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6. 07:50ㆍUI 가벼운 이야기
지난 7월, 바이라인 네트워크에서 주최한 리테일 & 로지스 테크 컨퍼런스 2019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진행된 세션 중 인상 깊었던 두 개의 세션을 공유합니다. 마켓컬리의 데이터 팀이 어떻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지, 배달의 민족이 어떻게 미래의 배달을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 - 노상래
작성자. 강유정
마켓컬리와 데이터 농장(a.k.a. 데농)
마켓 컬리는 식료품 전문 유통 업체로, 좋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서비스하는 회사입니다. 상품 소싱과 제조, 주문 처리 및 재고관리, 배송, 데이터 분석 등을 내재화하고 있습니다. 컬리의 데이터 팀은 '데이터 농장'이란 재미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농부처럼 데이터를 줍고,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되었다고 하는데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분석하여 더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데이터 농장팀이 어떤 단계를 거쳐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데이터를 업무와 조직 문화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마켓 컬리 데이터 시스템의 과거와 현재
데이터 농장팀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크게 두 차례의 변화를 거쳤다고 하는데요. 컬리의 성장 속도에 맞춰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빠르게 공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Step 1. 엑셀과 R의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 분석과 운영 전반에 엑셀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데이터 크기와 복잡성이 크다 보니 분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주요 데이터가 팀별로 흩어져 있어 통합적 관리가 어려웠습니다. 데이터를 엑셀에 수기로 기입하다 보니 오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데농팀은 효율적인 팀 운영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데이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R'을 도입하였고, 결과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Step 2. AWS의 도입
이후 컬리는 매출이 급 성장하며 예측 시스템이 필요해졌다고 합니다. 데농팀은 이를 위해 분 단위부터 주 단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요. Slack에 '데멍이' 시스템을 만들어 예측 현황과 주요 매출 지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컬리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하여, 동료들의 데이터 분석 요청이 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Step 3. AI 기반의 자체 봇+실시간 대시보드 도입
데농팀은 이러한 수많은 데이터 분석 요청을 해결하기 위해 대시보드를 구축하였습니다. 그 결과 동료들은 직접 대시보드 내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사님은 이를 두고 당연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동료가 어떻게 일하는지,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지, 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지 등 조직과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와 예측하는 무당이, 그리고 피드백 기다리는 야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봇들을 도입하였고, 데이터를 적시에 적절한 형태로 전달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현재의 대시 보드에서는 매출 및 배송 현황을 30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고, 진행된 바이럴 마케팅을 추적하여 비용대비 효과가 어떠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할 뿐만 아니라, 전일 물류를 예측하고 현황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물어다 주는 멍멍이(a.k.a. 데멍이)
연사님은 컬리가 성장함에 따라, 데이터 팀이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데이터 인프라의 관리, 그리고 데이터를 통한 고객 경험의 활성화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데이터가 가진 정량적인 가치와 정성적인 가치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공유해주었습니다.
(1) 데멍이의 역할과 예측 퍼포먼스
데멍이는 '예측 시스템'이자 '사내 데이터 공유'를 돕는 시스템입니다. 예측 시스템에서는 매출과 물류를 예측하고, 공유 시스템에서는 주요 운영 현황과 예측 지표 등을 마케팅·물류·MD 팀과 공유한다고 합니다.
데멍이의 물류 예측 시스템은 크게 주간 예측과 일간 예측으로 운영됩니다. 물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데요. '주간 예측'은 과소 예측 경향을 '일간 예측'은 과대 예측 경향을 갖도록 하고, 각각의 결과를 상쇄한 후 결합합니다. 가령 'OO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가정합니다. 주간 예측은 Backdata로 학습 시켜, 'OO프로모션'으로 인한 물량 증가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반면, 일간 예측은 'OO프로모션'으로 인한 물류 증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각 예측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을 상쇄하여, 데농팀에게 필요한 예측을 고도화해나간다고 합니다.
데멍이의 이러한 예측 시스템은 운영과 재고관리에도 쓰인다고 합니다. 모든 상품을 트래킹하여 프로모션이 필요한 경우 제안해주는 방식인데요. 쉽게 말해 A 상품의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남으면 프로모션과 할인으로 탄력을 주어 수요를 얼마나 증가시킬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신선식품 폐기율 1%라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지금과 같은 수요 패턴이 이어지면 언제쯤 품절이 일어날지, 언제 발주를 넣어야 할지 예측하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연사님은 앞으로 상품의 공급과 고객의 수요 패턴이 합쳐지면, 수요 예측의 정확성과 유동성을 갖게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 데이터가 조직 문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데이터가 컬리의 조직 문화에 영향을 준 방식은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효율화를 가져오고, 같은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먼저 연사님은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이뤄낸 사례로 프로모션 팀의 성과를 데이터로 확인한 경우를 들어주었습니다. 어떠한 프로모션 기획을 위해 데이터 분석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단순 데이터 추출이 아닌, 액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장단점을 함께 공유했다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액션 A, B, C를 할 수 있다면, 각 액션의 기대 효과와 물류 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이런 것이 있을 수 있고,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은 이 정도가 될 수 있다'를 검토하고 전달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액션을 취한 후, 데농팀이 생각했던 데이터와 결과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하여 의사결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검토하였다고 합니다. 동료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Slack의 봇과 대시보드,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주요 지표를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 모든 동료들과 같은 눈높이로 데이터를 공유하였다고 합니다. 연사님은 이 과정을 통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 가치 공유를 바탕으로 '데이터로 함께 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치며
데이터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요. 데이터 농장팀이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를 직접 다루지 않는 동료들도 같은 수준의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여러 슬랙 봇을 활용하여 데이터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나 쉽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 또한 흥미롭게 느껴졌는데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도 고려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으로 만들어갈 미래의 배달 이야기 - 김요섭
작성자. 천민희
왜 배달의민족이 배달로봇 서비스를 만드나요?
우리나라 배달업계의 대표주자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는 2018년 매장 내 서빙 로봇을 시범운영한데 이어, 최근 송파의 메리고키친에서 자율주행 로봇과 모노레일 로봇, 배민스마트오더를 도입한 미래식당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가 AI와 자율 주행 로봇 등 최신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외식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민 서비스에서만 전년 동기간 대비 월 주문 수와 월 이용자 수가 50% 이상 증가했다고 하고, 이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택배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과도 연결됩니다.
배달 수요 증가로 등장한 새로운 이슈들
이렇게 급증하는 배달 수요에 비해 배달 기사와 라이더들의 공급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낮은 임금, 그리고 안전을 위협받는 근무환경과 무관하지 않겠죠. 또 보안상의 이유로 배달 기사들의 출입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구역도 늘고 있는데, 이런 곳은 라이더들의 효율적인 배달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배달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우아한형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달 로봇을 활용하여 이런 이슈들을 극복하려는 것 같습니다.
라스트마일에 집중
리테일에서 라스트마일은 배송 프로세스 중 가장 비효율적인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입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과 인도 주행 로봇으로 라스트마일 물류비용을 최대 40% 줄일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로봇은 이 라스트마일에 집중해 라이더들이 출입하기 어려운 곳의 장벽을 낮추고 예상 시간에 정확히 배송하는 등 사람과 공생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실외 배달 로봇 필드테스트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4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실외 배달로봇의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거주 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밀집된 건물과 양호한 도로환경, 높은 비중의 배달율 등을 갖춰 배달로봇을 테스트하기 적합한 조건입니다. 준비와 실행까지 한달 정도 작업시간이 걸린 이 테스트는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단지 내에서 Carriro Deli(ZMP)를 이용하여 6일간 약 20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 기간동안 아파트 단지 환경 내 주형 성능을 검증하는 시나리오 A와, 실제 주민 고객을 대상으로 식사와 디저트, 생필품, 우편물 등을 시범 배달하는 시나리오 B로 테스트가 이루어졌습니다.
김요섭 셀장은 이 실험의 자율주행 이동거리 비율이 97.3%로 기대이상으로 높았다고 소회하면서도, 실제 서비스에서는 사람에 의한 오퍼레이션 비중을 더욱 낮추기 위해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아파트 환경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장애물 변수를 만나게 됐는데, 이틀에 한 번꼴로 만나는 인도 위 이사 차량, 음식물 쓰레기, 로봇이 신기해 다가오는 어린이들 등 예측하지 못한 장애물이 대단히 많아 우회 경로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하는 점도 이후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로봇의 물리적 크기가 아파트 조경보다 작아 사용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경우나,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진 인도 종류에 대응해야 하는 점, 야간 주행 시 전면 LED의 조도 등 또한 개선할 부분입니다. 이런 변수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전에는 배달 로봇이 라이더를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배달 예상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과제 : 엘리베이터와 같은 한국형 환경 문제 해결 노력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많이 몰렸을 때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상황이나, 배달 기사의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의 배달을 로봇이 대체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대무벡스, 건국대학교와 MOU를 체결, 협력하며 이런 과제를 해결할 계획이라네요. 배달의 민족 비전 영상에는 로봇이 직면한 문제와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 사람과의 공존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꿈이 담겨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kkZQjZ_-oM
덧 :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 중인 해외 사례들
#FordDigit : 2족보행 로봇과 자율주행 차량의 협업
#UberAir : 드론이 배달하는 Uber Eats
#StarshipTechnologies : 1세대(?) 배달 로봇
#Robomart : 자율주행 차량 무인 마트
해당 강연의 전체 영상은 아래 유튜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