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디자인 성공의 비밀과 UCD

2011. 4. 28. 01:45UI 가벼운 이야기
by 이 재용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디자인 혁신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이 Apple (애플)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애플은 제품에 대해 철저히 숨기는 것 만큼이나 제품 개발 과정에 대해 직원들의 대외 노출을 막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용자 중심 디자인(UCD, User Centered Design)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Focus Group을 무시한다 정도?(Innovation:Lessons from Apple, Economist)

그런데 지난 CACM(Communications of ACM)誌에 이 주제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이를 계기로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기사는 CACM 2011년 4월호인데 ACM회원이 아니면 볼 수 없다. 따라서 출처는 모두 원문 블로그로 밝힌다.)


CMU(Carnegie Mellon University) 컴퓨터과 교수인 Jason Hong은 2010년 7월 21일자 ACM Blog에 Why is Great Design so Hard라는 글을 싣고, Microsoft는 개발자:UI 디자이너 비율이 50:1 정도로 그 어떤 기업보다 높은 편인데 왜 디자인이 구리냐라고 질문하면서 혹시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개발자들이 이상한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실질적인 힘도 없는 디자이너를 프로세스 후반에 넣어 개발하다가 결국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도로 가니까 그런 거 아닐까라고 추측을 해 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회사들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간혹 '개발자'대신에 '상품기획'이나 '마케팅'으로 바꾸어 읽어야 하는 회사가 있긴 하다.) 그는 다시 Part 2에서 애플이 다른 것은, 조직 전체에, 일상 과정 전체에 '디자인'이 퍼져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그러면서 소개하길, 제품 디자이너가 이렇게 만들자라고 제안했을 때, 개발팀에서 '안된다'라고 말하니, 제품 디자이너가 '안된다는 걸 증명해봐라'라고 해서 개발팀이 그걸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원 디자인의 90% 정도는 구현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들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개발자'와 '개발자 중심 회사'와 일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개발팀에서 '안된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pxd에서는 반대로 '그것이 된다'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소스 코드를 검색하고, 다른 개발자의 자문을 얻어서 방법을 알아내 개발자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잦다. 그러다 보니 지친다. 정말 UI에 관심을 갖고 구현하려고 노력해 주는 개발자는 네오위즈-첫눈 시절 몇 명, 개발회사로는 유비벨록스가 유일했던 것 같다.)

특히 애플은 표준적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즉 UCD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1. Subject Matter Expert를 활용한다. lead user 혹은 IDEO의 unfocus group이라고 볼 수 있는, 전문 사용자(극단적 사용자)를 살펴본다. 생활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iMovie를 만들기 위해, 동영상편집전문가를 만나보는 것이다. 2. 근본적인 해결이 나올 때까지 치열하게, 오랫동안 고민한다. 3. 자료에 근거하지 않고, 철학에 근거해 디자인한다. 저자는 애플 제품이 많은 경우 '세계 최초'가 아니었다면서 디자인 역량이 있는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끈질기게 고민하는 디자인 문화가 애플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1번은 요즘 많은 agency들이 하고 있는 흔한 방법이라 쉬운데. 2번은 우리 나라 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고 믿고 싶다. 3번-디자인 철학을 가진 리더-을 할 수 있는 건 운이니까.)

Tog도 비슷한 이야길 한다. 2010년 4월 그의 블로그에 Mac & the iPad라는 제목으로 역사는 반복된다고 주장하면서, 애플은 맥 시절부터 제품 최초 출시에는 아주 작은 팀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일주일에 90시간씩) 일하면서 핵심 개념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제품을 만들어 내고, 확장할 때는 대규모 팀이 붙는 형식을 취한다면서, 작은 팀이 끈질기게 문제 해결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다보니 초기 맥, 초기 아이폰에 실리는 기본 프로그램들은 매력적이고 유기적이고 일관되지만, 개수는 매우 적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 두려움 없는 리더, 잡스의 역할도 크다. 제품의 핵심을 해치는 것은 초기에 일부러 배제한다. 폐쇄적인 시스템과 비밀스런 조직을 운영한다.

Pragmatic Marketing에 실린 You Can't Innovate Like Apple이라는 기사에서는 디테일에 엄청난 신경을 쓰면서 대단한 아이디어를 대단하게 포장하는 등, 애플은 디자인을 '선물'로 생각한다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트리 밑에 두고 참고 참다가 크리스마스날 열어보면서 기뻐할 수 있도록. 그리고 픽셀단위로 정확한 목업을 10개 이상 만든다. 다른 기업에선 완성품이라고 할 완전히 서로 다른 디자인의 목업을 10개 만들고, 그 중에 3개 골라 또 만들고, 다시 1개 골라 만드는 동안(10 to 3 to 1) 엄청난 돈과 노력이 투자된다. 디자인 작업의 90%를 버린다-라고 한다.

이 글 역시, 시장 조사를 하지 않지만 소비자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좋은 리더, 집중, 작은 팀, 세계 최고 수준의 훌륭한 사람들(+엄청난 보상)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을 지적한다. (brainstorming-production pair meeting과 pony meeting같은 기술적인 언급도 들어있다)

결국!

애플 혁신의 힘은,
1. 소비자를 잘 아는 훌륭한 리더와 경영층, 그리고 조직 전체에, 일상에 퍼진 디자인 중심의 문화
2. 천재들로 구성된 작은 팀이 핵심을 오랜동안 끈질기게 해결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인 정신(일주일에 90시간 일하고, 작업의 90%를 버린다) + 이에 따른 유무형의 보상

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러면 표준적인 UCD가 필요없는 건 당연하다. 

[참고-영문]
Innovation:Lessons from Apple (Economist, 2007)
You Can't Innovate Like Apple (Pragmatic Marketing, 2008, Alain Breillatt)
Apple's design process (BusinessWeek, 2008, Helen Walters)
Mac & the iPad (AskTog, 2010, Bruce Tognazzini)
Why is Great Design so Hard, Part 2 (ACM Blog, 2010, Jason Hong)
8 Things to Know About the Company Culture at Apple (ux movement, 2011, anthony)
How Apple works: Inside the world's biggest startup (Fortune Tech,2011, 번역있음)
기타
90 Hours a week and loving it (Folklore, 1983, Andy Hertzfeld)
The Secret of Apple Design (Technology Review, 2007, Daniel Turner)
Apple: America's best retailer (Fortune, 2007, Jerry Useem)

[참고-한글]
애플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Fortune Tech, 2011)
"애플, 발명한 건 없다… 단지 찾고 조합했을뿐" (머니투데이,2011)

[참고##U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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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異2011.04.29 10:05 신고

    그러니까 작은 팀이 오랜동안 끈질기게 해결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인 정신이라건 진득하게 고민해서 연역적으로 답을 찾는 모습보다는 빠른 주기로 디자인과 테스트를 민첩하게 반복하는 애자일 프로세스에 가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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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4.30 16:14 신고

    자세한건 저로서는 알 수 없으나, '애자일'은 아니라고 추측하는 것이, 10개의 목업을 만드는데, 각각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다른 회사에서는) 완성품(pixel-perfect)이라고 할 수 있는 걸 만들고 평가를 한 뒤, 다시 몇 달에 걸쳐 그것을 3개로 압축하고, 1개로 최종 결정한다는 걸로 봐서... '적어도' 기간이나 중간 산출물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애자일과 거리가 먼 것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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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4.30 16:15 신고

      아... 그리고 제가 서로 다른 몇 개의 글을 읽고 짬뽕해서 쓴 거라, 각 글이 분명 공통점이 크기 때문에 제가 요약을 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선 서로 다른 이야길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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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異2011.05.03 07:22 신고

      pixel-perfect 목업은 Lorem Ipsum 같은걸로 컨텐트를 대충 채워넣은게 아니라 실제 컨텐트를 넣어서 모호함을 없앤 것이라고 하는데요. 공이 많이 들어가서 그래픽 디자인은 완성품에 가깝겠지만 목업은 목업이겠지요.

      애플의 경우는 호흡이 길어 민첩하지 않은 것 처럼 보이지만 전체 개발 주기를 생각하면 빠르게 테스트가 반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걸 내놓는게 아니라 시장에 빨리 적응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취하기에는 굼뜬 방법이겠지만요.
      10개정도의 목업을 만든 다는 것 자체가 비결정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한는 애자일 방식에 가깝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IDEO도 목업을 통해 검증,평가 과정을 거치는데 TV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단순히 탈락자를 떨어트리는것이 아니라 장점을 뽑아 fusion하여 새롭게 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애플도 단순한 selection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혁신의 요소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90%를 버린다"는 생각이 오히려 애플 처럼 혁신할 수 없게 하는 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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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異2011.05.03 07:21 신고

    일주일에 90시간 일하기는 매킨토시 개발팀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개발자분들이 상당수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계신 듯 합니다.
    http://www.folklore.org/StoryView.py?project=Macintosh&story=90_Hours_A_Week_And_Loving_It.txt

    디자인 프로세스 얘기와 "일주일에 90시간 일하기" 와 "장인정신" 이 함께 있어서 혹시 다른 디자인 회사에서 오해하고 "넌 장인정신이 없어! 애플처럼 되려면 밤새!"라며 디자이너를 혹사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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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5.03 23:41 신고

      (페이스북에는 썼었는데) 90%를 버린다든지, 90시간을 일한다든지 하는 말들이 숫자여서 기억하기 쉬워 버리는 바람에 다소 잘못된 결론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했습니다만, 어쨌든 요지는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이 '작은 팀을 이루어 매우 집중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오랫동안 집요하게' 한다는거죠. 매킨토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물론 그렇게 해서 성공했을 때 보상 또한 '엄청'날 겁니다. 유형,무형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한 두 포인트만 뽑아다가 인용하면 안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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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5.09 12:55 신고

    유사한 내용이 있네요...
    http://uxmovement.com/resources/8-things-to-know-about-the-company-culture-at-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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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5.17 13:39 신고

    포춘지에 실린 기사-애플은 어떻게 돌아가는가? http://bit.ly/k4T1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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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용2011.05.29 16:03 신고

    애플이 발명한 건 없다. 찾고 조합했을뿐 http://me2.do/5KcTiB 더간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 "새로운 것 발명하려는 건 어리석은 짓" 머니투데이 20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