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2. 07:55ㆍ리뷰
(아래 글은 책을 읽고 추천사로 작성된 것입니다.)
'디자이너, 직업을 말하다(Design is a Job)'를 읽고 난 이후, 나는 완전히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마이크 몬테이로는 단지 멋진 디자인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많은 디자이너에게, 직업인으로 혹은 사업으로서 디자인을 하는 것에 필요한 모든 조언들을 빠짐없이 해 준다. 한편 통쾌하고, 한편 슬픈 현실에 안타까와 하다가도, 또 내내 낄낄거리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그가 새로운 책을 냈다. 이번에는 '디자이너, 고객에게 말하다(You're my favorite client)'라는 책이다. 디자이너에게 지혜를 주었으니, 이번에는 디자인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인 고객-클라이언트에게 지혜를 줄 때라고 생각한 것 같다. 모든 클라이언트가 읽어 주면 좋겠다. 이 책에는 디자인은 무엇이고, 왜 디자인에 투자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떤 디자이너를 어떻게 고용하고, 디자이너들과 어떻게 협업해야하는지, 또 프로젝트가 잘 되는 신호는 무엇이고 안 되는 신호는 무엇인지 등, 디자인을 잘 모르는 경영자가 알아야 할 원칙들과 실무적으로 중요한 내용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우리의 고객들이 이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많은 경영자들이나 의사결정권자들이 말은 입버릇처럼 '디자인이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실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더 좋은 디자이너를 채용하기 위해서, 디자이너와 좀 더 잘 협업하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영자를 좀처럼 보지 못 했는데, 책을 읽게 만들기는 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말은 언제나 '저는 디자인을 잘 몰라서...'라고 하지만, 실제 디자인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할 때면, '나도 소비자야'라면서 자기 취향을 강요하곤 하는 걸 보면, 실은 자기가 디자인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왜 굳이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으려고 하겠나?
오히려 모든 디자이너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직업을 말하다'가 디자이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면, '고객에게 말하다'는 우리가 고객을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하는가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우리가 정말 제대로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미국 이야기를 쓰긴 했지만, 지난 번 책처럼, 100% 한국과 동일한 상황이다. 디자인계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의 이야기는 생생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난데없이 숨겨진 인물이 나타나 방향을 바꾸는 이야기, 담당자와 디자이너는 모두 마음에 들어하는데, 사장(임원)이 자꾸 방향을 틀어 놓는 이야기, 프리랜서로서 '돈 좀 제때제때 달라'는 이야기 등 한국에서 디자인하면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똑같이 반복되어 책에서 나온다. 고객 담당자가 우리한테 포토샵 파일 달라고 하더니, 자기가 포토샵에서 작업해서 '피드백'을 주더라...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혹시 겪어 본 적이 있는지? 이 책에서도 나온다. 우리 회사가 왜 경쟁PT에서 '시안'을 제출할 수 없는지 매번 설명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도 역시 설명한다.
제일 웃긴 이야기는, 디자이너에게 제발 소프트웨어를 좀 제대로 사달라는 것. 이건 스튜디오나 에이전시에서는 잘 벌어지지 않지만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은 인생에 한 두 번은 겪었을 것이다. 포토샵 좀 사달라고 했더니, IT팀 직원이 와서 파워포인트 만으로 포토샵처럼 디자인하는 방법을 1시간동안 설명해 주고 갔다나... 정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나?
디자인은 예술도 아니고 멋진 영감에 의해 번개처럼 나타나는 결과물도 아니다. 고객이나 자기 회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이다. 또한 누구나 한 마디씩 내뱉아서 여기 색깔이 어떻고 저기 모양이 어떻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수년간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 행하는 전문적인 서비스이다. 이 점을 우리 고객들이나 디자인팀의 보고를 받는 상사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디자이너들이 이 책에 나온 내용에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디자이너라면, 이 두 권의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디자인학과에서는 좀처럼 가르치지 않지만, 직업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정말정말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읽기 쉽고, 무척 재미있다. (음... 그런데 첫 번째 책보다는 조금 덜 재미있다. ㅎㅎ)
[참고##디자인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