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의 매직 넘버 7(The Magical Number Seven)이란?

2012. 12. 12. 07:30UX 가벼운 이야기
이 재용

밀러의 매직 넘버 7 (혹은 마법의 숫자 7)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단기로 기억할 수 있는 아이템의 개수는 7개 전후(5~9)라는 의미로, 아마 UI / UX 분야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되지만 가장 엉터리로 응용되고 있는 법칙일 것이다.

영문 Wikipedia: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를 바탕으로 잠깐 설명해 보면,

밀러의 논문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George A. Miller는 1956년에 "The Magical Number Seven, Plus or Minus Two: Some Limits on Our Capacity for Processing Information"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밀러는 1차원 절대판단(absolute judgment) 실험에서 높이만 다른 10가지 음을 들려 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5-6개까지는 잘 대응하는데 그 이후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이 자극에 대한 저장 용량은 2-3비트로 이루어졌다고 유추할 수 있으며, 대략 4-8가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기억 범위(memory span)를 측정했는데, 기억 범위란, 일련의 정보를 알려주고, 즉시 되기억해 낼 수 있는 최대 개수를 말하는데,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대개 7개 정도를 기억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밀러는 여기서 기억하는 단위가 단순한 개별 아이템의 개수가 아닌 의미로 묶어지는 하나의 덩어리(chunks)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모르는 언어의 단어는 글자 하나하나가 청크이지만, 잘 아는 언어의 단어는 단어 하나가 청크여서, 모르는 언어는 한 단어를 기억하기도 어렵지만, 잘 아는 단어는 7개의 단어도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론
그런데 밀러는 이 두 가지에서 우연적이게도 비슷하게 7 정도로 일치하니까 순전히 비유적인 의미로 마술 같은(magical)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이후로 많은 논문에서 이를 그대로 인용하게 되어 버렸다. 애당초 밀러도 마술같은 숫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이후 많은 실험에서 이렇게 절대적인 숫자의 기억 용량이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억하려는 종류에 따라, 또는 각 개별 청크에 따라서도 개수는 변화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용량은 청크의 개수 보다는, 발음하여 읽었을 때의 길이(대략 2초 분량)로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또 수잔 웨인쉔크(Susan M. Weinschenk)의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에 따르면, 밀러의 연구가 잘못되었다고 한다(Alan Baddeley, 1994). 새로운 연구(Baddeley 1996, Nelson Cowan 2001)에 따르면 7이 아니라 4라고 한다. 미주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Cowan에 따르면 젊은이의 경우 Working Memory는 대개 3-5의 용량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결론
필자가 마법의 숫자 7을 처음 들은 것이 1993년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그것이 무슨 절대적인 법칙인양, 10개가 넘는 메뉴를 보면 다들 비웃었다. 포털이나 신문사 홈페이지에는 쉽게 50개 이상의 링크가 실리게 되는데, 이것이 법칙을 어긴 것이라고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많았다. (물론 필자도 한동안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숫자인양 가르쳤다) 이제부터 4라고 가르쳐야 하나? 아니면 2초라고 가르쳐야 하나?

하지만 여러 실험에 의해 보듯이, 그리고 우리의 상식이 말하듯이, 모든 정보의 종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용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이상 7이라는 숫자를 우기지 말자. 오히려 구체적으로 콘텐트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단기로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는 개수는 매우 적다-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상식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고려하여 메뉴의 개수, 링크의 개수나 선택지의 개수를 정해야 한다. 최대한 개수를 줄이고, 가능하면 묶음을 만들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느냐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고, 우리의 사용자(퍼소나)가 어떤 상황에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마법의 숫자 7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
The Magical Mystery Four: How is Working Memory Capacity Limited, and Why? by Cowan 
Four is the ‘magic’ number for our mind coping with information
[독후감]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이 글은 Tech It!에도 실렸습니다.

[참고##UI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