 좋은 습관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무엇이든 한두 번 시도하는 건 누구나 한다. 하지만 단순한 걸 반복해서 꾸준히 한다는 건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p.77)
나는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길다. 커리어도 길게 봐야 한다. 한두 번 장사할 게 아니라면 정신도, 육체도 평상의 컨디션을 가능한 한 베스트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상의 루틴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으면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도 남들보다 대범해질 수 있다. (p.75)
카피라이터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면 나는 늘 책 중의 책은 ‘산책’이라고 말해왔다. 여기서도 카피라이터를 위한 습관으로 독서보다 산책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러니 무턱대고 남들이 좋다는 책을 펼쳐보기에 앞서 나를 들여다보는 일에 더욱 시간을 쏟을 일이다. (p.44, 46)
책 많이 읽는 나쁜 놈들은 책의 권위를 나쁘게 쓴다. 많이 읽었다는 사실 자체를 자기 과시의 재료로 삼거나, 제 생각은 없이 책에서 가져온 말을 제 말인 양 쓰기도 한다. 하룻밤에 만 권의 책을 읽는다 한들 그런 독서는 좋은 카피라이터가 되는 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p.45)
일을 한다는 건 언제나 그래서 어떻게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실천의 문제이다. 나의 행동만이 진짜 나라고 생각한다. 일에서도. 삶에서도. (p.6)
셋째, 꼼꼼하고 치밀해야 한다.
좋은 카피라이터는 꼼꼼하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민감하다. 일을 잘하기 위해 오늘 할 일을 명확하게 계획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떤 경우에든 작은 디테일 하나도 결코 사소하게 취급해선 안 된다. 카피라이터면 더더욱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주체적 태도가 필요하다. (p.66)
말하자면 나는 오늘을 살자는 유형의 인간인데 그런 내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정이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는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p.95)
추가로 디렉팅을 하는 데 있어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보통 디렉팅을 하게 되면 디렉팅을 통해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 때로는 팀원들이 더할 나위 없이 일을 잘했다면 뭘 더하고 뺄 필요 없이 지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태도를 강조하며, 특히 일이 잘 안 됐을 때의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을 한다는 건 더하고 빼고 고치고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 분명한 지지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견이며 판단이고, 어떤 경우에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해야 하는 일의 모든 것일 때가 있다. (p.92)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카피를 쓰게 하는 일은 내가 직접 카피를 쓰는 것보다 백배나 어려운 일이다. (p.80)
정작 일을 함께 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그중에서도 일이 잘 안됐을 때의 태도 말이다. (p.84)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나 스스로이므로 나 자신이 일을 잘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을 강조했다.
일을 잘하기란 사실 어렵다. 광고 콘텐츠는 함께 만드는 일이지만 내가 잘하지 않고 함께 잘하기란 불가능하다. ‘함께’란 결국 수많은 ‘나’의 합이다. 어려운 것을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어쩌면 해결 과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p.5)
저자가 카피라이터여서 그런지 몰라도 책의 분량이 짧고, 읽기 쉽게 쓰였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와 닿았다. 책에 밑줄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나갔다. 이 책으로 보건대 저자는 좋은 디렉터이자, 가정에서 좋은 아버지인 것 같았다. 저자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실천’이라는 키워드를 접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좋은습관연구소’의 증정본을 읽은 후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위승용 uxdragon의 브런치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