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의 특징

2020. 2. 25. 07:50UX 가벼운 이야기
박재현 (Jaehyun Park)

들어가면서

디자인 에이전시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됩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프로젝트가 바뀔 때마다 팀원과 PM이 바뀌고 클라이언트도 바뀝니다. 입사 초반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보고 싶어서 팀장님께 그렇게 프로젝트를 최대한 배치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요. 누구랑 프로젝트를 하느냐에 따라서 팀 분위기, 생활 패턴, 업무와 삶의 만족도가 많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다른 팀원에게 다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는 무엇일까 하고 질문하게 되었고, 짧은 경험으로 느낀 점을 나눠보려 합니다.


1. 자기 신체 및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표현하는 사람

같이 일할 때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다가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거나 크게 아프거나 하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데요. 팀으로 일할 때 큰 리스크 요소입니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시점, 또는 서로 예민한 시점인 데드라인 직전에 많이 터지는데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중요한 팀원이 아프거나 관계가 틀어지게 되면 팀으로서 주어진 시간 안에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얼굴 보면서 일하다 보면 화가 나거나 속상하거나 하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몸도 마찬가지인데 또 마음과 몸이 많이 연결되어 있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몸에서도 크고 작은 이상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사람은 로봇이 아닌데, 신체나 감정이 업다운을 반복하는 건 자연의 섭리입니다. 팀 내부의 이슈이든, 개인의 이슈이든 말입니다. 감정이 생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하게 풀어가는 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생각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남에게는 예민하지만, 나에게는 무딘 사람도 많습니다. 참는 것일 수도 있고, 참다 보니 무뎌진 것일 수도 있고요. 업무적, 개인적 삶에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반응하다 보니, 고요한 상태에서 내 감정과 신체를 바라볼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인식력(self-awareness)은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중요한 초석이며, 훈련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본인이 알고 있다면 문제를 빨리 같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말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건지, 또는 어떤 패턴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온 것인지요. 동료에게 '내 상태가 지금 어떻다.'라고 인지하고 이야기하면 동료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몸이든 감정이든, 동료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데 무시하고 참고 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그 회사는 채용을 잘하지 못하는 회사입니다. 참다가 오히려 회사 차원에서 더 큰 문제가 터집니다. 필요하다면 쉬어야 합니다. 말이나 표현을 안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2. 왜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일한 지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렇게 하지?'에 대한 질문보다는 '어떻게 일을 더 효율적으로 끝낼까?'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초에는 선배가 제시하는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야근이 많았는지도...;;; 지금은 납득이 안될 만큼 비효율적인 방식이거나 내가 더 좋은 방식을 제안할 것이 아니라면, 일단 실행하려 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전달해야 하니, 검증된 방식으로 눈에 보이는 걸 일단 만들어 놔야겠다 싶은 조급함도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반문을 던지는 사람,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제동을 걸어주는 사람과 일할 때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과 일하면 제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방식, 저에게 쌓인 업무 습관들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줍니다.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깨지는 경험을 많이 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정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당연히 습관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A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야지 하고 상대방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가정하고 있었습니다. A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려 하니 자꾸만 논리가 안 맞고 어딘가 삐걱거렸습니다. 동료가 제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B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 상황에 B 방식이 적합할 거라 생각되는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적용해보니 A보다 B가 훨씬 적합했고,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 생각에 제동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안 맞는 논리를 끼워 맞추느라 고생하고, 다음에 같은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대처했을 것입니다.


3. 자기 의견이 있고,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사람

팀 내에서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견 근거를 정리해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이유로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 다른 팀원들도 새로운 생각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관점, 가설, 의견을 제시하면 팀에 플러스가 됩니다. 다만 전제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뒷받침하는 근거를 토대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입니다.

근거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논리적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혼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보다 의견과 생각을 나 자신과 분리하고 거기에 객관적 근거를 덧붙이는 연습을 통해서, 팀에게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생각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며

글을 마치며 생각해보니,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지금 적은 제 생각도 제 경험이 바뀌면서 변할 것이고요. 회사 상황, 업종, 직급에 따라서도 같이 일하고 싶다는 기준이 달라지겠지요. 지금 적어놓은 특성도 극단으로 치우치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겠지요.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있었습니다. 주관적인 기준임에도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적어보는 것은,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쓰는 기준이라기보다는 내가 지향하고 싶은 모습, 닮고 싶은 롤 모델로서 기록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박재현 모니카의 brunch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