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8. 09:50ㆍBlockchain UX 이야기
들어가며
‘우리 서비스를 유저 입장에서 사용해 보자'라는 취지로 시작한 ‘내돈내테' 프로젝트도 어느새 마지막입니다. 이번 내돈내테는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벤트와 결합(RWE : Real World Event)되었을 때, 신규 유저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는지, 경험이 가로막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그들 입장에서 파악해보자라는 목적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지난 9월, RW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NILE(나일)에서는 Ticket(티켓) NFT를 판매했었는데요. 저희는 이 티켓 NFT를 블록체인/Web3.0 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 유저 6명과 함께 구매/사용하는 전반의 과정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조사는 신규 유저가 티켓 NFT를 처음 마주하고 구매하는 실제 모습과 가장 유사한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자 모더레이터 개입없이 유저 행동을 관찰하는 ‘Usability Testing(UT)'로 진행했습니다.
티켓 NFT란?
NILE에서 판매한 티켓 NFT는 컨퍼런스, 갤러리 등의 입장권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Utility(유틸리티) NFT입니다. 이번 티켓 NFT는 국제 게임 전시회(G-star)와 KLPGA 2023 투어(WEMIX Championship) ‘입장권'으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G-star 티켓 NFT는 입장 외에도 스페셜 굿즈를 받을 수 있으며, 일반 입장권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WEMIX Championship NFT는 대회 관람뿐만 아니라 티켓 종류에 따라 VIP 시설 이용, 케이터링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포함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입장 티켓보다는 이 티켓 NFT가 더 혜택 좋은 ‘상품'인 것이죠.
티켓 NFT 구매를 위한 User Journey
그렇다면 과연, 이 티켓 NFT를 처음 블록체인에 입문하는 신규 유저가 어렵지 않게 구매 할 수 있었을까요?
아래 단계는 티켓 NFT를 구매하는 User Journey입니다. 행사 메인 홈페이지나 기사를 통해 티켓 NFT를 판매하는 NILE-티켓탭에 유입된 이후 과정인데요. 티켓 NFT도 ‘NFT’이기 때문에 WEMIX(위믹스)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WEMIX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신규 유저의 티켓 NFT 구매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App Store/Play Store에서 ‘월렛(지갑)' 생성
2️⃣ 코인 거래소에서 WEMIX를 구매
3️⃣ WEMIXFi에서 WEMIX → WEMIX$로 스왑하여 WEMIX$를 획득
4️⃣ NILE에서 지갑 연결 후 구매하고자 하는 티켓 NFT 상세페이지에서 ‘지금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
5️⃣ ‘월렛(지갑)'에서 승인 과정을 거쳐 NFT를 결제/구매
앞선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신규 유저 6명 중 단 ‘한명'만이 어렵지 않게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관찰이 끝난 후 모든 참석자가 ‘다시 하면 5분도 안 걸릴 것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셨다는 점인데요. 처음이나 어렵지 한번 해보고나면 간단한 이 NFT 구매 과정 중 이탈을 야기하는 부분은 어디였는지, 우리가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 간과한 부분이 무엇인지 조사를 통해 여실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User Pain Point
사용자 조사로 블록체인 신규 진입자들이 NFT를 구매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 보았을 때 단계별 다양한 Pain Point가 있었지만,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습니다.
- 기대와 현실 사이 : 기존 경험의 강력함
- 가상자산 거래소 출금 정책의 한계
-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개념
1) 기대와 현실 사이 : 기존 경험의 강력함
[지갑 연결 QR 코드의 문제]
블록체인 플랫폼 NILE에서 NFT를 구매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가장 먼저 모바일 월렛(지갑) 앱을 설치해야 하는데, 월렛은 유저가 블록체인 상에서 결제 및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NFT를 구매하고자 하는 유저가 상세 페이지에서 ‘결제 하기’ 버튼을 누르면 월렛과 연결할수 있는 팝업이 뜹니다. 저희는 유저가 ‘월렛 앱을 설치 후 앱에서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라는 가이드 문구를 보고 앱을 설치 후 지갑을 연결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했으나,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가이드 문구를 읽지 않은채 QR 코드 보고 기존에 알고 있는 방식, 즉 일반 카메라 앱으로 QR 코드를 스캔하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QR 코드를 사용하는 방식과 일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일반 카메라로 촬영시 유저는 지갑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존 사용 경험의 강력함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티켓 인증 방법]
티켓 NFT를 실물 입장권과 교환하려면 월렛 앱을 켜고 내가 보관한 NFT 탭에서 티켓을 보여주나 NFT에 포함된 QR코드로 인증해야 합니다. 비행기 티켓, 공연장 티켓 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있는 티켓 인증 방법과 동일해서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관찰 결과, 티켓 교환소에서 이름 및 전화번호로 본인 인증을 하려는 모습, 이메일 등 티켓이 저장된 장소를 찾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내 월렛 안에 NFT가 저장되어 있을 거라는 점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입니다.
사실, 현장에서 티켓 NFT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장 요원이 도와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G-Star와 WEMIX Championship와 다르게 현장 요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본인 월렛에서 스스로 인증 후 입장하는 형태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인증 못하고 출입구 앞에서 서성이는 분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2) 가상자산 거래소 출금 정책의 한계
[가상 자산 출금 시, 24/72시간 대기]
신규 진입자들이 NFT 구매 과정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장벽은 가상 자산 출금 정책입니다.
가상 자산 거래소의 출금정책
- 최초로 원화를 입금한 시점을 기준으로, 72시간 동안은 가상자산 출금이 불가
- 이후 원화를 입금할 경우, 건별로 24시간 동안 출금 지연 시스템이 작동 (가상자산 출금 신청시, 24시간 내에 원화를 입금한 내역이 있다면, 그 입금 합계 금액만큼은 가상 자산을 출금할 수 없음)
이 정책은 금융 사기와 피해를 방지 목적으로 실시한 거래소의 중요한 조치이지만, 동시에 유저가 NFT 구매를 하는데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한정된 시간에 구매 완료까지 경험해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조사 참여자가 WEMIX 구매 단계까지 도달한 경우, 소량의 WEMIX를 제공해 주고 경험을 이어나갔는데요. 실제 상황에서 NFT 구매에 필요한 코인을 얻는데 걸리는 긴 시간은 유저 구매 경험의 저해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개념
세번째 장벽은 블록체인의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개념의 이해입니다. NFT를 구매하는 여러 단계와 용어들은 초심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티켓 NFT 구매 과정에서 블록체인의 생소한 단어 또는 복잡한 개념 이해를 도와주는 ‘친절함’은 없었는데요. 주로 이런 불친절함을 마주했을 때, 신규 유저의 이탈이 발생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블록체인의 ‘결제 통화'와 ‘가스비’를 이해하는 부분에서 유저가 어려움을 느끼고 이탈하려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결제 통화에 대한 이해: WEMIX$와 WEMIX]
NILE에서 NFT를 구매하려면 유저는 WEMIX$를 지불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에 익숙한 유저의 경우 거래소에서 WEMIX를 구매한 다음, 이를 WEMIX$로 스왑하여 NFT를 구매하는 과정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초심자에게는 WEMIX와 WEMIX$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두 코인을 스왑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은 도전으로 느껴질 겁니다.
[가스비의 이해]
WEMIX$ 스왑에 성공했더라도, 최종 결제 시 발생하는 가스비(Gas fee)는 WEMIX로 결제해야 합니다. 가스비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실행할 때 발생하는 비용으로, 유저는 이를 염두해두고 스왑시 남겨둬야 할 WEMIX의 양을 계산해야 합니다. 그러나 스왑까지 성공했으나 가스비 개념, 가스비와 NFT 가격 통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유저는 이용에 장벽을 느끼며 결국 구매하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치며
신규 유저가 처음 Ticket NFT를 구매하는데 이번 경험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조사를 통해 파악된 유저 행동 패턴과 Pain point를 더 상세히 들여다 보는 것일 겁니다. 이를 통해 신규 유저가 유입되었을 때,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더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글
김보미 - UX Researcher
권혜림 - Product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