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와 Contextual Inquiry 1 - 삼시세끼 속에 CI가?

2015. 2. 23. 07:45UX 가벼운 이야기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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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삼시세끼와 Contextual Inquiry 1 - 삼시세끼 속에 CI가?


첫 회를 보면서 '뭐 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어? 이거 망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회 본방 사수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본방 사수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방송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의 관찰 방식이 Contextual Inquiry와 매우 유사한데?

(Contextual Inquiry는 UX디자인에서 활용하는 사용자 조사 기법으로 자세한 정의는 링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Contextual Inquiry의 개념과 실무 노하우)
구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가 주어진 환경 속에 머무르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을 실행하고 있고, 관찰자가 참여자의 모습을 모니터링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 방식은 UX디자인에서 활용하는 Contextual Inquiry와 매우 유사한 형태입니다. 방송을 보다 보니 CI관점에서 삼시세끼를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CI와 삼시세끼의 관찰 기법을 비교해보고 두 기법의 유사성 및 차이점 분석, 삼시세끼가 잘하는 것, 보강되면 좋을 점 등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Goal - 관찰의 목적

CI와 삼시세끼의 관찰의 목표는 유사합니다. 관찰을 통해 참여자의 경험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참여자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과정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찰 목적(Goal)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CI는 에스노그라피 방식의 조사 방법으로 사용자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도출'에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삼시세끼의 관찰 목적은 문제 발견과 솔루션 도출에 있지 않습니다. '재미 요소를 발견'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 '문제'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문제가 발견 되면 참여자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해결을 하면 본인 스스로에게 행복을, 시청자에게는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Recruiting - 파트너십의 깊이

인터뷰 진행자와 참여자의 관계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CI의 경우 지인을 섭외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리크루팅 업체를 통해 나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조사에 적합한 대상자를 걸러내고 매우 사무적인 절차를 통해 사용자를 섭외합니다. 물론 삼시세끼도 프로그램 성격에 적합한 인물을 탐색하여 캐스팅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차이가 납니다. CI는 서면 또는 구두로 형식적인 사전 절차를 수행하는데, 삼시세끼는 이미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회식을 통해 술(?)과 고기를 먹이고 진한 파트너십을 쌓아 두고 시작을 합니다. 출발선에서 파트너십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 시간이 갈 수록 그 차이는 더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Interview Frame & Focus

인터뷰의 Frame은 매우 유사합니다. CI는 일반적인 인터뷰와 Frame이 다릅니다. 보통의 인터뷰는 '구조화 인터뷰(Strucures Interview)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짧은 시간 안에 목적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일정한 프레임을 만들어 놓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정밀하게 설계된 질문을 통해 인터뷰가 이루어 집니다. 하지만 CI는 다릅니다. 절대적으로 규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공감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질문의 확장'을 지향합니다.(참고 : Contextual Inquiry 개념과 실무 노하우) 삼시세끼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상에 대한 관찰을 기본으로 발견된 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는 형태입니다. 간혹 제한적인 미션을 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행동에 대한 가이드가 없이 자유 방임 형태로 두고 관찰을 합니다. 세 끼 밥을 해 먹는 기본적인 과업을 중심에 놓고, 그 과업을 통해 확장되는 일들에 대한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Environment

삼시세끼와 CI, 두 영역의 관찰 방식은 에스노그라피 방식의 리서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삼시세끼는 24시간 관찰을 통해 모든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을 합니다. 누적된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참여자에게 과거 회상을 유도하지 않아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질 좋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과거 회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경우 정보가 왜곡, 요약, 추상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걸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자의 행동을 시간대 별로 나열해 놓고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를 엮어 주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가 됩니다. 모든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Interviewer's Role

인터뷰 진행자의 역할은 매우 비슷합니다. CI에서 인터뷰 진행자는 사용자가 행하는 행동이나 말을 통해 숨겨진 문제점을 발견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발전시킵니다. 삼시세끼에서는 PD(또는 관찰자)가 참여자의 행동이나 말을 수집하여 편집을 통해 재미있는 컨텐츠로 발전시킵니다. 사용자(참여자)는 있는 그대로 행동을 하고 느끼는대로 말을 하는데, 인터뷰 진행자는 그 안에서 Insight를 찾아내고 좋은 컨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디자인에서는 좋은 영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반면에 방송에서는 매력적인 장면을 얻어내지 못해도 편집을 통해 몇 배의 포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덕을 제일 많이 본 사람이 배우 이서진 씨가 아닐까요? ^^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Relationship

인물 관계 구조를 살펴 보겠습니다. 1) 참여자(사용자) : 관찰 대상자입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상황에 따라 Task를 부여 받게 되면 Task를 실행하면 됩니다. 인터뷰 진행자가 질문을 하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삼시세끼의 참여자는 관찰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자기 발언이 강하고 가끔 판세를 흔드는 제안이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고기 줘!!)

2) 인터뷰 진행자 :
인터뷰 진행자이자 근접 관찰자로 이 모든 과정의 실질적인 진행자입니다. 필요에 따라 질문을 던지고 과업을 부여하는 사람입니다. 질문을 통해 참여자의 생각을 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드러나지 않은 참여자의 생각과 행동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삼시세끼의 경우 PD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CI의 인터뷰 진행자보다는 좀 더 지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여자에게 장애 요소를 부여하기도 하며, 요구 사항이 있을 때에는 조건을 내걸어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고기를 주면... 수수밭 알지?)

3) 보조 관찰자 :
근접 관찰자로 참여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CI에서는 인터뷰 대화록 작성, 주변 물건 관찰, 공간 분석, 현장 스케치 등의 역할을 합니다. 삼시세끼에서는 카메라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과업은 동일하지만 카메라라는 도구의 특성상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자의 행동을 추적하면서 현상을 기록하는 업무는 CI와 유사합니다. 거기에 여행가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상황을 정리해주는 해설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관계, 주변 환경, 사용자의 행동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친절하게 정리하여 설명해줍니다. 때로는 사용자의 행동을 보고 관찰자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화면에 나오는 모습 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경우 부가정보를 알려줍니다(음식 조리법, 식재료 다듬는 법 등). 시청자라는 존재로 인해 생기는 과업으로 보입니다. 물론 CI에서도 관찰 이후 해석 과정에서 이와 같은 데이터들을 도출해내지만, 방송의 특성상 관찰과 동시에 해석이 나오기 때문에 매우 빠른 호흡으로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CI의 관찰 기법과 삼시세끼의 관찰 기법을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꽤 많은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집합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혹 이것들을 서로에게 접목 시키면 좀 더 발전적인 리서치 방법론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삼시세끼가 잘하고 있는 것, CI가 잘하는 것을 분석해보고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에 대해서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조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