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13. 07:57ㆍUI 가벼운 이야기
처음 그로스 해커(Growth Hacker)라는 말을 Lab 80의 구인 광고를 통해 알게 되었고, 한 번 용어를 배우고 나자, 여기 저기에서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Lab 80은 더 이상 ‘해커’를 뽑지는 않지만 자세한 구인 공고는 http://lab80.co/jobs-career-kr/ 에서 확인 가능) 이후에 나름대로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며 배운 것을 더듬더듬 정리해 보았다.
마케팅과 UX
전통적인 산업 구분에서조차 마케팅과 UX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방법상으로도, UX의 많은 초기 방법론이 마케팅에서 가져온 것이었으며(물론 그에 따른 폐해도 많았다),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장 조사 기관들이 채용한 많은 방법론이 HCI/UX에서 가져간 것이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고객/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 있는데, 바로 물건을 살 때(Buying Decision)와 사용할 때(Using Experience)이다. 그런데 이 둘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케팅은 어떻게 물건을 팔까? 어떤 광고를 해야, 어떻게 포장해야 물건을 사도록 할까?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반면 UX는 어떻게 제품을 사용할까? 어떻게 만들어야 재구매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물건을 사도록 할 때도 제품의 효용이 중요하고, 어떻게 사느냐도 물건의 사용과 연결이 된다. 그냥 단순하게만 생각해도 물건을 사야 경험할 수 있고, 좋은 경험이 재구매를 유도하니까, 둘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피엑스디에서도 UX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사용자 경험 전략 중, 어떻게 고객을 유입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산업이 대세가 되면서 이 두 가지 (물건을 살 때와 사용할 때)는 아예 뒤섞여 버리게 되었다. 네이버냐 다음이냐를 고르는 것(buying)과 사용은 동시에 일어나면서, 결과가 안 좋으면 즉시 다른 곳으로 가 버릴 수 있는 등, 소비자들은 일단 돈을 주고 산 물건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써야한다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경험이 안 좋으면 바로 다른 곳으로 가 버리므로, 사용이 곧 구매가 된다.
따라서 UX를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히 마케팅에 대해 잘 알지 않으면 안된다.
그로스 해킹 Growth Hacking
최근 스타트업들의 성공에서 이 시대 혁신의 길이 정형화 되면서 기업 운영에서는 Lean Start-up이, UX 분야에서는 Lean UX, 마케팅 분야에서는 Growth Hacking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그로스 해킹이란 용어는 낯선 분들에게도, '페이스북이 끊임없이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테스트하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많을 것 같다.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맨 마지막에 '아이폰으로 보냈다'라는 문구를 넣어 스스로를 광고하는 것을 본 분들도 많을테고, 드랍박스의 무료 용량 제공이나 우버의 무료 탑승 쿠폰에 눈이 멀어 친구에게 추천해 보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활동들이 대개 그로스 해킹의 사례이다.
그로스 해킹이란, 제품 고객 집단의 '성장(growth)'을 위해 창의적이거나 특별한 방법(해킹, hacking)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해킹은 꼭 기술적인 것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It's the idea that an entrepreneur can take a clever or non-traditional approach to increasing the growth rate/adoption of his or her product by "hacking" something together specifically for growth purposes. (Hacking is not necessarily technology term) http://www.quora.com/What-is-growth-hacking
스타업이 제품을 출시한 후, 사용 고객을 늘리려면 전통 산업에서는 대개 '마케팅' 즉 홍보나 광고 같은 것에 의존했으나, 돈과 시간이 없는 스타트업들은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의 '입소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입소문이 일어나는 것을 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려면 우선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이것이 제일 중요한 출발점이다 Product-Market Fit).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소문을 퍼트릴 수 밖에 없을까?라는 관점에서 입소문의 구조를 설계한다(Acquisition with viral). 위에 적은 드랍박스 무료 용량 제공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들이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Retention). 그리고 이 세 과정은 제품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단순하게 '소개 리워드 제공'이나 '웃긴 동영상'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viral 혹은 그로스 해킹이라고 생각하는데, 언제나 제품 자체가 훌륭하고 그 훌륭한 것을 계속 사용하는 과정으로서 viral 혹은 MGM(Member Get Member)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그로스 해커는, 끊임없이 학습해야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야하고, 조금씩 개선해야하고, 창의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해킹'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는 방법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갈 수록 신선함이 떨어져서 더 이상의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일회적으로, 부분적으로 일어나서는 지속적인 효과를 얻을 수가 없다. 따라서 반복하여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그것을 계속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결국 그래서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를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란 무엇인가?
모든 그로스 해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스스로 영구히 지속되는 마케팅 기계(self-perpetuating marketing machine)를 만드는 것이다. by 아론 긴 Aaron Ginn [그로스해킹] p18
최근에 일본 광고인이 작성한 글을 번역한 글이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그로스 해킹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문화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이 변화하여 그로스 해킹이 된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전통적인 마케팅과의 차이를 묻는다. 물론 둘의 차이점은 전통적인 마케터가 '어떤 제품이든 팔 수 있다'에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한다'라는 관점으로 확장된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를 근본적인 변화를 설명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로스 해킹을 마케팅의 연장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처음에는 마케팅에서 나온 용어이지만, 스타트업 성공의 본질을 꿰뚫는 속성상, 이제는 스타트업의 문화나 사고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그로스 해킹이 마케팅의 한 분야라든지, 아니면 UX의 미래 모습이라든지 하는 것은 어쩌면 편향된 시각일 수 있다. 스타트업의 생존 자체가 성장(growth)에 달려있기 때문에 회사 전체가 이것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회사내에 그로스 해킹을 전담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타트업 내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문화를 익히고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아래 정기원/김희선 채팅 참조)
또한 그 본질적 속성상 전통적인 마케터가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실제로 상품을 구성/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킹'에 가까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 등이 그렇다. 다수의 구성원이 함께 해야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다음 글을 찬찬히 읽어 보자.
Ten things I learned studying ten of the world’s fastest growing startups
Lesson 1: Growth is nothing without the product
Lesson 2: Growth is never ‘done’
Lesson 3: Growth is not marketing, marketing is not growth
Lesson 4: Doing what everyone else is doing is the wrong strategy
Lesson 5: Don’t try to boil the ocean
Lesson 6: Growth hacks have nothing to do with short-term tactics
Lesson 7: Do things that don’t scale, build things that do
Lesson 8: There are analytics and then there are insights
Lesson 9: Combining multiple growth engines can lead to faster growth
Lesson 10: There are no silver bullets
Lesson 11: Growth is a team sport
사실 하나 하나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도록 잘 정리한 이 11가지 교훈에서, 특히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이 아니며,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하는 '팀 경기 Team Sport'라고 정리한 것을 보면, 이제 더 이상 마케팅과의 비교는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영어가 불편하다면 우리 말로 번역해 주신 것을 꼭 읽어 보시길 (원문보다 풍부한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케이스 스터디에서 배운 10가지 교훈
그로스 해킹과 UX
처음 그로스 해킹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아 이것이 UX의 미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스 해킹에서 핵심도 UX고 UX도 그로스 해킹 말고는 달리 갈 길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로스 해킹이 꼭 UX에 한정될 필요는 없을 뿐만 아니라 한정되면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성장의 실험이 꼭 UX적인 실험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아래 김희선/정기원 채팅 참고)
그러나 UX를 단지 화면/제품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서비스에 관해 경험하는 모든 요소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UX가 그로스 해킹에서 할 역할은 매우 다양하고도 분명하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보고, 설치하고 사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또 그것으로 새로운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즉 마케팅과 제품/서비스 구성 등 모든 소비자 접점(경험)을 설계하고 실험하는 것을 통해 회사와 서비스가 성장하도록 만드는 일은, UX를 하는 사람들이 늘 주장하는 '제품/서비스 전체에 대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늘 '총체적 경험'을 설계한다고 선언하고 우기기만 했지, 실제로 많은 영역을 못 하고 있었던 반면, 이제 처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하려던 것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 꼭 우리가 그로스해커가 되지는 않더라도, 이제야 제대로된 UX 1.0을 배워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처음 우리 제품을 어떻게 경험하도록 할 것인지도 디자인할 수 있고 (마케팅과 싸우는 것도 지겨웠다) 화면을 설계하면 그 다음 주에 '더 많은 고객의 선택'으로 증명되는 빠른 feedback을 통해 처음으로 '진짜' UX를 설계할 수 있고 (매니지먼트와 싸우는 것도 지겨웠다), 성장을 위한 기능 추가도 증명된 결과를 바탕으로 할 수 있고 (개발과 싸우는 것도 지겨웠다), 제품 본연의 기능을 이용해 마케팅 예산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으면서도 사용자 스스로 입소문을 내게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모두가 한 팀으로 성장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동시에, UX 디자이너는 처음으로 그 이름에 걸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더군다나 잦고 얕은 마케팅 수단으로서 제품을 건드리는 것에 벌써 사용자들이 지쳐간다고 하면 제품의 본질을 고민하면서도 동시에 성장을 고민하는 일은 UX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다음 편 'UX가 그로스해킹을 완성한다' 참고)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로스 해킹이야말로 UX의 미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아닐까?
<광고>
이재용: UX와 그로스해킹은 어떤 관계일까요?
김희선: UX랑은 전혀 관계없이 그로쓰해킹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데이터랑 친하게 지내는 건 필수?
정기원: 네 UX가 필수요소라고 할 수는 없지요. UX는 좋은 개발력, 커스토머서비스력, 블로깅력 처럼 하나의 재료/자산일 뿐. 뻔하게 들리지만 분석적 사고랑 실험을 통한 검증력, 실행력, 약간의 수리능력은 필수. 남들이 안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평사고력도 있으면 좋지만 이것마저도 꼭 필수는 아닌듯.
이재용: 하지만 (분석적 사고)-(실험)-(데이터분석) 이렇게 할 때 SW '실험'에서 UX를 모르면 어떻게 만들어서 해야할지 모를 것 같은데?
정기원: UX랑 전혀 상관없는 실험 많이 있어요.
김희선: 그로쓰 해킹을 하려고 꼭 '만들어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면 (저도 잘 모르지만) 게임업계 cross-promotion 같은 건 똑같은 게임이지만 어디서 어떤 오디언스에 노출을 시키는지에 대한 실험을 하고 그로쓰 해킹이 가능하죠.
저는 그로쓰 해킹을 마케팅이냐 데이터냐 UX냐 카테고리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것 자체에 개인적으로 약간 거부감이 드는데요, 그로쓰 해킹을 해야한다는 목표가 있으면 전사적으로 CEO이하 모든 사람들이 그로쓰 해킹에 같이 힘써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사실 '그로쓰 해킹'이라고 이름이 붙어서 그렇지 그 이름이 붙기 전에도 잘 돌아가는 스타텁이라면 모든 구성원들이 성장할 방법을 실험해보고 성공/실패하고 하는 것에 같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나 해서요.
그로쓰 해커가 마케팅이다/UX부서의 일원이다 이렇게 정의가 되는 순간 다른 부서 사람들은 그로쓰 해킹을 그 사람의 일로 미뤄버리게 되는 거 같아서 말이죠.
정기원: 저도 김희선님말에 동의함. 마케터와도 다르다고 생각하구요.
모든 임직원이 회사의 인사 문화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지만, "인사담당자"라는 실무자나 부서가 따로 있잖아요?
스타트업의 존립 여부 자체를 좌우하는 요소가 growth이고, 모든 구성원이 이 목표를 이뤄야 하지만, 이것에 자기시간을 100% 쏟을 수 있는 담당자가 growth hacker인거라고 봐요.
단 growth는 인사와는 달리 훨씬 작은 팀에도 필수요소라는 큰 차이가 있어요. Startup = Growth라는 관점에서. 사실 프로덕이 나오기 전부터 growth 실험하고 있는게 제일 좋구요. 저희도 너무 늦은것임.
김희선: 자기 시간을 100% 쏟을 수 있는 담당자가 그로쓰 해커라는 데 동의합니다. 작은 팀에도 그로쓰 해킹이 필수 요건이라는 데도 동의하고요. 그런데 그 담당자를 따로 뽑는 시점은 언제인가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조직마다 케바케일까요?
정기원: Growth team 형성시점을 정리한 그래프가 있어요.
페이스북의 예 http://www.bloomberg.com/bw/articles/2012-07-25/chasing-facebooks-next-billion-users
근데 1) 이건 10년전 얘기이고 2) 페이스북은 꽤 늦은편임. 예를들어 당시 Mint는 런칭 전부터 Noah Kagan이 해킹하고 있었거든.
[참고##Growth Hac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