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4. 07:50ㆍReview | 컨퍼런스, 학회, 전시, 도서
지난 6월 서울메타위크 2025에 다녀왔어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일, 시스템, 지능의 진화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AI가 다양한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어요.
이틀간 진행된 세션에서는 기술 중심의 담론을 넘어, AI를 바라보는 철학적인 질문과 구체적인 기업 활용 사례를 균형 있게 다뤘는데요. 오픈렛저의 람, 세일즈포스의 샐리, 구글 딥마인드의 스테파니아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전한 메시지를 통해 AI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핵심 주제들을 중심으로 함께 둘러볼게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는 키노트에서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짚었어요. AI가 일상이 될 미래에는 인간의 지식이 빠르게 대체되고, 비판적 사고와 판단 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닌 인간 중심의 책임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특히 EU에서 도입하고 있는 위험 수준에 따른 차별화된 규제를 예를 들며, 기술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죠.
이세돌 9단 역시 AI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들려줬어요.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고하며, 그는 인간의 감각이 AI 앞에서 무력해졌던 순간과, 승리를 위해 일부러 예측 불가능한 수를 두며 경험한 고독감과 정체성의 혼란을 공유했어요. “바둑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라는 믿음과 달리, 이제는 사람들이 AI에게 바둑을 배우는 시대가 되며 바둑의 본질조차 바뀌었다고 말해요. 하지만 동시에, AI는 아직 인간의 ‘판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기술의 경계를 넘는 AI - Web3, 멀티모달리티, 추천
오픈렛저의 람은 AI의 불투명한 결정 과정을 지적하며, Web3와의 결합을 통해 더 책임감 있는 AI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지금의 AI는 어떤 데이터를 학습해 어떻게 결과를 도출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블랙박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람은 '기여 증명(Proof of Attribution)'과 '데이터 소유권'을 통해 이런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하며 더욱 투명한 AI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어요.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가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이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그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를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하는 거죠. AI가 방대한 자원과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분산화된 Web3 인프라는 AI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어요.
구글 딥마인드의 스테파니아는 멀티모달 AI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미나이를 활용한 라이브 데모로 설명했어요. 제미나이와 연결된 가정 내 스마트홈은 단순히 텍스트 명령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이미지와 음성, 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입력을 조합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했어요. 예를 들어, “로맨틱한 분위기 연출해 줘”라고 말하면, 조명을 어둡게 조정하고 음악을 트는 식이에요. 멀티모달리티와 AI의 결합은 사용자의 제스처, 목소리, 센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협업하는 ‘실시간 협업’을 가능하게 해요. 스테파니아는 지금까지의 AI가 텍스트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교육, 창작,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풍부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사람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릴 거라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스포티파이의 디비타는 개인화된 추천 경험에 AI와 머신러닝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어요. 스포티파이의 AI DJ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선곡하고, 곡과 아티스트에 대한 설명을 음성으로 전달하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AI DJ의 설명 방식에 따라 사용자가 선곡에 더 공감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거예요. 스포티파이는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한 데이터를 정제해 다시 LLM에 피드백하고, 이를 학습한 AI가 더욱 정교한 추천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발견할 수 있게 돕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와 아티스트, 콘텐츠 간 연결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AI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어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 사람처럼 응답하고 학습하는 동료
세일즈포스의 샐리는 기업이 고객 경험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는 업무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해요. 그리고 ‘AI 에이전트’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AI는 단순히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어요. 세일즈포스의 AI 에이전트에서 인상적인 점은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해 둔 일종의 ‘가드레일’을 바탕으로 작동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환불할 때, 적은 금액은 AI 에이전트가 직접 처리하지만 금액이 큰 경우에는 인간 상담원이 직접 대응하도록 연계하는 식으로 설정할 수 있어요. AI를 통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AI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고객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느껴졌어요.
LG AI 연구원의 최정규 연구위원은 LG의 AI 에이전트인 EXAONE이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설명했어요. EXAONE은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전문가 AI를 목표로 개발되었는데요. 특히,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 화장품 소재 개발 기간 단축, 주가 예측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등, 고차원의 추론과 예측을 요구하는 업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직군과 업무에 특화되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동료로서 AI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어요.
AI와 함께하는 창작 - 사용자가 제어하는 생성 경험
어도비 디자인팀의 스테파니는 Adobe Firefly를 통해 생성형 AI 시대에 사용자 주도권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했어요. Firefly는 단순히 프롬프트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 패널에서 스타일을 직접 선택하는 등 사용자가 직접 결과물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사용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창작에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한 거죠. 사용자의 생성 의도와 맥락을 반영하는 인터페이스는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어요. 또한, Firefly는 콘텐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 인증(Content Authenticity Initiative, CAI)과 사용자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중심의 설계와 사용자와의 균형 있는 관계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어요.
마치며
SMW 2025는 AI가 어떻게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고, 더 나아가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확인한 시간이었어요. AI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기술들과 결합되며 우리의 일과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겠지만, 그런 고도화된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고, 어떤 가치를 실현할지에 대한 고민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어요. 기술은 계속 진화하겠지만, 그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해질 거예요.
전수빈 (UX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