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산책 7] 미디어 방정식

2013.08.14 01:19리뷰
by 마음경험

'심리학 산책'은 UX 디자이너를 위해 심리학 책들을 총 10회에 걸쳐서 소개하는 연재입니다. 연재 의도와 전체 책 목록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연재 소개] UX 디자이너가 읽어야할 심리학 책 10가지

미디어 방정식
- 바이런 리브스, 클리퍼드 네스 지음 / 김정현, 조성민 옮김

The Media Equation: How People Treat Computers, Television, and New Media Like Real People and Places
- by Byron Reeves and Clifford Nass


컴퓨터에 대한 예의?
컴퓨터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한 다음, 사용자가 그 컴퓨터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을 했던 바로 그 컴퓨터에서 평가를 입력하는 경우와 다른 컴퓨터에서 입력하는 경우에 평가 결과가 서로 다를까요? 글쎄요, 특별히 달라야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은 실제로 실험을 해 보았더니 일을 했던 그 컴퓨터에 입력할 때 사람들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책에서는 그것을 공손함(politeness)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본인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보다 긍정적으로 답해 주는 것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예의라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러한 예의를 컴퓨터에게도 보인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입니다.

컴퓨터에 대한 예의라... 이해하기 어려우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이 실험 결과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능한 설명이 생각난다면 그것을 가지고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 대안적 설명 시도에 대해 반박이 책 속에 있습니다. 그 반박을 수긍한다면 저자의 해석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방정식 & CASA
이 책의 결론을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미디어를 대하는 방식은 실제 사람이나 사물들을 대하는 방식과 같다'입니다. 이 책의 부제가 그러한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어판에서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번역되었습니다만, 원래의 부제는 'How people treat computers, television and new media like real people and places'입니다. 

이 결론을 더 압축하자면 '미디어 = 현실(특히 실제 사람)'라는 등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 'The Media Equation'이 되었습니다. 미지수를 풀어야 하는 문제로서의 방정식이라는 의미보다는 미디어의 자리를 실제 사람으로 대치할 수 있다는 등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의미는 그들이 연구하는 방식에 대한 아래 설명을 보면 아주 잘 알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우리가 사용한 전략은 도서관의 사회과학 분야로 가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과 실험을 발견한 뒤 그러한 결과를 차용하는 것이었다. ... (중략) ... 연필을 잡고 "인간"이나 "환경"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미디어"로 대체시켰다. (p. 380)
저자 중에서 바이런 리브스는 텔레비전과 영화에, 클리퍼드 네스는 컴퓨터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네스는 이 미디어 방정식의 개념에서 사회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Computers Are Social Actors:CASA"라는 패러다임을 확립해서 수많은 연구들을 이어갔습니다.  이 책에는 앞에서 소개한 '공손함' 외에도 CASA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수많은 실험 사례들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사회성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주제들인 감언, 성격, 감정, 전문성, 팀 소속감, 성별 등이 컴퓨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결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결과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감언 (4장)
- 사람들은 컴퓨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보다 자신에게 아부하였을 때 컴퓨터를 더 좋아하고 컴퓨터가 일을 더 잘 한 것으로 믿는다.
- 칭찬이 당연(타당)한 것인가의 여부는 칭찬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인터페이스의 성격 (7장)
- 지배적인 사람들은 지배적인 컴퓨터를 더 선호하며, 복종적인 사람들은 복종적인 컴퓨터를 더 선호한다.

성격 모방 (8장)
- 지배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은, 처음에는 복종적인 성격을 나타내지만 후에 지배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컴퓨터를 항상 지배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컴퓨터보다 더 선호한다.

팀 구성원 (13장)
- 컴퓨터와 팀을 이룬 사람들은 팀을 이루지 않은 사람들보다 컴퓨터가 더 많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 컴퓨터와 팀을 이룬 사람들은 팀을 이루지 않는 사람들보다 컴퓨터를 더 좋게 생각한다.

위에 요약해 놓은 설명만 언뜻 보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실험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면, 이 글 처음에 소개한 '예의' 실험 처럼 뜻밖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무의식적, 자동적 반응
여러 실험들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컴퓨터를 사회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죠. 
모든 실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에게 우리의 예상을 말했을 때 참가자 모두는 단순히 컴퓨터에게 공손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답을 바꾸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p. 46)
이 실험이 칭찬, 비판 또는 이 둘의 정당함에 대한 것이라고 추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 (중략) ... 모든 참가자들은 컴퓨터가 무작위의 평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컴퓨터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참가자 중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p. 98)
의식적으로 느끼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은 컴퓨터에 대해 사회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자동적인 심리적 반응. 심리학 산책 4 -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언급했던 시스템 1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인간의 사회성도 시스템 1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설명이 이 책에 더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디어 방정식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가? 그렇다. ...(중략)... 사람들은 미디어를 어떤 실체가 아닌 단순한 도구나 실제 세계를 나타내는 이미지로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비록 매우 사료적이기는 하나 많은 놀라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많은 노력을 요하고, 만약 그들이 피곤할 때나 혹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경우 나타나지 않고 설령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p. 24)
게다가 이러한 반응을 유발시키는 자극의 조건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미디어가 가상 현실 수준으로 실제와 흡사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가지지 않아도, 오히려 아주 작은 사회적 단서만 있어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반응합니다.
가장 단순한 미디어가 묘사하는 사람, 장소 혹은 사람들 또한 충분한 사회적, 자연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었다. 많은 연구들에서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기술 또는 기법으로 묘사된 텍스트와 그림과 같은 형편없는 실제 세상의 묘사를 통해서도 그와 동일한 반응을 발견할 수 있었다. (p. 23)
인간의 사회적 반응이 컴퓨터에 대해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UX 디자이너로서 매우 흥미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사회적 반응이 상당히 단순한 단서에 의해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는 점은 인간의 사회 심리 자체로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책을 심리학 산책에 포함시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컴퓨터 등 현대의 미디어에는 속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사회적 심리 반응이 자동적 체계로 자리잡게 된 것은 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존재하던 20만 년 간,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었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물체는 실제로 그러는 것이었다. 지금껏 인간의 진화에는 절대적인 진실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물리적 세계는 삶의 바탕이었고, 아직까지 삶의 바탕인 자동적인 반응들을 촉진시켜 주었다. (p. 31)

내성법
이 책에서는 연구 방법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내성법'의 한계입니다. 

내성법(introspection)이란 자신의 심리적 경험을 스스로 살펴서 분석, 보고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러한 방법이 의미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적 과정을 의식적인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수적이죠. 그런데, 그런 전제는 종종 틀리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커스 그룹 방법과 같은 많은 대중적인 방법들은 사람들이 미디어 경험에 대하여 내성적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이러한 가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p. 28)
이 책의 많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도 그러했습니다. 자신이 실험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다른 심리적 반응을 하게 되는지, 왜 그러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무의식적 수준의 심리적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성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이고 자연적인 반응은 무의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디어 방정식을 확증해 줄 수 없었다. 이는 이 연구가 사람들 스스로가 묘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관찰을 의미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p. 23)
따라서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한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야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의 심리학에서 실험이 주요한 연구 방법으로 쓰이는 이유, 내성법이 20세기 초반 이후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UX 디자이너에게
미디어 방정식은 사람들이 컴퓨터 등의 미디어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UX 디자인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다룬 여러 규칙들을 활용한다면 훨씬 더 사용하기 좋은 UX를 디자인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만약 미디어가 사회적, 자연적인 규칙을 따른다면 어떠한 지침이나 사용 설명서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와 예상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강한 긍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사회적, 물리적 규칙들과 일치한다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25~26)
아마도 그 동안 여러분이 별로 활용하지 않았을 '사회성'을 UX 디자인에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96년이니까 먼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미 활용했을 수도 있으니 그런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쩌면 디자이너로서의 직감과 통찰로서 이런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활용한 경우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단서가 포함된 자극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고도의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단순화될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이 사회성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일까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의 경험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단순한 기계, 미디어에 대해 사회적으로 반응했던 경험들을 떠올려 봅시다.


이렇게 UX 디자이너로서 생각해 볼만한 문제를 다시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생각해 볼 문제
 - 여러분이 단순한 기계나 미디어에 대해 사회적으로 반응했던 경험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면? 
 - 그 경험에서 UX의 어떤 요소가 사회적 반응을 불러 일으켰을까?
 - 인간의 사회적 반응을 잘 활용한 UX 디자인 사례는? 또는 잘못 활용한 사례는?
 - 사회적 반응을 적용할만한 UX 디자인 문제가 있는지? 그런 경우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참고##심리학 산책##]
  • 프로필사진
    디자인씽커2013.08.15 00:31

    저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UX디자이너의 필수 덕목에 '사회성'이 꼭 들어가야하겠다는거였어요.
    인간관계, 사회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UX 디자인을 올바르게 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요.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