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디지털 르네상스를 이끌 두 기둥, 블록체인과 AI

2024. 12. 11. 07:00리뷰
임현경 (Hyun Kyung Lim)

KBW 2024로 엿본 미래 기술 트렌드

지난 9월 글로벌 블록체인·웹3 축제 ‘Korea Blockchain Week(이하 KBW)’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KBW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주제는 바로 AI였어요. AI 포럼 ‘AI WORLD 2024 : ​Unlimited Scalability(무한 확장)’가 연계 행사로 열렸고, 전 세계 300여 명의 연사가 참여한 메인 콘퍼런스 ‘IMPACT’에서 가장 큰 비중의 세션 주제도 AI였죠.

다채로운 프로젝트와 흥미로운 논의 사이에서 공통으로 뽑을 수 있는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이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블록체인과 AI의 호혜적 관계, 두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르네상스’가 펼쳐질 미래. 블록체인과 AI가 이끄는 디지털 르네상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시죠? 현장에 다녀오지 못한 분들을 위해, KBW 2024에서 인상 깊었던 발언과 함께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모아 소개할게요.

 
출처: X @kbwofficial

“모두를 위한, 탈중앙화된 AI”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비탈릭 부테린부터 월드코인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ools for Humanity) CEO 알렉스 블라니아까지, 블록체인 업계 주요 인사는 “블록체인이 현재 중앙집권과 독과점이 우려되는 AI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입을 모았어요. 블록체인은 AI의 탈중앙성과 사용자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 인프라라는 거죠.

 

“블록체인은 AI의 학습과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왜곡 또는 손상 위험성을 줄여 무결성과 신뢰성을 보장한다.”

0G랩스의 CEO 미카엘 하인리히(Michael Heinrich)는 중앙화된 AI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계속된다면 AI가 인간의 통제를 초월할 때, 예컨대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딥페이크를 근거 데이터로 사용할 경우,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어요. 0G랩스는 웹2 또는 웹3 데이터를 블록체인 레이어에 저장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제공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그는 블록체인에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구축한 ‘온체인 AI’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죠.

 

“블록체인에 기반한 개방형 AI로써 많은 이에게 AI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인프라 기업 리추얼(Ritual) 역시 블록체인이 AI에 ‘탈중앙성’을 가져다줄 것이라 봤어요. 리추얼은 많은 사람이 AI를 쉽게 개발, 배포할 수 있게 하는 온체인 AI 인프라 기업이죠. 사닐 스리니(Saneel Sreeni) 리추얼 공동창립자는 오픈AI(OpenAI), 메타(Meta) 등 일부 기업이 이익을 독식해 업계 전체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블록체인 기반의 개방형 AI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어요. AI 모델 자체가 블록체인 데이터로 등록되기 때문에, 개발자는 다른 사람이 공유한 기술을 참고해 AI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공유한 기술에 대한 보상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AI가 학습하는 사용자 데이터의 주인은 사용자여야 한다.”

‘사용자 소유(User-Owned) 또는 사용자 중심(User-Centric) AI’를 앞세운 기업도 있었어요. 블루웨일(Bluwhale)이 대표적이죠. 한 진(Han Jin) 블루웨일 CEO는 현재 오픈AI 같은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정작 데이터를 제공한 사용자에게는 보상은커녕 데이터 활용 목적이나 과정조차 알리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어요. 그러면서 여러 AI가 안전하게 저장된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시 공유하며 성장하는 동시에 데이터 제공자에게도 보상을 제공하는 웹3 AI 프로토콜을 소개했죠.

출처: X @kbwofficial

“창작을 위한 생성형 AI와 블록체인의 상호작용”

생성형 AI는 여러 AI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일상생활에 도입되고 있어요. 미국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가 지난 9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미국에서 챗GPT가 출시된 지 2년 만에 39.5%의 도입률을 기록했는데요. 인터넷의 출시 후 2년간 도입률이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성형 AI는 인터넷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고 볼 수 있죠. 이번 KBW에서는 여러 관계자가 많은 업무, 창작, 공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AI를 활용하고 갈수록 그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블록체인으로써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을 보호하고 동시에 블록체인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어요.

 

“오픈소스 AI의 경쟁력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 구조에 있다.”

피터 왕(Peter Wang) 아나콘다(Anaconda) 공동창업자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토대로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먼저 공유하고 이를 AI가 학습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플랫폼을 제안했어요. 아나콘다는 파이썬(Python) 기반 오픈소스 운영체제 개발사인데요. 그는 “대규모로 데이터를 사들인 빅테크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한 오픈소스 AI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서 부각했어요.

 

“블록체인이 기존 체계의 회색지대에 놓인 IP를 구할 것이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창작자가 블록체인에 IP를 등록하고 n차 창작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눠주는 인프라인데요. 제이슨 자오(Jason Zhao) 스토리 프로토콜 공동창업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소외된 IP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창작을 더 활성화할 것이라 예측했어요. 그는 대부분의 자산이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는데, IP는 무한하기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다고 말했어요. 또, 생성형 AI가 확산함에 따라 IP에 대한 평가 절하와 무단 활용이 심해질 것을 우려했죠. 블록체인이 이에 대응해 IP의 수익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많은 창작자를 블록체인 생태계로 유입시킬 수 있을 거라는 설명이에요.

 

“IP 권리 보장이 디지털 세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디지털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예술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IP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어요. 레픽 아나돌은 블록체인과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예술계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창작자예요. 앞서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아마존을 담은 영상 ‘윈즈 오브 야와나와’를 NFT로 선보였고, 그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작품을 위해 대규모 자연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를 개발하기도 했죠. 그는 IP를 보호하고 수익을 보장한다면 더 많은 창작자가 꾸준히 예술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봤어요.

출처: X @StoryProtocol

‘디지털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현재 디지털 중심의 문화가 AI 발전과 함께 폭발적으로 부흥하고 있지만, 급격한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인데요. 이번 KBW는 이러한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기술적 설명과 함께 대응할 방안까지 접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특히 블록체인은 고유의 탈중앙성과 투명성으로써 AI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AI는 블록체인이 그간 한계에 부딪혔던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미래상이 흥미로웠죠. 블록체인과 AI, 두 기술이 상생해 만들어갈 내일을 기대하며 우리는 다른 후기에서 만나요!

글. 임현경 — UX 라이터
그래픽. 지승연 — BX 디자이너, 김은정 — 그래픽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