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3. 20:04ㆍ리뷰
지난달, 장수길님이 뉴욕 출장에서 뉴아이패드를 사와서 일주일간 사용해 봤습니다. 전 빠른 성능이나 카메라의 성능 개선보다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채용 자체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아이패드2를 웹서핑이나 문서를 보는데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아이폰 4s를 보다가 아이패드를 보면 글자가 심하게 뿌옇게 보이는게 가장 문제였거든요. 그래서 뉴아이패드의 전반적인 리뷰보다는 레티나 디스플레이 위주의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아이패드가 어떤 느낌일지 잘 상상이 안된다면 그냥 책 위에 유리판을 깔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근데 책의 그림이 막 움직여요. 좋은데 뭐라고 말로 표현 할 방법이 없네요. :) 액정을 찍은 사진을 올려도, 기존 해상도의 모니터 화면에서 보면 전달이 안되거든요. 확대한 접사 사진을 봐도 이성적으로 해상도가 높아졌다는거지 그게 어떻게 보일지는 전혀 감도 오지 않고요. 암튼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아래 사진과 같은 느낌으로 상상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처음 뉴아이패드 화면을 봤을때 크게 놀라울 정도는 아닙니다. 회사에서도 대부분 어 이거 새거에요? 뭐가 다른거에요? 하는 반응이었고요. 저도 처음에 이게 해상도가 2배인게 맞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뉴아이패드를 조금 보다가 아이패드2를 다시 보게 됐을때는 깜짝 놀랍니다. 아이패드2 화면이 쓰레기같이 보이거든요.
직접 봐야지 알아요
사람은 현재에 잘 적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경험을 기준으로 가치 판단을 하고요. 사용자 조사를 할때도 현재 사용중인 제품에 불편한 점이 있어도 대부분 사용자는 잘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용자 조사를 할 때 무엇이 불편한지 질문을 하기 보다는 관찰을 통해 문제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써보기 전에는 좋은 게 좋은 줄도 잘 모르고요. 그런데 개선된 제품을 사용하고 난 이후에는 이전 제품이 너무 불편하다고 돌아가지 못합니다. 마치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가치 함수처럼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는 비대칭성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성향이 경험에서의 역진방지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라켄야는 욕망의 에듀케이션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디자인도 기능>아름다움>사용성 의 단계로 경험을 학습하면서 수준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경쟁 제품과 기능이나 스펙의 비교만 하고 있는 회사는 그만큼 자신의 고객 수준을 낮게 보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제품도 수준 낮게 포지셔닝하고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아이패드로 보면 눈이 편해요
업무에서 아이패드를 잘 활용하는 부분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참고 pdf 문서를 볼 때 입니다. 많은 페이지를 모니터로 보면 눈이 아려서, 대부분 인쇄 해서 보게되는데요. 페이지가 많으면 인쇄 기다리는 것도 귀찮았는데, 요즘은 바로 아이패드로 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몇몇 프로젝트에서는 참고문서가 천페이지가 넘어가서 프린트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요.
업무로 컴퓨터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안구건조증에 시달렸는데요. 모니터를 보면 책보다 눈을 잘 덜 깜박인다고 합니다.(먼 산 좀 보세요). 또 자세 차이도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보통 책을 볼 때 처럼 눈을 아래로 향하는게 아니라 모니터를 보기 위해 시선을 똑바로 하면 눈을 크게 뜨게 되어 안구의 노출 면적이 넓어져 쉽게 건조 해 질 수 있게 때문이라고 합니다. (눈이 작으면 안구건조증 안걸리나요?)
출처 Video Display Terminals (VTD) and Eye Strain
암튼 그래서인지 같은 액정이 라도 아이패드로 책을 보듯이 읽으면 눈의 피로가 조금은 덜한 것 같습니다. 물론 노트북도 그렇게 각도를 조절해서 볼 수 있는데, 가로 화면이다보니 대부분의 세로 포맷의 문서를 보기 어렵습니다. 쪽 맞춤을 하여 전체 페이지로 보면 글자가 작고, 글자를 키우면 매 페이지마다 스크롤을 해야해서 번거럽습니다. 책은 페이지나 레이아웃 상의 위치도 중요한 정보인데(시험 볼때 답은 생각 안나지만 어떤 페이지에 나오는지 위치는 선명하게 기억나는 경우 많잖아요) 스크롤을 하면 도대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종이에 프린트를 해서 봤습니다.
종이책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최초의 전자책 단
킨들로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킨들은 소설이나 블로그 처럼 그냥 한번 쭉 읽고 소비하는 류의 독서에 적합한 것 같고 중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서 반복해서 읽거나 하는 공부하려는 책을 읽는데는 적합하지 않더라구요. (eink 특성상 페이지를 넘길때 화면 전체를 반전시켜서 깜빡거리고 페이지 전환도 느립니다.) 킨들 DX가 있긴하지만 킨들은 크기에서부터 페이퍼백 같은 소설용 이고, 교재로 된 책을 제대로 보려면 아이패드 정도의 크기여야 할듯합니다. 화면 비율은 안드로이드 테블릿처럼 동영상에 적합한 와이드보다는 책에 가까운게 좋겠고요. 아이패드는 미국 교재( 텍스트북 7"x10" 18cmx25cm)와 거의 비슷한 크기입니다. 실제 액정은 좀 더 작긴하지만 베젤이 여백정도 크기라서 실제 인쇄 활자와 동일한 크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pdf 책을 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글자가 뿌옇게 보여서 눈 아프거든요.
하지만 뉴아이패드는 정말 그냥 책이에요.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전자책은 킨들처럼 텍스트 위주의 전자책 포맷과 인터랙션북 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전자는 epub처럼 정해진 페이지가 없이 사용자의 폰트 크기 선택에 따라 유동적으로 페이지가 나눠지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인쇄물 그대로를 보여주는 pdf 형태는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지는 않았습니다. pc외에는 적합한 리더가 나와 있지 않은데 pc는 책을 읽기에 적합하지는 않으니까요.
인터랙션북에 해당하는 아이패드용 잡지들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쇄물의 한계를 넘어서 멀티미디어를 강화하는것이 목표인 것 같은데 컨텐트보다는 인터랙션에만 집착하는 듯이 보입니다. 내용을 보려면 이것 저것 눌러야하는게 많고 또 뭔가 팝업을 띄워서 닫아줘야하고 이쪽으로 스와이핑했다가 저쪽으로 스크롤하고 쓸데없는 인터랙션 과잉으로 편집된 잡지가 많습니다. 내용만 어른 용이지 형식면에서는 유아용 인터랙션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잉여로운 편집을 할 바에는 그냥 인쇄판을 그대로 싣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게 한 두번이 아닌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쇄판을 그대로 옮기면 화면의 해상도가 낮아서 가독성에 문제가 생기는 하드웨어적인 한계 때문에 별도의 편집판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뉴아이패드에서는 인쇄용 편집을 그대로 아이패드에 옮겨도 잘 볼 수 있습니다. 학교 시장에서도 애플의 ibooks textbooks 와 같은 멀티미디어가 강화된(인터랙션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교재를 만들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은 고등학교 이하에서의 접근일 것 같고, 대학교재나 이미 출판된 어마한 양의 양질의 서적은 epub같은 포맷보다는 페이지 정보가 살아있는 pdf 형태로 판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현재 pdf 책을 보는데 가장 좋은 앱은 GoodReader입니다. 원본이 14"(A4)나 12"(textbook)인 pdf를 10.1" 화면에서 보면 글자가 작아서 읽기가 어려운데 crop기능이 내장되어 여백을 잘라내면 읽을 만한 크기가 됩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색을 볼 수 있어요
처음 뉴아이패드의 사진을 보면 채도가 강하고 색상이 왜곡된 느낌이 듭니다. 뉴 아이패드에 적용된 액정은 기존 2보다 색역이 넓어졌는데 우리 눈은 지금 쓰는 모니터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인데요.
아래 color gamut 비교 그림을 보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뉴아이패드는 거의 sRGB영역을 커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래쪽 보라색과 붉은 쪽 재현 영역이 더 넓어졌습니다. 암튼 그래서인지 애플의 홈페이지는 진분홍의 꽃을 띄워놓은 뉴아이패드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래 왼쪽이 2 오른쪽이 3인데요. 물론 사진에서 보이는 차이는 왜곡된 것입니다. 뉴아이패드에서 보이는 색을 지금 보는 모니터에서는 표현하지 못합니다.
출처 Apple’s new iPad display; what does 44% more color get you?
웹페이지의 뿌연 이미지가 단점
뉴아이패드에서 웹을 볼때도 칼같이 선명한 글자때문에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글자 외의 이미지들이 다 뿌옇게 보이게 되어 거슬립니다. 해상도가 커졌는데 거기에 맞는 이미지는 제공되지 않으니까 강제로 크기를 키우거든요. 사파리는 이미지를 렌더링할때 보여지는 크기가 다르면 보간법을 이용한 리샘플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anti aliasing이 됩니다. 이미지를 축소할 때는 굉장히 미려하게 보이지만 확대해서 오버샘플링 되는 경우에 픽셀 아이콘은 오히려 뿌옇게 보입니다.
css3의 media query를 이용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경우에 고해상도 이미지로 대치할 수 있긴 한데요.(window8 metro UI에서는 더 다양한 단말에 대응하기 위해서140%,180% 이미지를 제공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아마 뉴아이패드를 지원해주는 홈페이지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테니까 고해상도 모니터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뿌연 이미지들을 계속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이폰에서는 액정이 작아서 어차피 작게 보이니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뉴아이패드에서는 많이 거슬립니다.
아래 그림은 원본을 레티나디스플레이로 자체적으로 렌더링된(2배 크게 키워진) 이미지와 nearest neighbor 방식으로(그냥 한 픽셀을 2x2로 모자이크처럼 변환) 크게 만든 이미지를 비교한 것입니다. 이런 픽셀 아이콘은 단순한 방식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사진은 자세히 보면 모자이크처럼 보이니까 보간법이 더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요. 이미지가 비트맵 형태인지 사진인지를 분석해서 최적화된 업샘플링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
미국은 킨들 이후에 출판 시장이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아이팟이 음악 시장을 바꾼 것처럼 적절한 시점에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제대로된 하드웨어 하나가 컨텐트 시장을 바꿉니다. 킨들이 페이퍼백을 대체하는 이북 단말이라면 전문 서적이나 잡지를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전자책 단말이라는 점에서 뉴아이패드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white 32GB 입니다.
[참고##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