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er의 평가, 연봉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

2021. 11. 22. 07:50카테고리 없음
전성진

(이 글은 pxd 구성원들에게 보내려고 작성된 글 입니다만, pxd 외부에 계신 독자들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공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pxd는 일년에 두 번 즉, 상반기와 하반기 끝나는 시점에 공식적인 면담 절차가 있습니다. 그중 하반기는 연봉협상을 포함하는 면담으로 진행합니다. 이제 곧 하반기 평가 면담 시즌이 시작될 텐데요, 평가 면담, 그것도 연봉협상과 연계된 것이라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조금이라도 잘한 것을 하나라도 더 생각해내어 최대한 포장을 해야 좋을지, 일단 무조건 높은 연봉을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한편으론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자기를 과대평가한다는 인상을 주어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평가면담과 이어지는 연봉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요? 평가 시즌이 임박한 지금 시점엔 이미 여러분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 마음속에서 끝나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가 면담 자리에서 무리하게 어필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오히려 현실 인식에 대한 시각차만 드러내어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낮추고 ‘처분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도 자신감이 부족해 보일 수 있고 프로페셔널로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록 이번 평가 기간의 실적이 별로 안 좋더라도 미래에 초점을 두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접근을 해야 합니다.

우선, 객관적인 사실을 수집합니다.

평가면담 시즌이 다가오면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살펴봐야 합니다. 프로젝트 외에도 사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내가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인트라넷에 기록된 업무 별 투입 시간과 개인 캘린더, 이메일, 프로젝트 산출물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합니다(평소에 메모를 꼼꼼하게 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평가 면담은 이러한 구체적인 데이터 즉, 실제로 한 일, 성과물, 행동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례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객관적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어떻게 평가할 지는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이를 평가하는 평가자의 관점에 달려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성과와 조직이 생각하는 성과가 일치하도록 지속적으로 조율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의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평가자가 낮은 평가를 했다면 (물론 실망스럽겠지만) 왜 그렇게 판단을 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었다면 평가 결과가 좋았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면, 막연하게 추상적인 평가 기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었다면 평가 결과가 좋았을까’를 논의하고 결론을 얻어야 합니다. 비록 현재의 평가가 나쁘더라도 이러한 건설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향후에는 더 좋을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당장의 면담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평가 기간동안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나요?”

무슨 일을 하였든 의도와 방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공에 대한 이미지 즉, ‘무엇을 성공을 볼 것인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이러한 것에 대해 별로 의식하지 않았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한 해를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선명하지는 않더라도 지향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은 적극적으로 해냈을 것입니다. 목적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약했던 것이죠. 회사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나의 업적, 비록 결과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의도와 시도를 떠올리고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내가 인정받고 싶은 것(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을 나란히 놓고 이야기해본다면 훨씬 구체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면담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평가자는 주로 조직의 리더급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여러분들의 의도와 시도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습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여러분들이 노력하는 방향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물어보세요. 아마 분명히 여러분과 함께 고민을 해 줄 것입니다.

pxd에는 채용과 평가를 아우르는 ‘핵심 역량 모델’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pxd에는 키팩터(Key Factors)라고 부르는 핵심 역량 모델(실무 능력 / 학습 능력 / 자기 주도 능력 / 협업 능력 / 실행 능력)이 있습니다. 이 각각은 명칭만 보면 다소 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사례로부터 뽑아낸 것들입니다. 즉 각각의 핵심 역량에 대해 ‘어느 때에 어떻게 행동해야 충족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 사례가 있습니다. 각 그룹의 리더들은 pxd 핵심 역량 모델을 뽑기 위해 함께 모여 현재 및 과거의 ‘가장 일 잘하는 사람들’을 선정했고, 이들이 어느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역량 모델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역량 모델은 채용과 평가과정에서는 판단의 기준이 되고 각 역량을 확인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면담 과정을 가이드합니다. 하나씩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실무 능력

- 각 조직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실무 능력이 있습니다. - 소속된 조직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구체적인 실무 역량을 알고 계신가요? 예를 들어 ‘화면 설계서 작성 능력’이라고 하면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합의된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모르거나 아직 불분명하다면 동료/리더들과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적절한 기준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학습 능력

- UX디자인 컨설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와 낯선 도메인을 가리지 않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책이나 교육 과정을 통한 전통적인 학습 방법도 좋지만 일상의 업무, 프로젝트, 동료, 선배로부터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 혼자 학습하는 것보다 각자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배우는 것이 훨씬 큰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 여러분들이 소속된 조직에서 필요로하는 학습 능력은 어떤 것인가요? 학습능력이 좋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동료/리더들과 이야기해보세요!

자기 주도 능력

- pxd는 프로젝트 팀 중심의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동적인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자율적인 판단과 운영 능력을 전제로 합니다.
-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계획에도 없었지만 목표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고 설득하고 행동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태도’가 바로 자기 주도성입니다. 예전에 한 클라이언트로부터 “pxd는 말을 잘 안 듣잖아요, 그래서 더 신뢰가 갑니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없던 길을 만들고 우회하면서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는 것에 대한 칭찬과 신뢰의 피드백이었습니다.
- 여러분들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자기주도 역량을 발휘하고 새롭게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를 어필해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말이죠.

협업 능력

- 프로젝트 팀 중심의 운영에서 협업 능력 역시 필수 항목입니다.
- 여러분들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는지, 누구를 도와주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룰 수 있었는지도요.
- 협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대화의 기술, 의사결정 기술, 회의 진행 기술, 요약과 공유 습관,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살피는 관찰력과 공감력, 주변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자본 활용 기술이 필요합니다.

실천 능력

- 실천 능력이란 계획이나 말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행동에 옮겨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즉, 꾸준히, 끝까지 해내는 습관을 가졌는가를 확인합니다.
- 기발한 방법으로 좋은 결과가 금방 나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럴 때에는 시도했던 방법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나와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자극하고 높이면서 결국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각각의 능력치는 다를 수 있고, 직급이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도 달라집니다.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업적과 발휘된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참고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업무에서 각각의 역량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과 결과로 나타났는지 떠올려보고, 향후에는 어떻게 해 볼 수 있을지 평가 면담 과정에서 이야기해 보세요. 아마도 더 이상 부담스럽고 어려운 평가자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핵심 역량을 위한 조언자와 조력자를 얻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 초점을 둔 평가면담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업적을 대상으로 평가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평가는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평가가 될 때에는 과거의 성과가 기대보다 낮았더라도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미래의 목표를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무엇을 다르게 해 볼지, 미래의 결과로 무엇을 얻을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3개월, 6개월, 1년 후의 모습이 지금보다 좋을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분명히 더 좋은 연봉 협상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즉, 연봉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해야 합니다.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도움을 떠올려보고 요청해보세요. 회사와 여러분의 기대 성과를 일치시켰다면 이는 회사와 여러분의 공동의 목표가 된 것이고 이를 이루는데 필요한 지원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여러분들의 성과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평가 면담 시즌 외에도 평소의 중간 점검이 중요합니다.

평가 시즌이 되어서야 지난 일 년의 목표를 점검하는 사후적인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에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에 대해 동료와, 리더와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 시점에서는 다 함께 이룬 성과를 축하하고 새로운 다음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면 이번 평가 면담을 기점으로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분명히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밖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해보세요.

세상에는 많은 연봉 협상 팁과 평가를 위한 조언이 있습니다. 정말 도움이 되는 것부터 뭔가 얕고 얕은수처럼 보이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위와 같이 본인이 속한 조직의 목표와 자신의 성장 방향을 맞추었다면 다양한 소스로부터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수집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비슷한 산업군, 유사한 직군, 직급, 개별 역량에 따른 연봉 수준, 평가 기준, 업무 경험과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 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바를 적어보았는데요, 여러분들의 평가면담, 연봉협상 준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전성진의 브런치에도 발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