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7.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피엑스디는 클라이언트의 사용 경험 문제를 해결하는 컨설팅 업무를 주로 해 왔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리서치 토픽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리서치를 수행해 왔는데요, 요즘은 클라이언트 사의 리서치 토픽을 발굴하는 업무도 수행하면서 인하우스의 UX리서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돌아봤어요. 글로벌 빅테크에서 소규모 스타트업, 10년 후 미래 예측을 위한 리서치에서 출시한 서비스의 사용성 테스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리서치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전 글에서 는 기존에 수행했던 리서치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UX리서치 유형의 스펙트럼을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돌아 보며 인하우스에서는 어디까지 UX리서처가 관여할 수 있을지 살펴볼까 합니다.
WHAT: 이런 저런 리서치
최근 2년간 진행되었던 리서치 프로젝트 중에서 12개 정도를 꼽아 나열해 보았습니다. 이전 글에서 정의했던 4가지 종류의 리서치 유형으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
발견적 리서치, Discovery
Question | Type | Client** | Market*** | Method | Stakeholders**** |
통신사에서는 앞으로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 발견 | Local | Local | 다이어리 홈비짓 인터뷰 |
Strategy |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Gen Z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방법이 있을까? | 발견 | Global | Local | 1:1/그룹 인터뷰 | Strategy |
코로나 이후 집에서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가정 내 사용자 행동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 발견 | Local | Global | 다이어리 홈비짓(리모트) 인터뷰 |
Strategy |
이 경우 인사이트의 방향은 보통 이렇게 전달됩니다. "리서치 결과, A, B, C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인사이트 중 B, C가 우리 비즈니스에서 향후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X, Y, Z 부서에서 참고하여 Product/Service 기획/개발하는데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탐색적 리서치, Exploratory
Question | Type | Client | Market | Method | Stakeholders |
레거시 금융사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 탐색 | Local | Local | FGD | Strategy |
자동차의 기술과 환경 변화에 따라 근미래의 사용자들은 어떤 사용 시나리오를 기대하게 될까? | 탐색 | Local | Local | 온라인서베이 다이어리 홈비짓 인터뷰 |
Strategy |
사람들은 폴더블 폰을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을끼? | 탐색 | Global | Local | 다이어리 1:1 인터뷰 |
Product/Service |
이 경우 인사이트의 방향은 보통 이렇게 전달됩니다. "리서치 결과 사람들은 현재 A, B, C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비즈니스를 고려할 때 X, Y, Z 방향으로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의적 리서치, Definition
Question | Type | Client | Market | Method | Stakeholders |
한국 스트리밍 마켓에서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저가 요금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 정의 | Global | Local | 온라인 서베이 다이어리 |
Product/Service, Business Development |
한국에서 A사의 ‘모바일 앱 광고 수익 솔루션’과 경쟁사 제품은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가? | 정의 | Global | Local | 1:1 인터뷰 | Product/Service, Business Development |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신규로 기획한 크리에이터 후원 방식에 대해 사용자들은 어떤 부분을 선호/비선호 하는가? | 정의 | Global | Local | 1:1 인터뷰 | Product/Service |
이 경우 인사이트의 방향은 보통 이렇게 전달됩니다. "리서치 퀘스천에 대한 답은 A, B, C이므로, XYZ 방향으로 Product/Service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증 리서치, Validation
Question | Type | Client | Market | Method | Stakeholders |
신규 출시하려는 정수기와 설치 앱을 아시아권 사용자들이 잘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 | 검증 | Global | Local | 다이어리 홈비짓 인터뷰 |
Product/Service |
현재 운영 중인 전자제품 커머스 사이트의 사용성은 어떠한가? | 검증 | Local | Local | 온라인 서베이 1:1 인터뷰 |
Product/Service |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각종 메뉴, 버튼, 설명 내용에 대한 한국어 번역/현지화가 잘 되어 있는가? | 검증 | Global | Local | 1:1 인터뷰 | Communication |
이 경우 인사이트의 방향은 보통 이렇게 전달됩니다. "리서치 결과, A, B, C에 대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Product/Service팀에서 수정이 시급한 항목은 A, B이고 C는 (XYZ 방향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진행했던 리서치를 분류해 보았습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와 리서치를 수행하는 시점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WHEN: 리서치를 수행할 타이밍
UX 리서치는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서 수행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셨듯 비즈니스가 추상적인 형태일 때부터 매우 구체적인 형태일 때까지 모든 단계에 리서치가 필요합니다. 만약 현재 팀에서 리서치가 필요한 영역이 눈에 보이는데 리서치가 진행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리서처가 나설 적절한 시점입니다. 어느 시점에 어떤 리서치를 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건 리서치를 하며 얻은 인사이트가 비즈니스의 어느 단계에서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겠지요.
WHO: 리서처가 만나야 할 사람들
UX 리서처로 컨설턴트로 일을 하며 가장 좋은 점은 각 회사의 다양한 레벨의 범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회사의 대표와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방향성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UX팀과 협업하지만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UX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정말 다이내믹합니다.
인하우스에서도 리서처로 만날 수 있는 훨씬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면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나열했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는지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Product/Service, 더 나은 프로덕트를 위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해답 찾기
UX 리서처는 기본적으로 프로덕트 및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팀과 가장 밀접할 것입니다. 조직 구성에 따라 프로덕트팀 내 리서처가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있을테고요. 이 경우 리서처의 역할이 프로덕트의 사용성이, 콘텐츠, 기능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주로 확인하게 되는 만큼 프로덕트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구체적이고 명시적입니다.
Communication,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기
글로벌 회사의 i18n팀, L10n, G11n 팀은 자사의 프로덕트에서 제공하는 언어는 물론 이 프로덕트를 지원하는 헬프데스크의 용어와 내비게이션 방법, 매뉴얼의 언어 등 이용 여정의 모든 부분에서 언어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단순히 번역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문화적 맥락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순서나 디자인의 개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조사는 특정 프로덕트 팀에서 수행되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팀에서 시작되며 회사 내 UX 리서치 팀과 협업하여 리서치를 진행하게 됩니다. 조사 결과는 프로덕트 팀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리포팅이 됩니다.
Business Development, 최적의 업무 방식을 찾기
글로벌 A사의 ‘모바일 앱 광고 솔루션'은 유독 한국에서만 점유율이 낮았습니다. 기능적으로 타사 제품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아 한국 지사에서도 원인을 찾고 싶어 했고 이후 글로벌 영업팀과 프로덕트팀이 함께 리서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며 영업팀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는데 흥미로운 경험이었지요.
조사 결과 한국 시장에서 발견된 몇 가지 인사이트가 있었는데요, 보수적인 대시보드가 더 익숙함, 영업 단계에서 프로덕트를 인스톨 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는게 중요함 등이었습니다. 프로덕트 팀은 지역에 따른 UI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 영업팀은 자사 프로덕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집중했던 영업방식을 사후 관리 중심의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Strategy, 반짝 반짝한 아이디어 씨앗 찾기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사업전략을 담당하는 팀에서는 Gen-Z에 대한 트렌드를 살펴보다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GenZ 아티스트와 팬은 이전 세대의 아티스트-팬과 다른 형태의 관계성이 있는 것 같고, 새로운 팬덤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그걸 알게 되면 우리도 더 흥미로운 서비스를 고안해 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생겼고 좀 더 구체적인 아티스트-팬 시나리오를 찾기 위해 사내 UX 리서처들과 함께 미국, 영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 결과는 이후 프로덕트 팀에서 구체적인 기능을 구체화할 수 있는 형태로 리포팅되었습니다.
WHY
“우리는 언어를 보려는건 아니고 이 언어를 쓰는 ‘사람’ 들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언어 현지화 관련 리서치를 함께 했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의 말입니다. 왜 UX 리서처가 언어에 대한 리서치를 해야 하는지 단박에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조사를 단적인 업무 대상으로, 멈춰 있는 명사형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언어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라는 요청을 ‘이 언어를 쓰는 사람을 봐주세요.’라고 이해하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에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한국에서 저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어떤 특성 때문일까?’로 질문을 바꾸는 것이 UX 리서처입니다.
회사 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에서 사람을 봐야 하는데 업무만 보는 사람이 있다면 UX 리서처가 기꺼이 도움을 주고 사람을 이해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UX 리서처는 리서치 방법론을 줄줄 꿰고 시간에 맞춰 인터뷰를 진행하는 스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 4가지 유형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유형의 리서치 형태가 섞어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유형의 특성이 가장 도드라진다고 생각하는 유형으로 적었습니다.
** Client: 프로젝트를 의뢰한 주체 또는 프로덕트/서비스가 글로벌 기준인지 한국 기준인지를 표시했습니다.
*** Market: 프로젝트에서 조사 대상인 시장이 한국이냐(Local), 한국 외 지역이냐(Global)로 구분하였습니다.
**** Stakeholders: 회사마다 역할에 대한 정의, 부서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가 임의로 Strategy, Product/Service, Business Development, Communication으로 구분하여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