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지하철 전광판

2010. 7. 27. 10:07UI 가벼운 이야기
전성진

bluebird731.tistory.com/219


2009년 기준 서울도시철도 5678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평균 50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이 승강장에서 전광판 한번쯤은 꼭 보게 되는데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두어 전광판 광고를 유치하여 수익을 올리고 전광판 업자들은 전광판 설비 및 운영비용을 뽑습니다. (http://kr.blog.yahoo.com/hhhh5948@ymail.com/folder/8.html)

그러다보니 필요한 정보가 광고에 묻혀버린다거나 또는 전광판의 정보전달 방식이 컬러영상이 가능해지는 full panel LED방식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승강장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의 사용자들인 승객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요?

저의 경험과 약간의 리서치를 통하여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의 needs를 정리해보고, 전광판이라는 매체에서 어떤 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1)승강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지까지 열차를 타고 가야합니다
-행선지 정보
(2)열차가 언제 오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열차 도착시각 표시,기다려야하는시간 알림,전역 또는 전전역 열차 도착여부
(3)도착지에 언제 혹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3-1)매일 출퇴근하는 길이라면 지하철소요시간을 알고 있으므로 현재시각과 열차가 언제 오는지만 알면 됩니다.
-(3-2)초행길이라면 목적지역까지의 운행시간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4)이번열차가 붐빌때 다음열차를 기다릴 것인지 고민됩니다
-다음열차 정보
(5)썰렁한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목적지까지 가는 막차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막차정보
(6)열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개찰구에서부터 뛰어 열차를 놓치지 않고 싶어합니다.
-승강장 바깥에서 보여주는 열차도착 정보

이정도로 그리 어렵지 않게 정리되는군요.

이외에 열차 내부에서 필요한 정보나 다른 사인물에서 어떤 정보를 다루는지를 폭넓게 고려한다면 전광판에서 다루어야 하는 정보를 좀더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제외합니다. (다음기회에!)

위에 정리한 needs의 각 항목에 따라 웹서핑을 통해 모아본 지하철 전광판들을 보겠습니다.

enowy.com/blog/15


기억들 하시죠? 지금은 없어진 추억의 전광판입니다.
(1)행선지 (3-1)목적지까지의 제시간도착여부(시계의 도움) (5)다음열차 또는 막차정보...을 만족시켜줍니다.
'다음열차', '이번열차',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의 순서로 열차가 도착하는 과정이 보이고 이 각각에 따라 대략 기대했던 duration time 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조금 답답하지만 경험적 정보를 주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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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5678호선에 적용된 3색 LED전광판입니다.
(1)(2)(4)(5)를 만족시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열차와 열차사이에 광고 및 범죄신고, 각종 공지 등의 정보들이 롤링되어 잠시동안 위의 모든 항목을 저버리게 됩니다!

http://kr.blog.yahoo.com/hhhh5948@ymail.com/folder/8.html


이렇게 말이죠.
열차가 곧 도착하지 않고 여유있는 시간에 광고가 나온다고 하지만 바로 이 시간이 승객들에게는 가장 답답한 시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지하철의 하루 수백만명의 유동인구들이 반드시 주시하는 전광판을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릎을 탁! 칠 만한 발견이겠지만 그렇게 중요한 전광판이 보여주어야 할 정보를 가린 것은 아주 잘못된 판단입니다(개인적으로는 전광판의 열차와 프레임부분의 도착역을 매치시키는데도 한참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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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razybone.co.kr/board/news_read.asp?idx=31


3호선의 듀얼스크린을 가진 전광판입니다. 열차도착정보와 광고를 각각 별도의 스크린에서 보여줍니다.
(1)행선지정보 일부 (2)전역출발여부 (4)다음열차정보 일부 를 만족시킵니다. (2)번항목은 레일과 열차를 에니메이션으로 보여주어 간접적으로 예상할 수 있게 합니다.
-안내멘트와 같이 텍스트의 행선지 정보를 반복하는 것은 노이즈입니다. 화면만 복잡해보입니다.
-에니메이션 자체는 참신하고 직관적입니다만 전역과 전전역의 이름을 현재역과 동일한 레벨로 보여주는 것은 불필요해보입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직접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에니메이션을 보여주려다 보니 실제 역표시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텍스트 영역을 안내멘트와 같이 사용하다보니 다음열차에 대한 행선지 정보를 보여줄 수 없습니다.
-(4)다음열차정보 표시 부분에 있어서는 열차 간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두번째 열차가 얼마나 있다가 올 지 대략적인 감을 잡을수 밖에 없는데 두번째 열차의 행선지 정보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예전에 pxd에서 메일로 주고받던 해법(無異님) 중 하나 입니다. 열차에 차량번호표시가 아닌 행선지 표시를 해보자는 아이디어 입니다.
-다시 원래 사진으로 돌아가서, (5)막차정보는 텍스트 운영에 따라 달려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도 지금 오는 열차에 대해서만 알려줄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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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08082714164025634&nvr=y


종로3가의 듀얼 스크린을 가진 전광판입니다.
3호선 전광판 예와 거의 동일한데 (3-1)목적지까지 제시간도착여부(시계의 도움)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이것도 시계가 항상 보인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 그러나 스크린 내의 '소프트 레이아웃'구조에서 시계의 위치는 언제라도 위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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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cbssuk&folder=2&list_id=10662278


1호선(서울역인듯) 에 설치된 전광판입니다. 위 종로3가 모델과 동일한 전광판으로보입니다. 우측 스크린에서 아날로그 형태의 시계가 없어진 대신 좌측에서 지금시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측 아니면 우측으로 항상 시계정보가 보이도록 배려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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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입니다. (동경지하철)
(1)행선지 정보 (2)열차도착시각 (3-1)목적지에 제시각에 도착여부(시계도움) (4)다음열차정보
상당히 많은 항목을 간단한 화면과 정보로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5)막차정보도 다음열차정보를 통해 해결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좋네요.
다만 시각표시에서 24분할 표시는 공항 연결철도 혹은 야간열차가 있는 역이 아니라면 불필요해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지금 들어오는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한 (6)승강장 바깥에서의 열차도착 정보에 대한 예가 없군요. 이것은 승강장에서의 전광판 정보와는 요구사항이 차이가 있어서 제외합니다.

해외 사례하나 더. 베를린의 지하철 전광판입니다.
(2)열차도착시각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 전광판 우측에 '열차 도착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을 간단하게 표시하여 해결했습니다.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시계는 어디있을까요?

http://cusee.net/2461200


바로 옆에 있습니다. 목적지까지의 도착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기능 외에도, 길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시계정보는 항상 유용할 것입니다. 디지털 전광판에서 롤링되기를 기다리거나 이리저리 광고성 컨텐츠에 치이지도 않고요.

(3-2)초행길 승객에게 유용할 목적지역까지의 운행시간을 보여주는 예는 뭐가 있을까요?

http://www.japong.com/507/densya.htm


일본 야마노테센 객차 내에 있는 스크린입니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열차의 현재 위치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도착역까지의 소요시간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현재시각'을 추가로 표시해준다면 약속시간에 얼마나 맞출 수 있을 지 도움이 되겠죠?

www.ncc.re.kr/useInfo/useInfo01.jsp


지하철 역 내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3-2)소요시간정보 를 알수있는 사인물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3-2)항목은 정보의 성격이나 보여주어야 하는 정보 양 등을 감안할 때 '승강장에서 전광판이 보여주어야 하는 정보'에 포함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별도의 정보표시 장치나 객차 내에 있을 때 보여주는 것이 적당해 보이네요.

* * *

정리해보면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의 needs를 정리해보고, 이에 따라 몇몇 사례를 통해 비판적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조사 범위내에서 처음에 정리된 needs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예로서 동경지하철 전광판을 찾았는데요, 표현의 딱딱함이나 매력적인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하실 분들이 많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 사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매력적으로 리디자인하는 것은 다음에 시도해 봄직도 합니다.

또한 여행객들의 장소인 승강장에서의 '시계'를 재발견 한 것도 수확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왕이면 요런 아날로그 시계가 항상 보이면 좋겠습니다. 위에 설명한 필요성 외에도 왜 굳이 아날로그냐...고 묻는다면....양적인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에 아날로그가 좋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쁘잖아요! (물론 낮밤 구별이 중요하지 않거나 헷갈리지 않는 context여야겠죠?)

* * *

다루어야하는 범위를 의미있는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너무 넓히지 않으려고 무지 애를 썼는데도 생각보다 내용이 많기도하고 내용면에서는 아직도 부족하군요. ^^;

지하철 객차 안,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과정, 환승, 지하철역을 벗어나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과정, 약속을 잡는 과정부터 만남까지, 연령에 따른 차이, 장애우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등 범위설정에 따라 무궁무진해보입니다.

제가 항상 애용하는 지하철이니만큼 앞으로도 애정을 가지고 하나씩 지적해보고 개선해보도록 해야겠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