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0.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이전 글 '이해관계자 마음속 사용자 드러내기' 언급했던 다음 부분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사용자 조사를 통하여 사용자의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나아가 목표 사용자를 만드는 과정을 사용자 모델링(User Modeling)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델(model)이란?
모델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합니다. 이 중 대표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good example : someone or something that is an extremely good example of its type, esp. when a copy can be based on it.
representation : something that represents another thing, either as a physical object that is usually smaller than the real object, or as a simple description that can be used in calculations.
(출처 : Cambridge Dictionary)
다시 설명하면, '모델이란 무언가를 표상(representation)하거나 나타내기 위한 매우 좋은 유형적 예시(good example)가 될 수 있는 사람, 사물 또는 간략한 설명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모델' 또는 '모델링'이라고 흔히 표현하는 예시입니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분야들로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말한다면 위의 예는 모두 '실체'가 아닌 '가짜'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짜'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가 있습니다. 모델이란 이와 같이 '전달하고자 하는 실체(진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형식(가짜)'입니다. 위의 예에서 프라모델 탱크의 경우는 야전 상황에서의 탱크와 승무원들의 디테일을, 자동차 모델은 앞으로 생산할 새로운 자동차의 형태와 스타일을, 건축 모델(모형)의 경우 앞으로 짓고자 하는 공간의 구조와 관계를, 패션모델은 디자이너가 의도했던 의복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일반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체형과 분위기의 패션모델을 통하여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기하학적 도형이나 다이어그램으로 표현되는 개념 모델의 경우도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 그룹 간의 관계와 순서 등을 표현하기 위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인 형태로 정보를 조직한 것이고요.
사용자 모델 (User Model)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면, '사용자 모델이란 목표 사용자의 주요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유형적 예시로서 가공하여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모델을 만드는 목적은 디자인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용자를 마음속에 감춰두고 이를 전제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바깥으로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이전 글 '이해관계자 마음속 사용자 드러내기' 초반 부분 대화 참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용자 조사를 진행했더라도 사용자의 특성, 능력치, 니즈가 논의의 상황이나 개인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거나 줄어들게 됩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디자인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게 되겠지요. 이 때문에 근거에 기반하여 사용자 모델을 만들어 디자인 과정에서 목표 사용자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앨런 쿠퍼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으로부터 목표를 드러내고 이를 퍼소나(persona)라는 사용자 모델로 만들어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법을 정립했습니다. pxd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2002년부터 쿠퍼의 퍼소나 방법을 도입하여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 응용 발전시키고 있으며, 제 글의 관련된 내용들은 이와 관련한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사용자 모델 활용하기
퍼소나로 대표되는 사용자 모델은 일단 잘 만들어 놓으면 디자인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
위의 이전 글에서 사용자 모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던 대부분의 내용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사용자 모델 활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사용자 모델을 프린트 가능한 한 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장으로 기술되어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된 문서가 아니라, 한 장 안에 주요 정보를 압축하여 언제든지 전체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 팀 또는 관련된 부서 사람들이 언제든지 쉽게 보고 파악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 마음속의 숨겨둔 사용자가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것을 방지하고 항상 목표 사용자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규모나 특성상 관련된 부서가 많을 때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 전체에서 언제든지 목표 사용자를 기억하고 그 특성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면 디자인적인 노력을 좀 더 투자하여 포스터 형태로 만들어 곳곳에 붙여두는 방법도 좋습니다.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벽이나 회의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게 공간 등 다양한 곳에 붙여두면,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목표 사용자를 떠올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디자인 도구
사용자 조사로 얻어진 근거에 따라 사용자 모델을 만들었다면 이를 디자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야 합니다. 사용자 모델은 인사이트를 주는 주요 행동 패턴에 기반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요한 태도와 니즈, 불만사항, 행동의 목표 등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감 나는 사용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사용자(모델)를 앞에 두고 이 사람을 위하여 아이데이션을 진행할 수도 있고 솔루션을 스케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과정 전반을 통하여 이 사용자(모델)의 눈높이, 입장을 유지할 수 있어 프로젝트 참여자 개개인의 호불호가 개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제시한 아이디어가 팀 내의 다른 누군가에 의해 비난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은 아이디어의 장점을 설득하려고 애를 쓰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자신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평가하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을 때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평가를 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사용자(모델)의 목표와 니즈의 관점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의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말하는 사람이나 수용하는 사람 모두 자존심 상하지 않고 논의를 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용자 모델의 관점에서 경쟁 서비스나 제품을 판단할 수도 있고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도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용자 시나리오입니다. 이와 같이 사용자 모델을 중심으로 디자인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특정 니즈를 개별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한 기능 중심의 접근보다 훨씬 풍부하게 디자인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사결정 도구(우선순위 파악하기)
사용자 모델을 만들었다면 더욱 다양한 응용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The Essential Persona Life Cycle에서 소개된 사용자 모델(퍼소나)을 활용한 의사결정 도구(Persona weighted-feature matrix)입니다. 사용자 모델과 기능을 각각의 축에 비열하고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사용자에 가중치를 주어 사용자 관점에서의 가치 여부에 따라 배점을 하면 기능 간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닐슨 노먼 그룹의 아티클 섹션에 소개된 글 Using Prioritization Matrices to Inform UX Decisions을 참고해보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세로축의 User value를 바로 사용자 모델(퍼소나) 관점에서 바라보고, 가로축을 구현 가능성, 구현에 필요한 비용, 시간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응용을 해보고 좋았던 기억은 가로축을 '마케팅 효과'로 두었을 때입니다. UX와 마케팅은 공통영역이 많으면서도 때로는 의견 충돌을 보일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마케팅 프로모션이 당장의 효과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용자 관점에서는 이것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아래의 사분면에 대입해본다면 우하단의 'maybe'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죠. 이보다는 'Yes!!!' 영역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평가/검증 도구
마지막으로 사용자 모델을 평가, 검증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사용자 모델을 위에서 말한 다양한 과정에서 활용하는 전 과정이 평가와 검증의 도구로써 활용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수시로 논의하고 판단하는 과정, 디자인 스케치에서 라인 하나, 버튼 하나 넣고 빼는 과정 자체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와 검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판단하지 않으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디자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수시로 던지면 유용한 질문 형태가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 퍼소나가 ~를 한다면...(What if...)
사용자 모델(퍼소나)을 주어로 하는 이 단순한 형식의 질문으로도 상당한 평가와 검증의 과정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 퍼소나가 이 버튼을 본다면...', '만약 우리 퍼소나가 이 기능을 처음 사용한다면...' 모든 과정에서 습관처럼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과정 전반에 걸친 평가와 검증 외에도 디자인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구체적인 사용자 검증과 평가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자 모델의 주요 특성에 부합하는 실제 사용자를 리크루팅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목표 사용자의 관점에서 평가와 검증을 할 수 있게 되고 결과의 해석, 가설의 수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리
지금까지 사용자 모델의 이해와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 모델은 쿠퍼의 디자인 퍼소나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개념이며, 저의 경험적 지식에 따른 개념과 활용 방법을 설명한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모델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을 담기 위한 좋은 예로써 선택하는 가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용자 모델'의 형식이 위에 소개한 하나의 유형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사용자 프로파일이나, 멘털 모델, 사용자 인지 모형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활용될 수 있습니다. 퍼소나 모델도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매번 형식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이 글은 전성진의 브런치에도 발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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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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