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5. 10:00ㆍBlockchain UX 이야기
블록체인은 관련 주체들과 사회적이고 기술적인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우리는 모두 블록체인 생태계의 일부지만, 그 전반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연대기(the Blockchain Chronicle)]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기록합니다. 차곡차곡 쌓아나간 블록체인 생태계의 오늘이 내일을 향한 어제의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누구나 한 번쯤은 블록체인과 AI(인공지능)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블록체인과 AI는 우리가 미래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지만, 자칫 막연하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죠. 블록체인과 AI는 우리 삶에서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요? 블록체인과 AI가 만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블록체인과 AI를 접목한 사례를 통해, 두 기술이 이루는 상호보완적 관계와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기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I에 신뢰성을 더하는 블록체인
AI는 인지, 학습, 추론 등 인간이 지능으로 수행하는 고차원적 정보처리 활동을 모방한 기술입니다. 우리가 지능을 발휘하는 데에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정보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데이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안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AI에 적용하면, 데이터는 물론 데이터를 활용하는 AI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생성형 AI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중 하나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능동적으로 결과를 생성하는 ‘생성형 AI’입니다. Chat GPT, Midjourney, Karlo 등이 대표적이죠. 문제는 AI가 학습한 자료의 출처를 이용자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AI가 결과 생성 과정에서 원본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최근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로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파업을 벌인 것과 같이, AI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이 많아질수록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원본과 저작권자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서, AI가 여러 자료를 조합해 결과를 생성하더라도 이용자는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쉽게 원본을 확인할 수 있죠. 특정 스타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도구 Waterlily는 참고한 원본의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합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고 이미지 생성 비용을 지불하면, 그 일부가 스마트 컨트랙트에 따라 저작권자의 지갑으로 전송되죠. Waterlily 사례와 같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저작권을 명시하고 저작권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자리 잡게 된다면, 앞으로 AI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훨씬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데이터’를 믿고 맡기는 자율 AI 에이전트
자율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는 사람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우리에겐 자율주행차, AI 금융투자, AI 비서 등으로 익숙하죠. 시간, 자산, 안전, 건강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분야인 만큼, 데이터가 왜곡 또는 조작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위변조가 불가한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블록체인은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면서 안심하고 자율 AI 에이전트를 이용할 수 있게 돕습니다.
삶과 직결된 건강 정보를 다루는 헬스케어에서는 데이터 안전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기존 의료 기록은 진료한 병원이 보관하죠. 환자가 직접 열람하거나 다른 기관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에 활용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러나 탈중앙화, 암호화된 온체인 데이터는 이용자가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건강 관리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블록체인 헬스케어 플랫폼 BurstIQ는 의료 기록, 검진 결과, 스마트 기기로 측정한 신체 상태 등이 담긴 EHR(Electronic Health Record)을 기반으로 ‘LifeGraph’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용자는 블록체인 지갑에 있는 데이터를 의료 시설이나 관련 기관 등 원하는 곳에 공유하거나, AI에 학습시켜 건강 관리에 참고할 수 있죠. BurstIQ의 CEO Frank Ricotta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전체적인 진료비 감소, 임상시험 연결 등 주요 의료 과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블록체인의 활용성을 높이는 AI
AI가 블록체인을 돕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최근에는 AI를 통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며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아쉽게 느껴졌던 한계를 보완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죠.
더 유연하고 똑똑한 dApp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외부 개입 없이 자동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해 조작을 방지하는 데에 효과적이지만, 미리 정해진 규칙과 온체인 데이터에 의거해서 작동하기 때문에 날씨, 경제, 교통 등 변수가 많은 분야에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죠. AI를 활용하면 스마트 컨트랙트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가변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dApp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체 가상 머신 CVM(Cortex Virtual Machine)을 통해 AI 모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결합한 Cortex Labs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AI 개발자가 Cortex 저장 계층(Storage layer)에 AI 모델을 등록하면, dApp 개발자는 그중 원하는 것을 골라 사용료를 내고 스마트 컨트랙트와 연동해 ‘AI 스마트 컨트랙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는 dApp에는 날씨 데이터로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를 측정하고 보상 조건을 확인하는 AI 모델을 도입할 수 있죠. 이때 보험금 책정부터 지급까지 모든 과정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되고 온체인 데이터로 투명하게 기록됩니다. 이처럼 dApp은 AI로써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도 오류를 최소화한 자동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빠르고 경제적인 트랜잭션
AI 덕에 높아진 블록체인 서비스의 효율성은 자연스럽게 비용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도 줄어들죠. 블록체인상에서 트랜잭션을 위해 지불하는 수수료는 거래의 복잡성, 토큰의 수요, 현재 네트워크 혼잡도 등 여러 유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데, AI는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 상황을 예측해 이용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의 가격과 변동성을 낮춰줍니다.
노르웨이 북극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On Optimizing Transaction Fees in Bitcoin using AI: Investigation on Miners Inclusion Pattern’에 따르면, 5개월 동안 3천만 건이 넘는 비트코인 트랜잭션을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이 수수료 변동성을 예측했을 때, 그 정확도는 최대 91%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스스로 트랜잭션 비용을 최소화하는 dApp을 구현하는 데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가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을 찾아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거죠. 비용 절감은 이용자의 거래 경험을 편안하게 만들고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더욱 많은 이용자가 dApp에서 활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AI는 모두가 편안하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더해,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컨대 MazzumaGPT는 자연어를 스마트 컨트랙트 생성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Solidity, Plutus 등)로 바꿔주는 서비스입니다. 블록체인 전문가뿐만 아니라 코딩 경험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죠.
이외에도 코딩 템플릿이나 패턴을 제안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쉽고 빠르게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을 활용해 법적 문서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번역하거나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가 사용하는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블록체인과 AI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각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면서 우리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블록체인과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서 언급한 저작권 침해와 같이, 윤리의식이 부재하거나 제도가 미흡한 경우 등 관련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죠. 문제를 파악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 미래에 찾아올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 블록체인과 AI를 명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걸음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Blockchain UX/Web3.0 UX 디자인 관련 전문 채널 pxd Medium에서 영문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