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25. 07:50ㆍUX 가벼운 이야기
1편에서는 삼시세끼와 CI의 비교 대조를 통해 서로의 특성에 대해 살펴 보았습니다. 2편에서는 교집합 이외의 영역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삼시세끼가 잘하는 것', 반대로 'CI가 잘하는 것'을 알아보고 서로 접목하였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의 내용은 삼시세끼 어촌편 2화까지 시청을 하고 작성한 내용으로 그 이후 방송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삼시세끼 관찰 기법의 강점
삼시세끼의 관찰 기법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강점들은 질 좋은 인터뷰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I 인터뷰 설계를 할 때 접목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 최소한의 간섭 그리고 발견된 현상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관찰 프레임
'세 끼 챙겨 먹기'라는 기본적인 과업 만을 제시하고 관찰자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려고 합니다. 제작진에서 의도한 프레임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단지 '세 끼 밥을 챙겨 먹어라'라는 과업 만을 제시하고 그 과정을 추적하는 형태로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규정된 관찰 프레임보다는, 발생하는 현상을 쫓아 확장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CI가 지향하는 바와 매우 유사합니다.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경험들을 추적하는 것. 삼시세끼에서는 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 원칙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3. 살아 있는 컨텍스트
CI에서도 사용자를 관찰할 때 가능한 한 사용자의 실제 환경에 가까이 접근하라고 강조합니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하게 되면 요약된 정보가 전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환경에 접근하여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라는 것입니다. 삼시세끼는 24시간 근접 관찰을 통해 살아 있는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요약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순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순도 높은 데이터는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1~2시간의 제한적인 시간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CI보다 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CI가 잘하는 것! 삼시세끼에 이런 요소들이 접목된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 삼시세끼는 이미 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관찰 기법의 측면에서 CI에서 가져올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CI의 이런 요소들이 삼시세끼에 적용된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1. 연속성 있는 경험의 순서(Sequence of Experience)를 정리해보자
방송은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장면이 한번 흘러가면 시청자는 모든 걸 연결 지어 생각하기 힘듭니다. 가끔은 경험의 연속된 순서를 정리하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I에서는 Sequence Modeling이라고 말합니다.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참여자가 행하는 행동 단계들을 있는 그대로 추적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작업을 통해 행동의 가지(branch)들을 그려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참여자의 행동이 확장되는 과정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행동에 분기점이 있다는 것은 특정 행동을 촉발시키는 계기(trigger)가 있다는 것이고, 상황을 판단한 후에 의도(intent)를 품고 행동으로 옮기게 됩니다. 간혹 참여자의 과업을 방해하는 장애요소(breakdown)가 작용하기도 하는데 그 장애요소를 계기로 또 다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참여자 행동에 대한 계기(trigger), 의도(intent), 장애요소(breakdown)를 찾아내고 행동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여주게 된다면 참여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극적인 재미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Sequence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 요소를 찾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자가 어떠한 과정으로 생활을 하는지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추적하여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처음과 나중을 비교하면서 숙련도를 확인해보고,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간접적인 성취감을 맛보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2. 주변 환경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주변의 물건과 참여자의 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고 참여자와 긴밀하게 엮어서 분석해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CI에서는 Physical Modeling, Artifact Modeling이라고 말합니다. 어촌편 2편에서 차승원이 집에 있는 도구들과 요리 재료들을 섬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러한 도구들이 차승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가지고 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게 되는지 등을 확인해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활동 공간에 대해서 조금 더 넓게 들여다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섬 전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입체적인 동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체 동선에서 참여자에게 어려움을 주는 공간이 있을 수도 있고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환경이 참여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깊게 들여다보면 환경에 따른 참여자의 변화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방송에서도 공간이나 환경에 대한 스케치를 멋지게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기 보다는 참여자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곳에서 인과 관계를 찾을 수 있고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 소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3.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 과정을 보여주자
현재(2편)까지 방영된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면 대부분의 일이 특별한 우여곡절 없이 매끄럽게 이루어집니다. 차승원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별 어려움 없이 뚝딱 만들어내고 김도 쉽게 채취하고 홍합도 쉽게 따버립니다. 낯선 환경이지만 금방 적응하면서 큰 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게 이 방송의 컨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참여자가 별다른 어려움을 못 느끼는 환경이라면, CI관점에서는 프로젝트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문제가 없으니 문제 해결사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이라는 요소를 조금 더 넣어준다면 더 극적인 재미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해진이 아궁이 불을 피울 때 뭔가 불편함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ㅠ'자 모양의 각목 의자를 만든 것이 그러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 요소가 생기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극복한 결과 등을 조금 더 강조해서 보여준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 실제 삼시세끼 내용을 적용하여 위에 언급한 모델들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작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Modeling의 사례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 기획자를 위한 인포그래픽2)
마치며
삼시세끼의 PD는 1박2일, 꽃보다 시리즈, 인간의 조건 등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삼시세끼에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Contextual Inquiry 하나를 가지고 보완점을 논하고자 하는 건 제작자의 전문성을 낮게 보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삼시세끼에서 보여주는 관찰 및 편집 기술은 매우 세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방법론을 비교해보고자 했던 이유는, 분야는 다르지만 매우 유사한 점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양쪽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법들이 서로 접목 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성공한 관찰 예능을 들여다 보면서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CI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CI에서 삼시세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방법들이 접목되었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참고##조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