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ing UX at NFT.NYC 2024
올해 4월, 뉴욕에서 열린 “NFT.NYC 2024”에 연사로 참여했었습니다.
지난해 스포츠 NFT를 기획하며 느꼈던 UX 인사이트를 짧게 공유해 보았어요. NFT.NYC는 매년 뉴욕에서 열리는 규모가 큰 NFT 행사입니다. 우연히 Call for Speaker 공고를 보고 스피커로 지원했는데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받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막상 마치고 나니 스스로 칭찬하게 되네요.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또 그 과정과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Apply to speak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저는 평소에는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크고 작은 자리에서 프리젠테이션 기회가 많고, 처음 보는 클라이언트와 교류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은 없는 편입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을 알아나가는 것이 재밌고 그 과정을 즐기는 편이지요. 그런데 컨퍼런스 발표는 제게 너무 어렵습니다. 심박수가 높아지고 얼굴은 붉어지고 목소리는 떨리고 하고 싶은 말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도 하죠. 그러고 나면 부족했던 모습이 계속 생각나서 창피하고 숨고 싶고요.
발표 트라우마
괜히 이유를 덧붙이기 위해 과거의 저를 떠올리면 항상 두가지 사건이 떠오르게 됩니다. 한 가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지요. 앞에 나가서 뭔가를 발표해야 하는 자리였는데요, 그전에는 나서서 곧잘 발표도 하고 그러던 어린이였는데 그날은 무슨 일이었는지 당황하고 창피해서 어색한 웃음만 짓다가 자리로 돌아온 기억이 있어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저의 첫 직장에서 신입 때 고객사의 임원 앞에서 발표했을 때 목이 메었던 장면입니다. 그래서 발표 트라우마가 생겼던 걸까요? 늘 어려웠던 이 과제를 저는 항상 극복하고 싶었어요.
Call for Speaker
유명인이 등장하고 참여 티켓값도 상당한 규모가 큰 컨퍼런스에서도 ‘Call for Speaker’라는 제도를 통해 연사를 모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Call for Speaker에 응하기 위해서는 발표하고 싶은 주제와 내용을 제출하여 행사의 취지에 적합한지 등을 심사받는데 요즘은 이전에 발표했던 경험을 공유해 달라던지(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발표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는지), 또는 그렇지 않으면 2분 정도 영상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제출할 때에는 내가 발표하고 싶은 주제가 컨퍼런스의 취지와 일치하는지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NFT.NYC 2024
어느 날 우연히 NFT.NYC의 Call for Speaker 공지를 보게 되었고,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가만, 문제가 있죠. 서두에 얘기했듯 저는 발표 울렁증도 있죠. 안그래도 발표할 때 떨리는데 영어로 한다? 저는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지 못해요. PXD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대부분 담당하긴 하지만 머릿속에 생각이 바로 영어로 나오지는 못하기 때문에 스크립트를 쓰고 외우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하죠. 괜히 덤볐다가 창피만 당하는 거 아니야? 리스크가 가득한 상황이었죠. 그래도 애써 도전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왜?
나도 할 말 있으니까.
위믹스 챔피언십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NFT가 스포츠 분야에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내는 현장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 팬 그리고 경기장으로 구성된 현장 경험에(IRL: In real world) NFT를 연결시킬 때 알아두면 좋은 UX 인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IRL 환경에서 NFT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므로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의미있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또, 거긴 뉴욕이니까.
컨퍼런스가 열리는 곳은 뉴욕 한복판이었죠. 뉴욕에서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도전할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일단, 해보자.
결국 ‘괜히 창피한 일이 될 거야…’라는 마음을 ‘시도라도 해보자'라고 바꿔봤습니다. 스스로 이런저런 이유를 부여하며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바로 짧은 프로포절을 제출했고 운좋게 억셉트 되었습니다.
Get involved
3일간의 행사를 시작하며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NFTNYC 2024에 출품된 여러 아트 NFT가 화려하게 노출되었고 행사장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NFT의 미래를 논하고 있었어요. 제 발표 순서는 프로그램의 거의 막바지여서 그전에는 다른 연사들의 발표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NFT 관련 주요 토픽을 소개해 본다면,
#AI
요즘 가장 화두인 AI도 주요 토픽 중의 하나였는데요, Jodee Rich NFT.NYC 대표와 Alex Atallah 오픈씨(OpenSea) 창립자가 나눈 “AGI, Language Models, Agents, Oracles and NFTs“라는 대담에서 앞으로 수없이 생겨나게 될 AI 모델과 NFT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예를 들면 NFT가 특정 AI 기능의 접근을 제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던지 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또 로열티 프로그램, 멤버십 등 NFT를 매개로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사례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라트비아의 항공사 airBaltic의 대표 Martin Gauss는 “World’s First NFT Airline Loyalty Program” 발표를 통해 운영 중인 NFT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airBaltic은 멤버십을 위한 NFT를 발행하고 항공권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참여하고 소속감을 주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할인, 적립 및 특별 이벤트에 초대하는 등 NFT 기반 커뮤니티가 기업에 적용된 사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주제와 전시로 흥미로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NFT.NYC의 유튜브 채널에서 지난 강연을 차근 차근 오픈하고 있으니 참고해 보세요.
Be a speaker
제 차례가 되어 단상에 올랐습니다. “NFTs, on green: IRL user experience in golf”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고, UX 관점에서 NFT를 실제 대회에 적용시켰을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컨퍼런스 막바지이다 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여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준비해 온 내용을 용기 내어 풀어 나갔습니다. 연습을 하긴 했었지만 매끄럽지 않았고 한글로 발표했다면 제가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며 부족한 컨텍스트를 보충할 수 있었겠지만 영어 발표이다 보니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생각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죠.
Learn through challenge
그래도 저에게는 얻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업무를 정리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계기
그동안 해왔던 업무를 정리하고, 또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 보는 것은 너무 중요한데요 발표라는 계기가 없었으면 아마 미루고 미루는 게으름을 피웠을게 분병합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발표를 위해 글로, 발표자료로 정리해 보는 것은 제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긴장감
컨퍼런스 발표는 한글로도 어려운데 영어로 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확실히 컴포트존을 벗어나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100%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경계선을 조금씩 넓혀가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느끼는 보람도 컸고요. 비즈니스 현장에서 안해봤던 일을 하는걸 영어로는 exercise different muscles 라고 한다는데요, 평소에 안쓰던 근육을 쓰면서 그 근육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또 반대로 평소에 쓰던 근육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되었어요.
아무튼 어렵고 긴장되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시 올 기회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