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d talks 60]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이야기'

2015. 7. 14. 07:50pxd talks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년 5월 8일, pxd talks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등의 저자인 이수지 작가님이 ”그림책 이야기"란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이수지 작가님은 주로 아이들의 놀이를 그림책으로 표현하는 작가이십니다. 강연은 이수지 작가님에게 영향을 주었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님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내가 영향 받았던 그림책 이야기


1. 떠돌이 개 - 가브리엘 뱅상


회화과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중에 보게 된 떠돌이 개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며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그림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연필선과 스케치같은 장면들의 연속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글 한 줄 없이도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가능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림이 연속적으로 나오며 표현되는 이야기를 보며 마음 속에서 직조되는 이야기들이 인상깊었고, 회화과 학생으로서 구멍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책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책을 보여주며 어느 부분에 대해 영감을 받는지 직업상 관찰하는 편인데 아이들과 내가 감동받았던 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그림책의 힘이 참 위대하다라고 생각하며 그런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2. SEE-SAW - ENZO MARI


이 책의 저자인 엔조마리는 얼마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전시를 끝나치기도 하였던 작가이다. 브루노 무나리 시대의 다지이너이기도 하다.
브루노 무나리 : 1907~1998 근대 이탈리아 디자인의 형성기를 대표하는 작가. 피카소로부터 ‘제 2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평을 받을만큼 분야를 넘나드는 전방위 상상력으로 주목받았는데, 순수 추상회화에서 조각, 그래픽,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작업의 선구자였던 디자이너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은 많은 일을 하기도 하였는데. 프로덕트, 건출물, 장난감, 그래픽 등의 다양한 일을 하는 디자이너였다.

제목인 'SEE-SAW' 답게 시소와 동물들이 그림책에 나온다.
원래는 엔조마리가 만든 직소퍼즐을 잉크로 찍어낸 이미지를 그림책에 담아낸 것인데, 여러 동물들이 시소를 타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과정이 담긴 그림책이다.
마지막엔 시소에 쌓여있던 동물들이 꿰어 맞춰져 하나의 이미지가 됨을 알 수 있다.

‘떠돌이 개’가 우리의 마음을 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우리의 머리를 치는 책이랄까. 시각적으로 명쾌하고, 논리적이고,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무언가가 첫번째 책과 두번째 책 사이에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3.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주인공 소년이 괴물들과 신나게 노는 세 장면이 있는데 이 세 장면에서는 다른 페이지와 다르게 글이 없다. 글이 없어야 되는 느낌을 그림으로 무척 잘 보여주고 있다.
진짜 신나게 놀고있는 화면에 글이 필요할까?
글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의 활용을 정말 잘 사용했구나. 이와 더불어 제가 관심있었던 글 없는 그림책의 효용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주었던 책이다.
아이들의 놀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으로, 신나게 표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책에 대한 내용에서 뽑아낸 제가 만들고 싶었던 그림책의 키워드는 ‘ 글 없는 그림책, 가슴을 치는 감정, 단순한 선, 아이들의 몸짓, 시간 논리적 해결, 말없이 보여주기, 놀이 ' 의 키워드였어요.


내 그림책 이야기


1. 파도야 놀자 - 이수지


앞서 말한 키워드에 따라 파도야 놀자라는 책을 만들게 되었다.
아이가 노는 순간이 한 순간이지만 장면을 늘여서 한 컷,한 컷 화면들을 담고 싶었다. 그림책이 ‘떠돌이 개’ 처럼 감동있는 느낌.
‘SEE-SAW'처럼 머리가 명쾌해지는 느낌. 괴물들이 사는 나라처럼의 따뜻함의 느낌이 있는 것처럼 동작 하나하나의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는 3분 이상을 집중하기 힘든데 그 잠깐의 시간동안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 책은 좋은 그림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little white riding hood


어른들이 그림책을 볼 때는 그들의 취향이 생기기 마련인데, 취향들이 모여 다양한 방법의 그림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그림 없는 그림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빨간모자 이야기와 같은 하얀모자를 쓴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그림이 없다.
'하얀 모자를 쓴 아이가, 하얀 눈 속을 걸어간다’ 등의 텍스트만 쓰여 있다.
텍스트로만 그림의 형상을 상상하게 하는 책이다.
이러한 형식실험은 정말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들을 위한 문학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재미로, 책을 만드는 동네에서 가끔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거울속으로 - 이수지


앞서 말한 'little white riding hood’와 같은 책처럼 하얀 여백에 대한 실험을 했던 그림책이다.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접히는 부분의 경계에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 인쇄됐을 때 이미지를 잘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잘 활용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부분을 역이용해 재미요소로 표현하고 싶었다.


4. 동물원 - 이수지


이 책 속의 동물원 우리에는 동물이 없다. 동물이 있어야 하는 공간에 동물이 없다.
동물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셋팅해 놓은 이상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함께 꼬마아이가 동물원에 놀러와 있다. 꼬마아이는 공작새를 따라간다.
어디론가 이동하며 꼬마아이가 보는 동물원 세상과 꼬마 아이를 잃은 부모가 보는 동물원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했다. 


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이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번에 한국에 발간 될 그림책으로 북아트를 공부할 때 만든 책이다.
앨리스 이야기는 벽난로 안 미니어쳐 이야기였고, 한 발짝 물러난 이야기로 보면 실제가 아닌 환영의 이야기였고, 더 한발짝 물러나면서 책을 덮는 손을 보며 모든 이야기가 한 책의 이야기이다.
마치 꿈에서 깨어났는데 더 큰 꿈의 일부였고, 또 다시 일어났더니 더 큰 꿈의 일부였다는 것으로, 어떤 것이 진짜인지는 깨어봐야 아는 것처럼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그림책이다.


6. Open this little book - 그림 이수지, 글 Jesse Klausmeier


‘Open this little book’이라는 제목답게 책을 펼치면 작은 책과 또 더 다른 작은 책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이다.
책속의 책을 펼치면서 무당벌레부터 거인까지의 책을 읽는 내용의 이야기다. 책 속의 작은 책들을 펼치면서 또 그 책들을 덮어가는 과정에서 나름 시각적인 재미요소를 준 책이다. 



7. 그림자놀이 - 이수지


공존 할 수 없는 두 개념의 합쳐진 프레임에 관하여 관심이 많다.
Negative와 Positive 의 사이를 책이 접힌 경계선을 기준으로 위는 아이의 현실 모습아래는 그림자 속 아이의 상상의 모습들을 나타낸 그림책이다.



질의 응답


Q. 최근 잔혹시에 대한 내용의 이슈와 아이들의 잔혹한 생각에 대해 어른들이 불편해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수지 작가님 작업들에 네거티브한 내용이 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잔혹한 생각을 하는 것 혹은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저도 뉴스를 보고 잔혹시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봤어요. 아이들이 잔혹한 생각에 할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은 그 아이가 느꼈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의미를 덧붙이는 것은 어른들이므로 그런 의미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리는 그림책 또한 모두 해피엔딩이 아닌 것에 대해 그림책이 꼭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거울속으로'라는 작품은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보기에 어두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막상 제 그림을 본 어린 아이들이 생각하는 제 그림은 부정적이지 않아요. 해피엔딩이 아닌 이야기도 있다는 정도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Q. 한번에 그리는 듯한 드로잉의 필선은 바로바로 그려내신 것인지, 연습을 통해 나온 선인지 궁금합니다.
A. 좋은 연필선이 나오게 하기 위한 연습들을 많이 합니다. 비유하자면 물 속에서 백조가 헤엄치는 듯한..?! 제가 목탄이란 소재 좋아하는데요. 목탄은 드로잉 할 때 날카로운 선이 나올때도 있고 부드럽게 그려질 때도 있어요. 이러한 선을 자유롭게 쓰려면 정말 많이 그려봐야 쓸 수가 있어요.

Q. 동화를 보니 어린 여자아이가 작가님이 투영된 모습인 것 같아요. 여자아이를 고수하시는 이유가 있는지요?
A. 아이를 생각할 때 모습은 나의 어렸을 때 모습이에요. 떠오르는 밝고 에너지 넘치는 재미있었던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여자아이가 뛰노는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남자아이를 그리지 않는 이유는... 치마를 입힐 수가 없어서? ^^


글을 마치며


디지털 작업과 디자이너들과의 만남이 잦던 생활 속에서 조금은 다른 분야의 작가 분을 뵙게 되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작가님의 그림책 작업에 대한 고찰과 실험적인 시도들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림책에 대해 아이들이 보는 것 혹은 아이들에게 선물해야하는 것이라는 저도 모를 선입견이 작가 님에 의해서 풀어졌던 강연이었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닌 어린이부터 보는 책’이라는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린이부터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공유가 들어있는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일 것 같습니다.
좋은 그림과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수지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pxd talks##]