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1. 07:50ㆍAI 이야기
1편에서는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AI Persona를 활용해 여러 사용자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바라보고, 고도화의 힌트를 얻었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구체화된 이후, UX 리서처로서 Figma Make를 활용해 직접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어본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평소에는 서비스 아이디어와 UX 컨셉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AI를 활용해 그 아이디어를 실제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해 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컨셉 단계와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했고, 동시에 AI 프로토타이핑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다시 바라보고 고도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UX 리서처의 관점에서 AI 프로토타이핑을 해보며 무엇을 새롭게 고민했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Figma Make가 임의로 채우는 ‘빈칸’ 줄이기
처음에는 아이디어의 배경과 컨셉, 주요 사용 장면 정도만 전달하면 Figma Make가 어느 정도 알아서 화면으로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결과를 받아보니 정보 구성이 다소 엉성하거나, 팀이 중요하게 생각한 내용이 빠지기도 했고, 컨셉은 맞지만 우리가 의도했던 경험과는 다른 화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이디어나 UX 컨셉을 정의할 때와 실제 화면을 만들 때 필요한 구체성의 수준 자체가 달랐습니다.
컨셉 단계에서는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을 판단하며,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정도를 정의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화면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했습니다.
1. 컨셉과 화면 사이의 빈칸 채우기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아이디어나 UX 컨셉을 정의할 때와 실제 화면을 만들 때 필요한 구체성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단계에서는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어떤 정보를 활용해 무엇을 판단하고,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정도를 정의해도 충분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서비스 전체의 구조와 핵심 가치가 명확한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조건과 데이터를 종합해 시스템이 사용자를 대신해 최적의 시점과 방법을 판단하고 조정해 주는 서비스라면, 컨셉 단계에서는 어떤 정보를 활용하고 무엇을 자동으로 판단·조정하는지 정도만 정의해도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를 실제 화면으로 옮기려고 하니 훨씬 더 많은 것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 사용자는 현재 어떤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지
- 시스템이 무엇을 대신 판단했는지, 어디까지 보여줄지
-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어떤 정보로 설명할지
- 어떤 메시지가 있어야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지
- 사용자는 확인만 하면 되는지, 직접 수정하거나 개입할 수도 있어야 하는지
- 상세한 정보는 언제, 어느 수준까지 보여줄지
처럼 시스템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정의했던 기능을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행동을 하나씩 다시 정의해야 했습니다.
Figma Make에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도 단순히 “이 화면에서는 ○○ 기능을 보여준다” 정도로는 부족했습니다. 각 씬을 다시 여러 화면으로 세분화하고, 화면마다 최상단에서 무엇을 보여줄지부터 각 섹션에 어떤 정보와 메시지가 들어가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작성해야만 원하는 수준의 화면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컨셉 단계에서는 “서비스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했다면,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는 그것을 화면에서 무엇을 통해 이해하고, 어떻게 확인하고, 필요할 때 개입할 것인가”까지 구체화해야 했습니다.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면서 컨셉을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콘텐츠와 정보가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2. 컨셉을 어떤 UI로 표현할지까지 고민하기
정보와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뒤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 정보를 실제 화면에서 어떤 UI로 표현할 것인가였습니다.
평소 UX 리서처로 리서치 프로젝트를 할 때는 사용자 문제를 정의하고 서비스 아이디어와 컨셉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실제 화면의 표현 방식까지 깊게 고민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다 보니, 컨셉 단계에서는 자유롭게 나열할 수 있었던 기능과 정보를 한정된 화면 안에서는 모두 같은 깊이로 보여줄 수 없다는 것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어떤 정보를 가장 먼저 보여줄지, 무엇은 상세 영역으로 내려야 할지, 어떤 기능을 사용자가 바로 조작할 수 있게 할지 등 정보의 우선순위와 위계를 결정해야 했습니다.또 같은 정보라도 카드, 그래프, 진행 상태 등 어떤 UI 형태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화면의 인상과 강조되는 지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정보 구성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입력하면 Figma Make가 기본적인 UI는 알아서 만들어줬습니다. 다만 몇 번 사용해보니, 화면의 목적이나 정보가 달라도 결과물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UI 형태로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AI가 선택한 UI 패턴이 항상 저희가 생각한 최선의 표현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UI가 있을 때는 말로 하나씩 설명하기보다 다른 서비스의 레퍼런스 이미지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움직이는 대상의 실시간 위치와 진행 현황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배달 앱의 라이더 현황 화면을 캡처해 전달했습니다. 그러면 Figma Make가 레퍼런스를 참고해 의도한 형태에 훨씬 가깝게 구현해 줬습니다. “토글 UI를 활용해 줘”, “바 그래프를 도넛 그래프로 바꿔줘”처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 화면의 UI 구성을 참고해 줘”라고 이미지를 함께 전달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서비스와 디자인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하는 이유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 방식과 정보 구조를 레퍼런스 하나로 훨씬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AI 프로토타이핑을 컨셉 고도화에 활용하기
Figma Make를 활용하면서 유용했던 점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화면으로 만들어보고 다시 논의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컨셉 단계에서는 충분히 정의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고민하게 됐고, 구현된 형태를 보며 아이디어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UX 리서처의 관점에서 AI 프로토타이핑을 활용하며 중요하다고 느낀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Lessons Learned 1. 컨셉을 화면으로 옮기려면 한 번 더 ‘번역’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주요 기능과 제공 가치만으로도 컨셉을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 화면으로 옮기려면 그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까지 구체화해야 했습니다.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봐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지, 무엇을 확인하거나 직접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지까지 정의해야 비로소 화면으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AI가 UI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컨셉과 화면 사이의 구체적인 UX 경험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Lessons Learned 2. AI가 임의로 판단해야 하는 ‘빈칸’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컨셉만 설명하고 나머지를 알아서 만들어달라고 하면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각 화면에 어떤 정보가 어떤 순서로 들어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원하는 표현 방식이 있다면 레퍼런스 이미지까지 함께 전달했을 때 훨씬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무엇을 보여줄지는 텍스트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보여줄지는 레퍼런스를 활용해 AI가 임의로 채워야 할 영역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결과를 반복해서 수정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인풋을 주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Lessons Learned 3.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아이디어 검토와 고도화의 반복에 활용할 수 있다.
화면으로 만들어보면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충분히 드러나는지, 어떤 정보가 부족한지, 실제 서비스 경험으로 연결했을 때 어색한 부분은 없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AI를 활용하면 화면을 처음부터 직접 구현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컨셉 → 프로토타입 → 검토 → 컨셉 보완의 과정을 부담 없이 반복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UX 리서처가 미래 서비스 컨셉을 만들 때도 AI 프로토타이핑을 단순한 화면 제작 도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빠르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보고 다시 고도화하는 방법으로 활용해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마치며
돌이켜보면 1편에서 다룬 AI Persona도, 이번 Figma Make를 활용한 프로토타이핑도 결국 고민하고 판단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같았습니다.
AI Persona는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만들어주는 데 도움을 줬고, Figma Make는 생각한 내용을 빠르게 형태로 만들어 다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단계와 목적에 맞춰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소나든 프로토타이핑이든 사람의 고민을 대신하기보다, 고민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