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93] 다크매터와 트로이의 목마: 지속 가능한 사회 진입을 위한 전략 디자인 단어장

2019. 12. 24. 08:58pxd talks
by 박 지혜

지난 11월 29일, 울산과학기술원에 재직하고 계시는 이승호 교수님께서 ‘다크매터와 트로이의 목마-지속 가능한 사회 진입을 위한 전략 디자인 단어장’이라는 주제로 pxd talk를 진행해주셨습니다. 연사님께서는 핀란드 알토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실 때부터 계속 공공 서비스 디자인을 연구해 오셨다고 하는데요. 이번 pxd talk에서 세계 곳곳의 공공 서비스 및 정책 사례에 대해 소개해주었습니다.

 

들어가며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요? 윌리엄 맥도너의 Cradle to Cradle라는 책에서 말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는 ‘환경-경제-평등’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사님은 이를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간단한 사례를 들어주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Bryan Boyer

위 이미지는 헬싱키의 자전거도로 바나(Baana)에 있는 구조물로 스케이트 보더들이 다양한 묘기 연습을 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공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보더들이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는 탓에 생기는 소음에 대해 민원을 넣었고, 이에 민원을 받은 시에서는 보더들이 연습할 수 없도록 조형물 주변에 홈을 파 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홈은 다시 채워지게 됩니다. 보더들도 그 동네의 주민이기 때문에 시에 민원을 넣은 것입니다. 결국, 1차원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다 보니, 금액은 금액대로 지불하고 공원의 미관을 해치게 된 사례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이런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10여 년 전부터 세계의 정부들은 공공 서비스와 조직을 개선하고 혁신을 하기 위해 앞다투어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트로이의 목마와 암흑물질

 

이미지 출처 : Trojan horse from  the Vergilius Vaticanus (c. 400) Public Domain /  space image from NASA, ESA, and T. Brown (STScI)

연사님은 세계 곳곳의 공공 서비스 및 정책 사례들을 ‘다크매터와 트로이의 목마’라는 은유를 들어 설명해주었습니다.
* 암흑 물질: 이론으로만 존재하며, 중력 등을 통해 존재한다고 측정할 수 있는 것
* 트로이의 목마: 그 뒤에 숨겨진 더 많은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것

 

1. low2no(저탄소에서 무탄소로) - 건물공모전 프로젝트

헬싱키 중앙역 부근에 위치한 야까사아리(Jätkäsaari)는 한때 조선소로 사용되던 지역으로, 아파트 재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핀란드 혁신 기금 시트라(SITRA)는 지속 가능한 건물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핀란드 전역에 파급력이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low2no프로젝트는 보통 건축 공모전과 다른 프로세스로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건축 공모전
- 사이트에 건물에 대한 기초 정보(용도, 층수, 사용 인원 등)를 제공한 후 공모 시작
- 지원자들의 공모안을 보고 예상 시간/예산 예측 후 1등 선정
- 1등 팀에게 프로젝트를 주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지원자들은 실사 후 건축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몇 주 만에 그림만 그린 것이기 때문에, 실사를 나와 지질이나 주변 건축물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Low2no프로젝트
- 지속가능성, 에너지,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연구하는 연구자, 지속 가능한 건축 비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력을 보고 선정
- 23개국의 74개 팀이 지원을 했고, 그중 5팀을 선정 후 보조금을 지원하여 현장 실사 진행
- 실제로 그 동네에 입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 및 워크숍 진행
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온 아이디어는 시트라가 모두 소유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1) 상대적인 에너지 소비량 지표

 

이미지 출처 : SITRA, the Finnish Innovation Fund

에너지 소비량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알려주면 얼마나 사용한 것인지 잘 모르니, 다른 주민의 에너지 소비량을 함께 알려주어 비교할 수 있게 합니다. ‘옆집은 얼마큼 나왔는데, 우리 집은 이만큼 나왔다’는 것과 같이 상대적인 지표로 알려줌으로써 사람들이 에너지를 많이 절약 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접근성이 높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주민의 에너지 소비량을 즉각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2) 공공 사우나

 

이미지 출처 : Sanna Kaesmae

핀란드는 ‘사우나의 나라’로 불릴 만큼 거의 모든 집에 사우나가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지 않아 에너지 낭비가 매우 큰 나라입니다. 건설사들은 사람들이 사우나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작으면 사우나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핀란드의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3개의 동이 있고, 중간에 야드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 장소에 공공 사우나를 짓자고 제안했습니다. 1인용 사우나 공간은 데우는데 평균 4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30분 정도 사우나를 하고 나면 그 열은 모두 손실됩니다. 공공 사우나는 많은 사람이 훨씬 더 크고 좋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low2no 프로젝트로 인해 핀란드의 법이 바뀌었습니다. 핀란드는 100년 전에 일어난 거대한 화재로 목골조 건물을 3층 이상 지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00년 사이 목골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지을 때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목골조는 주변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입니다. 또한 나무가 불에 약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나무를 충분히 두껍게 만들면 8층 건물까지는 불이 나도 녹아내리지 않고 바깥만 타기 때문에 콘크리트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핀란드는 2011년에 8층 건물까지 목골조를 사용할 수 있는 소방 관련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핀란드 산업 역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목재 산업이지만, 인건비 등의 문제로 인해 산업이 기울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low2no 프로젝트는 핀란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이후 핀란드 전역에서는 low2no에서 사용했던 방식과 같은 새로운 건축 공모전이 열리고, 목골조 건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2. Participation Game

헬싱키시에서 주도하여 Hellon이 진행한 프로젝트로, 공무원들이 회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hel.fi/uutiset/en/kaupunginkanslia/city-services-developed-with-game

1. 이번 시민참여 계획의 목적과 범위
2. 시민 참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
3. 우리 팀/기관에서 시민 참여란?
4. 현재 활용하고 있는 참여 기법
5. 개선할 부분들
6 새로 시도해볼 기법 2가지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공무원들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Design for Government

이 프로젝트는 핀란드 농림부와 알토 대학교의 협업 프로젝트로 14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핀란드 농부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수익의 반을 받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서류를 잘 제출해야 하지만, 서류 제출 기간이 하필 농번기인 4월 입니다. 농부들은 서류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 서류로 들고 다녔습니다. 때문에 정부는 그 종이 서류를 오프라인에서 처리해줄 사람으로 인한 인건비와 오타와 같은 실수가 걱정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농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농부들은 정부의 일 처리가 느려서 한번 실수를 하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므로 실수를 줄이고 싶어서 종이 실물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습니다.

핀란드는 주민등록 처리가 매우 잘 되어 있으므로, 작년과 다른 항목이 없으면 ‘변경사항 없음’이라는 항목에 체크하여 작년에 작성했던 서류를 복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서류를 제출하면 어느 기관에서 얼마 동안 보게 되고, 이런 절차를 걸쳐 얼마 후에 결과가 발표된다’를 시각화하여 제공했습니다. 만약 서류에 실수가 있다면 온라인의 어디에서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제출한 종이 서류를 온라인에 그대로 올려, 궁금한 부분을 클릭해서 질문하면 공무원이 대답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농부들은 ‘굳이 오프라인으로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정부도 인건비와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다크매터와 트로이의 목마란?
본인이 속한 조직의 특수성 안에서 주문받은 작업(트로이 목마)을 진행하며다양한 유관자에게 협력이 쉬운 환경 조성하여 문제 재정의를 통한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암흑물질) 하는 것

 

이번 강연을 통해 핀란드 정부와 디자인의 협업 사례,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난 효과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사님이 공유해주신 참고 사이트들을 공유하며 글을 마칩니다.

칠레 - Laboratorio de Gobierno ( https://www.centreforpublicimpact.org/charging-up-chile-lab)
영국 - Policy Lab (https://openpolicy.blog.gov.uk/about/)
미국 - The Lab (https://lab.opm.gov/about-us/)
스코틀랜드 - Snook (https://wearesnook.com)
핀란드 - hellon (https://www.hell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