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디자이너, 직업을 말하다

2015. 4. 15. 07:50리뷰
이 재용

디자이너, 직업을 말하다

마이크 몬테이로 지음, 2014


Design is A Job

Mike Monteiro, 2012



이 세상을 살다보면 지구 어딘가에는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그런 사람을 발견했다. ㅎ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의 모든 문장, 아니 모든 글자 하나 하나에 100% 동감한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글이나 특히 공감이 가는 글에는 밑줄을 긋고 싶어지는데, 이 책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통은 책의 부분 부분을 인용하겠지만 포기하고, 서문 맨 처음만 옯겨 본다. (사실 이런 식으로 책 전부를 인용하고 싶은 심정이다.)


프롤로그 -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디자인을 사랑한다. 좋은 디자인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좋은 디자인에 도달하는 과정과 도중에 겪게 되는 흥미로운 실패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동업자와 함게 밑바닥에서부터 키워온 나의 회사에서 디자인 작업으로 번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 깊이 감사한다. 나는 디자인에 대한 논쟁과 비평을 모두 다 좋아한다. 내가 3년전에 고용한 누군가가 이제는 내 디자인을 개선할 정도로 성장한 것도 멋진 일이다. 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고객들을 전적으로 사랑한다.


그럼, 이제부터 당신 얘기를 해보자. 나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당신이 매번 깨지는 것을 보는 데 지쳤다. 아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속상하다.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것도 모자라서 주말까지 일에 파묻혀 지내는 것도 괴롭다. 이 일을 하게 되면 포트폴리오가 더욱 화려해질 거라는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디자인을 완성해내느라 정신 없는 상황도 안타깝다. 디자인만 좋으면 저절로 고객이 줄을 설 것이라고 기대하며 멍하니 앉아 있는 당신을 보는 것은 이제 신물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


아...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한국의 디자이너에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찾는 법, 고객을 골라내는 법, 디자인 가격 정하기, 계약서 작성하기, "못 받은 돈 받기" 등 한국의 에이전시/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을 매우 정확하게 써 주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피엑스디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과 1%도 다르지 않다.


미국 사람이 쓴 책이어서 처음엔 적당히 우리 실정에 비추어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 어디에도 한국과 다른 부분은 없다. 단, p189에 NET15 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이것만 '검수 후 15일 이내 지급'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250 페이지짜리 외국인이 쓴 책에서 내가 한국과 다르다라고 생각한 건 이 단어 하나였다. (물론 한국에는 NET란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말이지, 실제 관행은 이마저도 똑같다. 15일 이내 지급)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킬킬거리기는 처음인 것 같다. 2-3페이지마다 웃으니까, 가족들이 자꾸 처다본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개그 콘서트 대신 봐도 좋다. 때때로 등장하는 절절함에 울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무엇보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들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고객'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당히 많이 배울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읽어 보아야할 책이다. 특히 에이전시에 근무하거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면 더욱 그렇다. 에이전시를 창업하거나 프리랜서를 시작하려는 당신! 특히 읽어야 한다. 전부 읽는데 하루 정도 밖에 안 걸린다. 이번 주말 데이트 약속을 취소하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참고로 이런 류의 책을 한 권 더 읽고 싶다면,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를 권한다.


이 책은 웹액츄얼리에서 공짜로 보내주어 읽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은 블로그 글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어차피 나는 10권 이상 사서 회사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으니까.


책을 읽고 좀 더 생생한 말을 더 듣고 싶다거나, 이렇게 꼭 읽어 보라는데도 정말 책을 읽기는 귀찮다면 이 동영상을 꼭 보시길.


마이크 몬테이로가 Interaction15에서 한 키노트 연설과 해설: 디자이너는 자기 디자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http://story.pxd.co.kr/1039


마이크 몬테이로의 2016년 신작 추천사 : [독후감] 디자이너, 고객에게 말하다


[참고##디자인 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