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9. 07:50ㆍBlockchain UX 이야기
들어가며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거버넌스는 이론적으로 직접 민주주의 형태를 따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의 이상적인 거버넌스라고 하면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다양한 안건을 민주적인 절차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결된 안건은 스마트 콘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적용되고 이 모든 과정은 블록체인상에 투명하게 기록되죠. 그렇다면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향에 가까워진 걸까요? 실제 사례를 보면 이상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운영 과정은 직접 민주주의와 유사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프로젝트별로 안건의 종류에 따라 절차가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떤 이유로 거버넌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 네 가지 특성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블록체인 거버넌스의 특성으로 탈중앙화, 자동화, 투명성, 불변성이 거론됩니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특성인 투명성은 대부분의 거버넌스에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의사 결정의 전 과정과 각 과정의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거버넌스를 통해 결정된 의사를 공포하고 이후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투명성과 달리 탈중앙화와 자동화 부분은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한 통념과 일부 다르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보호와 프로젝트의 비전 및 목표 유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람의 개입과 판단이 필요한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권한이 제한된 운영진이 투표 전에 안건을 여러 차례 검증하는 것처럼 말이죠.
최근에는 오프체인 거버넌스뿐만 아니라 사람의 개입을 허용하는 온체인 거버넌스를 소프트 거버넌스라고 부르며 하드 거버넌스(기존의 자동화된 온체인 거버넌스)와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소프트 거버넌스는 스마트 콘트랙트의 자동화로 인한 불변성 문제(단순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수정이 쉽지 않은 블록체인의 특성)를 최소화하려는 자구책으로 보입니다. 소프트 거버넌스, 하드 거버넌스, 오프체인 거버넌스의 역할을 나눠 모두 적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얼까
블록체인 기반의 거버넌스는 안건이 결정되는 네트워크상의 위치에 따라서 온체인과 오프체인으로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경우와 안건의 경중에 따라 절차에 차이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온/오프체인 거버넌스를 다르게 구성
- Uniswap(DeFi): 유니스왑의 온체인 거버넌스는 논의, 합의, 결의, 반영 순으로 총 네 단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며, 오프체인 거버넌스는 이 가운데 결의를 제외한 세 단계로만 진행됩니다. 결의는 온체인 안건의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이며, 오프체인 안건의 경우 결과 반영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주로 여론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 Pancake Swap(DeFi): 온체인 거버넌스(Core)의 경우 안건을 운영자만 게시(제안)할 수 있고 구성원은 투표를 통해서 가부만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오프체인 거버넌스(Community)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안건을 게시(제안)할 수는 있으나 결과 반영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2. 안건을 검증하기 위해 운영진 권한 강화
- Aave(DeFi): 안건의 중요도에 따라 투표 기간, 정족수, 투표차 등 안건 통과 조건을 다르게 설정해 의사 결정을 진행합니다. 제안의 모든 과정에서 안건을 중단 및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Aave Guardians를 운영하며, 이들은 프로토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안건만 삭제할 수 있습니다.
- APE Coin(DAO): 총 이슈 제기, 논의, 분석 및 검토, 1차 투표, 2차 투표, 결정 및 실행 순으로 총 여섯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오프체인 거버넌스의 경우 1차 투표를, 온체인 거버넌스의 경우 2차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며 각 단계 이동 시 운영진의 분석 및 승인이 필요합니다.
- MoonDAO(DAO): 모든 안건은 DAO의 목적과 방향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를 통과해야 상정할 수 있습니다. 초기 안건을 리뷰하고 승인하는 조직인 MoonDAO Senate와 안건의 내부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요건에 부합할 수 있도록 돕는 Sponsor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온체인 거버넌스를 나눠 더욱 세부적으로 운영
- Maker DAO (DeFi): 안건의 중요도에 따라 논의 기간이 다르며, 안건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MIP Editor, 거버넌스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Governance Facilitator, 스마트 콘트랙트 작동처럼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코드의 유효성과 위험성을 검증하는 Engineering Core 등의 운영진이 있습니다. 온체인 거버넌스의 안건 중 스마트 콘트랙트의 매개변수를 변경하는 등 비교적 단순한 수정의 경우 1차 투표 및 소프트 거버넌스를 통해 진행되며, 스마트 콘트랙트의 영구적인 절차가 수정돼야 할 때 Engineering Core Unit의 검증된 코드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하드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ENS (DApp): 안건의 유형을 Executable, Social, Constitutional 등 총 세 가지로 구분하고 Executable만 하드 거버넌스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는 초안 작성, 논의, 결의 3단계로 진행하며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운영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마치며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거버넌스는 스마트 콘트랙트에 의해 자동화 및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될 거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되는 모습은 알려진 바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공통의 목표와 비전을 유지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공동체 또는 네트워크를 방어하기 위해 소프트 거버넌스를 운영하거나 핵심 운영진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블록체인 거버넌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조적인 측면에서 고민한 결과 중 하나죠. 이처럼 블록체인 거버넌스 운영에 있어 구조적 노력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참여 의지 또한 매우 중요하며,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거버넌스는 아래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고, 안건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다오 운영 및 관리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 결정 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건 반영 여부를 알리고, 그 결과를 공유해 구성원의 의견이 잘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사항을 거버넌스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각 단계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작성. 윤장희 — UX Researcher
글 편집. 최은주 — UX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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