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 디자이너는 표준을 지켜야 하는가?

2010. 12. 31. 11:05UX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UI 디자이너는 표준을 지켜야 하는가?
라고 물으면 누구나 '그렇다'라고 쉽게 대답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표준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준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표준이라면 고민이 시작된다.

표준을 지킬 것인가? 관습을 따를 것인가?

---------

1. 만약 당신이 지도 App을 만든다고 할 때, Km 라고 쓸 것인가 아니면 km 라고 쓸 것인가?
표준에 따르면 'Km' 'KM' 'Kg' 등은 모두 잘못된 표기이다. UI 디자이너라면 국제 표준(SI)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무엇이 올바른 표기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Kilo-의 k는 소문자로 써야한다.[각주:1]  기본적으로 1000이하는 모두 소문자, 그 이상은 모두 대문자 접두사이다.[각주:2] 따라서 Mm 와 mm는 10억배 차이가 나는 단위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렇게 정확을 기하는 행위를 조소한다.[각주:3]  뭐 이것 잘못 쓰면 국격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건 좀 과장인 것 같지만 중요하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미국에 사는 UI 디자이너라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위를 무시하고, 국제표준이자 미국도 인정한 표준인 '미터법'을 따를 것인가? 아마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2. 만약 UI 디자이너인 당신이 아파트 정보 App을 만든다고 할 때, 당신은 '평'을 쓸 것인가 'm2'를 쓸 것인가, 아니면 둘 다 병기- 평(m2) 또는 m2(평) - 할 것인가?
물론 2007년 7월 1일부터 '평'을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한결 마음은 편해졌다.[각주:4] 업계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바뀌는 중이다. 이렇게 비주류 표준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강제하지 않으면 절대 안 바뀐다. '평'은 그런 쪽에 속했으나 대부분의 표준들은 사정이 그러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2006년에 디자이너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표준을 따르자고 했을 것 같은가? 아니면 관습을 따르자고 했을 것 같은가?

3. 만약 당신이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표준에, 1 KB = 1000 Byte 이다. 만약 1024 Byte라고 알고 있다면 틀렸다. 1 KiB = 1024 B 이다.[각주:5]
만약 당신이 UI 디자이너라면 1024 B를 무엇이라고 표기할 것인가? 1 KB? 1 kB 아니면 1 KiB ?

4. 만약 당신이 관습 지지자라면, 이렇게 물어보자. 웹사이트를 개발할 때, HTML 표준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한국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Internet Explorer에서 돌아가기만 하면 그만인가?

5. 만약 당신이 고속버스 시간표 App을 만든다고 하자. 사용자는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당신은 어떻게 시간을 표시할 것인가?
관습에 따라 12:00 am, 12:00 AM, 12:00 Am, AM 12:00, 오전 12:00, 오전 12시00분, 자정.. 뭐 이런 것중에 제일 빈도 높은 것을 적당히 고를 것인가? 아니면 국제 표준(ISO 8601[각주:6])에 따라 00:00 이라고 표시할 것인가? 아니면 선택 가능한 설정이나 옵션을 제공할 것인가?

6. 당신이 만약 국제 학회의 주최자이고 전세계에서 온 학회 참여자들에게 버스 시간표를 디자인-인쇄해서 종이로 나눠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6-1. 이런 걸로 사용자 조사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 당연히 12:00 am 이라고 쓰면 된다. 이렇게 쓰면 누구나 알아본다.
6-2. 실제 학회 참가자들을 조사해야 하고, 정보가 없다면 국제 표준을 따라서 18:00 이렇게 써야 한다. 24시간이 정착된 나라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각주:7]

7. (2011.12추가) 만약 당신이 전원 버튼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 켜지는 쪽과 꺼지는 쪽을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 국제 표준(IEC 5007,5008)[각주:8]에 따르면 전원의 켜지는 쪽과 꺼지는 쪽을 오른쪽 그림처럼 표시하게 되어있다. 문제는 거의 모든 전기/전자 기기들이 이 표준을 따르는 반면, 거의 모든 소비자들은 혼동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켜지는 쪽이 1, 꺼지는 쪽이 0 이긴한데, 그림만 봐서는 오히려 켜지는 쪽이 O 꺼지는 쪽이 | 같아 보이는 점이 문제다. 표준을 따르자니 사용자들이 혼동스러워하고, 사용자들을 돕자니 표준을 무시하게 된다. 언어적인 표시나 다른 그림을 추가하는 것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면?

----------

모든 상황이 단순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원칙은 정해볼 수 있다.

1. UI 디자이너는 국제표준, 국가표준, 회사표준, OS표준 등을 잘 알아야 한다.
2. UI 디자이너는 설계하려는 제품의 실제 사용자들이 어떤 관습을 갖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3. 적어도 위 두 가지를 잘 알고 난 다음, 개별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흠... 정리하고 보니 '거의'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많은 UI 디자이너들이 이걸 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하는 동료들을 비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일반인들이 조소하듯이 말이다.

참고:
12시간 체계의 유래 (am/pm의 유래) http://en.wikipedia.org/wiki/12-hour_clock
Windows나 Mac에서 디폴트가 12시간제인 언어-국가

  • Albanian
  • Chinese (Singapore and Taiwan)
  • English (Australia, Belize, Canada, Caribbean, Jamaica, New Zealand, Philippines, Trinidad, South Africa, United States, and Zimbabwe)
  • Greek
  • Malay (Malaysia)
  • Korean (Seoul and Pyongyang)
  • Spanish (Mexico and parts of South America)
  • Swahili


각주
  1. http://en.wikipedia.org/wiki/Kilo- [본문으로]
  2. http://physics.nist.gov/cuu/Units/prefixes.html [본문으로]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30/2010123002084.html 댓글참조 [본문으로]
  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214&aid=0000043184 [본문으로]
  5. http://physics.nist.gov/cuu/Units/binary.html [본문으로]
  6. http://en.wikipedia.org/wiki/ISO_8601 [본문으로]
  7. http://en.wikipedia.org/wiki/Date_and_time_notation_by_country [본문으로]
  8. http://en.wikipedia.org/wiki/Power_symbo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