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연구에 의한 모바일 UI 혁신 사례: 서울에서 온 성공 이야기

2012. 12. 6. 07:45pxd 프로젝트 리뷰
이 재용

아마도 UI/UX 및 HCI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권위있는 잡지는 ACM에서 발행하는 interactions 일텐데, 2010년 1+2월호에 피엑스디의 성공 사례 기고문이 게재되었다. (주변 분들에 의하면 한국 최초라고 한다) 게재 당시에 블로그로 간단히 알리긴 했지만 저작권 관련으로 원문을 블로그에 실을 수는 없었는데, 이제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므로 한국어 번역을 소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게재 당시 해외 블로거들의 반응은 소개 블로그 참고) 사례는 2006년 출시된 mMessenger라 6년전의 상황을 회상하면서 읽어야 이해가 쉬울 것이지만, 방법론 자체는 여전히 유효할 것 같다.




사용자 연구에 의한 모바일 UI 혁신 사례 :서울에서 온 성공 이야기
User-Research-Driven Mobile User Interface Innovation: A Success Story from Seoul

Strategic Analysis에 따르면, 한국 핸드폰 제조업체들은 2009년 1사분기 북미시장에서 45% 정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8년 3분기 이후 계속 1위를 유지하며 26.3%를 지키고 있고, LG전자는 19.6%를 차지하며 2위를 차지하여 18%인 모토로라를 3위로 따돌렸다. 한국 회사들은 주요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세계 핸드폰 시장에서 성장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제조업체들의 디자인이나 UI 성공 사례는 잘 알려진 반면, 한국 이동통신 회사들의 UI 전략이나 활동들은 해외 독자들에게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에는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세 개의 이동 통신 회사가 있다. 20조원 정도의 한국 이동 통신 시장은 2008년에 160조 정도였던 미국 시장보다 작지만, 새로운 서비스, UI, 그리고 기술에 관한 경쟁에서는 못지 않게 치열하다. 또 많은 새로운 디바이스, 기술 그리고 서비스들이 상업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곳이 한국 시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이동 통신사들의 움직임은 다른 세계의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UI 컨설팅 회사인 피엑스디가 2005년도부터 SK텔레콤과 함께 만든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인 mMessenger(그림 1,2)의 UI 디자인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모바일 메시지 사용자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의 기회와 위험을 발견
User Research on Mobile Messaging Revealed the Opportunities and Risks for the New Service

2005년까지만해도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은 ICQ, AIM, MSN Messenger, 혹은 Yahoo! Messenger 같은 기존의 메신저(instant messaging services)를 모바일로 넣거나 넣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SK텔레콤도 PC에서 사용하는 NateOn이라는 메신저의 모바일 버전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10대들이 SMS를 이용하여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을 때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 mobile instant messenger)를 도입하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NateOn Mobile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버전의 결과는 별로 좋지 못 했다. SK텔레콤에서는 세 번째 NateOn 모바일을 업그레이드하기 전에 한국의 UI 컨설팅 회사인 피엑스디에 사용자 조사를 의뢰하여, 주요 고객인 젊은이들이 실시간 채팅을 왜 좋아하지 않는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하였다.

12명의 사용자들에게 2주간의 모바일 메시지 사용 일기(journaling)를 작성하게 한 후에 contextual inquiry를 실시하였다(그림 3). 연구에 의하면 10-20대 사용자들이 문자 대화(2개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경우)를 하는 경우가 전체 메시지의 95%인 반면 대화 없이 일회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5%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화" 비율은 2000년에 조사된 영국 청소년이 66%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다.([1]Grinter at al. SIGCHI2003) 한국 젊은이들은 대개 하나의 대화가 7.8개의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연구 결과는 확실히 젊은이들이 SMS를 대부분 대화형으로 사용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을 확인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각각의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상황을 더욱 깊이 조사했을 때, 겨우 6%의 상황만이 실시간 채팅이 절대적으로 효과적인 경우였고, 실시간 채팅이 "가능한"상황 조차도 24%에 불과했다. 이것은 왜 기존 MIM이 SMS를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젊은 한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대개 실시간에 집중적인 대화를 모바일로 나누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수업 중이거나, 돌아다니고 있거나, 직장에 있어서 대개의 경우 대화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또 사용자들은 대화를 시작할 때, 이 대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지, 아니면 띄엄띄엄 이루어질지 미리 알 수가 없다. 또 대화가 언제 끝나게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대화를 시작하기전에 대화의 형태를 미리 결정할 수 없으므로 MIM을 쓰는 것이 편할지, SMS를 쓰는 것이 편할지 판단할 수가 없고, 그러니 그냥 하던대로 SMS를 사용해 버리게 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렇게 다양한 대화의 상황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320개의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Affinity Diagram(그림4)을 실시하여 6개의 주요 사용자 요구 사항(Green Label)을 추출하였다.

(a) 대화에 매여 있지 않으면서 소통할 수 있을 것
(b) 적절한 요금제를 제공할 것
(c) 혜택이 커서 불편함을 상쇄할 수 있을 것
(d)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모드를 선택할 수 있을 것
(e)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을 것
(f) 대화가 효과적으로 저장될 것 

(모든 요구 사항들이 당시 상황에 특별히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MIM은 건당 30원이었고, SMS에 비해 앱 구동이 절대적으로 불편했기 때문에 b나 c의 요구 사항이 필요했다 -편집자 주)
기존 MIM는 사용자 요구 사항 (a)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사용자들이 메시지를 보낸 뒤 답장을 기다릴 때, MIM은 핸드폰을 항상 켜 두고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SMS는 핸드폰을 덮어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떄문이다.

Affinity Diagram외에도 우리는 사용자 데이터를 모아서 퍼소나를 만들었다(그림5). SMS와 MMS의 사용 행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젊은이들은 크게 세 그룹 "culturally talkative", "born-to-talk," 그리고 "not-to-talk"으로 나뉘어 지는 것을 발견했다.

먼저 10대의 대부분은 문화적으로 수다를 많이 떠는 "culturally talkative"에 속했다. 이 그룹 전체가 대화를 매우 좋아하니까 개인간의 선호 차이는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들은 대화 상대도 많고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난다. 

이들이 20대가 되면,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진다. 각 개인의 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 그룹은 타고난 수다쟁이 "born-to-talk"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들은 언제나 항상 대화를 원한다. 다른 그룹은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들 "not-to-talk" 라고 이름 지었는데, 이들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기 보다는 몇몇 소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대화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화 상대가 중요하고, 관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디지털 대화만 하려고 한다. 이들에게 SMS는 매우 귀찮은 일이다.

우리는 이 사람들 "not-to-talk"을 primary persona로 정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이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쉽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자 보내기를 싫어하고, 대부분 PC 앞에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PC 메신저에 대한 접근이 너무 쉽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긴 하지만 전화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두 세 메시지로 이루어진 대화를 편리하게 하길 원하며, 간혹 해야하는 SMS 그룹 대화가 너무 골치아프다


사용자 연구에 근거한 혁신적인 모바일 UI와 서비스 전략
Innovative Mobile User Interface and Service Strategies Based on User Research

연구 결과와 Affinity Diagram, 그리고 primary persona의 필요와 고충 등을 종합하여 다양한 대화 형태, 즉 짧은 시간 내에 빈번하게 주고 받는 메시지와 긴 시간 동안 드문드문 주고 받는 메시지 형태 등 모든 대화 형태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으로 SMS와 기존 MIM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었다.

새로운 대화 도구는 "mMessenger"라고 이름 붙였으며, SMS와 IM의 장점을 모은 것이었다. Tracey라는 이름의 25살 "not-to-talk" 사용자를 상상해 보자. 당시에 제공되던 MIM과는 달리, Tracey는 최초 사용시 아이디와 암호를 등록할 필요도 없고, 친구들의 아이디를 찾아 친구 신청을 할 필요도 없다. mMessenger는 SMS의 장점을 취하여 철저히 전화 번호 기반으로 소통을 한다. Tracey는 어떤 등록 절차도 없이 mMessenger를 쓸 수 있는데 전화 번호가 곧 아이디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전화기 주소록에 저장된 사람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라도 전화 번호만 알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친구 추가의 과정이 필요없다.(편집자주:전체적으로 보면 카카오톡과 거의 똑같은데, 카카오톡은 2010년 3월에, WhatsApp은 2009년에 출시되었다)

mMessenger의 사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용자들과는 SMS로 대화를 할 수 있는데, mMessenger의 서버가 mMessenger의 메시지를 자동으로 SMS로 변환하여 보내주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두 명 혹은 세 명의 친구들과 각각 대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는데, 모든 메시지는 사람별로 주고 받은 형태로 보여주게 되어 대화를 매우 편리하게 읽을 수 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UI 였다. (모든 폰들은 수신함과 발신함을 별도로 갖고 있었다. 애플이 iPhone에서 이렇게 쓰레드로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 2007년이고, 나머지 모든 핸드폰이 iPhone을 따라했는데, mMessenger는 iPhone보다 1년 전에 출시되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Tracey같은 사용자는 항상 대화에 얽매이기는 싫지만, 원할 때는 효율적으로 대화하고 싶은 모순된 요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mMessenger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사용자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 필요하다고 느끼면 양방향 대화를 할 수도 있다. mMesenger의 UI를 개발한 후에 약식 사용성 테스트를 했고, 포커스 그룹을 통해 의견을 받았는데, 두 결과 모두 새로운 UI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 측면에서 고객(SK텔레콤)은 mMessenger의 새로운 UI에 대하여 매우 만족하였고, 이것이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mMessenger를 정식 출시한 2006년 이래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홍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사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기존 MIM이나 MMS 같은 서비스의 실패사례 즉, 사용자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 과도하게 광고하는 바람에 대화할 상대를 찾지 못한채 실망하여 떠나는 초기 가입자들이 너무 많아지는 상황을 막기 위하여, 피엑스디에서는 일정 정도의 사용자 수(critical mass)가 확보될 때까지 절대 대규모 광고를 하지 말 것을 조언했기 때문이다. 한 번 실망한 사용자들은 다시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MMS 서비스가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mMessenger UI는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서, 2008 IDEA의 Interactive Product Experience 분야에 입상하였으며[2], Global Messaging Award에서도 User Experience 부문에서 입상하였다[3].


한국 핸드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 회사의 사용자 연구
User Research of Korean Handset Manufacturers and Telecommunications Companies

mMessenger 사례에서 보다시피, 사용자 연구는 올바른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만드는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핵심이 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한국의 핸드폰 제조회사에서는 UI를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음성 통화가 핸드폰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였을 때, 또 한국 제조회사들이 노키아나 모토로라 같은 회사들을 쫓아가느라 바쁠 때는 기술과 음성 통화 품질이 한국 회사들에게 가장 중요했고, 일정 정도의 기술 고도화를 이룬 후에는 제품의 디자인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터 통신이 음성 통화보다 더 중요해지고, 한국 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면서, 제품에서 UI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북미 시장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일반 피쳐폰에서도 UI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용자 조사를 통해 모바일 사용자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독특하고 인상적인 UI로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LG전자는 최근에 INI(Insight and Innovation) 연구 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에서는 새로운 사업 기회,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시장 전략을 탐색하는데, 모두 사용자 연구에서 얻어진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다. INI 연구원들은 최신의 정성조사 기법을 이용하고 목표 고객을 더욱 세분화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예를 들어 INI 연구자들은 인도의 가정을 방문하여 현지인들의 삶을 연구하여, 인도 문화에 최적화된 가전 제품을 개발하였다. "Stars of India"라는 브랜드로 LCD TV는 100%, 핸드폰은 30%의 판매 신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국의 이동 통신 회사들 역시 UI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음성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감소하는 반면 데이터 통신으로부터 얻는 수익(ARPU, Average Revenue Per User)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에 사용자와 UI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 되었다. SK텔레콤은 HCI(Human Centered Innovation) 팀을 신설하였는데, 이 팀은 인간 행동 연구에 초점을 두고 이동 통신 인프라 중심의 수익 구조를 혁신적인 서비스 중심의 수익 구조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Pajama5"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한국 소녀들의 소통에 대한 사용자 연구에서 대략 4명-5명 정도의 매우 친한 친구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국의 회사들은 contextual models, personas, focus groups, home visits, central location testing 등 다양한 정성 조사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자 조사를 기반으로 국내 및 해외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는 서구로부터 수입된 것이지만 현지의 업무 흐름과 맞도록 최적화하고 있고, 한국 모바일 산업이 놀랄만큼 성장함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한국 회사들이 스스로의 방법들을 개발할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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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rinter at al. “Wan2tlk?: Everyday Text Messaging” CHI 2003. Ft. Lauderdale, Fl, 2003
[2] IDEA <http://www.idsa.org/IDEA_Awards/gallery/2008/award_details.asp?ID=35918411>
[3] Global Messaging Award <http://www.160characters.org/pages.php?action=view&pid=53>
[참고##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