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2

2020. 4. 16. 10:52UX 가벼운 이야기
jinahhh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은 총 3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편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1
2편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2(현재글)
3편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3

 

1. 들어가며

기업에서는 하나의 서비스를 새로운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현지화 작업을 수행합니다. 대부분은 텍스트를 대상 국가의 언어로 옮기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지만, 대상 국가에서의 주요 행동 양식 등 문화적 기준까지 고려될 때 사용자가 거부감이나 어려움 없이 서비스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고려사항 중 3가지 즉, 사용 맥락, 기술적 환경, 언어를 중심으로 실제 기업의 현지화 사례와 현지화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현지화 사례

서비스를 현지화할 때에는 특히 UX 설계 전반에 걸쳐 유연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더 많은 언어가 추가될 때 기존에 설계된 레이아웃이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사용 맥락 (Contextual Consideration)

Flow/Layout/Visual

특정 서비스만의 새로운 기능 혹은 개념일 경우

'저장', '도움말', '삭제', '공유' 와 같이 오랜 기간 사용되어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아이콘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콘의 경우에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 '저장'이라는 명칭을 아이콘 옆에 텍스트로 따로 달지 않아도 현지화 과정에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호한 동작이나, 특정 서비스만의 새로운 기능 혹은 개념의 경우, 서비스를 제작한 국가의 사용자들에겐 쉽게 전달되는 내용이더라도 현지화 대상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지화 작업에서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레이아웃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절한 명칭을 작성하거나, 사용자에게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스냅챗] 화면 하단에 보이는 기능 중 '만들기', '스캔', '브라우저'에 비해 '지도 탐험'이라는 명칭은 아이콘을 선택했을 때 나타나는 기능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이 새로운 개념의 경우 팝업이나 튜토리얼을 통해 사용자에게 해당 기능을 설명하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Visual

문화에 따라 시각적 요소가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

현지화를 위해 텍스트 번역 이외에도 대상 지역/국가의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여 색상, 그래픽을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로 색상의 경우 나라마다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빨간색은 미국에서 위험과 긴급함을 뜻하여 에러나 경고를 나타내는 기능에 주로 쓰이는 반면, 중국에서는 부와 행운을 뜻하며 긍정적인 의미를 상징하는 색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현지화를 위해서는 우선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지역 간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올바르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각적 요소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dobe - 미국, 일본, 인도 홈페이지] 국가별로 홈 화면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폰트, 이미지, 일러스트의 사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한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는 일관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전달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서비스내 가이드 문서나 FAQ를 제공합니다. 이 때 이미지나 동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서비스/제품의 캡쳐 이미지가 사용되는 경우, 이미지 속 텍스트가 기존 언어로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여러 언어를 대상으로 유연하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미지 안에는 텍스트를 쓰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

 

[Adobe] 도움말 센터에서는 문제 해결 지원을 위해 제품 캡쳐 이미지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캡쳐 이미지 속 언어로 영어, 한글이 일관성 없이 가공되어 제시되고 있습니다. 만약 제품 구매와 관련된 문제였다면, 문제 해결에 있어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죠.

 

 

Flow/Formatting

통화 유형이 다른 경우

Dropbox의 국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Chenli Wang은 인지 편향(Perception bias)을 고려한 대상 국가의 현지 통화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사용자는 다른 나라의 화폐 단위와 환율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제품의 가격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겪습니다.

 

"... 통화 유형은 사용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가격을 인식하는 가는 가격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 Chenli Wang

 

에어비앤비는 달러로만 결제가 가능하던 서비스를 대상 국가의 화폐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큰 성장을 이끌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국가 간의 환율을 고려하여 서비스 가격을 대상 국가에 맞춰 변환해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 에어비앤비] 국가별 통화 유형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화면입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앱 내 국가와 통화 유형이 한국, 원(KRW)으로 설정되어있음에도 가격 정보가 미국 달러(USD)로 표시되는 등 번역되지 않은 요소가 많았는데요. 대상 국가의 통화 유형에 맞게 일관성 있게 가격을 표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쿠폰 금액과 제품 설명글에는 달러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아래에는 일본어도 적혀있네요. 

 

 

 

2. 기술적 환경 (Technical Consideration)

문자열을 정렬해야 하는 경우

오름차순은 작은 값에서 큰 값으로 정렬되는 순서를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순서에 따른 가나다순 기준으로 정렬합니다. 하지만 한글의 정렬 기준을 언어가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겠죠? 따라서 정렬하는 기준은 대상 국가 언어에 맞춰 제공해야 합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경우 알파벳 순서에 따라 A~Z로 정렬해야 합니다.

 

[스냅챗 / iOS / 카카오톡] 스냅챗의 친구 연락처 목록에서는 알파벳 순으로 정렬 기준이 제공되어, 한국 이름을 가진 친구를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이폰 연락처의 경우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한글 정렬 기준이 제공되고 있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콘과 텍스트를 함께 배치해야 하는 경우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언어별 문자에 따라 길이 차이가 생깁니다. 평균적으로 영어를 전 세계 언어로 번역할 때 30% 가량 길이가 확장된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어 번체의 경우, 단 몇 글자 안에 수많은 정보가 담겨있어 가독성을 위해서 사이즈를 키워야 합니다. 언어별 문자 길이를 고려하지 않고 배치할 경우,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텍스트가 숨겨지거나 잘린다면(truncation) 맥락을 해치거나 이상한 어조로 표현되는 등 문법적 오류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UX 현지화 시 아이콘 디자인, 배치 등 레이아웃 설계 후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한 줄이 넘어가는 언어가 있어도 괜찮은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 / 7분 운동] 컨텐츠가 한글로 번역되면서 기존 언어보다 글자 수가 많아졌지만 아이콘 크기와 배치가 조정되지 않아 텍스트가 잘렸습니다. 한 글자만 보여지거나 문맥의 흐름과 맞지 않게 줄 띄어쓰기가 되는 경우, 사용자는 의미를 유추하기기 어렵습니다.

 

 

 

3. 언어 (Linguistic Consideration)

기계 번역 사용 시 문장이 맥락에 어긋나는 경우

구글 번역은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한 후, 기존에 55%였던 번역 정확도가 88%까지 올라갈 정도로 정확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번역가 정영목 교수님은 인간의 번역 활동을 구글 번역과 같은 기계 번역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기계 번역의 약점으로 문장 단위의 번역을 짚으셨습니다. 각각의 문장은 말이 되면 일단 번역은 되지만, 맥락이 잡혀야 하는 글은 번역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쓰기보다 읽기에 있습니다. 어떤 텍스트를 놓고 인간적인 읽기를 해서 맥락을 파악하고 재구성하는 것이죠. 맥락이라는 것이 큰 범위이고... 인간의 읽기는 (시대 전체를) 다 동원하는 거죠." - 번역가 정영목 교수

 

과거 구글 번역 최고 담당자였던 마이클 슈스터 또한 인공신경망 기술이 구글 번역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사후 조정 등을 통한 '완벽함'을 달성하는 것은 애초에 구글 번역의 목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떤 번역 기술도 과거의 것보다는 낫지만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 마이크 슈스터

 

구글과 같은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에서는 현지화 팀이 따로 구성되고, 전문 번역사와 언어 서비스 제공자(LSP, Language Service Provider) 등이 고용되어 번역 품질의 일관성을 위해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고 합니다. 작은 기업의 경우 전문 번역사나 가이드 문서를 통해 현지의 맥락에 적합한 언어를 교정하기도 합니다.

 

 

 

3.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의 전략

1. 현지화 팀 구성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대상 국가의 사용자에게 잘 맞는 서비스/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보다 쉽게 개발하고 문제를 개선해 출시할 수 있도록 팀을 조직하기도 합니다.

 

에어비앤비는 2019년 말 언어 서비스를 개편하여 총 62개의 언어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지화 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올바른 언어 표시를 위해 언어학,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 여러 영역에서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며 콘텐츠 제공부터 고객 지원까지 플랫폼 전체에 영향이 미친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지화 팀은 디자인 팀, 디자인 언어 시스템(Design Language System) 팀, 결제, 정책 그리고 고객 지원 등 여러 팀과 협력해 현지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2. 로컬라이제이션 매뉴얼 제작

현지화 작업이 성숙한 단계에 이른 구글은 효율적인 현지화 작업을 위해 아래와 같은 매뉴얼을 정립하였습니다. (Udacity 강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https://classroom.udacity.com/courses/ud610)

 

1. 제품 준비 (Product Preparation)

제품을 출시할 시장을 결정한 후 현지화 팀에게 현지화 작업을 요청합니다.

 

2. 현지화 프로젝트 준비 (Project Preparation)

현지화 팀은 번역에 필요한 소스파일(스타일 가이드, 지침, 참고 자료 등)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한 후 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3. 현지화 작업 실행 (Project Execution)

현지 전문 번역사가 번역을 완료하면, 검토자(LSP)는 제품팀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용어의 일관성, 정확성, 스타일, 문법 오류 등을 검토 및 확인합니다. 전문 번역사와 검토자는 번역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용어 관련 의문사항 발생시 중간에서 조율을 하며 컨텐츠의 품질을 평가합니다.

 

4. 품질 보증 (Quality Assurance)

최종 결과물에서 원본과 대상 콘텐츠를 비교해 언어와 그 밖의 제품의 모든 기능이 종합적으로 잘 작동하는지 품질 보증 도구를 통해 확인합니다. 이후 최종 결과물을 제품팀에 전달합니다.

 

 

3. 현지화 도구 개발

넷플릭스는 언어학적 지식과 팀 업무 환경,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현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현지화 작업을 위해 다음의 2가지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1. netflix global string repository

개발 단계에서 텍스트 변화가 생기면 번역가가 이를 쉽게 확인 및 번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언어뿐 아니라 텍스트 공간까지 고려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2. Hydra 

Hydra는 특정 언어, 특정 디바이스, 특정 화면 사이즈 별로 필터링하여 모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지화 담당자가 쉽게 원화는 화면을 확인하고 UI상의 이슈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현지화의 실제 사례와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여러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현지화가 제품의 일관된 UX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일관된 레이아웃과 텍스트, 시각적 요소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하는 기업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pxd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에 대해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erences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8937630_Localization_and_Linguistics
Alberto Ferreira. 2016. Universal UX Design:Building Multicultural User Experience. Morgan Kaufmann
https://platum.kr/archives/78377
https://netflixtechblog.com/localization-technologies-at-netflix-d033e7b13cf
http://www.bloter.net/archives/275186
https://airbnb.design/words-of-welcome/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은 총 3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편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1
2편 -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UX 현지화(localization) 전략 #2(현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