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의 핵심 역량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기

2020. 8. 28. 07:50UI 가벼운 이야기
전성진

몇 해 전부터 업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한 때의 반짝하는 유행어는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트렌드가 등장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과 기술의 연결지점의 경험에 대해 고민을 해 볼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의 UX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pxd라는 조직의 관점'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단지 IT기술에 의한 인프라나 시스템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비즈니스가 바라보는 고객의 접점에서 출발하여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이해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단순히 생산 효율성이나 업무 자동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의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협업 방식, 조직 문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조직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몇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pxd의 조직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네이티브인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용어는 디지털 변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죠. 반면에 디지털 변환이 필요 없는, 태생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조직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을 가리켜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이라고 지칭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아 디지털 사고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용어는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Marc Pransky)가 ‘태어날 때부터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자란 세대’라고 정의한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흔히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를 말합니다.

pxd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기업일까 아니면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일까? pxd의 구성원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일까? 구성원들의 연령으로 보자면 20대의 주니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에 해당하거나 비슷할 것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UX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서의 pxd는 처음부터 디지털 기술과 사람들의 연결지점을 고민해 왔으니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서비스, 그리고 음성 인식과 AI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더 나은 사용자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 이러한 역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pxd입니다. 이렇게 보면 기술 스타트업을 일컫는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것 같습니다.

‘흠…’ 일단 여기까지 생각하고 다음 키워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제럴드 케인(Gerald Kane)은 그의 책 The Technology Fallacy: How People Are the Real Key to Digital Transformation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조직 문화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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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발췌) 많은 리더들이 디지털 기술을 구현이 가장 중요하다는 잘못된 가정에 사로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문화적, 조직적, 전략적, 리더십 및 (구성원들의) 재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술적 인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어렵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어내는 것은 결국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이고, 이들이 고객을 이해하고 첨단 기술로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하는 조직 문화와 협업 방식이 중요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디지털 문화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이고, 다음과 같은 공통된 문화적 특성이 중요하다.

민첩하고(agile),
실험적이고(experimental),
리스크에 대해 관용적이고(risk-tolerant),
협력적인(collaborative)

디지털 문화는 직원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나 건물, 가구의 배치와 같은 인공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조직과 그 작업, 목적, 사람들에 대한 접근 방식과 암묵적 보상에 관한 무의식적이고 당연한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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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디자인씽킹을 조직 문화로 도입하고자 할 때 초기에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가, 멋진 공간에 디자인이 우수한 가구들을 배치하고 화이트보드와 포스트잇으로 둘러싸인 작업 환경을 만들어주고서 디자인씽킹이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즉, 형식을 따라 하면 내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제럴드 케인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조직의 디지털 문화의 겉으로 보이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pxd로 돌아와서, 위의 문화적 특성에 비추어 우리의 문화는 어떠한지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애자일agile 한가? pxd는 실험을 권장하고_experimental, 실패에 관용적이고_risk-tilerant, 협력적_collaborative인가?'

그렇습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변형하고 응용을 합니다. 이를 응원하고 또 공유합니다. 프로젝트 팀 단위로 함께 배우고 협력을 하고 결과에 대하여 회고를 합니다. 이는 우리 스스로도 꽤 좋은 문화라고 자부합니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의 조직 문화가 우리와 차이가 클 때 마찰과 저항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클라이언트의 사이트에서 장기간 함께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클라이언트의 조직 문화에 매몰되어 우리의 특성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클라이언트들은 프로젝트 초반에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WBS-work based schedule)’을 요구하고 오차 없이 일정대로 진척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디지털 문화 특성'이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에 가깝습니다. 물론 인하우스가 아닌 외부의 전문가를 상대로 목표 기간 안에 명확한 산출물을 예측하고 자원관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pxd의 내부 문화와 접근 방식, 그리고 외부의 클라이언트와 진행하는 프로젝트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부조화, 좋게 표현하여 역동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속 시원하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고객 접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데?

B2C기업들에게 고객 접점이란 서비스의 가치가 최종 고객에게 전달되는 지점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서비스의 가치가 전달되는 최전선, 즉 고객 접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고객과 만나는 채널에서 새로운 기술로써 가능해진 기회들을 탐색하고 만들어 나가라는 것이죠. B2B 기업들에게는 이런 접근이 조금 낯섭니다. 기업 간의 거래나 솔루션 판매, 시스템 구축(SI : System Integration)과 같은 전통적인 B2B 사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영역이었고 어려운 용어, 불친절한 UX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과 함께 B2B 기업들이 최종 고객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B2B2C), 이미 최신 트렌드의 사용자 경험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당연시했던 불친절한 시스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는 거래되는 물류 그 자체뿐 아니라 직간접적인 관계 형성과 채널 별 인터랙션을 포함하여 최종적으로 형성되는 만족스러운 경험과 전달되는 가치가 향후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 간 채널에서 어떤 경험을 측정하고 만들어내고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참고 : B2B Elements of Value)

 

pxd의 고객 접점이란 무엇일까?

pxd도 기업 대상으로 UX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오랜 기간 클라이언트사가 의뢰하는 제품, 서비스와 고객이 만나는 접점(Touch Point)에 대해 연구하고 이곳에서 형성되어 전달되는 가치와 경험을 정의하고 디자인을 했지만, 정작 우리의 클라이언트와 만나는 접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와 회사소개서, 블로그(pxd story), SNS에 주기적으로 포스팅되는 소식들, info 메일 문의, 전화 문의, 첫 미팅, 프로젝트의 시작과 계약과정, 주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미팅, 중간보고와 최종 보고, 중간 또는 최종 산출물, 프로젝트 이후의 성과 및 만족도 측정… 이렇게만 나열해봐도 굉장히 많은 고객 접점들이 존재하는데요, 그러나 이 전체를 ‘고객 접점’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생각해 본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고객 접점을 효율화, 최적화하는 것을 넘어서 pxd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고객사의 경험에 집중하고 전달되는 가치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핵심 역량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라?

고객에게 전달되는 주요 가치를 만들어 내는 역량이 그 조직의 핵심 역량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표입니다. 즉, 조직의 핵심 역량을 한 차원 끌어올려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질문을 던져 봅니다. pxd의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설립 이래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숨겨진 니즈를 찾아내고 이를 디자인 해법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풀어보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조사 방법, 조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요 패턴을 찾아 모델링을 하는 방법, 해법을 찾기 위한 아이데이션 방법, 프로토타이핑을 통하여 검증하고 개선하는 방법…이러한 방법과 노하우가 pxd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팀 협업 방법, 시행착오와 실패로부터 배우고 이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도록 응원하는 문화가 무형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려는 기업들을 UX전문성을 가지고 도왔지만 정작 우리 조직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별로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핵심 역량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한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pxd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접근법(User Centered Design)을 추구하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하여 위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콘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과 프로세스를 개발하였습니다. 비즈니스 및 서비스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합니다. 특히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가능한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연결되고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들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하여 디지털 세상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실과 디지털 세상의 연결점에서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고 가공하는 방법들을 알아야 합니다. pxd의 핵심 역량에 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한다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xd에서는 최근 이에 대한 실험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조바심이 들기도 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함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잘 적응해내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 사용자를 조사하는 능력
  • 조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가공하는 능력
  • 해법을 빠르게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이핑하는 능력
  •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피드백을 통해 해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
  • UX 프로세스와 디자인 과정을 최적화하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능력
  • 클라이언트와의 접점을 관리하는 능력
  • UX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채널을 데이터 중심으로 관리하는 능력
  • 채용, 평가, 관리, 정보 시스템 등 사내 시스템

큰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는데도 꽤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활용하되 각 영역을 단순 효율화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것, 금방 효과가 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결국 비즈니스 혁신이라는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궁극의 목적은 비즈니스 혁신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네이티브 조직과 사고방식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업무 효율화를 넘어서 비즈니스 혁신입니다. 이것을 ‘빠른 애벌레’와 ‘나비’에 비유를 하기도 합니다. 디지털 기술 활용의 효과가 단지 업무 효율화에 그친다면 빠른 애벌레가 된 것이고, 이를 넘어서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화할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면 나비가 된 것입니다.

pxd는 아직은 애벌레의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고 애벌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빠른 애벌레를 넘어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일까? 반성도 해봅니다.

앞으로는 핵심역량에 대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실험과 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담을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pxd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전성진의 브런치에도 동시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