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21세기 지식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2011. 2. 21. 19:17리뷰
이 재용

사람에 대한 연구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왔다. 자 이제 인간 연구 방법의 천동설을 버리자. 우주 전체에서 지구가 특별한 행성이 아니었듯이, 인간도 특별한 존재는 아니다. 몇몇 독특한 특징을 파악하고 나면, 물리학에서 원자를 다루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과 사회를 파악할 수 있다.

P29 사람들이 원자나 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해도, 사회 과학의 기본 방향은 물리학과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먼저 사회적 원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다음에 많은 수의 원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풍부한 집단적 패턴이 나타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User Interface Design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학문인데, 이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 사이에 공통된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렇게 반복하여 나타나는 패턴을 '퍼소나'혹은 Contextual Model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이라면 있을 것 같은 다양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무시할 때 드러나는 것이다.

p28 사회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로 사람을 ‘원자’라고 한다면, 이 ‘사회적 원자(social atom)’가 이루는 거시적인 패턴은 사람들 개개인의 성격과 별 관계가 없다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사람들을 특별한 존재 혹은, 비정상적인 존재 (예를 들면 근대 경제학의 근간인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간')로 전제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p56 파울리는 이렇게 지적했다. “물리학에서 우리는 모든 원자는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있지만, 사회 과학자들은 그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 수소 원자 하나하나가 지나온 내력에 따라 모두 다른 특성을 갖는다면 물리학은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원자의 기분과 생각을 알아야 그 원자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p72 미시간 대학교의 정치 과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경제학자들이 한 가지 단순한 이유 때문에 합리성 가정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것이 없으면 경제학자들은 뭘 해야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인간 행동은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수학 문제처럼 되어서, 논리적 추론으로 알아낼 수 있다.
p82 합리적 선택 이론의 문제는, 인간의 마음을 범용 컴퓨터로 본다는 것이다. 범용 컴퓨터는 어떤 문제든 풀도록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은 범용 컴퓨터가 아니다. 마음은 특정한 일을 더 잘 한다. 인간 마음은 50미터나 떨어져 있는 친구의 뒷모습은 금방 알아보지만 233곱하기 57을 계산할 때는 쩔쩔맨다.
p116 왜 시장에는 온갖 불규칙성이 내재해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는 개인의 심오한 복잡성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음을 알아냈다. 답은 사람들의 정교한 생각과 이상한 습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단순성에 있다. 우리는 이 설정에서 단순한 규칙으로 후퇴해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을 배웠다. 적응적인 행위자를 바탕으로 하는 시장 모형은 시장 예측의 강력한 도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일상적인 상황의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예측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인간이라는 원자가 갖는 특징을 분석하고, 그 특징을 가진 아주 단순한 사회적 원자로서 인간을 정의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책에서 인간이 갖는 특징으로 주로 설명하는 것은, '적응하는 원자' '모방하는 원자' '협력하는 원자'이다.
기존의 다른 원자들과는 달리 현재의 상태로부터 빨리 배우고 그것에 자신의 행동을 적응시키는 점은 매우 독특한 특징이다. 이를 기초로 인간들은 옆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더 높은 경쟁력을 위해서 서로 협력한다.

이러한 기초 특징을 이해하고 나면 많은 인간 문제를 이러한 원리로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다.

P29 먼저 잔디밭을 만들고 놔두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패인다. 여기에 길을 만들면 된다.
P31 버스 배차 문제. 왜 버스는 항상 뭉쳐 다니는가? 앞 차를 건너갈 수 있게 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P32 화재 대피할 때 입구에 탁자를 하나 두면 탈출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조절해서 더 원활하게 탈출할 수도 있다.
p142부근, 사회적 원자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방'이며 이 ‘모방'의 원리는 자석 속의 원자들이 주변의 영향을 받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자성을 띠게 되는 원리와 같다.
p143 박수 소리와 출생률과 핸드폰 보급률 데이터를 함께 놓고 시간 규모의 차이를 무시하고 보면, 세 현상이 정확하게 동일한 수학적 곡선을 따른다.
p160 인간의 사회성은 본능이며, 낯선 사람에게도 먼저 협력한다.

이 책의 기본적인 관점은 '이론 물리학의 사회 과학적 적용'이다. 물론 인간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많은 부분을 '진화론'에 근거하고 있는데, 만약 자기가 종교적인 신념등으로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면 그 부분만 제거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즉, 인간의 현재 상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유래를 밝히는 부분은 배제하고,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만 적용하면 된다)

p166 5만년이라는 시간은 800명분의 수명을 합친 것과 같다. 이 800명 중에서 650명은 동굴 같은 곳에 살았고, 마지막 70명만이 타인과 효율적으로 의사 소통하는 수단을 가졌으며, 마지막 6명만이 인쇄된 글자를 보았고, 차가움과 따뜻함을 측정할 진정한 수단을 가졌고, 마지막 4명만이 시간을 정확하게 잴 수 있었고, 마지막 2명만이 전기 모터를 사용했으며, 우리의 물질 문명을 이루는 절대 다수의 물건들이 800번째 사람이 태어난 뒤에 개발되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역사의 거의 모든 기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소규모의 고립된 수렵 채집 집단 속에 살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류학자들은 이 시기를 진화적 적응 환경이라고 부르며, 이런 상황이 인간 역사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p168 강한 호혜주의(낯선 사람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행위)는 단지 부적응일 뿐이다. (오랜 기간-즉 동굴에서- 반복되는 상호작용만 하며 살다보니 형성된 것이 급격히 변화한 행동에 적응을 못 하는 상황)
p254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종교적 본능은 우리의 가장 위험한 ‘부적응'일 것이다.

저자는 위에서 보듯이 지금 현재 인간이 가진 적응성, 모방성, 협동성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신에 의해 부여되었다고 받아들여도 상관은 없다.
일단 이렇게 인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나면, 너무나도 많은 문제들이 쉽게 해결된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으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극단적인 소수가 되지 않으면 된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게 된다. (미국 사회에서 백인마을/흑인마을의 형성이 인종주의 때문이 아니라 아주 간단한 생각 하나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심해서 짜증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정체가 없어지고 속력을 낼 수 있는 현상
-수많은 군중이 갑자기 폭도로 변하는 현상, 독일 나찌즘등 = 물리학의 '상전이'와 완전 동일한 현상임
-같은 노선의 버스가 항상 뭉쳐서 나타나는 이유와 그 해결책
-인간의 판단이 특정 문제에 대해서 언제나 오류 경향을 보이는 이유
-인기있는 식당에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찾아가는 방법과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
-펭귄의 딜레마와 사람. 사람들은 펭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눈사태와 사회적 눈사태

이렇게 설명하다보면, 오늘날 흔히 있는 '부의 집중'도 자본주의든 무슨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함께 살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고 설명한다. 마치 강물이 모여서 바다로 가듯이!

p223 수량의 변화와 강물의 숫자를 설명하는 수학 식은, 인간 사회의 부의 분포를 설명하는 식과 동일하다. 강의 형성도 되먹임의 산물이고, 부의 형성도 되먹임의 산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결론 짓는다.

p255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우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하여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