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산책 5] 설득의 심리학 : 독서 토론회 스케치
2013. 7. 2. 00:11ㆍ리뷰
피엑스디의'심리학 산책 독서토론회'는 심리학 산책 시간에 연재되는 도서를 읽고, 서로 모여서 각자의 생각과 UX와의 모색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다섯 번째 독서 토론회는 지난 6월 21일(금)에 열렸습니다. 설득에 대한 생각과, 연관 지어볼 수 있는 UX 디자인의 문제, 사례 및 응용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Session 1. 도서 리뷰
이번 독서토론회의 도서는 '설득의 심리학'입니다. 도서 리뷰는 김예리 주임께서 해주었습니다.
* 도서 소개에 대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심리학 산책 5] 설득의 심리학
Session 2. 생각해 볼 문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설득의 상황을 이 책의 법칙으로 해석해 본다면?
나만의 설득 법칙 또는 설득 요령이 있다면?
나만의 설득 법칙 또는 설득 요령이 있다면?
- 김예O: 주변의 사례 중에 홈쇼핑이 대표적인 것 같다. 구매 후 30일 이내에 환불이라는 마케팅은 상호성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품이 아니라) 샘플을 쓰고 마음에 안 들면 30일 이내에 환불하라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 이은O: 인도여행에서의 호객행위가 생각난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상 상위에 속하는 사람들이 돈을 잘 번다고 한다. 한번은 여행 중에 길을 지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꽃을 주길래 받았더니, 무료로 기도해준다고 하더라. 호기심에 따라갔더니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결국엔 기부금을 달라고 했다. 당황스럽지만 가족을 위한다고 하고 건강을 빌어준다고 하니까 돈을 내야 할 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서 돈을 주려고 하는데, 그 금액이 적다며 더 달라고 가방을 뒤지려고 하더라. 기분이 나빠서 돈을 안 내고 그냥 빠져나왔다. 신분이 다소 위에 있는 사람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종교나 수행자임을 내세워 쉽게 돈을 벌고, 펑펑 쓴다고 한다.
- 마음경험: 우리나라의 설득과 영업 달인들은 전자상가에 많이 있다. 그곳에 가게 되면 사람들은 일단 가격대를 알아보면서 여러 군데를 비교하다가, 다시 가장 저렴한 곳으로 가면 '아, 그거 다 팔렸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로, 설명을 들은 뒤 나중에 구매하려는 반응을 보이면 '내가 당신 때문에 이것들을 뜯었는데 어떻게 안 사느냐'는 식으로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전자상가에서 일하다가 그만둔 사람이 블로그에 비법들을 공개한 글들을 본 적 있는데, 그쪽 점원들은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와 방법들이 있다. 굉장히 틀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웬만한 사람들은 빠져나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재O: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물건을 살 때 제일 낮은 금액이라서 가보면, 현금구매이거나 특정 카드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배송료 같은 걸 따지면 비슷비슷한 경우도 꽤 있다.
- 이가O: 강남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들은 대체로 현금구매를 유도한다. 그런데 상품 꼬리표에 기재된 가격이 5만 원이면 현금가는 3만 원이라고 할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싸게 샀다는 기분을 주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취하는 것도 있다.
- 문현O: 테크노마트에서 컴퓨터 부품을 사려고 돌아다니다가, 제일 저렴하다고 보이는 매장을 발견해서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매장직원이 '지금 여기에 없어서 다른 데서 가져와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매장에 전화해서 가져오는데, 나에게 비싸게 부르던 매장에서 가져오는 걸 봤다. 가격 담합을 해서 한 곳이 싸 보이게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다.
- 이재O: 또, 이런 것도 있다. 그 제품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가격을 말하다가, 내가 사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갑자기 '아, 가격을 잘못 알았다'고 할 때가 있다. 사실 가격에 대한 장점 때문에 구매하려고 했던 건데, 이미 너무 오랫동안 판매자랑 얘기를 해서 상호성이 생긴 상태이다. 그래서 가격을 잘못 알았다고 바로 안 사겠다고 말하기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식이 꽤 있다. 길 가다가 호객행위 하는 음식점이나 술집이 얼마에 해주겠다고 해서 실제로 가면 그 가격 만으로는 먹을 수 없다.
대개 그런 경우는, 내가 이성적이지 않은 상황을 노릴 때가 많다. 관광객인 경우는 관광 와서 기분 망치기 싫을 때가 있고,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일 때는, 매몰차게 거절해서 술 마시려는 취지에 안 맞는 행동을 하기도 어렵고.. 그런 것들을 이용하는 것 같다.
- 김예O: 비슷한 경우가 미용실에서도 있다. 커트만 하려고 갔는데 파마나 영양을 권하면, 하는 김에 하고 싶더라. 염색도 얼마라고 해서 가보면 기장 추가하는 식의 숨은 옵션들도 있다.
- 문현O: 초등학생 때, 동대문 시장에 가서 옷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매장에서 직원이 옷 추천을 해줬었다. 마음에 안들어서 가려고 하니까 그 직원이 '형이 돈은 안 뺏을 테니 이 옷 사라'고 해서 겁먹고 바로 사왔다. 돈을 다 뺏기는 것보다 나으니까.
- 이재O: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안사느냐'는 사람도 있다. 또, 가게 주인이 보고 있다면서 '이거 못 팔면 주인에게 혼난다'고 애원하는 예도 있다.
- 김OO: 백화점에 옷을 사러 매장에 가면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게 다가와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냥 구경하려고 하는 건데도 '어서 오세요. 찾는 거 있으세요? 입어보세요'라며 계속 따라다니는데, 한참 입고 고민하다가 안 사고 나가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요즈음 SPA 브랜드는 이와 다르게, 소비자는 알아서 고르고 알아서 입고, 직원들은 옷 정리만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멀리서 기다린다.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외국 SPA 브랜드가 별로 없던 시절, 외국여행 중에 매장에 들러서 고르고 있는데 흥미로운 문구가 있었다. 잘 기억 안나지만 한국말로 한다면 '일단 사고, 결정은 나중에 해라'라는 의미로 쓰여 있었다. 세일 기간에는 더 이런 전략으로 유도하는 게 심한데, 일단 구매하고 나중에 환불 얼마든지 하라는 거고, 실제로 환불 절차도 편하다. 백화점의 작은 매장에서는 환불할 때도 직원이 '어디가 마음에 안 드세요, 다른 거 보실 건 없어요' 하면서 끝까지 부담스럽게 한다. 어쨌든 환불절차가 편하다는 걸 아니까 일단 막 사보게 되더라. 실제로 환불은 치수가 안 맞거나 심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없어도 상관없는 것도 잘 사게 되는 것 같다. 이것도 고도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 박영O: 아내가 컴퓨터를 사달라고 하길래 코스트코에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컴퓨터는 6개월 사용해도 반품해준다는 전략을 세우더라. 반품하면 100% 환불해준다고 한다. 미국 쪽 판매회사들 전략이 대체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연지O: 코스트코가 환불을 잘해준다. 해외 브랜드 가그린이 너무 강해서 반품해달라고 하니, 제품을 개봉했는데도 반품해주더라. 그런데 어차피 환불 된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새로운 게 나오면 쉽게 구매하게 한다. 새로운 걸 시도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에 쉽게 산다. 수입품이 많으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 마음경험: 나중에 취소를 쉽게 해주면 선뜻 실행하게 된다. 되돌리기 쉽게 해주면 설득하기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복잡한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잘 쓰는데, 이유 중의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빨리 배운다는 것이다. 어른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면 실행을 잘하게 한다고 한다. 물건 구매도 비슷한 맥락 같다.
- 이재O: 방금 말씀하신 건 상호성과 일관성의 법칙을 섞은 것 같기도 한데, 독립적인 법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 마음경험: 빚졌다는 것과는 다르게,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은 많은 것들을 크게 묶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세분화하면 좋을 것 같다.
- 이재O: 쉽게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되는 개념들이 다 동작하는 느낌이다. 안경원에는 안경이 많은데 유리장에 있어서 마음대로 착용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안경원 직원들이 말하길, 세 번 정도 안경을 써보면 거의 구매한다고 한다. 왜냐면 안경이 너무 많아서 직원이 골라줘야 하고, 옷가게와 다르게 마음대로 고를 수 없게 완전히 차단했는데, 반드시 직원의 도움으로 얼굴에 착용하고 깨끗이 닦아서 다시 진열하는 식의 복잡한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내가 직원에게 빚졌거나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룩옵티컬'이 마음껏 안경을 써볼 수 있도록, 인테리어나 진열 방식을 주었다고 한다. 고객으로 하여금, 안경원 직원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써볼 수 있게 말이다.
- 마음경험: 맥락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설득의 전략도 종류에 따라서도 다를 것 같고, 혹은 어느 한 쪽이 대세면 반발이 생겨서 전략적으로 반대를 취할 수도 있고, 시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전략은 세대나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 미안하게끔 혹은 빚졌다는 식의 감성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다소 건조하게 계약/조건과 같은 단순한 상황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 이재O: 특히 양복 같은 경우에는 구매할 때 해야 할 게 많다. 점원이 옷소매를 접어줘야 하고, 셔츠나 구두도 빌려줘야 하고. 그래서 양복은 두벌 입어보면 반드시 사야 할 것 같다. 워낙 직원들이 수고를 많이 하고, 두세 명의 관객(점원)이 나만 바라보니까 말이다. 자기 방어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았다.
- 문현O: 친구랑 신발 사러 가는데, 이것저것 신어보더니 쿨하게 나가더라.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신발을 정리해 줬다. 성격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마음경험: 대체로 설득 당하는 것은 감성적으로 넘어가는데, 일종의 휴리스틱 같은 것이며 카네마 식으로 얘기하자면 시스템 1의 메커니즘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을 벗어나는 경우(자기 방어 전략)는 시스템 2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은O: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살 때 친구랑 가는 편이다. 혼자 가면 거절하기 어려운데, 친구랑 가면 거절하기 편하다.
- 이재O: 협상에서 두 명이 가면 한 명보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래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두 명의 의견은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영업할 때 두 사람이 가서, 한 명은 가능하면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요구를 차단하려고 하는 자세를 취하면 둘 사이의 전략을 조절할 수 있는데, 한 명이 모든 것에 대응하면 어렵다.
- 박영O: 협상에서 본인이 불리하면 '대표님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전략이 있다. 예를 들어, 옷을 살 때도 아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할 때가 있다. 결정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하면서.
- 마음경험: 연예인들이 매니저들을 통해 계약시키는 이유가 비슷하다. 본인이 조건이 나쁘다는 식의 이야기를 직접 하기 곤란한데, 대리인을 시키면 책임 같은 것도 분리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본인에게 권한이 없다는 것은 협상의 전략 중에 있다.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오래 시간을 끄는 것, 손실회피, 두사람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등이 있다. 협상에 관한 책들도 꽤 있는데 설득의 심리학 서적과 비슷한 개념도 있고 다른 개념도 있다.
- 이재O: 한때 협상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한번 끝나는 협상에 치우쳐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늘 여러 번 반복해서 만나는 협상들이 많아서, 내가 많이 가져오는 협상전략은 결국 상대방이 손해 봤다는 전략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음경험: 진짜 협상은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잘 조절하면 될 것 같다. 여기에서는 내가 얼마나 설득을 잘하느냐 관점도 있지만, 동시에 여기에 깔린 사람들의 의사결정이나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바라는 것이다. 대부분은 논리적이지 않은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재미있는 것 같다.
- 이재O: 실제로 현업에서, 클라이언트가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협상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무엇을 원했는지 잘 생각해서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장 상사가 야근을 요구하는데 내가 약속이 있다면,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와 무엇을 해야 만족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지, 야근하느냐 마느냐 만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족하다.
- 박영O: 설득과 협상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설득이 협상의 범주 안에 포함된 것 같다. 설득하면 자기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을 얻어야 하는데 얻지 못했다면 결국 나만 실패한 것이기 아니라 둘 다 실패한 것인 것 같다. 목이 말라서 물을 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꼭 물일 필요가 없다. 협상에서는 요구 자체보다 욕망을 잘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노벨 평화상을 받으러 가야 하는 어느 학자의 일화가 생각나는데, 이 사람이 귀찮아서 시상식에 안 가겠다고 해서 관계자들이 당황해 하는데, 학자의 아내는 남편을 잘 알기에 '당신이 시상식에 안가면 최초로 안가는 학자가 돼서 전 세계 기자들이 당신을 더 귀찮게 할 것이다'고 해서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 마음경험: 설득이나 협상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협상의 전략들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의식적이고 많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좀 다른 차원 같다.
- 이재O: 오늘 얘기하는 이 책의 해결책은 대부분 논리적인 것 같다. 한마디로 시스템 2로 말하라는 것 같다.
- 진현O: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한발 물러서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데, 이 책의 희귀성 법칙이 생각난다. 예전에 어느 화장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데, 고체 향수를 더는 안 팔고 남은 게 마지막이라고 하니, 왠지 소장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커져서 이성적으로 극복이 안 되더라. 여기 나오는 자기 방어전략은(설득은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전략이 대부분인데)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 하라고 하니 쉽지 않았다.
- 마음경험: 군대에서는 같은 절차를 반복시키는 훈련을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차분히 시스템 2처럼 사고하기가 어렵다. 시스템 1처럼 하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시스템 2처럼 처리하는 상황을 반복해서 자동화하게 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지만, 미리 예행연습을 한다는 식으로 미리 예방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 책에 있던 사례들을 통해 자신을 되돌이켜 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일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웃음) 감성적으로 넘어가는 초기에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연습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선택이 다른데, 영업관점에서는 설득이 잘 작동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적인 기부금 모금이나 헌혈의 권유는 왜 잘 동작하지 않을까?
- 이재O: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발전기금을 모으는 표시란에 $52, $104, $208같은 금액이 나열된 것을 봤었다. $50을 기부하려고 했는데도 $52를 선택하도록 해서 몇 불이라도 더 기부하도록 하는 것 같았다. 다수에게 몇 불씩 더 받았다면 얼마나 많은 기금이 모였을지 대단한 것 같다.
- 진현O: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공적인 설득도 다를 것 같다.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 편에서 설문조사를 할 때, 코레일 민영화에 대한 찬성/반대로 물으면 거부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민영화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질문했더니 대부분 찬성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단어와 같은 프레임에 따라 사고하는 것도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에 공적인 시사점이나 이슈가 있을 때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은O: 기부할 때 어느 금액을 기부하라는 것보다, 커피 몇 잔을 줄이면 어려운 나라에 구체적인 무언가들을 해줄 수 있다고 비교할 때,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기부한다고 한다.
- 이재O: 굉장히 중요한 법칙인데, 이 책에서 안 나온 것 같다. 쉽게 그 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 말이다.
- 마음경험: 행동경제학과 휴리스틱 효과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헌혈을 유도하는 경우가 영업사원처럼 열심히 고민했을지 아쉽더라. 공적인 분야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설득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 이재O: 다 맞는 말 같다. 거부감도 있고 영업사원처럼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공익 재단에서 홍보비용을 쓰면 이전보다 더 활성화되지만 실제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기부금에서 홍보비용을 많이 쓰면 사람들이 굉장히 실망하기 때문에 영업사원처럼 적극적인 설득이 힘든 것 같다.
- 마음경험: 지인 중에 브랜딩 전문가의 얘기가 생각난다. 적십자의 워크숍에 가서(재능기부같이) 사람들이 왜 헌혈을 잘 하지 않는지, 어떻게 잘 유도할 수 있는지 등을 말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헌혈을 하고 그것이 의미 있게 쓰였음을 알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하면, 피를 줘야 하는 손해는 있는 데 반해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그 워크숍에서는 내가 헌혈한 것이 어딘가에 수혈되면 문자 메시지로 '오늘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알려주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너무 사무적인 측면이고,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의 전략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설득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UX 디자인의 문제, 또는 해결안 사례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책의 법칙을 설득이 필요한 UX 디자인 문제에 응용해 본다면?
- 이재O: 'IAP(In App Purchase)'의 개념이 비슷한 것 같다. 무료 게임을 하다가 더 잘하려면 아이템이 필요한데 유료로 구매하게 하는 것 말이다. 완전히 필요없는 아이템을 사는 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살까 말까 하다가 허들을 넘게 해서 한발 더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 참고
iOS의 IAP
Android OS의 IAP
- 마음경험: 설득과 상관있는지 모르겠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일단 무료로 시작했다가 옵션으로 구매하게 하는 전략을 프리미엄(Freemium) 이라고 한다. 물건 사는 개념 말고 다른 사례는 없을까?
- 이가O: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면 구매확정을 해야 하는데, 상품평을 쓰게끔 계속 팝업을 띄우고 쓰면 포인트를 준다. 내가 무언가를 더 하게 만든다.
- 이재O: 그게 상품평을 남기면 사회성 법칙 때문에 결국 사람들에게 더 노출되게 되고 댓글도 그렇고.
- 마음경험: SNS에 보면, 메일이나 타임라인에 소식이나 알림이 뜬다. 당신의 지인이 자신의 프로필을 업데이트 했다고 하는 것도 사회성의 법칙과 유사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한다는 정보를 주면서 당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링크드인에서는 상대방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기능이 있다. 누군가가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면, 나에게 메일이 오고 '당신도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는 걸 해보라'는 유도를 한다. 결국, 그렇게 하면서 상호성의 법칙이 적용되게 함으로써 그 사이트가 전체적으로 잘 동작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진현O: 생활 속에서 잘 해결이 안 되고 있는 문제 중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 서기가 대표적인 것 같다. 이 책의 법칙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두 줄로 서게 되면 왠지 민망한 기분도 들고, 피해를 주는 느낌도 있다.
- 김예O: '두 줄로 서기, 미안해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잘 지켜지는지는 모르겠다.
- 이재O: 한 줄로 서서 가면 고장이 자주 난다고 한다. 차라리 어쩔 땐 왼쪽으로 한줄서기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웃음)
- 마음경험: 기술적인 문제만 있다면, 차라리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다른 사례인데, 지하철 플랫폼에서 도 양쪽으로 두 줄로 서게끔 하는 것은 발자국 그림으로 표시하는데, 상대적으로 스마트한 것 같다.
- 김OO: 요즘 웹사이트에 해킹이 빈번해서 그런지,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 1) 비밀번호 바꾸기, 2) 2주간 표시하지 않기 3) 다음에 바꾸기 이런 식으로 선택하라고 하면 그냥 다음에 바꾸기를 누른다. UX 기획을 하려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까.
- 이재O: 예전에는 '한다/안 한다' 라는 선택지만 줬었는데, 어느 책에서 '한다/다음에 한다'를 주면 다음에 한다는 응답이 일관성의 법칙 때문에 몇 번 미루다가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서, 결국엔 설득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이트가 안 한다가 아닌 '다음에 한다/나중에 한다'라고 바꿨는데, 그게 약발이 다한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다음에 한다고 선택하는 것 같다.
- 김OO: 맞다. 그리고 그런 화면에서는 비밀번호를 바꾸면 이런 면이 좋고 저런 면이 좋다는 글이 있는데 읽히지도 않는다.
- 이재O: 난 그런 화면 볼 때마다 '너희나 잘해! 난 수년 동안 내 비밀번호를 흘린 적이 없는데 너희는 몇 번이나 해킹당했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 박영O: 비주얼적인 측면으로 하는 건 어떨까. 처음엔 노란색으로 경고를, 나중엔 붉은색으로 더 경고처럼 느끼도록 말이다.
- 이재O: 그런데 외국사이트에서는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문제일까?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건 아닐까?
- 김OO: 동의한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바꾸라고 해서 바꿀 때 기분이 별로다. 그 사이트가 허술해서 나에게 번거로운 일을 시키는 것이고, 기분이 썩 좋지 않다.
- 마음경험: 다른 주제를 얘기해 보자. 웹사이트에서 고객 설문조사 팝업이 뜨는데 잘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그런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피드백을 잘 받게 할 수 있을까?
- 이재O: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는 절대 응답하지 않고, 욕할 정도로 이상한 시스템은 응답하는 편이다. (웃음)
- 박영O: 외국 사이트에서 자료를 잘 받는 편인데, 그런 사이트 중의 하나는 전문 자료를 다운받으려면 설문 몇 가지를 응답해야 다운로드 버튼이 활성화된다. 상호성의 법칙같이 하는 것이다.
- 이재O: 제일 좋은 건 어떤 리워드를 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반응하면서도 대답이 왜곡되지 않을 정도의 리워드 말이다.
- 강한O: 대인관계는 거절하기가 어려운데, 온라인은 쿠폰이나 적립금 같은 것을 주는데 나를 위해 해줬다기보다는 자동 같아서 상호성의 느낌은 덜 한 것 같다.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그런 부탁을 받느냐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 이재O: 희귀성의 법칙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설문하면 다 하는 게 아니니까. 예를 들어, 10만 명 사용자 중에 100명에게만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해서, 당신은 선택받은 귀중한 기회라는 어필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마음경험: 긍정적인 보상은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잘 확립된 것으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기본적인 것이다. 설득과는 조금 다른 것이지만, 그에 맞는 상황에서는 대체로 잘 동작한다.
- 이재O: 설문한다는 말을 하지 말고, 우리 사이트가 잘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질문해서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며칠 뒤에 설문을 보내서, 일관성 때문에 좀 더 응답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있겠다. 아니면, 권위의 법칙을 활용해서 OO 대학교 OO 교수 팀과 함께 진행하는 연구에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도 있겠다.
- 마음경험: 베타테스터의 경우는 희귀성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구글이 몇몇 서비스 초기에 초청으로 테스터 자격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지메일이나 구글플러스가 대표적이다.
- 이가O: 티스토리는 블로그를 개설하려면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티스토리 블로그는 신뢰가 가는 것 같다. 그런 것도 희귀성이나 권위의 법칙과 비슷하지 않을까.
Session 3. 토론 마무리
- 마음경험: 이번 책은 지난 번 '생각에 관한 생각'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읽기 편했다. 심리학을 소개하는 입장에서는 설득의 법칙 자체가 유용하다는 점 외에도 설득이 대체로 시스템 1에 의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렇게 설득의 법칙들은 심리학의 다른 분야와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짚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참고로 '설득의 심리학 2'라는 도서가 있다. 같은 저자의 책인데, 오늘 책보다는 더 작게 쪼개져 있어서 5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사례 중심으로 본다면 괜찮지만, 개념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면 오늘 책이 낫다.
심리학 산책의 다음 책은 <드라이브 Drive> 라는 책이다. 이 연재 시리즈는 초반에는 좀 더 UX, UI에 직접적인 사용성이나 효율적 측면에서 시작해서 좀 더 넓혀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넓혀가는 단계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요소가 들어있는 '행동 경제학'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좀더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 그 다음엔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기를 어떻게 파악하고 불러일으킬 것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를 염두에 두고 보시면 좋겠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고##심리학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