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치] 블록체인이 만드는 팬덤의 진화 #1편
들어가며
케이팝은 독특한 팬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이 인기를 끌며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코어 팬덤을 겨냥하는 전략에 점점 주목하고 있죠. 이러한 흐름에 따라 팬 활동은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팬 활동이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요? pxd UX리서치팀은 지난 17개월 동안 약 8건의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명 이상의 팬과 아티스트를 만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UX리서치팀이 깊게 이해한 팬과 크리에이터가 그리는 새로운 팬 활동의 모습을 총 4편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팬과 아티스트 활동 이해하기
팬 활동은 아티스트의 활동 사이클을 주축으로 형성됩니다.
첫째, 아티스트는 음원과 앨범을 발매하고, 팬은 이를 구매합니다. 팬 활동의 첫걸음이죠. 둘째, 음반을 발매한 아티스트는 공연이나 팬미팅 등 오프라인 이벤트를 개최하고, 팬은 여기에 참여해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며 아티스트에 더욱 유대감을 느낍니다. 셋째, 공연 전후로 아티스트는 팬클럽 회원을 모집하죠. 기존 팬은 팬클럽 멤버십을 갱신하고, 새로 유입된 팬은 이때 가입해 공식적인 ‘팬'이 됩니다. 물론 멤버십 가입 없이도 팬이 될 수 있지만요. 팬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팬 간의 유대감도 쌓아갑니다. 넷째, 아티스트는 외 다양한 콘텐츠를 발행하고 판매하며, 팬은 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합니다.
위 네 가지 사이클은 순환하며, 반복적으로 진행됩니다. 본 글에서는 이 사이클을 바탕으로 팬 활동이 WEB2에서는 어떻게 이뤄졌으며, Web2 환경과 Web3 환경에서는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사례와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pxd가 만난 팬과 아티스트는 이런 변화를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WEB3 특성 미리 이해하기
WEB3는 블록체인을 비롯해 인터넷에서의 데이터 소유권과 제어를 분산시키는 기술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플랫폼이 독점하던 힘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구상에서 출발한 WEB3는, 기존 WEB2의 중앙 서버를 두는 운영 및 관리 구조와 달리 분산 저장을 통해 개인에게 데이터의 주권이 주어진 형태로 운영됩니다. 사용자 간 상호 작용 방식을 자동으로 규제하는 블록체인의 메커니즘을 통해 말이죠. (pxd story에서 WEB3의 기본 개념을 다룬 글이 있으니 먼저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러한 기술에 힘입어 WEB3는 아래 특성을 띠는 새로운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 | 참여 보상 |
정책 결정 참여 |
블록체인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 내역은 공유 원장에 기록되고, 누구나 볼 수 있으며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유지됩니다. | 블록체인은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자가 블록 검증자로서 네트워크 관리에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참여에 대해 보상을 받습니다. | 더 이상 중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서비스의 정책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권한을 갖습니다. |
[Cycle 1] 음원 또는 앨범: 판매 ↔ 구매
WEB2: 아티스트에게 불리한 정산 구조 속 제한된 팬의 역할
아티스트가 신곡을 발표하면, 앨범을 구매하거나 음원을 무한 스트리밍하는 것은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팬 활동입니다. 이런 팬 활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기고 지원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의 수익 창출 관점에서도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정산 구조는 음원 수익에 대해 아티스트, 즉 실연자 분배 비율이 일반적으로 6%로 아티스트의 수익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이러한 수익분배 구조로 인해 아티스트와 제작사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해도 팬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아티스트의 음원을 더 많이 듣거나 정산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스트리밍 서비스의 불매 또는 소속사를 향한 시위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단히 소극적이고, 팬덤의 결집력과 공수 소모가 큰 데에 비해 두드러지는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렵죠.
WEB3: 소비자를 넘어 투자자가 되어주는 팬덤
팬 입장에서 소극적일 수 밖에 없어 생기는 무력함은 블록체인을 만나 해결될 수 있습니다. 팬은 아티스트의 음반이나 음원에 직접적으로 투자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죠.
Royal은 팬이 아티스트의 음악이나 앨범에 투자하면 스트리밍 권한 비율을 명시한 토큰을 지급받게 됩니다. 그리고 해당 토큰을 보유한 팬은 정해진 로열티 지급 날짜에 수익을 받습니다. 아티스트는 팬이 투자한 금액을 제작비로 사용하고, 추후 수익의 일부를 팬덤과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팬과 수익을 나눈다고 하더라도, WEB2 환경에서처럼 음반 제작자와 같은 중간 매개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훨씬 더 많은 비율을 가져가게 됩니다. 팬은 아티스트에게 투자 형태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그 결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으며, 아티스트는 더 많은 정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순환을 이룹니다.
Opulous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직접 투자하는 서비스입니다. 팬이 암호화폐나 달러로 아티스트의 프로젝트 소유권 일부를 구매합니다. 구매를 마치면 ‘MFT(Music Fungible Token)’를 수령합니다. MFT를 보유하면 추후에 아티스트의 프로젝트 수익을 일부 분배받을 수 있고, MFT를 마켓플레이스 내에서 판매하거나 서비스에서 발행한 OPUL 토큰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화할 수도 있습니다. 아티스트는 팬의 투자금을 프로젝트 자금으로 사용하여 더 좋은 음악과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pxd는 ‘WEB3 팬덤 플랫폼 수용도 조사'를 통해 여러 아이돌 및 크리에이터의 팬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창작 및 경제 순환 구조는 앞서 예로 든 두 서비스의 형태와 매우 맞닿아 있습니다.
“제작과 팬 커뮤니티 운영을 위한 비용 확보가 사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거든요. 제작비를 확보하거나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과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아티스트에게는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게 하고, 프로젝트 가치 상승을 통해 팬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팬도 보상 자체가 팬 활동이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지원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그리는 이상적인 보상 체계는 거의 동일합니다.
요소 | WEB2 | WEB3 |
팬의 역할 | 소비자 | 투자자 |
아티스트 지원 방식 | 앨범이나 음반 구매를 통해 판매량 증대 | 투자 플랫폼을 이용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 |
팬 보상 | 아티스트 지원에 따른 심리적 안정 | 투자에 비례한 금전적 보상 |
아티스트 <> 팬 결속 | 팬의 일방향적인 소비를 통한 지원 | 아티스트 성공과 팬의 투자 및 보상이 상호 연결 |
음원/앨범 발매 과정에서 웹2와 웹 3의 비교
블록체인은 아티스트의 프로젝트에 팬을 직접 참여시켜 더욱 강화된 상호 결속력을 통해 아티스트의 프로젝트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2편에서는 두 번째 Cycle인 '오프라인 이벤트 개최 및 참여'에 관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글. 정윤영, 최하은 - UX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