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Design Driven Innovation 세미나 후기

2019. 6. 24. 07:50UI 가벼운 이야기
박재현 (Jaehyun Park)

들어가면서

[그림 1] KIDP Design Driven Innovation 세미나

지난 2월, 한국 디자인 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World Design Organization (WDO) 이사진을 초청하여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연사님들이 디자인 교육,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연사님들 이야기 중 재미있었던 일부 강연을 뽑아 작성하였습니다. 


멕시코에서 디자인 인재 양성하기

연사: Martha Delgado (Head of School of Design, Autonomous University of the State of Mexico)

Martha는 멕시코에서 디자인 환경이 척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멕시코에서 디자인은 주요 활동이 아니고 디자인 수요도 많지 않습니다. 이는 멕시코 경제 구조 때문인데요. 멕시코는 상품, 자본,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수입하는 데 의존합니다. 주로 미국과 교역하며 다국적 기업에서 그대로 제품을 들여올 때가 많습니다. 디자인 재산권도 잘 보호되지 않고 있습니다. 

Martha는 문화적 자산이 디자이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문화적 자산(Cross-cultural Capital)이란 개인이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서 교류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 성향, 경험입니다. Martha가 멕시코에서 성공한 디자이너 20명을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인데요. 20명의 디자이너는 여러 언어로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척박한 멕시코 디자인 환경을 헤쳐나갔습니다. 예를 들어 Joel Escalona 디자이너는 국제 디자인 대회에서 입상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해 클라이언트를 찾았습니다. 후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립하고 미국,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가구 디자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amoATO studio를 창립한 3명의 디자인과 학생들은 대학교의 인큐베이터를 통해 금융,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습니다. 

[그림 2] A' 디자인 어워드 2018

Martha는 국제 환경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미래 디자이너들이 국제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박람회에서 작업을 전시할 기회를 포함합니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환경과 컨텍스트에서 일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개별 디자이너만 아니라 디자인 회사에도 해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적 자본이 풍부한 회사일수록 접근 가능한 시장이 넓어지고 국내 시장에 영향을 덜 받을 것입니다. 



터키의 디자인 역사와 현재

연사: Alpay ER (Professor, Industrial Design Department at Ozyegin University) 

[그림 3] 유럽과 아시아 경계에 있는 터키

국가의 디자인은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상품 차별화가 중요하다 합니다. 다른 공급자와 차별화되는 나의 강점을 강조해서 팔아야 합니다. 한 국가의 디자인도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세계 시장에서 차별점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Alpay는 터키의 정체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터키 디자인이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합니다. 터키는 유럽에도, 아시아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터키 민족의 뿌리는 몽골 지역에서 서쪽으로 이주한 민족으로, 터키어는 라틴어와 다르고 오히려 한국어와 같은 뿌리를 공유합니다. 

디자인은 경제, 정치 환경 속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며, 터키의 디자인 역사를 간략하게 공유하셨습니다. 터키에서 디자인 첫 물결은 냉전 시대 정치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터키 정부는 우방 국가 그룹을 형성하고자 했는데 여기에 디자인을 도구로써 ‘우방 국가 그룹'을 마케팅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터키의 첫 디자인 스쿨은 미국 컨설턴트가 터키 정부와 함께 1960년대에 설립했습니다. 터키에도 한국 디자인 진흥원과 비슷한 기관이 존재합니다. 정식 명칭인 Turkish ‘Advisory’ Design Council에서 볼 수 있듯이 조언은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실행할 힘은 없는 기관입니다. 터키는 아직 디자인을 정치, 경제적인 도구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림 4] 1970년대 터키 차량 제조회사 ANADOL 광고

1960년대 터키 왕조가 무너진 뒤 한국과 비슷하게 정부 주도로 산업이 성장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수입을 규제하며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보호 무역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터키 디자인 산업은 냉정한 시장 경쟁으로부터 보호받았습니다. 산업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작았습니다. 지금도 저렴한 가격을 중시하는 국내 수요층을 위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리서치, 프로토타이핑, 개발까지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서포트할 금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할 위험을 감수할 수도 없었습니다. 디자인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대로 수출 위주의 정책을 폈습니다. 우리나라 디자인 업계는 높은 품질을 요구하고, 구매력이 있는 국제 수요층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 시장의 높은 수준의 기대치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를 배움으로써 성장한 것입니다. 

디자인 산업은 잘 작동하는 공정 경쟁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만 의존하는 생산은 비효율성을 가져왔고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1980년 터키에 쿠데타가 일어났고 쿠데타 이후 비교적 시장 친화적 경제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해외 기업에 오픈하기 시작했고 EU 일부가 되어 유럽의 경쟁에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서서히 산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합니다. 


글로벌 기업에서의 디자인

연사: 이돈태 (삼성 디자인 경영 센터장)

[그림 5] 2019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삼성 Resonance 전시

삼성 디자인 철학 재정립

최근 삼성은 20년 만에 전사 디자인 철학을 재정립했는데요. ‘Be Bold, Resonate with Soul’이라는 문구입니다. 고객 목소리를 듣고 마음에 울리는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삼성이 기술 기반의 회사에서 고객 경험 기반 회사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노력의 중심에 삼성 디자인 조직이 있습니다. 기존의 차갑고 정중한 이미지에서 20대 초반 여성의 감성을 잡는 브랜드로 변화하고자 합니다. 중요하게 보고 있는 고객은 밀레니얼, Z세대, 2011년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입니다. 이들을 관찰하면서 기술을 어떻게 하면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그림 6] 샌프란시스코 삼성 디자인 스튜디오 

Single Vision의 중요성

고객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꾸준하게 전하는 데에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 경영 센터가 글로벌, 전사 디자인 방향성을 잡는 조종실 역할을 하는데요. 삼성은 서울에만 1500명의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삼성 디자인 조직 구성원들은 점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 7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 스튜디오를 통해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글로벌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문화를 느껴 디자인에 반영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 사업부, 국가끼리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하나의 삼성 디자인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림 7] 삼성의 One UI

삼성의 One UI

이돈태 센터장님은 UI가 시대성을 담으면서도 다양한 성별, 나이를 아우르는 포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One UI를 통해 고객 중심의 사고를 UI적인 노력으로 구현했습니다. 우선 사용자가 사용하는 영역을 하단으로 두어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최소화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면이 흰 배경에서 검은 배경으로 바뀌는 나이트 모드 역시 고객 입장에서 눈도 덜 피로하고 가독성도 좋아지도록 한 것입니다. 콘텐츠는 주로 포커스 블록 형식을 가져와서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느낀점

일을 하다 보면 제가 하는 산업군, 디바이스, 대상 고객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작업으로서 디자인에서 산업으로서 디자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정치, 경제 상황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내의 정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덜 받으려면 개인이든 회사든 문화적 자본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박재현 모니카의 브런치에도 발행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그림1] KIDP Design Driven Innovation 세미나[그림2] A' 디자인 어워드 2018[그림3]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터키[그림4] 1970년 대 터키 차량 제조 회사 ANDOL 광고[그림5] 2019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삼성 Resonance 전시[그림6] 샌프란시스코 삼성 디자인 스튜디오[그림7] 삼성의 One 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