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UXMC 2021:Design for the Future, Design for All #2

Yoonyoung Jung 2021. 12. 3. 17:28

UXMC 2021: Day 2 Sustainability · circular design · social design · gender

* 해당 글은 UXMC(UX Masterclass) 2021 둘째 날의 세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올해 UX Masterclass 컨퍼런스는 해결이 긴급한 글로벌 도전 과제들, 그리고 강한 의식을 갖고 움직이는 현대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UX 전문가들이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 탐구합니다. 디지털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시민들을 위해 정부기관과 협력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에서도 Inclusive Design(포용 디자인)의 활용으로 고차적 변화를 만드는데 진전을 이룬 사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The Story of Developing Sanitaryware Innovations for Muslims in Indonesia

- Nathaniel Orlandy, Experience Design Consultant at Somia Customer Experience. Indonesia

- Taiwoon Woon, Design Manager at Kohler K&B Asia Pacific. Singapore.

- Dono Firman, Senior Design Consultant.at Somia Customer Experience. Indonesia

 

전 세계적으로 변기/세면대 등과 같은 배관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인 Kohler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화장실에서 새로운 디자인 기회를 모색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Kohler-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디자인 매니저 Taiwoon Woon은 아시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화장실 디자인 실태에 대한 리서치를 행합니다. 리서치 초기에 Taiwoon은 하루 5번 정해진 시간에 행하는 기도 전 생식기를 포함한 온몸을 구석구석 씻는 예식을 수행할 정도로 이슬람교에서 ‘청결’이라는 가치가 매우 강조되지만, 인도네시아에 보급된 남성 소변기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배려 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이와 같은 기회를 발견하고 개선을 이루고자 그는 인도네시아의 CX 디자인 컨설턴시인 Somia 소속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하게 됩니다.

 

개선 과정 전반에 걸쳐 두 가지가 도전적인 과제로 느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첫째,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남성들은 정작 현재의 소변기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이는 오래도록 변화가 없었던 소변기 디자인에 그들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현재 보급된 소변기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발 및 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둘째로, 개선 사유 설명을 위해서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와 생식기 세척이라는 private 한 행위를 다루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슬림 남성들이 이러한 청결 예식을 행하는 이유를 종교적인 맥락에서 세심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디자인적 관점에서만 개선점을 제시하다가는 자칫 그들을 모욕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발표자들은 end-user 및 결과물에 의해 영향받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개선 사유의 근거를 충분히 수집하고, 올바른 개선 방향성을 잡기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때, ‘이해관계자’로 정의한 대상이 디자이너로써 일반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무슬림 단체 관계자 및 신도들과 부단히 소통하여 청결 예식을 행하는 이유와 그 의미를 파악해 개선 아이디어가 종교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제시되도록 힘을 썼다고 합니다. 또한 전문 배관공과의 만남을 통해 새롭게 개선될 소변기의 실현 가능성 및 투자 대비 실효성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관여된 모든 사람들을 리서치부터 프로토타이핑 과정까지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하여 유달리 공수가 많이 투입된 프로젝트라고 발표자들은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모든 과정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복합적으로 얽힌 민감 요소들의 해결이 되려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경험이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배경, 유서 깊은 의식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과 밀접하게 협업할 때 이해 및 상호존중이 가장 결정적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션을 마무리합니다.

 


 

Inclusive Research with Underserved Audiences

- Kellie Hodge, Principal Design Researcher at Sutherland Labs. United States & Mark Brady, Director of Research at Sutherland Labs. United Kingdom

 

한편, 일반적으로 UXer들이 리서치 과정에서 ‘포용성을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세션도 있었습니다. 영국 소재 디자인 에이전시 Sutherland Labs의 연구 실장 Kellie Hodge는 리서치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편견(bias)은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녀가 전달하는 리서치의 '1) 기획, 2) 리크루팅, 3) 리서치 실행, 4) 인사이트 추출' 네 가지 단계별 주의점을 통해 포용성을 실천하는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 기획

스크리닝 과정에서는 통계적 정보의 함정을 피해야 합니다.

미국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연평균 $200K의 소득과 미시시피의 연평균 $35K의 소득은 각 주(州)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비슷한 소득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스크리닝 대상자로 연평균 $35K 이하의 소득을 얻는 사람들을 선정한다면, 지역별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함정에 빠지거나 아주 큰 몫의 대상자를 놓치게 되어 형평성 있는 리크루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통계적 정보를 통해 스크리닝 할 경우 최대한 구체적으로 문항을 분할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미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은 평균적으로 4인 가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균 정보만 살펴서는 거대한 용광로 같은 미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 이민 가정 등 구체적인 맥락을 누락시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시 말해 '4인 가구'의 구성원을 리서치 대상자로 고려할 경우 그 속에서 세분화/유형화되는 '가정환경'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는 문항을 추가해야 합니다. 앞선 예로 들자면 '연평균 소득'과 '주거 지역' 문항을 교차 분석하거나, 지역별로 스크리닝이 필요한 것입니다.

 

2) 리크루팅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리크루팅 풀은 고객이 요구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모집했기 때문에 모든 집단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리크루팅 풀에서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리크루팅 과정에서 대상자로 고려하는 집단에 보이지 않는 편견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 진행의 편의를 위해 비교적 높은 우선순위로 리크루팅을 고려할 수 있는 대상자들은 기술 활용에 능한 집단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 활용이 서툴다는 이유로 대상자로써 고려될 기회 조차 박탈당하고, 기술 접근성이 높은 사람만을 대상자로 모집해 진행한 리서치는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전달할까요? 리서치 대상자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특성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3) 리서치 실행

비대면 인터뷰의 경우, 참여자들의 사용 기기 환경(사용 기기 및 OS 버전, PC 사용 여부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리서치 환경을 세팅하는 순서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설정한 리서치 환경의 니즈를 갖춘 대상자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그러한 환경에 접근하지 못하는 참여자들을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시간 또한 참여자 중심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인 듯 하나, 오랜 시간에 걸쳐 인터뷰 참여자들의 직업에 대해 통계를 냈을 때, (농업/ 물류업/ 요식업 종사자 등과 같이) 일반적인 업무 시간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집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인지를 벗어난 특정 집단을 다시 한번 배제하는 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참여자들을 배려해야 합니다. 이때 Think-aloud 방법론처럼 참여자에게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표현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관찰에 집중해 현상을 파악하고 참여자 스스로 의사를 비추기 편안해졌을 때의 속도에 맞추어 리서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시간과 리소스 투자에 힘써야 합니다.

 

4) 인사이트 추출

적은 샘플수의 소외된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리서치 결과는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문제인지 결정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조직 입장에서 리서치를 통한 finding을 제품에 어떻게 반영할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최대한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하되 편견을 제하기 위한 고민은 UXer로써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본 세션 내용은 이미 적용해본 바가 있거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법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편협한 시각으로 사용자를 정의하고 진행한 리서치는 디자인에서 유의미한 기회 영역을 놓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마치며

이번 컨퍼런스는 소외된 집단을 최소화하고 민주화된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UXer가 지녀야 할 태도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문제라고 인식 조차 하지 못한 부분까지 개선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용적 mindset이 지닌 잠재력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혁신의 계기가 되고 디자인의 지평을 확장하는 Inclusive Design의 의미를 곱씹어보며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