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0. 07:50ㆍ리뷰
올 한 해는 책을 좀 읽겠다고 다짐함과 동시에 트레바리의 디자인 밖 디자인 클럽(김지홍 클럽장, 박수영 파트너)을 신청하게 되었다. 이 책(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은 UX계의 구루라 할 만한 '도널드 노먼'의 2010년 저서의 번역본이다.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이라니...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불만이다.)
도널드 노먼이 기존에 쓴 UX 관련 책은 다음과 같다. 영문 서적도 그렇고, 번역서도 그렇고 너무 다양한 출판사에서 다양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경우가 있어 정리하기 어려웠다.
- 생각 있는 디자인, Things that makes us smart (1994)
- 디자인과 인간 심리,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1996)
- 보이지 않는 컴퓨터, The invisible computer (1999)
- 감성 디자인, Emotional design (2005)
- 미래 세상의 디자인, The design of future things (2007)
-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 (복잡한 세상의 디자인), Living with complexity (2010)
저자의 초창기 책인 '생각 있는 디자인'과 '디자인과 인간 심리'의 경우 사용성, 유용성의 중요성을 다룬다. 다시 말해 단순한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성 디자인'에서는 사용성, 유용성보다는 감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다시 비틀어서 이 책(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에서 저자는 복잡한 세상에서는 단순함보다는 복잡함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복잡합을 이해하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1. 세상은 복잡하다.
2010년 그 도널드 노먼이 한국에서 열린 UX 심포지엄에서 연설을 하며 이 책(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을 홍보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당시 도널드 노먼은 이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혼란스러움과 복잡함의 연속이라고 이야기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혼란스러움'과 '복잡함'을 구분하여 이야기한다. 이중에서도 혼란스러움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의 복잡함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시간 표시와 문자의 경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고, 배우는 시간을 들여야만 한다. 음계 표시도 마찬가지로 학습하는데 일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3장에서는 단순한 것들 안에 내재된 혼잡성을 경고한다. 예를 들어 문 손잡이의 경우 단순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쓰기 편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신호나 문구를 붙이게 되고 그것은 결국 더 혼잡성을 가중한다. 비밀번호 작성 규칙도 마찬가지다. 결국 단순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혼잡을 가중하게 된다.
2.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 사물 자체의 구조를 파악해야 하고, 2. 능력과 기술을 이용하여 구조를 이해하고 숙지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라(p.20)라고 제안한다.
또한 '복잡함을 길들이라'라고 이야기한다. 복잡함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버튼이나 디스플레이 수를 줄이는 것만이 해결방안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이해해서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p.84)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 강제', 원형 스티커나 안내문 붙이기 등 '표시를 추가'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3. '사회적 기표'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4장부터는 '사회적 기표(Social signifier)'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다. 사회적 기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발생하는 자취나 자국 같은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지하철 플랫폼에 사람이 없는 경우 '열차가 떠났구나'라고 생각하고,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열차가 아직 오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디지털에서도 마찬가지다. 추천 시스템의 경우 '이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것도 좋아한다'라고 말해주거나, 후기를 읽고 구매하는 방식들도 사회적 기표를 활용한 사례이다. (p.149) 인기 콘텐츠 추천, 관심사, 기본 성향, 기술 수준에 따른 추천, 다른 사람들이 검색한 검색어 목록이나 읽은 페이지 활용 같은 것들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p.214)
이러한 사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사회적 기표를 찾아 떠나는 탐정이 되라고 제안한다. (p.161)
4. 복잡한 세상에서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복잡한 세상에서 디자이너는 이러한 사회적 기표를 토대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런 사회적 기표를 시스템에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복잡함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라고도 한다. 복잡한 세상에서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렵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그래서 개념적 모델을 토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쉽게 쓰기만을 바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편의를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터득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 외에도 6장에서는 서비스 내부의 '시스템을 디자인' 하라고 이야기하고, 7장에서는 '대기시간의 경험을 개선'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예전과 다르게 정말 세상은 복잡해졌다. 예전보다 더 많이 복잡해진 세상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원서 기준으로 10년 전 책 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 시대에 걸맞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널드 노먼의 책은 일상생활에서의 UX 사례를 잘 찾아서 예시로 보여준다. 나도 평소에 이런 UX 사례를 관찰해보고 통찰을 얻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평소 하는 업무에 사회적 기표(Social signifier)를 활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봐야겠다.
*이 글은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ux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