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4. 22:22ㆍUI 가벼운 이야기
언젠가 pxd의 워크샵에서 출신지가 다양한 pxd의 멤버들이 좋은 마음(?)으로 윷놀이를 시작했다가 게임중에 '뒷도의 룰'에 대해 엄청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출신 동네마다 룰이 상이했고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보려다가 결국 끝을 못보고는 몇몇은 맘상(?)하고, 다녀온 후로도 이메일을 통해 한참을 논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올해도 머지않아 워크샵을 갈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난 김에 몇년전 pxd의 워크샵에서 치뤄졌던 윷놀이 게임에서의 '뒷도'논란을 야기시킨 케이스를 다시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현장에서 제기된 이슈와 훗날 메일로 주고받은 내용을 기본 재료로 하여 정리하였습니다)
기본룰
- '뒷도'란 '도'가 나오는 경우의 수인 4가지 중에서 한가지 경우에 한하여 '뒷도'표식을 하여 해당 경우가 나오면 '뒷도'라고 한다.
- '뒷도'가 나오면 말판에 올라가 있는 말 중 하나를 '순방향'과 반대방향으로 1칸 이동한다.(backward 1칸)
전제조건
- '도'위치의 말을 '뒷도'로 backward 1칸을 움직일 경우 (0,0)으로 이동한다.
- 문화권에 따라 '출발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해보지 못했으나 이러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문제 1)
'도>뒷도'에 의해 (0,0)에 위치한 말은 이후 나오는 윷의 결과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 #1-1 : 아무거나 나오면 '골인'이다. 즉, 뒷도/도/개/걸/윷/모 아무거나 나와도 '골인'이다.
- 도>뒷도 라는 특수한 방법으로 (0,0)에 왔으므로 '특수한 케이스'로 간주하여 아무거나 나와도 '골인'으로 인정한다.
- #1-2 : '뒷도'를 제외한 아무거나 나오면 '골인'이다. '뒷도'가 나오면 다시 '도'위치로 회귀해야 한다.
- (0,0)은 결승점의 좌표이며 이곳에 위치했다는 것은 말판을 한바퀴를 돌아 이미 결승점에 도착한것으로 간주한다.
- 뒷도가 나올 경우 이전위치인 '도' 자리로 간다
- '뒷도'의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달라진다. 즉 '뒷도'만 할 경우 '도'와 (0,0)을 왕복하게 된다.
- #1-3 : '뒷도'를 제외한 아무거나 나오면 '골인'이다. 그러나 (0,0)에서 '뒷도'가 나오면 골인지점으로 들어오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결승점에서 한칸만 이전으로 물린다.
- (0,0)은 결승점의 좌표이며 이곳에 위치했다는 것은 말판을 한바퀴를 돌아 이미 결승점에 도착한것으로 간주한다.
- (0,0)위치에서 실제로 밟아본 적도 없는 방향으로 backward 1칸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고, 갈 수 있는 경우의 수도 2가지가 되어 이상하다. 1가지로 정한다 하더라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1-4 : 일단 (0,0)에 위치하면 못움직인다. '뒷도'가 나와야만 '골인'이다.
- '도>뒷도' 라는 특수한 방법으로 (0,0)위치한 것이므로 '특수한 케이스'로 간주하여 이를 야기시킨 '뒷도'에 의해서만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문제 2)
'갈림길'에서 '뒷도'가 나오면 '말'은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가?
- #2-1 : 왔던 길로 한칸 되돌아간다 (기본룰)
- #2-2 : 순방향 진행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골인지점으로 가는 길 중 어느 한 길을 선택할 수 있듯이, 역방향 진행인 '뒷도'에서도 갈림길을 만나면 시작점으로 가는 길 중 어느 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 Case #1-3 을 채택할 경우에 해당한다. (0,0)에서도 뒷도에 의해 이전 길을 선택했다면 갈림길에서 뒷도가 나온다면 선택해야 할 것이다.
- 뒷도에 의해 왔던 길로 안가고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즉, Case #1-3이 부적합함을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문제 3)
나의 '말'이 말판을 돌아 골인지점으로 갈 때 '도 > 뒷도'에 의해 (0,0)에 위치한 상대편 '말'이 있다면 잡을 수 있는가?
- #3-1 : 당연히 잡을 수 있다. 겹치면 무조건 잡는다.
- 남의 말과 겹치면 잡는다는 기본룰에 따른 것이므로 크게 보아 문제 없다.
- #3-2 : 못잡는다. '뒷도'로 (0,0)에 위치하여 특별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잡히는 케이스는 똑같이 도>뒷도를 하여 잡는 방법 뿐이다.
- Case #1-1/2/3에서 적용할 경우 특혜의 폭을 더욱 늘리는 결과이다. 도>뒷도 가 나오면 바로 골인할 수 있다. 게다가 잡힐 염려도 없다!
- Case #1-4에 적용할 경우 후반부의 위험을 다소간 줄이는 효과를 지닌다. 즉, 후반부에 뒷도가 나와 (0,0)에 묶여버린 경우 다시 '뒷도'가 나오지 않는한 속절없이 (0,0)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이때 말판을 한바퀴 돌아오는 상대편 말의 밥이 되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잡히는 답답함+억울함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결론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놀이문화이고 또, 동네마다 지역적 차이가 있어서 정답을 찾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러나 '문화의 차이'로만 바라보는 것 보다는 논리적인 부분, 그리고 게임성 측면 등을 살펴본 후 원하는 것을 '선택'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몇가지 룰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한다면 선택의 기준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 윷놀이의 기본적인 룰에 충실해야 한다.
- 예외적인 룰은 가급적 적어야 한다.
-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위의 케이스(문제 1을 중심으로)를 보면...
- 모든 케이스가 (0,0)에 위치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여 기본룰에 충실하지가 않습니다. ^^ 예를 들면 '뒷도'의 움직임이 기본룰과 다르다거나, '뒷도'의 움직임이 기본룰대로 움직이더라도 나머지 움직임이 기본룰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 이 경우 군더더기같은 예외케이스가 적거나, 있더라도 좀더 '나이스'한 예외 케이스가 있는 것이 좋을텐데, 이렇게 본다면 #1-1 과 #1-4 가 좋아보이는 군요.
- 게임의 재미면에서 본다면 #1-1이 다소 밋밋한듯 합니다. '도>뒷도'가나오면 매우 운좋은 케이스가 되는 훈훈한 룰이 됩니다. #1-1의 경우 (문제2) (문제3)도 무난하게 처리됩니다. 특히 (문제3)영역에서는 더욱 '훈훈하게'만들 수도 있습니다.
- 게임의 재미면에서 볼 때 #1-4 는 상당히 짖굳은 룰이 되어 천당과 지옥 오가게 만들 수 있는 '조커'같은 룰이 될 수 있습니다. '도>뒷도'에 의해 (0,0)에 '붙잡힌' 말은 이제나 저제나 '뒷도'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의외로 빨리 나올수도 있고 한참동안 안나와서 애간장을 녹일수도 있습니다. 예외 케이스이긴 합니다만 #3-2를 적용하여 돌아오는 상대편 말에 의해 (0,0)에 놓인 내 말이 잡히는 것을 방지할 경우 게임 막판까지 '뒷도'를 기다리며 짜릿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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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어떤 룰을 '뒷도 의 룰'로서 채택하시겠습니까? 훈훈한 룰? 짓궂은 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